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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모험

신기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생각의 모험

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5년 7월 / 432쪽 / 16,000원





인생이란 무엇인가?



강신주 - 나는 사람들 마음속에 지뢰를 매설한다

강신주 PROFILE: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동서양 철학을 종횡하며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우리 시대 인문학자가 되었다. 새로운 철학적 소통과 사유로 모든 사람이 철학자인 세상을 꿈꾼다. 저서로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감정 수업』,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 VS 철학』, 『철학, 삶을 만나다』 등이 있다.

상담하는 게 즐겁나요?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고민을 듣는 것도 싫고, 그들의 인생에 관여하는 것도 싫어해요. 반면에 강신주는 누군가의 고민을 듣는 걸 즐기는 것 같고 소통하는 걸 즐기는 것 같거든요. [즐긴다기보다는 세상에 돌려주는 거죠. 저도 젊었을 때 미성숙했어요. 저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죠. 나이가 드니까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고통을 주었으니, 이제는 그 고통을 감당하면서 살아야겠다고요.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최소한 제로로 만들어놓고 죽어야 하지 않나요?]

죄를 씻어내고 있군요? [죄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요. 업보죠. 이제는 좀 즐기면서 하게 된 것도 맞아요. ‘내가 태어나서 타인에게 짐이나 위협이 아니라 따뜻함일 수도 있구나.’ 거기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상담 같은 걸 하면 마지막에는 길게 하면 저녁 7시 반부터 새벽 4시까지 하거든요.] 그렇게나 오래 상담하나요? [힘들어요. 그래도 받아주어야 하는 거잖아요. 끝나고 나면 며칠 쉬어요. 상담하고 나서 제가 마음이 무거워져야 해요. 그래야 그 사람은 마음이 편해져요. 이야기를 다 나누었는데 저는 철학자인 척만 하고 말면, 그 사람은 똑같은 거예요.]

상담을 거듭하면 독이 오르잖아요. 어떻게 풀어요? [글을 써요. 해소가 되더라고요.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유가 거기에서 오르가슴을 찾는 거예요. 저를 풀어내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영혼이 아프면 글을 쓴다? [제가 푸는 건 세 가지 같네요. 집필과 등산과 음악.] 음악이요? [저보다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하면 제가 가벼워져요. 저보다 고통스럽게 만들어진 음악을 들으면 저보다 깊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것들이 흘러가요. 슈베르트를 들어봐요. 그럼, 알 수 있어요.]

상담을 하면 사람들이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긴 하겠죠. 돌아서면 또 제자리일 텐데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안 바뀌죠.] 그럼 왜 해요? [제가 상담을 하는 건 지뢰를 매설하는 거예요. 그 지뢰가 5년 뒤에 터질 수 있고 1년 뒤에 터질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깊이 묻어놓아요.] 언어로 만든 지뢰군요. 점쟁이들이 하는 것처럼. 점쟁이들도 미래를 점치는 게 아니잖아요. 머릿속에 생각을 집어넣어서 그렇게 살게 되도록 미래를 만드는 거죠. 점쟁이가 “너 올해 결혼해”라고 이야기하면 그해에 만나는 상대는 좀 달리 보이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믿든 안 믿든요. [그것도 있을 거예요. 저는 점쟁이는 아니지만……. 이런 거지요. 꼬맹이 때 소설을 읽잖아요. 경험도 없고 그래서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러다 나이가 들어서 어떤 남자와 정말로 아프게 사랑을 해서 헤어지고 난 뒤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거예요. 책장을 넘겨보니까 이해가 되는 거예요. 이런 것처럼 묻어놓는 거예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군요. [여고생들은 제 강의 들으면 울어요. 그 사람 머릿속으로, 가슴속에 들어가게 강의를 해요. 그런 상태와 비슷한 게 상담하러 온 사람들이에요. 고통스러워서 온 거죠. 그러니까 울어버려요. 하지만 변하려면 그때부터 자기 삶을 자기 경험으로 채워야 해요.]

