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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어?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 사과나무



맛없어?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사과나무 / 2015년 4월 / 240쪽 / 13,000원





1장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



수르스트뢰밍

세계 최고의 악취 음식은 스웨덴의 생선 통조림인 ‘수르스트뢰밍’이다 너무나도 강렬한 악취 때문에 다가가려는 사람조차 없어 ‘지옥의 통조림’이라고도 불린다. 그 통조림 냄새가 얼마나 강한지 냄새의 강도를 측정하는 ‘앨러배스터’라는 정밀기계로 수치를 확인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숫자가 클수록 냄새가 강한 것인데, 낫토 352, (참고로 내가 신고 있던 구두 안의 냄새는 187), 굽기 전의 마른 고등어 447, 붕어로 담근 식해(食?) 486, 금방 구운 마른 고등어 1267, 키비악(바다제비를 내장을 빼낸 바다표범의 뱃속에서 발효시킨 것) 1370, 에피큐어 치즈(뉴질랜드산 통조림 치즈) 1870, 한국의 홍어회가 6230 정도이다. 그런데 이에 비해 수르스트뢰밍은 놀랍게도 8070이었다. 이러니 수르스트뢰밍이야말로 최강의 악취인 것이다.

이 발효 통조림의 원료는 청어이다. 청어에 약간의 소금을 첨가해 커다란 용기 속에서 발효시킨다(1차 발효). 발효군은 주로 유산균인데 그 발효물질이 그토록 지옥의 냄새를 풍기게 되는 이유는 통조림 속에서 발효되기 때문이다. 용기에서 1차 발효를 하고 그 발효가 한참 활발하게 진행될 때 이번에는 커다란(보통의 생선 통조림보다 3배 정도 크다) 깡통에 넣어 밀봉해버린다. 일반적인 통조림은 그 후에 가열살균해서 통 안의 미생물을 사멸시키기 때문에 오래 보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르스트뢰밍은 가열살균하지 않고 그대로 깡통 안에서 2차 발효를 계속한다. 그렇게 하면 통조림 안의 발효미생물이 다시 격렬하게 발효하는데 그때 발생한 탄산가스의 가스 압력 때문에 깡통은 빵빵하게 팽창하여 참으로 기묘한 둥근 모습을 띠게 된다. 그것이 완성품.

그런데 이 통조림은 수입이 허가되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식품위생법상 통조림은 일단 가열살균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르스트뢰밍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위생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 두 번째 이유는 터질 듯 팽창한 통조림은 일촉즉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 만약 그것이 폭발이라도 하면 지독한 악취가 주위에 가득하고 또 발효물질이 주변 사람들의 옷에 묻어 강렬한 냄새를 남기는 등 매우 곤란한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발효미생물은 통조림처럼 밀폐된 환경에서는 과잉발효를 일으켜 강렬한 냄새를 일으키는 성분을 만들기 때문에 수르스트뢰밍의 과격한 악취가 생겨나는 것이다. 한편 이 통조림을 따는 순간 탄산가스와 함께 강렬한 냄새가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끈적끈적한 생선의 발효물로 튀어나와 처참한 상황이 연출된다. 본고장인 스웨덴에서는 이 ‘지옥의 통조림’을 딸 때는 세심한 주위를 기울인다. 그래서 통조림을 따는 올바른 방법이 뚜껑에 표기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다음 같은 네 가지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1) 캔 뚜껑을 따기 전에 통조림을 냉동실에서 식혀 가스 압력을 낮춰 주세요.

(2) 뚜껑을 따는 사람은 버려도 되는 옷(예를 들어 안 쓰는 우비 등)을 몸에 걸쳐주세요.(3) 가능하면 집 안에서는 따지 말고 집 밖에서 개봉하세요.

(4) 바람 부는 방향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개봉하세요.



그럼 수르스트뢰밍의 냄새와 맛은 어떨까? 그 냄새는 은행알을 밟아 짓뭉갰을 때의 냄새에다 말린 고등어 즙을 뿌리고 똥냄새를 더한다. 또한 강렬한 생선 젓갈에 탄산수를 섞은 것 같은, 참으로 괴상한 맛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것을 빵에 발라먹는다. 나의 첫 시식 소감은 솔직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약간 맛없는 종류의 통조림이었다. 이 ‘약간 맛없는 종류’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처럼 산전수전 다 겪어서 코와 혀가 단련된 사람조차 맛없는 음식의 범주에 넣을 정도의 음식이라면, 평범한 사람이 이 냄새를 맡고 입에 넣는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할지도 모른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매년 8월 1일경에 이 수르스트뢰밍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운 좋게도 그 무렵에 스톡홀름을 여행할 분들은 꼭 축제를 가서 코를 단련해보시길.



