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최원호 지음 | 태인문화사
인사이드 아웃
최원호 지음
태인문화사 / 2015년 1월 / 264쪽 / 13,000원
PART 1 아프다 아프지 않다
오늘도 ‘그냥’ 사는 날들 중 하루
청소년들에게 학교에 왜 가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이라고 답한다. 대학생들에게 학교에 왜 다니느냐,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사실 어른들도 이 질문에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평소에도 ‘그냥’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또 힘든 일을 겪은 후에는 그냥 사는 것이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어, 그 좌절감 때문에 ‘열심히’가 아닌 ‘그냥’ 살고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우리 주변에는 마음의 상처로 더 이상의 노력 없이 ‘그냥’ 사는 젊은이들이 분명히 많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료해 줄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재윤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특히 농구를 잘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실력과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같이 시작한 친구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열심히 했음에도 주전 멤버가 되지 못하는 ‘충격’도 겪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독기와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남다른 성취를 이뤄 낸 사람들의 책과 동영상 등을 찾아보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자신의 게으른 생활을 버렸다. 남모를 훈련 시간이 쌓이자 작은 성과들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실력의 변화는 6개월 후부터 나타났다. 그는 차츰 팀 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친구들의 부러움과 칭찬을 피드백으로 받게 되니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졌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윤이의 가슴에는 어느덧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신조가 생겼다. 이런 성공의 경험은 학교 공부로도 이어졌다. 학업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을 때의 기쁨을 맛보고 싶었다. 그는 내신보다 모의고사에서 항상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 방법을 바꾸어서 모의고사를 준비했다. 살면서 가장 뜨겁게 공부에 몰입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석 달 후 치른 모의고사에서 자신도 놀랄 만한 성적을 올렸다. 한 번 올라간 모의고사 성적은 계속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고, 11월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정작 수능에서 모의고사 점수보다 한참 더 낮은 점수를 받고 만 것이다. 그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점수와 등급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재수할 형편이 아니었던 그는 결국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좌절감은 더 커졌다. 세상에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에서 그랬다는 사실에 자신은 더없이 불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 친구가 자신보다 공부를 더 못했음에도 더 이름 있는 대학에 간 것을 보면 ‘내가 저 애보다 노력을 얼마나 더 했는데.’라는 분한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결국 운 좋은 놈이 다 가지는 기분이랄까요? 노력하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봐서 확신을 가졌는데, 속은 것 같았죠.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던 ‘노력’에게 배신을 당했고, 모든 것이 운에 따라 좌우되는 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그는 이제는 그 어떤 시도도 하기 싫어졌다. ‘노력해 봐야, 헛수고야. 운 좋은 놈이 이길 텐데 뭐.’라고 말하면서. 결국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늘도 별일 없이 사는’ 많은 대학생의 무리에 끼게 되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고등학교 때의 모습과는 딴판이 된 것이다.
절대적인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별을 품을 수 있다: 정말 세상은 ‘노력’보다 ‘운’이 결과를 좌우할까? 재윤이는 상처에 대한 부정적 반응으로 운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었다. 노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그것을 믿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 방관자가 되어서 상처 뒤로 숨어 있으면 안전하니까 말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자신의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적 통제자’라고 한다. 그 반대로 자신의 행동이 아닌 외부의 다른 어떤 것에 의해 통제되었다고 보는 것을 ‘외적 통제자’라 한다. 재윤이는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내적 통제자’가 아닌 ‘결과에 순응하기만 하는 방관자’로 살고 있는 것이다. 방관자가 되면 별일 없이 ‘그냥’ 살게 된다. 생각해 보면 편할 것도 같지만 생기가 줄어들고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잠시 우연한 행운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노력해서 결과를 얻어내는 것만큼 떳떳하지도 못하고 보람도 느끼기 어렵다.
