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지음 | 갤리온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지음
갤리온 / 2014년 7월 / 276쪽 / 14,000원
흥정에서 절대 손해 보지 않는 협상의 기술_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
오늘 아침, 도심 한복판에 있던 회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근교로 이전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출근 시간은 물론 교통비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급상승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당신은 직원들의 원활한 출퇴근을 위해 당연히 회사가 교통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짠돌이로 유명한 사장이 과연 쉽게 허락할까? 어떻게 말해야 그가 교통비 지원을 수용할까? 첫째, 먼저 사장에게 회사 차량으로 포르쉐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다. 사장이 무슨 터무니없는 요구냐고 화를 내면 그때 교통비 지원을 요청한다. 둘째, 회사 차량으로 포르쉐를 제공하거나 교통비를 지원해 달라고 말하고 선택은 사장에게 맡긴다. 셋째, 이리저리 돌려 가며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교통비 지원을 거론한다.
“고객에게 ‘노’라고 말할 기회를 주지 마라.” 판매왕 핸드북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대화 중에 가능한 많은 “예스”를 상대로부터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라는 말을 꼭 협상 실패의 증거인 것처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는 심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년원 원생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소풍을 가 줄 수 있는지’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질문했는데, A그룹에게는 “우리는 규칙적으로 원생들을 돌봐 줄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어. 매주 두 시간씩 최소 2년 동안 봉사해야 해. 도와줄 수 있니?”라고 물었다. 무리한 부탁을 받은 참가자들 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거부 의사를 확인한 뒤 질문자가 말했다. “다른 자원봉사도 가능해. 딱 한 번 동물원으로 두 시간 동안 소풍을 가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니?” B그룹에게는 이렇게 질문했다. “우리는 원생들과 함께 두 시간 동안 동물원에 소풍을 갈 거야. 혹시 도와줄 사람?” 마지막 C그룹에게는 매주 두 시간씩 총 2년간 자원봉사를 하는 방법과 단 한 번 두 시간 소풍을 가는 자원봉사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 뒤 각자 선택하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A그룹 학생들은 무려 50퍼센트나 자원봉사를 수락했지만 B그룹 학생들은 17퍼센트, C그룹 학생들은 25퍼센트만이 수락했다. 무리하고 뻔뻔한 부탁을 해서 일단 “노”라는 대답을 들은 다음 적절한 부탁을 해서 “예스”를 끌어낸 비율이, 처음부터 적당한 부탁으로 “예스”를 끌어낸 비율보다 무려 3배나 높았다. 이처럼 거절할 가능성이 큰 극단적인 제안을 한 다음 보다 합리적인 제안을 해서 “예스”를 끌어내는 것을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이라고 한다. 면전에서 문을 닫아 문전박대하는 것처럼 암담한 심정을 맛보게 하고는 원래 의도했던 문을 살그머니 열어 준다는 의미다.
이 기법이 통하는 이유는 ‘상호성’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주고받음이 균형을 이루도록 신경을 쓴다. 만약 균형이 깨지면 불편하고 화가 난다. 때로 사람들은 균형을 되찾고 싶은 나머지 과도한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한 심리 실험에서는 실험 감독이 먼저 참가자에게 청량음료를 선물하고는 나중에 좋은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니 복권을 사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청량음료를 선물받은 참가자는 그렇지 못했던 쪽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복권을 샀다. 청량음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싼 복권을!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은 가격을 흥정하거나 물건 구매를 유도할 때 장사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경품 행사 역시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의 한 예다. 간혹 어디선가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상점으로 찾아와 경품을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이때 경품을 받기로 하면 자연스럽게 상인에게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게 된다. 이때 상인은 경품보다 비싼 물건을 당신 손에 쥐어 줄지도 모른다. 바이어나 납품업자들도 이 전략을 잘 알고 있어서 견적서를 제시할 때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를 제시한 뒤, 거절당하면 그제야 원하는 가격을 제안해 계약을 따내기도 한다.
사장이 교통비 지원을 수용하게 만들고 싶다면, 상대방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큰 요구 사항, 즉 ‘포르쉐를 지원해 줄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낫다. 사장이 나를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 어떡하느냐고? 창피한 건 잠깐이지만 협상의 결과는 두고두고 삶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은 놀랄 만큼 효과가 있다. 그런데도 실질적 이득보다 체면을 택할 텐가? 자녀가 최소한 자기 방은 청소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집 안 대청소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라. 기획서 작성을 제시간까지 마치지 못할 것 같다면 상사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연기 시한을 먼저 제시하라.