2장 여행자를 위한 식사



고양이조차 외면하는 연어

나 같은 ‘희대의 식신’쯤 되면 여행 중에 멋진 경치를 보면서도 오늘 저녁 메뉴를 궁리하는 등 마음은 대부분 먹을 것에 가 있곤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블링이 들어간 소고기의 스키야키(전골)가 먹고 싶어졌다. 산중턱에 드문드문 남아 있는 잔설이 고기의 마블링으로 보인 것이다. 또 한번은 미국 켄터키 주의 아름답기로 유명한 목장에 갔을 때의 일. 초원 위를 뛰놀고 있는 말들의 엉덩이를 보고 사쿠라나베(말고기 냄비요리)를 먹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어느 가을, 후쿠시마 현 기타카타 시에서 야마가타 현 요네자와 시로 자동차를 달리던 도중 높은 곳에 차를 세우고 쉴 때였다. 무수하게 많은 밀잠자리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오징어젓갈을 안주 삼아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여행에서의 삼시 세끼 식사는 즐거움과 설렘 그 자체이다.

그런데 국내 호텔에서 묵으면, 언제부턴가 바이킹 방식인가 뭔가 하는 조식 뷔페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숙박객을 식당에 모아놓고 여러 가지 요리를 준비해놓으면, 손님은 각자 좋아하는 요리를 골라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일식 코너와 양식 코너로 나뉘어 있는데 일식 쪽에는 밥, 미소시루(된장국), 낫또, 조림류, 구운 생선, 달걀프라이, 냉두부, 명란젓, 시라스오로시(마른 멸치, 새끼 은어에 양념을 한 것), 절임류, 날달걀, 김 등이 놓여 있다. 양식 쪽에는 빵, 잼, 버터, 비엔나소시지, 햄, 베이컨, 달걀프라이, 샐러드, 에그 스크램블, 우유, 커피, 홍차 등이 촘촘하게 놓여 있다.

호텔 입장에서 보면 이 방법은 조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또 손님들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양만큼 먹을 수 있으니 기쁜 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 어쩌면 타당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단, 호텔 측이 비용을 절약하려고 싼 재료로 적당히 음식을 마련하고 그 결과 음식 맛이 떨어지면 손님은 별로 먹고 싶지 않을 테니 재로도 절약될 것이다. 얼핏 보면 호텔 측이 이익을 얻은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런 맛없는 요리를 내놓는 호텔에는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 테고 결국은 호텔이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많은 호텔들이 조식뷔페에 공통적으로 내는 일식 중 하나가 구운 생선인데, 뷔페뿐만 아니라 손님방으로 룸서비스하는 아침 식단에도 반드시 오르는 음식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구운 생선이 소금에 절인 맛없는 자반처럼 형편없어졌다고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호텔이나 여관에서 조식에 반찬으로 나오는 생선은 대부분이 연어인데 너무나도 맛이 없어서 나는 늘 화를 낸다. 무릇 생선 구이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으며, 특히 뷔페식에서는 맛없음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안쪽 살에서부터 껍질 부분에 걸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연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에 감탄해서 접시에 두 조각을 담아 내 자리로 돌아와 먹었는데, 이건 너무 맛이 없었다. 좋은 식재료인 그 연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조리법 때문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구운 흔적이나 탄 부분이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서 구운 것이 아니라 찐 연어인데 젓가락으로 뜯어 입에 넣으면 버석버석해서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금에 절인 연어는 구울 때 수분이 적당히 날아가 살이 탄탄해져서 맛이 더욱 좋아지고, 표면에 구운 자국이 남아서 고소함이 더해지기 때문에 풍미가 한층 좋아진다. 이것을 반찬 삼아 갓 지은 밥과 함께 먹으면 연어 구이의 풍미가 밥의 향과 품위 있는 감칠맛으로 어우러져 한층 더 강한 식욕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연어를 굽지 않고 찌면 고소한 맛인 기름기가 빠지고 고기에는 수분이 들어가 버려 연어 특유의 맛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구운 꽁치와 찐 꽁치를 생각해봐도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데 요즘의 호텔이나 여관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쪄서 내는 것이 대부분인데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으로는 절대 잘못된 요리법이다.

