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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편지

송용구 지음 | 평단문화사
인문학 편지

송용구 지음

평단문화사 / 2014년 9월 / 304쪽 / 13,000원





제1장 철학과 사상 분야의 명저 이야기



겸손에서 시작되는 진리 탐구의 길 -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고백록》이 알려 주는 겸손의 미덕: 기독교의 교부(敎父) 시대를 열었던 아우구스티누스. 그는 로마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의 타가스테에서 태어났다. 그가 ‘성(聖)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칭호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주교로 생활하는 동안 《성경》의 가르침을 위배하지 않는 성직의 귀감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학, 문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인문학의 지식체계를 갖춘 대학자이기도 했다. 또한 인생의 깨달음과 폭넓은 지식을 탁월한 수사학적 언어로 서술한 문필의 대가이기도 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저술한 책들 중에서 세계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은 《고백록》이다. 기독교 세계에서는 《참회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쾌락을 탐닉했던 방탕의 세월을 절대자 ‘하느님’에게 마음속 깊이 뉘우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참회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만을 믿어 왔던 “교만”을 뉘우칠 때 더욱 진실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벌을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지혜로운 자처럼 행세하기 시작했으니, 나의 무지를 슬퍼하기는커녕 나의 지식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러하오니 겸손의 바탕 위에 세워질 사랑이 과연 내게 있었겠습니까.”

학문의 길은 새로운 사실이나 진리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다. 호기심 혹은 지적 탐구욕이 없다면 학문연구와 교육활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학문은 왜 해야 하는가?’라는 학문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려고 해도 그것은 헛된 “욕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우구스티누스는 깨달았다. 또한 ‘무엇을 위해 학문을 해야 하는가?’라는 학문의 목적을 스스로 묻고 답변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식을 소유할수록 호기심의 욕구가 충족되어 교만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학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못한 채 자신의 천부적 능력만을 지나치게 신뢰했던 젊은 날의 교만을 고백하고 있다. 그는 지식을 통해 얻은 수사학의 능력으로 “남을 이기는” 데서 쾌감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밀라노에서 수사학을 가르치던 시절에 학생들을 “신실한” 인재로 성장시키려는 교육자의 소명보다는 “말[言語]로 남을 이기는 재주를 파는” 지식의 상거래에 열정을 기울여 왔다고 참회한다. “학생들을 속이지는 않았으나 그들에게 속임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진리 탐구를 가로막는 장벽 - 교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진실한 고백은 자신의 학문과 교육 속에 학생들을 향한 ‘사랑’이 결여되어 있었음을 뉘우치고 있다. ‘사랑’이란 본래 “겸손의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하는데도 “무지를 슬퍼하기는커녕 지식을 뽐내는” 교만에 사로잡히다 보니 자신의 학문은 진리를 향한 길을 잃고 자신의 교육은 지식의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아우구스티누스처럼 학자라면 누구나 진리를 탐구하다가도 쌓여 가는 방대한 지식을 내세우며 교만에 빠지기 쉽다. 그가 고백한 것처럼 풍부한 지식에서 얻은 전통과 관습을 척도로 삼아 사건과 현상들을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이 교만에 빠진 학자들의 현주소다. 이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옛 모습과 같다.

“나는 교만한 미치광이들, 몹시도 육신적인 말쟁이들에게 빠지게 되었습니다. (중략) 저들의 마음은 진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들은 ‘진리, 진리’를 외쳤고 나에게 진리에 대한 말을 많이 하였으나 저들에게 진리가 있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니교”로부터 “진리”를 찾으려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아우구스티누스. 오늘날에도 수많은 학자가 새롭게 유행하는 철학과 헛된 속임수에 현혹되어 경박한 사상에 쉽게 빨려 들어가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는 진리 탐구의 과정에서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칭찬받을 욕심”의 “덫”을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그의 “교만”을 점점 더 자라나게 한 근본적 원인은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뽐내고 싶어 하는 자기과시의 욕심이었다. “칭찬을 받음으로 기쁨을 키우면서” 자기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어 하는 헛된 명예욕이었다. 이 명예욕과 자기과시의 욕심이 결합하면 교만은 비대해져서 진리 탐구의 길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는 것을 그는 경고하고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나에 대한) 말과, 사람들이 나의 행동에 대하여 알고 있는 바에 (내가 마음을 쓴다면, 나는 칭찬과 관련하여) 무섭기 그지없는 시험을 받게 됩니다. (실로) 칭찬받기 좋아하는 자는 자기 자신의 영광을 내세우기 위하여 이리저리 칭찬을 (거지처럼) 구걸하며 다닙니다.”

