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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유전자가 사회개혁을 말하다

김용범 지음 | 이안에



배신의 유전자가 사회개혁을 말하다

김용범 지음

이안에 / 2015년 7월 / 300쪽 / 13,000원





당신도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다

당신도 기회주의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기회주의자라고 하면 대부분 기분 나빠한다. 자신이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싫어한다. 또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남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기회주의자라는 평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인간은 모두 기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신이 기회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기 바란다.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이익을 위해서 올바르지 않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인 적이 없는가?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타인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는가? 멀리 있는 건널목이나 육교까지 가기 싫어서 슬쩍 무단횡단을 한 적은 없는가? 등등의 물음이다.

위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당신은 기회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앞의 물음들에 대해서 모든 것이 떳떳하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기회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기회주의자다.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신도 기회주의자이니 남이 한 기회주의적 행동을 욕하거나 책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전자와 기회주의자는 소통한다: 기회주의란 확고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형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이제 인간이 왜 기회주의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① 본능과 이성의 순위다툼 - 사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의 특성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DNA는 생명현상이나 기능을 유전시키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물질로서 이러한 정보들을 총칭 유전자라고 부른다. DNA 전체의 특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특징을 파악하여야 하는데, 그 특성을 이해하고 나면 유전자를 가진 인간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은 인간의 이성이 유전자의 특성, 즉 본능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유전자 특징에 대해서는 생물과 관련된 여러 책에 잘 서술되어 있는데 그 본질은 ‘이기적(利己的)’이라는 것이다. 그 의미는 말 그대로 선이나 정의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오로지 몸속에 있는 유전자의 생존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행동을 한다는 것으로 통한다. 그래서 유전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하는데, 탁란조는 자식 키우는 일을 남에게 맡기고, 사마귀는 교미하는 수컷을 잡아먹으며, 펭귄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위험한 바닷속으로 밀치기도 한다.

이 밖에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 있는 자원인 피를 동료에게 나누어주는 행동을 하는 박쥐도 있다. 유전자를 가진 생물은 이처럼 이기적인 행동을 포함해서 이타적(利他的)인 행동도 하는데, 이 모두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마디로 생물은 기회주의자들이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행동도 그 원리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유전자에 의해 일정 수준의 행동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전자가 자신의 행동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필자는 경험했다. 필자가 느끼는 그 벽은 사람마다 유형이 달랐다. 그러나 그 유형에 상관없이 인간은 행동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인 듯했다. 사람은 의지를 가지고 손가락도 움직이고 의도한 바대로 걸을 수 있으며 앞으로 또는 뒤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런 모습들에 기초해서 사람은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본능대로 움직이지 않고 이성을 통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바로 이 때문에 그 벽을 깨야 할 필요가 생겼다.

유전자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떠올리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것을 하려면 해당 생각이나 행동에 관계된 뇌의 부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이성이 그것을 활성화시킨다면, 인간의 이성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또 다른 것이 나와야 하고 그것이 인간 이성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모순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출발점에 있어야만 생각이나 행동 조절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인간의 이성을 벗어난 그 출발점이 또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묻는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유전자로 귀결된다.

어쨌든 유전자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런데 유전자 공통의 특징은 생존 가능성의 향상이다. 따라서 생존을 향한 유전적 본능은 인간의 이성이나 의지, 윤리나 도덕성 같은 어떤 것들보다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유전자 중에는 윤리나 도덕성과 관련된 것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생존이 걸려 있을 때 이런 행동은 버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순간적 판단을 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조차도 유전자로부터 기인한다.

② 바람기의 끈질긴 생명력 -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는 바람을 더 피우게 하는 유전자도 있다. 바로 뇌세포 신호전달 도파민 수용체(DRD4)라고 하는데,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바람을 두 배 정도 더 피운다. 한편 남성호르몬도 바람기에 영향을 주는데, 그 양이 증가하면 바람을 더 많이 피우는 경향을 가진다. 남성호르몬이라고 해서 모두 남성에게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여성도 약간 가지고 있으며, 남녀 모두 사회적인 지위가 올라가면 이것의 양이 더 증가하게 된다. 즉,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남녀 모두 바람을 더 잘 피우게 될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쯤 되면 바람을 피우도록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양질의 좋은 유전자를 얻어 더욱 많은 유전자를 남기려는 기회를 얻고자 함이다. 바람기는 좋은 유전자를 많이 남기는 데 매우 유리한 기회주의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바람은 남자의 경우에는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여성에게는 양질의 유전자를 남길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준다. 한편 이성을 제어할 수 있는 본능적 행동은 바람피우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에 적용된다.

유전자가 우리를 지배한다: 현대 생물학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회를 잡은 자는 성공해서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다. 그런데 진화는 살아남는 수단이나 행동에서, 소위 선이나 악, 도덕이나 윤리 그리고 정의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하고 비윤리적이며 악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도 살아남았다면 그것으로 필요하고 동시에 충분하다. 그들이 가진 유전자를 바탕으로 자손을 남기고 그 자손들도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 한편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기회주의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환경 변화로 생기는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지금의 환경이 갑자기 변해 현재와 달라질 경우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적합할지에 대해서 유전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유전자는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만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환경이 변화되었을 경우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관련된 유전자를 집단 내에 가지고 있다가 환경이 바뀌어도 그중에 누군가는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전략이 전자는 기회주의라는 형태로 발전하였고, 후자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화되었다. 또한 전자는 개체의 적응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고 시간적으로 짧은 반면, 후자는 집단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변화의 시간이 더 길다는 차이가 있다.