그런데도 왜 찌는가 하면, 이것도 호텔이나 여관의 본말 전도라고 해야 할지, 이기주의라고 해야 할지, 일방적인 이유에서인 듯하다. 왜냐하면 몇백 명이나 되는 손님에게 낼 연어자반을 일일이 구우면 손이 너무 가기 때문이다. 수백 토막을 한꺼번에 조리하는 데는 커다란 찜기로 찌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또한 구우면 연기가 나고 기름도 튀어 뒷정리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손님은 왕이다. 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상도는 성립되지 않는다. ‘편안함 끝에 낙이 온다’는 격언은 어디에도 없으며, 역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맞는 법.

이번에는 연어 자반을 굽느냐 찌느냐 하는 요리법 이전의 문제인데, 연어 자체가 아주 맛이 없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인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학생들을 데리고 연수여행을 하던 중의 일. 점심 식사는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먹기로 되어 있어 총무 학생이 주문해 가지고 온 마쿠노우치 도시락(깨를 뿌린 밥과 몇 가지 반찬으로 이루어진 도시락)을 전원에게 나누어주고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하나를 받아 뚜껑을 열어보니 밥 외에 반찬으로 연어, 닭튀김, 어묵튀김, 햄버그스테이크, 햄튀김이 들어 있었다.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도시락이었다.

약간 실망하기는 했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연어였다. 됐어, 나는 이것만으로 밥을 먹겠어, 라고 결정한 뒤 그 연어를 가만히 살펴보니 이것 역시 찐 것이었다. 뒤집어서 요리조리 살펴봐도 구운 자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한 마음으로 그 찐 연어를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두어 번 씹다가 더욱 깊은 공허함만 맛보게 되었다. 그 연어에는 아무런 맛도 없었다. 푸석푸석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씹어도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 연어는 ‘고양이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연어’였던 것이다. 고양이조차 먹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그 맛없는 연어였던 것. 산란이나 정자 뿌리기를 마쳐 정력을 전부 써버린, 무늬만 연어라고 할 수 있는 녀석. 시장에서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아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연어다. 그것을 잡아왔다기보다는 ‘주워 와서’ 손질을 한 뒤, 거기에 화학조미료와 소금 등으로 일단 조미를 해서 찐 것이리라. 그런 꼼수에 넘어갈 미각인 비행물체가 아니다. 참으로 형편없는 연어였다. 이보시오, 도시락 만드는 양반들. 당신도 도시락 만들기의 프로라면 프로다운 일을 하쇼.

삼시세끼 밥

밥은 일본인의 주식이다. 젖을 떼면서부터 먹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먹는다. 삼시세끼, 매일같이 밥을 먹다 보면 혀와 미각이 어렸을 때부터 거기에 민감해져서 맛있는지 맛없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햅쌀은 왜 맛있는 걸까? 묵은 쌀은 왜 맛이 없는 걸까? 두 가지의 맛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햅쌀은 묵은쌀보다 공기에 노출된 시간이 짧아서 그동안에 일어나는 산화현상이 적어서 신선한 쌀의 향미(香味)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갓 지은 햅쌀밥에서 피어오르는, 그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냄새, 그리고 은색으로도 표현되는 눈부실 정도의 흰빛, 거기에 한층 더 맛을 더해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광택, 한 알 한 알이 내뿜는 아름다운 자태. 햅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한편 묵은 쌀은 해가 지날수록 맛이 떨어지는데 저장 중에 점점 산화되어 노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이 냄새인데 오래되면 ‘묵은쌀 냄새’라는 것이 나기 시작해서 그것으로 밥을 지으면 약간 불쾌한 느낌을 준다. 그 본래의 성분은 과학적으로도 이미 해명되었는데, 겨된장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황화디메틸이라는 복잡한 황화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외에 카보닐 화합물도 있다. 냄새뿐만 아니라 쌀알 조직 전체, 특히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 등과 같은 탄수화물도 노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밥을 지었을 때 수분 함량에 영향을 주어 떡처럼 되어 버린다. 햅쌀은 수분을 약간 적게 해서 밥을 짓는 것이 중요한데 이 역시 쌀의 저장 기간과 관계가 있다.