그 경험을 하게 되면 지뢰가 빵 터지는 거군요. [저에게 와서 당신이 시킨 대로 했더니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 경우는 없었어요. 제가 동쪽으로 가서 집을 사면 대박이 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으니까요. 상담은 당장 효과가 나는 게 아니죠. 강의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돌아가신 당고모님이 계시거든요. 당고모께서 그랬어요. “사람 관계는 감나무를 심는 것과 같아. 왜 그러냐면, 감나무는 시간이 지나서 열릴까 말까야. 그런데 심어놓아야 열릴 수 있는 거야.”] 열매가 열릴지는 모르지만 마음속에 감나무를 심어놓는 거군요. [옛날 어른들은 그걸 다 알았어요. 10년은 지나야 효과가 나는 건데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라고요. 저는 다들 조급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각오를 하고 상담을 해요.]

강신주의 철학은 읽다 보면 굉장히 급진적이고 혁명적입니다. 한때 대중문화 논객이 유행이었어요. 정치논객의 시대가 있었고, 경제논객의 시대도 있었어요. 지금은 다시 철학과 인문학 논객의 시대입니다. 모두 당면 과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을 찾다가 이제는 근본적인 것들을 묻고 있죠. 그때 강신주가 혜성처럼 등장했어요. [사실 저는 10년 동안 똑같은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지금에야 보이는 거죠.] 대중적인 관심을 얻는 사람들은 꾸준히 대중과의 접점을 조금씩 넓혀오고 쌓아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 팡 터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가치를 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한때는 인문학의 위기니 철학의 위기를 이야기했는데, 강신주의 등장으로 무색해졌어요. 위기의 근본 원인은 사람들이 안 읽어서가 아니라 읽게 만들지 못해서니까요. [저는 정작 그들 사이에서는 미움의 대상이죠. 제가 김수영 시인에 관한 책을 썼잖아요. 국문학자들이 무척 싫어했어요. 좋아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이게 다 밥그릇 싸움이죠. 저란 존재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리스토텔레스를 봐요. 형이상학, 물리학, 생리학, 의학, 미학, 시, 윤리 다 있어요.]

그렇게 전인적 지식인일 수 있는 것은 철학이 중심이라서일까요. 철학은 모든 학문의 원류니까, 지식의 길이 보인달까요? [금방 보여요. 지금 불교 책도 보고 있어요.] 철학은 사람의 뼈고 문학은 사람의 살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뼈와 살의 구조를 아는 거죠. 글을 계속 쓰면 글이 문학적으로 변해요. 문학적이란 것은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뜻이죠. 철학적으로 엄격하게 쓰면 차갑기만 해요.]

철학은 도대체 왜 공부하게 된 겁니까? [제일 어려워서요.] 원래는 화학공학과를 나왔잖아요. 공대생이 철학을 하다니요? [1980년대 학번들은 인문사회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전공을 살린 거죠. 카를 마르크스 읽던 사람들이 전공을 안 살리고 밥벌이를 하러 간 거고요. 제가 산을 타니까, 호승심(好勝心) 같은 게 생겨요. 일단 이겨야 해요. 저 산을 올라가야 해요. 저는 호승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철학이란 거대한 산을 오르게 된 거지요. 그런데 산이란 게 올라가도 내려와야 해요. 정상에서는 못 살잖아요. 대신 내려오면서 지혜를 가져와요.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스크리닝(screening)했잖아요.] 그래서 다 보인다? [이제는 호승심이 없어요. 사실 저에게는 『철학 VS 철학』이 대단히 중요한 책이에요. 강신주 철학을 비판하려면, 『철학 VS 철학』의 도식을 붕괴시켜야 하거든요. 제가 의외로 용의주도해요. 『철학 VS 철학』으로 제가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 거예요. 『철학 VS 철학』의 대중판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도 비슷해요. “내 인문학적 정신은 자유와 사랑이다.” 저는 딱 계보를 밝히잖아요. 그렇게 박아놓고 세부 작업하는 거죠.]