“내가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동시에 사랑의 대상까지 되기를 원함은 그로 인해 기쁨을 얻고자 함이나, 그것이 어찌 참된 기쁨이 되겠습니까? 그것은 가련한 삶이요, 추악한 교만으로 얼룩진 삶입니다.”



제2장 사회와 역사 분야의 명저 이야기



역사는 창조의 스승 -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1936년 웨일스 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10여 년간 ‘국제정치학’을 강의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39년부터 2년 동안 영국 정보부의 외교부장으로 일하면서 유럽의 난국을 극복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는 《런던 타임스》의 부주필로서 논설 활동에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1948년 ‘국제연합’의 ‘세계인권선언’ 기초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그의 학문적 역량과 정치적 실무 능력은 대외의 공인을 받았다. 1953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강의했고, 1955년 모교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로 돌아가서 역사학을 강의하는 등 인재를 길러 내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국제정치학’에 바탕을 둔 그의 역사학 연구와 왕성한 저술 활동은 학자의 역할과 문필가의 소명을 조화롭게 통합시킨 모델이다. 그는 국제 사회에서 작용하는 ‘힘’의 논리와 정치적 역학 관계를 배제하지 않는 현실인식을 보여 주었다. 이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점진적 진보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역사’임을 믿었다. 그러므로 카의 역사관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실용주의’와 ‘역사주의’의 통섭을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후대의 역사학자들이 그에게서 받은 영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통섭의 역사관이다.

카의 대표적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속으로 강의했던 내용들을 엮어서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은 그의 역사의식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기록된 수많은 문장 중에서 세계인의 기억 속에 선명히 새겨진 명언이 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카의 이 명언은 “인류의 역사란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는 아널드 토인비의 말과 함께 ‘역사’에 관한 가장 유명한 정의로 알려져 있다.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역사라니? 무슨 뜻일까? 카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다. 이 “상호작용”의 과정이란 어떤 것일까? 역사가는 역사를 서술할 때 역사적 가치를 갖는 과거의 사건과 사실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선택한다. 각 사건과 사실에 객관적으로 정당한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역사가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런데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역사가의 가치 기준에는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역사가는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현재 시대와 현재 사회의 가치관을 통해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그것의 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말은 “역사란 현재 사회와 과거 사회 간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뜻을 갖는다. 이와 같이 ‘역사’란 역사가의 개인적 주관에 의해서만 해석되고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살고 있는 현재 시대와 현재 사회의 가치관에 의해 해석되고 평가된다. 그런 ‘역사’만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카는 믿었다.

카는 서구 사회를 근대 사회로 바꿔 놓은 역사적 사건을 18세기 말의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보았다. 프랑스 대혁명은 서구의 정치 체제를 전제 군주제에서 공화주의 체제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생산기술의 혁신을 통해 가내공업 단계의 소규모 생산 시스템을 공장공업 단계의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서구 사회를 근대 사회로 발전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카의 견해는 타당성이 있다. 또한 그가 “20세기 최대의 사건”으로 꼽은 사건은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이었다. 이 혁명으로 인해 역사상 최초로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되어 소련 및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과 미국 및 서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20세기의 역사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위의 세 가지 사건을 바라보는 카의 시각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역사를 “끊임없이 움직이며 진보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카의 역사관은 대부분의 서구 역사학자들처럼 ‘계몽주의’ 진보사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카의 진보사관은 계몽사상가들의 진보사관을 계승하면서도 차별성을 갖고 있다. 계몽사상가들이 지향하는 역사 발전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완성’ 혹은 ‘유토피아’였다. 그들의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유토피아를 향해 직선적으로 발전하기만 할 뿐이고, 역사의 퇴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카는 계몽사상가들처럼 역사 발전의 최종 지점을 정해 두지는 않았다. 역사를 특정한 목표에 종속시키지도 않았다. 그는 역사의 발전과 진보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졌지만 시작과 끝을 정해 두지 않는 역사의 개방성을 더욱 신뢰했다. 계몽사상가들처럼 단선적, 직선적, 일방적으로 질주하는 역사의 진보를 믿은 것이 아니었다. 정체, 퇴보, 반복,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이전의 단계보다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해 가는 역사의 점진적 진보 과정을 믿었던 것이다.

