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문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생각의 문법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 376쪽 / 15,000원
착각과 모방
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은 무서운 말인가? - 착각적 상관의 오류
우리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즐겨 하고 이 말을 거의 진리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은 알고 보면 참 무서운 말이다. 하나를 보아 열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속담은 주로 누군가의 행실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사용하는데, 열 중에 아홉은 같다 치더라도 예외적인 하나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하나마저 90퍼센트의 확률에 의해 도매금으로 비판ㆍ비난받아 마땅한가? 그래서 우리는 “열 명의 죄인을 사법 처리 못 할지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이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언도 무시해야 하는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독특성을 하나의 일반적인 범주로 간주하는 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주로 남자로 구성된 집단에 소수의 여자가 있을 경우를 상정해보자. 대다수가 남자이기 때문에 소수인 여자는 잘 구별되는 독특성을 갖게 된다. 이때 이 소수 여자의 독특성과 일반적인 여성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여겨 여자는 어떻다는 식의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착각적 상관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도 바로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실제로는 두 범주 또는 사건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관련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착각적 상관’ 또는 ‘연관성 착각’이라고 한다.
실제 생활에서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경우를 보자. 예컨대, “날씨가 좋으면 거래자의 기분이 좋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라는 가설을 세웠을 경우 사람들은 이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을 찾는다. 그리고 맑은 날과 주가 사이의 잘못된 상관관계를 확고히 한다. 가설을 만들고 그에 맞는 정보만 찾음으로써 통계적으로 보면 존재하지 않지만 추측으로 존재하는 두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현상이나 상관관계에 대한 다른 경우를 생각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을 ‘허위 진단성 편향’이라고도 한다.
‘착각적 상관의 오류’는 남녀관계에서도 발생한다. 『헤어짐의 심리학』을 쓴 아즈마 야스시는 최악의 이별 유형으로 ‘이별 상태를 계속 사랑 상태라고 착각하면서 사는 유형’을 꼽았다. 이미 헤어졌는데도 “우리가 헤어졌을 리가 없어. 내가 그 사람을 못 잊듯 그 사람도 날 잊지 못하고 있을 거야. 언젠간 내 진심을 알고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이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옛 연인을 계속 착각적 상관의 관계에 놓는다는 것이다. 그런 오류가 악화되면 양쪽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이미 이별을 한 사이인데도 어느 한쪽이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상상의 세계에서 그 관계를 지속시키면 배신감이 증폭되어 보복 범죄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것도 오류를 낳는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와 전혀 다른 말인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A와 B가 있을 때, 둘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의 원인이 아님에도 상관관계를 갖는 일은 아주 흔하다. 널리 잘 알려진 예로는 다양한 사회집단에서 우유의 소비량(A)과 암 발병 건수(B) 사이에 느슨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상관관계는 사회집단의 상대적인 부의 차이(제3의 요소)가 우유 소비량의 증가(A의 변화)와 수명 연장에 의한 암 발생 건수의 증가(B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괴짜경제학』을 쓴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2가지 요인이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것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관관계는 단순히 두 요인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관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X가 Y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Y가 X를 야기할 수도 있고, X 및 Y가 전혀 다른 요인 Z에 의해 야기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관계에 대한 판단은 늘 착각과 오해에 노출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인지적 구두쇠’ 성향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하지만, 자신도 그 열 속에 포함된 예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일에는 아홉을 본다 해도 열을 모르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동조와 편승
왜 비싼 명품일수록 로고는 더 작아질까? - 속물 효과
1920년대의 미국은 물질적으론 풍요로웠지만, 정신은 빈곤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독설형 저널리스트인 헨리 루이 멩켄은 자기만족에 빠진 미국의 청교도적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겨냥해 “컨트리클럽에 우글거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야만인들, 저 영국 귀족을 흉내 내는 골판지 상자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인기 칼럼니스트 조지프 엡스타인은 『미국판 속물근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월감이란 BMW 740i에 앉아 자신이 가난한 속물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빨간 신호등 앞에 멈췄을 때, 내 차 옆에 선 촌티 나는 캐딜락에 누가 앉아 있는지를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다. 또한 내 딸이 하버드에서 미술사를 전공할 때, 방금 인사받은 여자의 아들이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한다는 이야기를 기껍게 들으며 느끼는 조용한 기쁨이다.”