철학적 사유에는 완성이 있나요? 이제는 득도했다 싶은 단계요? [인문학에 진보란 없어요.] 이제는 없다? [원래 없어요. 깊이만 있어요. 한 사람이 제대로 사랑하고 향유하고 살았느냐는 깊이만 있는 거예요. 예전에 어떤 기자가 강신주는 왜 철학자로 불리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새로운 이론을 만든 것도 아니라면서요. 답답하지요. 우리가 무슨 과학자도 아닌데……. 신경숙이 괴테보다 사랑을 잘 알까요? 깊이의 문제죠.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고전을 읽는 거고요. 그리고 옛날이 더 깊었어요. 우리처럼 바쁘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산만하잖아요.]

다음 깊이는 어디인가요. 중국 제자백가에 관한 책? 정치철학책? [제자백가에 관한 책은 한국에서 보수적으로 이용되는 걸 막으려는 책이에요. 송견, 양주, 장자로 이어지는 직접민주주의 공동체를 찾아내려는 시도죠. 거기서 가능성을 읽어서 보여주려는 거고요. 정치철학에 관한 책을 내고 나면, 제가 하려는 것들은 제자백가만 남는 건데…….] 강신주 철학이 완성되어가네요. [나중에는 대중적인 활동도 줄일 거예요. 몇몇 신문사에서 연재를 부탁하지만 안 하거든요. 아껴야지요. 처음 책을 썼을 때는 강신주가 누구냐였어요. 지금은 제 책이 팔리잖아요. 기분 좋은 일이죠.]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장하성 - 나는 ‘한국 자본주의’를 고치고 싶다

장하성 PROFILE: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1990년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경영대학 학장을 세 차례 역임했다. 1996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시민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장하성 펀드를 만들어 재벌을 견제하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인수위원회의 비공식 조직이었던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로 외환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제18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 국민정책 본부장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정말 ‘한국 자본주의’를 고쳐 쓸 수 있는 겁니까? [고쳐 써야만 해요. 지금 자본주의가 살아남아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좋은 제도라서가 아니거든요.]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공산주의와 시민주의가 등장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죠. 이제 대안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면 고쳐 쓸 방법을 고민해야죠.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 무수히 많아요.]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고쳐 썼던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했습니다. [고쳐 써서 잘되었다가 잘못 손대서 망가졌던 사례들을 쓴 거잖아요. 그런데 왜 못 고치냐? 결국은 자본주의를 고치는 실행의 주체 문제죠.]

정치죠. 그래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고까지 말했잖아요? [저도 안타까웠어요. 책의 마무리 부분만 1년 반 이상 고민했거든요. 끝내 결론이 정치로 가니까 허무해지는 거예요. 그렇다고 현실 정치에서 길이 보이느냐?] 아니니까 더 답답해지죠. [한국 정치에서는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아요. 2012년 대선 때도 결국 당이 하나였잖아요. 새누리민주당, 후보만 두 당에서 나온 거였죠. 새누리당은 보수 우파인데 선거 때만 진보 좌파의 이슈를 훔쳐서 사탕발림만 했던 거죠. 반면에 민주당은 총선이든 대선이든 제대로 이길 생각이 없었어요.] 집권하는 것보다 자기 계파가 승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실 져도 좋아요. 제대로 져야죠. 패배하고 집권을 못 해도 당이 분명하게 대변하는 계층이 있고 자기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이 있다면, 소수로 남아도 괜찮아요. 네덜란드나 핀란드의 사민당은 집권은 못했지만, 수십 년 동안 원내 제2당으로 견제의 힘을 발휘하잖아요.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키잖아요.] 한국 정치는 가치 정당 혹은 계층 정당이 절실한데요. [강준만 교수가 쓴 『싸가지 없는 진보』를 보고 참 반가웠어요. 강준만 교수도 앞에서는 변명을 길게 했더라고요. 싸가지 없다는 게 나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든 설명하고 들어가려고요. 마음속으로 강준만 교수도 이럴 때가 있구나 싶었어요.] 그만큼 조심스러웠던 거죠. 잘못하면 길바닥 싸움을 하게 되니까요. [사실 진보는 싸가지만 없는 게 아니라 게으르고 실력도 없거든요.]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한국의 자본주의 이야기만 고집스럽게 했습니다. 일단 한국의 자본주의가 고쳐야 할 만큼 망가졌느냐부터 따져보아야겠죠. 사실 자본주의가 고장났고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잖아요. 토마 피케티의 『20세기 자본』이 나왔고,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폴 크루그먼 같은 교수들도 한결같이 그 이야기를 하고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은 없다는 말이 고쳐 쓸 필요도 없다는 말로 오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안이 없는 거지 완벽한 것은 아닌데……. [『한국 자본주의』에서 제가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도 그것입니다.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자본주의적 성장의 목적이 뭐냐는 거죠. 잘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잘살게 되느냐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국민의 절대다수인 중산층이나 서민의 삶이 나아지느냐가 중요하죠. 결국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데 경제성장은 왜 하냐는 질문이 강하게 제기되어야 하거든요.]