능력만큼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_ 폭스 박사 효과
어느 날 헤드헌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 공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입사 시험으로 면접관 앞에서 짤막한 강의를 해야 하는데, 강의 주제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것이다. ‘체육 교육에 적용한 수학의 게임 이론’. 게다가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한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첫째,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거절할 수밖에.” 둘째, “전혀 모르는 주제다. 그렇지만 이틀 밤을 새워서라도 짜깁기 강연 원고를 쓴다.” 셋째, “전혀 모르는 주제다. 그러나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틀 동안 고급 정장을 장만하고 이력서를 더욱 섬세하게 다듬는다.”
1972년 미의과대학협의회 의학 교육 연구 학술 대회에서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마이런 폭스 박사가 ‘체육 교육에 적용한 수학의 게임 이론’을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을 펼쳤다. 폭스 박사의 외모는 단정했지만 깊이가 있어 보였고, 태도는 자신감이 넘쳤으며,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 지적 수준이 높은 청중들은 모두 폭스 박사가 난해한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냈고, 강연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그의 논문을 읽어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마이런 폭스는 박사가 아니라 ‘배트맨’, ‘형사 콜롬보’ 등에 출연한 전문 연기자였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의 강연 내용은 여러 가지 과학 논문을 토대로 얼토당토않게 구성된 짜깁기 원고였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유머와 개인적인 사례도 즉흥적으로 지어낸 것들이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난 뒤 청중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었다. 청중들 중에는 게임 이론의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이 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도널드 나프툴린 의학 박사와 존 웨어 주니어, 프랭크 도넬리였다. 이들은 교육자에 대한 학생의 평가는 대개 인성 변인에 의해 결정되고 교육 내용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다시 말해 강의 내용 자체는 학습자가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에 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평가는 강의자의 표정, 태도, 자신감 같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 이런 태도는 교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아주 쉽게 발견된다.
권위를 나타내는 말을 적절히 섞고 연출을 잘하면 사람들을 속아 넘어가게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폭스 박사 효과’라고 한다. 폭스 박사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뇌의 게으름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능동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를 좋아한다. 언제나 더 단순한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하고 이것을 더 단순한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눈앞의 정보를 합리적으로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머릿속의 고속도로를 따라 재빨리 처리해 버린다. 그러나 머릿속 고속도로는 때로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단순히 편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폭스 박사 효과는 이른바 권위자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허락하게 만든다. CEO들은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문제를 놓고 경쟁 운운하며 쉽게 이야기하고, 정치가들 역시 금융 시장 규제 등 첨예한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이지만 가끔은 그들이 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모두 맞겠거니 고개를 끄덕인다. 대중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미국의 정치인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고백했다. “유명해지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내가 말을 지루하게 하더라도 청중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권위에 약하다. 그러나 의사도 오진을 하고, 변호사도 엉뚱한 상담을 하며, 기자가 세상일을 잘못 풀어 주기도 한다. 전문가라고 해서 완벽한 인간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옷차림에 그럴듯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전문가에게 모든 걸 맡기지 마라. 때로 전문가들은 대중의 이런 성향을 이용해 더 어려운 말을 구사하려고 하고, 불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전문가를 만나거든 잘 모르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들에게 권위의 환상을 덮어씌우지 마라.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는 “쉽고 간단한 말로 표현하면 전문가들은 유명해질 수 없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을 존중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지식인들의 고민이 있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폭스 박사 효과는 이용해 볼 만한 점도 있다. 당신이 가진 콘텐츠가 이미 훌륭하다면 외모를 가꾸는 데 조금만 투자해 보라. 사람들의 편견을 살짝 이용하는 것이다. 어쨌건 세상 사람들은 멋진 옷차림과 세련된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호감을 갖는 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면접에서 ‘체육 교육에 적용한 수학의 게임 이론’에 관한 강의를 해야 한다면? 일단 멋진 정장을 사라.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강연 원고를 써라. 자신감을 가져라. 폭스 박사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다!