영국의 보건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평등해야 건강하다: 불평등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속물근성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거나 높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전 세대만 해도 계급은 돈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구분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는 여타의 문화적 측면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서열 체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방법들을 고안해왔다.”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방법들 중의 하나는 “난 남들과 달라”라는 태도로 다른 사람들이 사는 제품은 절대로 사지 않으려는 심리, 즉 “자기만이 소유하는 물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 행태”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 즉 희소성이 있는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더욱 만족하고 그 상품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이거나 외면하는 행위인데, 이를 가리켜 ‘속물 효과’라고 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속담이 그런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해서 ‘백로 효과’라고도 한다. 한정판이라는 뜻의 ‘리미티드 에디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류층과 상류층은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중류층이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삶의 문법에 따라 상류층을 쫓아가면 상류층은 기분 나쁘다며 다른 곳으로 숨는다. 예컨대, 20세기 초에는 화장품의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상류층 여성들만 사용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말쯤에는 화장품의 값이 저렴해지자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까지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면 상류층이 아니라 노동계층이라는 표시가 되었다. 이에 상류층 여성들은 더욱 세련되고 비싼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중하층 여성들과의 차별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오늘날 유행의 사이클이 빨라진 것도 그런 숨바꼭질 놀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류층은 중류층이 쫓아오면 숨어버리고, 중류층은 상류층이 숨은 곳을 찾아내고, 그러면 얼마 후 상류층이 또다시 숨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사회가 물질로 자신을 내세우는 걸 매우 어렵게 만든 점도 이 현상에 일조한다. ‘물질의 평등’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명품’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C 자를 맞대어 놓은 샤넬의 도안, 구치의 G 자 도안, 루이뷔통의 머리글자 도안 같은 등록상표들은 높은 가격을 뜻하는 신분 상징물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그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의미가 퇴색하게 되자 디자이너들은 가격을 올리고 로고를 작게 만들기 시작했다. 값이 비쌀수록 명품의 로고는 더 작아진다. 명품을 찾는 중류층이 많아진 탓에 생긴 차별화 욕구로 빚어진 결과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면 왜 비싼 돈을 주나? 그러나 안심하시라. 자기들끼리 그리고 그 근처에 가까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겨난 게 바로 노노스족이다. 노노스족은 ‘No Logo, No Design’을 추구하는, 즉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명품을 즐기는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2004년 프랑스 패션회사 넬리로디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명품의 대중화’에 대한 상류층의 반발이 노노스족을 낳게 했다. 루이뷔통이 ‘LV’라는 널리 알려진 로고를 2005년 추동 제품부터 거의 쓰지 않기로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편승 효과를 따르면서도 속물 효과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런 물적 기반 없이 속물 효과를 실천할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처음엔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그 어떤 흐름에 편승을 하다가도 자신의 경제적 위치가 상승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구별 짓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속물근성에 투철해지기 마련이다. 이건 바뀌기 어려운 인간의 속성인바, 우리 인간이 원래 그렇다고 체념의 지혜를 발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측과 후회
왜 창피한 행동을 떠올리면 손을 씻고 싶어지는가? - 점화 효과
엄마가 집에 도착하면 엄마와의 포옹을 예상하는 아이는 그런 기대에 차서 엄마를 보기도 전에 이미 팔을 움직이기까지 한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점화(priming)’라고 한다. 점화는 뇌가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준비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점화는 기억에 저장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priming’의 사전적 의미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도 펌프에 넣는 마중물이라는 뜻인데, 이를 우리의 뇌와 기억에 은유적으로 적용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런 실험을 해보자. 사람들에게 table이라는 단어를 먼저 보여주고 난 다음 tab를 보여주고 그다음을 채우게 하면 table이라고 대답할 확률이 미리 제시하지 않은 경우보다 높아진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점화 효과’라고 한다. 점화 효과는 어떤 판단이나 이해에 도움을 주는 촉진 효과와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영대학원 교수 천보중과 케이티 릴리언퀴스트는 ‘w__h’, ‘sh__er’, ‘s__p’라는 모호한 단어 조각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최근 겪었던 창피한 행동을 떠올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이 조각 단어들을 wash(씻다)와 shower(샤워)와 soap(비누)으로 완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wish(바라다)와 shaker(셰이커)와 soup(수프)로 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06년 9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죄를 씻기: 위협받은 도덕성과 물리적 세척」이라는 논문에서 이런 점화 효과에 ‘맥베스 부인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영혼이 더럽혀졌다는 느낌은 몸을 씻고 싶다는 욕구를 유발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맥베스 부인 효과’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이 남편과 공모해 국왕을 살해한 뒤 손을 씻으며 “사라져라. 