문제 제기는 되었던 게 아닐까요? 몇 년 동안 분배 정책과 복지 정책이 정치권의 주요 화두였잖아요. 그래서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왔고요. 실행이 안 돼서 그렇죠. [아니죠. 최근에 재분배 이슈가 강하게 제기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분배라는 것은 다시 분배한다는 뜻이잖아요. 분배가 일정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소외 계층에는 국가가 세금을 거둬서 복지 정책으로 재분배를 해준다는 개념입니다. 한국 자본주의는 복지와 재분배의 전 단계인 분배부터가 안 돼 있어요.] 재분배가 문제가 아니고 분배가 문제다? [세금 거둬서 복지하고 재분배하는 것은 2차적 이슈예요. 1차적으로는 국가가 경제 발전을 하면, 다시 말해 기업이 생산해내는 부가가치들이 국민들에게 1차적으로 분배가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다음에 1차적 분배에서 소외된 계층에 복지나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잖아요. 정작 한국 자본주의는 1차적 분배의 문제를 한사코 외면해요.]

2차적 재분배의 주체는 정부일 수 있겠죠. 1차적 분배의 주체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분배에서 빠지고 곧바로 책임을 정부에 떠넘겨버린 형국이군요. [국가의 경제주체라는 게 셋밖에 없잖아요.] 가계, 기업, 정부. [국가의 총부가가치는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든지, 기업이 사내 유보금으로 갖고 있든지, 개인이 갖고 있든지, 셋 중 하나의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자본주의는 기업에 몰려 있죠. 개인의 소득은 계속 줄어들고……. 그렇다면 기업이 분배를 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고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그게 정치이고 정책입니다. 우리는 기업이 분배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기업을 망하게 한다거나 경제를 망치는 것처럼 여기죠. 국민들이 그렇게 믿게 만들어서 불안감을 조성하거든요. 그런 담론이 기득권이나 기업이나 언론이나 심지어 진보 쪽에서도 생산되죠.] 진보 쪽에서도요? [삼성을 보호해주는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잖아요. 황당하죠. 1차적으로 분배를 엉망으로 해놓고 세금 걷어서 복지하자? 세금 걷어서 재분배하자는 이야기를 진보 쪽에서 먼저 더 큰 담론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진보가 대기업을 분배의 의무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 꼴이네요. 순서가 잘못된 거네요. 사실 교수님께서는 먼저 순서를 맞추셨잖아요. 1990년대 후반부터 벌인 소액주주운동이 그거였죠. 기업이 임금을 올리고 배당하도록 압박했습니다. 그런데 왜 일부 진보는 소액주주운동을 주주자본주의의 앞잡이 짓인 것처럼 색칠을 해버리고 싶어 할까요? [그게 진보의 실력 부족이죠. 제가 지금까지 이런 비판이나 비난에 대해서 응답을 한 적이 없어요. 텔레비전 출연을 해본 적도 없고,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글을 쓴 적도 없어요. 책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이제까지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아주 정교하게 정리했어요.]

토마 피케티가 이야기한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불평등 구조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끌고 올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토마 피케티의 가장 큰 기여는 잘사는 나라에서조차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실증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논쟁은 우리의 불평등은 어떠하냐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죠. 정작 그런 이야기들은 온데간데없어요. 한국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없는 책에만 열광하면서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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