이 적응과 진화는 모든 생물의 특징이므로 인간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앞에는 늘 언제나 변화하는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그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가진 기회주의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를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당신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과거 조상 중에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한 사람이 있었으며, 동시에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당신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동시에 다양함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 정도나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또 다양하다.

이렇게 유전자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이야기하면 수긍하기 싫어할 수 있겠지만, 몸속의 유전자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도록 여전히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가 기회주의자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희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기회주의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늘 기회를 엿본다

버려야 나아갈 수 있다: 38억 년을 진화해온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DNA라는 유전자는 도덕, 윤리, 선악, 정의, 종교 그리고 죄와 벌 같은 것을 모른다. 유전자는 오로지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대에 남기는 것에 관련된 것들만 유전정보로 남기고 그것들이 발현되어 삶은 이루어진다. 이것이 생물 진화의 기본 원칙이고 자연선택이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도덕이나 윤리를 지키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가 자손을 남기기 전에 생명을 잃는다면, 그런 유전자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또 자식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에 불리하여 자식을 키워낼 수 없다면 집단에서 사라진다. 또 자식을 키워낸다 하더라도 남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남기기 어렵다면 차차 줄게 되어 마침내 사라지고 만다. 타인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의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도덕적인 사람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타심도 기회주의다: 삶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라서 생존을 위한 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자원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삶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자원을 독점하게 된다면 당사자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세대가 거듭할수록 죽거나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또한 그들은 유전자를 남기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집단이나 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이를 통하여 협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한 사람들이 자원 획득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행동양식이 필요했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양심, 정의 또는 이타심이라는 형태로 진화한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의 기본은 경계도약(포식자 앞에서 행해지는 행동으로 처음에는 포식자의 주의를 자신을 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 자신의 강함을 포식자에게 알리는 행위로 평가됨)이나 경계음(포식자가 나타나면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이 소리를 듣고 무리 전체가 위험을 피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개체들 모두를 포식자에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밝혀짐)과 같이 유전자의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자원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개체의 생존을 효과적으로 잘 유지시키도록 하는 것인데, 사람들에게는 윤리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에 대해 유전자의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 생활 속에서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모습이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① 선악을 구별 안 하는 유전자 -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인간과 달리 호랑이, 곰 같은 동물들은 홀로 살기 때문에 개체가 늘어날수록 경쟁이 심해져서 생존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그들은 협동을 통해서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미나 벌과 같이 다수가 사회를 구성해서 사는 생물들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협동과 분업을 한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홀로 살 경우 지속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편 개개인이 홀로 존재한다면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개체가 지속적으로 협동을 할 때 어떤 행동은 유리하지만 불리한 것도 있다. 이러한 예로 죄수의 딜레마 - 서로 믿고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동료를 배신하면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예 - 를 들 수 있다. 즉 자신이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경우 배신을 하려고 하나, 장기적으로 상대방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오히려 배신을 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의리를 지키는 것이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원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행위도 있는데, 서로 협력해 가치 있는 자원을 얻었을 때 더 많이 베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올라간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더 잘 살아남을 수 있게 협동을 하기 위해서는 비폭력, 의리 그리고 신뢰와 같은 것이 인간에게 필요했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말하면 인간들에게 선악은 생명현상의 지속적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협동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데 유리함을 얻기 위하여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옳음과 그름의 근본도 이와 다르지 않다.

② 배신은 성공의 아이콘 - 먹고살기 위한 협동의 좋은 예 중에 하나가 로마교황청을 지키는 군대의 충성심이다. 로마교황청 군대는 스위스에서 파견한 용병으로 그들이 교황청을 지키는 이유는 다른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위스 용병들은 계약을 맺은 국왕이나 교황에게 충성을 바치는 데 최선을 다하는데, 만일 그들이 충성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나중에 그 자식들이 용병이라는 직장을 구할 방법이 없어 삶을 이어가기 힘들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충성심이라는 인간의 신뢰도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생긴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중에 하나다.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충성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신을 했을 때 지속적으로 자손을 남기고 먹고살 가능성이 더 높다면 언제나 배신을 한다. 참고로 인간에게서 또 많은 생물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양성(兩性) 간 협동인데, 양성은 협동을 통하여 각각이 더 좋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전략을 발전시켰다. 암컷은 더 좋은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수줍어하는 전략을 취하고, 수컷은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반대의 전략을 가진다. 그런데 재미있게 인간에게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이 된다. 그런데 이런 남녀 간 협동에도 배신이 있는데, 바로 바람이다. 좋은 유전자를 남기려는 바람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바람은 남성이 많은 유전자를 남기는 데 좋지만 여성이 그 전략을 취하기는 어렵다. 아이를 많이 낳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유전자를 남길 목적으로 바람을 이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의 바람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런 것을 반증해주는 것 같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삶을 지속적으로 오래 유지하는 일이 단지 선악과 같은 잣대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들춰보면 볼수록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 정직, 도덕, 윤리, 즉 선이나 옳음 등과 상반된 배신행위를 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배신이 성공할 경우엔 더 큰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는 데 유리했다면 배신도 감행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우리가 가진 선악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본능인 유전자의 법칙으로는 얼마든지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 살아남았다면 어떤 행동을 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선악보다 자신의 생존 가능성이 더 급하고, 배신감이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진화는 이런 행동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래서 쿠데타가 되었든 민주화가 되었든 어떤 행동도 부끄럽지 않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으며 같은 이유로 잘난 척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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