사람은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매우 활기차다. 눈빛에서 반짝반짝 생기가 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은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것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 간다. 그것이 반복될 때, 어떤 일이 닥쳐도 ‘노력하면 잘될 수 있다’, ‘나는 잘되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노력을 통해서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다.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결과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겸허함도 성공 수업 중에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보다는 ‘노력하는 삶이 값지고 자신을 살아있게 하므로 노력하며 살겠다. 그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겠다.’는 대인배의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노력은 운을 이기지만, 운은 결코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 운을 탓하며 당장 눈엔 보이는 이익에 울고 웃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험 점수 몇 점 더 받았다고 춤추고 예상보다 나쁜 결과에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그렇게 ‘점수’로 쫀쫀하게 살고 싶은가? 용기와 배짱을 갖자. 노력의 보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인생을 설계해서 실현시킬 수 있다. 노력의 가치를 이미 안다면 더 없이 좋은 성공의 출발점에 있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시련이 닥쳐도 꺼지지 않는 빛나는 별 하나를 가슴에 새겨 두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PART 2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불안은 젊은 날의 영혼을 잠식한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브래드 피트와 행복하게 대저택에 살 때 한 기자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 삶의 모든 것이 다 불안합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때로는 걱정이 없는 것도 불안해요.” 당시 할리우드 최고 인기배우였고 잉꼬커플로 소문이 난 그녀도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랍 속담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인들에게 불안은 습관화되어 있다. 인간의 평생 중에 가장 불안한 시기를 꼽으라면 아마도 청춘일 것이다. 어른들의 불안감이 살아가는 공포에 기인한 것이라면, 청춘의 불안감은 자기 개념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세원이는 다니던 대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반수를 했는데, 학원비를 자기가 벌어 해결했다. 이것이 그에게는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그만큼 그는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하고 성실한 편이었다. 그러나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법 큰돈을 벌게 되자 그의 생활은 흐트러지고 말았다.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고, 카드 값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소비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부모님과 자주 다투게 되었고 그 강도는 점점 거세졌다. 그도 자신의 최근 모습이 낯설고 잘못된 것 같았지만 제어가 되지 않았다. 또한 복학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왔음에도 그 스스로는 이런 불안감과 공포감을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학교나 진로 같은 현실적인 문제 등을 이야기하면 신경이 곤두섰고 화가 났다. 그러다가도 아르바이트로 월급이 두둑해지면 그런 자신의 현실을 잊기 위해서 놀고먹고 즐기는 일에 월급을 탕진했다. 그런데 그가 생각하기에 진짜 문제는 부모님 같았다. 자신의 잘못이야 스스로 충분히 알고 반성하면 되지만, 계속해서 점점 더 강도를 높여 가며 퍼붓는 부모님의 잔소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당신들의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자기에게 똑바로 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심하게 잔소리를 들은 날이면 집에 가기가 더 싫었고 술을 더 마셨다. 제대도 했고 돈도 벌고 있으니 어른인데, 귀가 시간을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현실도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의 반항에는 부모님의 탓도 있었다. 최근 그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3년 전 퇴직한 아버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부모님에게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이중 생활자처럼 밖에서는 기분이 좋다가도, 집에만 오면 우울해졌다.
“부모님이 저를 아예 포기하길 바랐어요. 자신들의 삶은 엉망이면서 저를 무조건 구속하려 들고, 저에 대한 이해보다는 잘못을 지적하는 걸 참기가 힘들었죠. 부모님이 소리를 지를수록 저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하지만 더욱 견디기 힘든 건 그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제 모습이었어요.”
세 식구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아 갈 즈음 ‘사건’이 터졌다. 그가 독립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와중에 아버지에게 “도대체 아버지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요?”라는 말을 뱉어 버린 것이다. 퇴직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을 앓던 아버지는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며칠 간 식음을 전폐하고 술만 마셨다. 며칠 후 알코올 중독과 영양실조로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그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도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인격 파탄자가 된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입원하게 된 것이 결국 저 때문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괴로웠어요. 다른 집은 멀쩡한데 우리 집은 왜 이 모양일까요? 나 자신도 우리 집도 답이 없습니다…….”