저주받은 핏자국이여”라고 중얼거린 데서 유래된 작명이다. 그녀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지만 손을 씻으면 죄의식도 씻겨 내려간다고 여겼으리라. ‘맥베스 부인 효과’는 마음이 윤리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할 때 몸의 도움을 받는 증거, 즉 “몸으로 생각한다”는 ‘신체화된 인지’의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심리학자 캐슬린 보는 점화 현상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결과, 사람들에게 돈에 관한 글을 읽게 하거나 자리에 앉아 여러 종류의 통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보게 하는 등 돈과 관련된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그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닐 매크래 등의 실험에서는 F1 자동차 경주의 세계 챔피언인 마이클 슈마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린 실험 참여자들의 말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화 효과를 이용한 창의성 자극 실험도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옌스 푀르스터는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자유와 일탈의 상징인 펑크족을 떠올리게 하고 한쪽에는 보수적이고 논리적인 엔지니어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이후 두 집단을 대상으로 창의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펑크족 이미지를 떠올렸던 사람들이 엔지니어를 떠올렸던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창의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화 효과는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 생각들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극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점화를 받은 사람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하거니와 이에 대해 물어보아도 완강히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치가 이렇다면 점화 효과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독일 심리학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는 점화 효과를 이용해 평소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근하기 전 ‘편안하다, 유쾌하다, 재미있다, 예의바르다……’ 등의 단어들을 되뇌인 다음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그를 대할 때의 태도가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뀐 자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썩 와 닿진 않지만, 실패한다 해도 손해 볼 일은 없으니 일단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의 무궁무진한 잠재 기억에서 점화되어 좋은 것들만 골라내 우리의 삶을 유쾌하고 풍요롭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망설이랴. 태교를 하는 임산부의 심정처럼 가급적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사는 것을 일상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가면과 정체성
왜 연료 부족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계속 달리는가? - 번아웃 신드롬
번아웃(burnout)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극도의 피로, (로켓의) 연료 소진”이란 뜻인데, 심리학적 유행어가 되면서 이른바 ‘번아웃 신드롬’이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번아웃 신드롬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 빠져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탈진 증후군’,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심리학적 개념으로서 ‘번아웃’은 1974년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만든 말인데, 그레이엄 그린의 1960년 소설인 『번아웃 케이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번아웃은 독일에서 국민 질병이 되었을 정도로 독일적 현상이며,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 연구도 독일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일본에서도 번아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본 심리학자 사이토 이사무는 이렇게 말했다. “눈앞에 높은 목표가 있어 그것을 정복하기 위해 끝없이 전진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어 계속 달리기만 하면 몸도 마음도 전부 연소되고 만다.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장시간 잔업을 하거나 휴일에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을 해 ‘완전연소 증후군’에 빠져버린 사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 때론 자신을 너무 옭아매지 말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여유를 갖는 것이 인생을 편하게 보내는 비결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에서 ‘번아웃 증후군’ 환자가 모든 직업군에서 크게 늘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자신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마치 계기판에 연료 부족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져 있는데도 계속 달리다가 멈춰 선 자동차와 같다.” 회사에선 A급 인재들이 번아웃 신드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상사는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우수 인재는 마다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합쳐지니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고, 집에선 부인과 자녀의 불만이 늘어나 결국 체력적ㆍ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혀 나동그라진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진국은 번아웃 신드롬을 예방하기 위해 ‘슈퍼맨(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불꽃같은 삶’을 우상시하는 경향이 있다. 불꽃이 화려할수록 그림자도 짙다. 사그라지고 나면 재만 남는다. 우리는 영웅이 아니다. 하루하루의 구체적인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실존적인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