“역사가는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자기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도 아니며, 다만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카의 역사관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고백이다. 역사가는 “과거”의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아니다.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에 집착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역사가는 자신의 가치 기준에 의해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존재다. 그러나 역사가는 “현재”의 시대와 “현재”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재”의 인간인 까닭에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는 데 자신의 주관적 가치 기준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주관적 가치 기준만으로 역사를 서술하면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객관성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역사가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평가하되, 스스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현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관을 통해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때 과거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 속에서 현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교훈을 찾아내고, 배워야 한다. 이 소중한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을 카는 생선의 조리 과정에 비유했다. “생선을 생선가게에서 살 수 있는 것처럼 역사가들은 문서나 비문(碑文) 속에서 사실을 얻을 수 있다. 역사가는 사실을 얻어 집에 가지고 가서 조리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식탁에 내놓는 것이다.”

카의 표현대로 과거의 “사실”을 “생선”에 비유해 보면, 이 “생선”을 현재 사회의 가치관에 의해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조리” 과정이 필요하다. “역사가”는 “사실”을 “조리”하는 요리사다. 그렇다면 해석과 평가라는 “조리” 과정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현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현재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열 수 있는 “교훈”이라는 훈제 “생선”이 아닐까? 이 훈제 생선을 현재 시대의 “식탁에 내놓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가 아닐까?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말은 이러한 “조리” 과정과 일치한다.

역사의 발전은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이루어진다: 에드워드 카와 함께 20세기 대표적 역사학자로 손꼽히는 아널드 토인비.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통시적 입장과 세계의 전 지역을 아우르는 공시적 입장을 통합해 저술한 역사학 분야의 기념비적 대작이다. 이 저서는 수많은 문화와 문명의 양상을 다양하게 고찰하면서도 서양 중심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세계 각 지역의 역사를 동등한 위치에서 균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토인비는 첫 번째 질문 “문명들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통해 문명 발생의 원인에 대한 연구주제를, 두 번째 질문 “문명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통해 문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주제를, 세 번째 질문 “문명 쇠퇴의 원인은 무엇인가?”를 통해 문명을 퇴보시키거나 멸망시키는 사회적 원인에 대한 연구주제를, 네 번째 질문인 “문명의 해체란 무엇인가?”를 통해 문명의 해체와 새로운 문명의 탄생이라는 연구주제를 제기했다. 한편 토인비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도전과 응전’이라는 역사 발전의 원리를 발견했다. ‘진리’ 탐구에 매진하려는 파우스트 박사의 의지를 꺾으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전’과 이에 대응하는 파우스트의 ‘응전’을 그려낸 《파우스트》의 <천상의 서곡> 편에서 역사 해석의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역사의 연구》에서 토인비는 “사회는 (중략) 그 지속 기간 중 계속하여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중략) 그 제기되는 문제 하나하나가 바로 그 사회가 견뎌 내야 할 시련이다”라고 말했다. 토인비의 역사관에 따르면, “사회”의 “문제”이자 “시련”은 곧 그 “사회”에 대한 “도전”과 같다. 그가 말하는 “도전”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정체시키거나 퇴보시키는 “도전”이다. 이는 문명 세계를 위협하는 대재앙과 자연재해, 독재 정치, 부패한 정치 등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응전”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도전”에 맞서 항거하고 의롭게 투쟁하는 것이 아닐까? 엄청난 시련을 몰고 오는 “도전”과 싸워 이기려는 “응전”의 정신이 역사를 발전케 한다고 토인비는 믿었다. 그가 생각하는 역사 발전의 원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었다.

아널드 토인비의 말처럼 현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부정적 “문제”들은 예나 지금이나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으려고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 “문제”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적극적 “응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에드워드 카가 말한 것처럼 과거의 사실로부터 “교훈”이라는 음식을 조리해 현재의 식탁에 앉아 있는 대중에게 정신의 양식을 먹여 주는 것보다 더 지혜로운 “응전”의 방법도 없지 않을까?



제3장 문학 분야의 명저 이야기 - 소설과 드라마



알의 껍질을 부수고 성숙의 하늘로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독립적 자의식이 살아 숨 쉬는 헤세의 작품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함께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추앙받는 헤르만 헤세. 1946년 그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유리알 유희》를 비롯해 헤세의 문학 작품들은 세계인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신선한 깨달음을 선사해 왔다. 인간, 자연, 사회, 시대, 역사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폭넓은 지식이 문학 작품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13세의 어린 나이에 헤세는 “작가 이외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선교사인 아버지의 강요로 14세에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2월 학교를 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그의 내면에서 펼쳐진 독립적 자의식의 날개는 부모의 편견적 희망과 집안의 관습적 가치관을 알의 껍질을 부수듯 산산이 깨고 마침내 자아실현의 하늘 길로 날아오르게 한다. 소설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비상하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모습은 권위적 편견과 인습적 강요의 사슬을 끊고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길을 선택한 헤세의 독립적 자의식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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