불안과 친구가 되는 지혜: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모두 제각각이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가족들이 모두 불행에 빠져 있을 때가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살면서 몇 번은 그런 위기에 처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가정이란 문제가 없는 가정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며 사는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행히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처럼 가족 사이의 큰 불협화음은 오히려 행복한 가정으로 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록 가족 구성원들 모두의 반성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바로잡는 데까지 시간도 걸리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초점을 세원이의 심리적 문제에 맞춰 보자. ‘우리 집은 왜 이럴까?’, ‘우리 부모님은 왜 저럴까?’ 하며 우울해하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님 혹은 가족 자체의 문제로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존심, 자립심이 강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조금씩 삐딱해지며 부모님께 반항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가 고백했듯이 원인은 너무도 명확하다. 자신의 미래가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도 나를 잘 모르는 느낌에 계속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행동이 튀어나오고 생활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갔다. 게다가 부모님의 충고를 들을수록 더 엇나가거나,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의 이런 행동 속에 청춘 특유의 심리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젊은 날의 이유 없는 반항은 엉뚱한 자기주장을 통해서 안정을 가지려는 노력이다. 자칫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본인의 진심과 다르게 청개구리 심리가 발동되기도 한다. 자신조차 싫어하는 행동을 일부러 계속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본인도 분명히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자기주장을 하고 괜한 일에 오기를 부리는 일도 있다. 또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더 부풀려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극단적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그리고 젊을수록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기 힘들어한다. 이는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젊을 때는 그 감정의 정도가 훨씬 증폭된다. 자신도 앞날을 준비하며 살고 싶은데, 맨 정신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는 싫다. 이 때문에 부모님, 선생님, 친구, 주변의 인생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비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면들이 청춘의 심리적 특성이다. 하지만 이것이 삐딱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어른답게 행동해야 맞다. 자신은 철없는 아이처럼 행동하면서 어른처럼 대해 주지 않는다고 화낼 자격이 있는가? 만약 어떤 사람의 행동이 어른스럽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나이, 외모, 위치에 상관없이 성숙한 존재로 인정해 줄 것이다. 그리고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면 부모님에게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부모님을 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도 당연히 삶을 살면서 흔들리고 불안해한다. 그들의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공감과 소통이 가능하다.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는 성공한 할리우드 스타마저도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
저 자신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회피하지 말고 불안과 직면해야 한다. 불안에 끌려다니면서 생활을 망치지 말고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불안은 잘 활용한다면 치열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불안과 친구가 되어 함께 가야 하는 이유이다. 어느 카페 대문에 써 있는 다음 문구를 보면 불안에 겁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너의 불안은 태풍 속에 있지 않고 ‘태풍이 온다.’는 소식 속에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속에 있다. 막상 태풍이 불면 너는 네 살길을 잘도 도모한다.”
PART 3 젊은 날의 자존감
터널은 무조건 전속력으로 빠져나와라
몇 년 전에 정릉 터널 속에서 차량 화재가 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멀리서부터 이상 신호를 알고는 진입하다 말고 차를 내버려 둔 채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고,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도 비싼 차를 포기하지 못해서 차를 돌려 나오거나 앞으로 돌진해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 사고가 났을 때는 순간 판단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귀한 차라고 해도 차와 목숨을 맞바꿀 수는 없다. 자, 만일 당신이 캄캄한 터널 속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전속력으로 탈출하는 수밖에 없다.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야 한다.
소영이는 식당으로 크게 성공하신 부모님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무용에 소질을 보여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유명한 예고를 다녔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그녀의 삶은 누가 보아도 부러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핑크빛 날들만 펼쳐질 것만 같던 그녀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반전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음식점으로 돈을 벌자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서 빚을 많이 떠안게 된 아버지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그녀가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집과 식당이 경매로 넘어갔고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마저 충격을 받아 앓아누웠다.
고2 겨울방학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로 그녀는 무용학과 입학은커녕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했다. 하루아침에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가장이 된 그녀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편의점, 음식점 서빙, 백화점 점원, 텔레마케터 등등을 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이자에 엄마의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녀는 무용학과에 입학하지 못한 것보다, 아르바이트로 손발이 퉁퉁 붓는 것보다, 세상에 고립되는 것이 더 슬펐다. 누구보다 귀하게 자랐던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기도 싫었지만, 대학생이 된 친구들과는 일상도 고민도 처지도 통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