밥 역시 지금까지 맛없는 것을 여러 차례 맛보았다. 외국에 나갔을 때 먹는 쌀은 주로 인디카 쌀이라고 해서 길쭉하고 퍼석퍼석한 것인데, 이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일본 국내에서 먹었던 자포니카 쌀로 지은 밥에 대해서만 얘기해보겠다. 10년쯤 전까지만 해도 훗카이도의 쌀은 맛을 보면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 맛이 없었다. 한랭지라는 기후 탁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품종이 개량되고 기후에 맞는 방법으로 재배하기에 맛이 상당히 좋아졌다. 또한 교통과 유통과정이 정비되어 혼슈의 쌀이 활발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훗카이도의 관광지 등에서 먹는 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훗카이도와 기후가 정반대되는 오키나와에서 먹는 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십몇 년 전만 해도 오키나와의 호텔에서 먹는 밥은 대부분 맛이 없어서 맛있는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나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맛없는 밥은 아직도 곳곳에 존재한다. 얼마 전, 학생들을 데리고 한 유스호스텔에 묵은 적이 있었다. 밥그릇에 담긴 밥을 보니 흰색은커녕 약간 거뭇해서 더욱 자세히 보니 살짝 갈색도 띠고 있었다. 상당히 묵은 쌀이라는 사실은 그 순간에도 알 수 있었는데 그 밥그릇을 코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아 보니 더 확실해졌다. 놀랍게도 쌀겨 냄새가 심하게 났다. 도정(쌀을 정미기로 찧어 표면의 겨를 깎는 작업)이 좋지 않은 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인들이 매일 먹는 쌀은 현미를 도정해서 대략 1할의 쌀겨를 깎아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1톤의 현미를 100킬로그램의 속겨를 깎아내고 나머지 900킬로그램의 백미를 먹는 것이다. 현미의 겉을 덮고 있는 것을 ‘미강’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이 풍부해서 영양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도 많고, 겨를 깎아내지 않은 현미로 밥을 지어 먹으면 꺼끌꺼끌해서 아주 맛없게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도정을 하는 것인데 그 유스호스텔의 쌀은 아마도 5분도(5%의 겨를 깎은 쌀)쯤 되는 것이었으리라. 색이 약간 갈색을 띠고 있었던 것도, 그리고 거뭇했던 것도, 또 쌀겨 냄새가 코에 전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먹어보니 당연히 꺼끌꺼끌한 느낌이 들었으며 딱딱했고 설익은 듯한 감촉이 혀에 남아, 참으로 맛없는 밥이었다.

이처럼 쌀이 오래되었거나 도정 상태가 충분하지 않아 맛없는 밥을 수도 없이 체험해왔는데, 그 외에 물을 잘못 맞춰 맛없는 밥이 된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밥을 입에 넣은 순간 질퍽해서 죽 일보직전처럼 된 것이 그렇다. 밥을 공기에 담는 주걱에는 그 질펀한 밥풀이 으깨져 풀처럼 들러붙어 있을 정도다. 이와는 반대로 물이 부족해서 설익은 듯한 밥도 여러 번 먹어보았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햅쌀에는 햅쌀에 맞는, 묵은쌀에는 묵은쌀에 맞는 물의 양이 있으니 밥하는 사람은 그 쌀의 상태를 잘 파악해서 밥을 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이런 맛없는 밥을 먹어본 적도 있다. 어느 정도 큰 여관에서 묵었을 때의 일이다. “저희는 커다란 가마솥으로 밥을 짓습니다”라고 말하기에 ‘이거 잘됐다. 오래간만에 가마솥 밥을 먹게 되었구나’ 하고 한껏 기대를 하며 기다렸다. 마침내 밥통에 담아 가지고 온 밥을 밥공기에 덜어 설레는 마음으로 한입 넣는 순간 탄내가 코를 찔렀다. 솥의 바닥에서 밥이 상당히 탔을 때 나는 냄새였다. 바닥에서 탄 냄새는 위쪽의 밥에도 그대로 흡수되기 때문에 설령 위쪽은 타지 않았다 할지라도 냄새는 밥 전체에 강력하게 배게 되는 법이다. 흔히 말하는 ‘누룽지’와 ‘탄 밥’은 전혀 다른 것으로, 구수한 누룽지는 솥 바닥에서 갈색 정도로 눌은 부분이고, 당시 여관의 밥은 검게 탄 숯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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