팀에 슬쩍 묻어가려는 무책임한 팀원을 다루는 법_ 사회적 태만
이런, 자동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서 버렸다. 아파트 주차장까지 고작 100미터 남았고 20분 후에 여자 친구가 찾아오기로 되어 있는데 말이다. 구조 차량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당신은 차를 직접 밀어 보기로 결심하고, 지나가는 행인 세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 명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 가장 빨리 집에 도착하려면 다음 중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첫째, 세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 동시에 차를 밀게 한다. 둘째, 세 사람이 순서를 정해 각각 33.33미터씩 밀게 한다.
우리는 혼자 일할 때보다 함께 일할 때 구성원들의 지식과 경험이 동원되어 시너지를 일으켜 더 훌륭한 결과를 낳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첫 번째 방법, 차를 다 같이 미는 편을 택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함께 일한다고 해서 늘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슬쩍 묻어가려는 팀원이 언제나 속을 썩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은 이미 1913년 프랑스의 농업 전문가 막시밀리안 링겔만에 의해 소개된 바 있다. 링겔만은 함께 수레를 끄는 말 두 마리의 능력이 한 마리 말이 끌 때 보여 주는 능력의 두 배가 되지 못한다는 걸 발견하고,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여러 남자들에게 하나의 줄을 당기게 하고 그 힘을 측정했다. 그 결과, 3명이 밧줄을 당겼을 때 그 힘은 혼자 당겼을 때의 3배가 아닌 2.6배였다. 8명이 당겼을 때의 힘은 혼자 당겼을 때의 3.9배에 불과했다. 무려 절반가량의 힘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이처럼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자신의 이름을 따 ‘링겔만 효과’라고 불렀고, 그 원인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동기 부족이었다. 함께 줄을 당기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곧바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혼자 할 때보다 힘을 덜 쓴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혼자 일할 때보다 노력을 덜 들이는 경향을 ‘사회적 태만’이라고 한다. 사회적 태만은 물리적 노동뿐만 아니라 계산 문제 같은 정신적 노동에서도 발견되었다. 사회적 태만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누구나 모든 일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그런데 팀으로 일할 경우 일에 대한 통제력은 줄어들고, 일의 성과를 팀원들과 나누어 가져야만 하며, 일에 대한 책임감 역시 분산된다. 따라서 누가 무엇을 얼마큼 일했는지 분명히 알 수 없을 때 개인의 동기는 식을 수밖에 없고, 사회적 태만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므로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면, 팀으로 일하게 하되 개인의 몫을 분명하게 정리해서 성과를 구분하고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또 팀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팀원 개개인의 역할이 팀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제가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동기를 부여받아 최선을 다한다. 반대로 회사에서 당장이라도 묻어 버리고 싶을 만큼 원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일단 팀을 구성하라. 그리고 모든 일을 함께 하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어느새 유야무야 사라질지도 모른다.
깐깐하게 따질수록 더 많이 후회하는 까닭_ 자기 성찰
이사할 집을 알아본 지 한 달 만에 홀딱 반할 만한 집을 발견했다. 다행히 빈집이어서 당장이라도 계약할 수 있다고 한다. 내일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이런 집을 또 발견할 수는 없을 테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는 심정으로 그 집의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적어 보았다.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보고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낀 다음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목록을 적어 보면, 돌연 감정과는 반대되는 이유를 더 많이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거꾸로일 때도 마찬가지다. 나쁜 감정이 들어 그 이유를 파고들다 보면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다. 왜 그럴까? 감정의 근거 목록을 적는 것은 ‘자기 성찰’의 일종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감정과 생각을 낳은 원인을 알아보려는 시도다. 그러나 감정의 진짜 원인을 알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가 훨씬 많다. 의식할 수 없기 때문에 근거 목록에 등장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과 동떨어진 근거 목록을 손에 쥐고 깜짝 놀라고 만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티모시 윌슨은 마음의 드넓은 영토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의식되지 않은 채로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적응 무의식이라 부르는데, 적응 무의식은 제트기의 자동 항법 조정 장치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파악하고, 위험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목표를 설정하고,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하도록 해 준다. 우리가 매초 받아들이는 정보는 1100만 개에 이르는데 그중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건 고작 40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 삶의 대부분은 우리 자신도 모른 채 이루어지므로 의식적으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자기 성찰은 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근거 목록의 결정적인 약점은 애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근거만 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근거 목록은 원래 우리가 품었던 감정과 일치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더욱 위험한 일은 우리가 목록을 만듦으로써 그 목록에 맞게 생각을 적응시키려는 경향을 가진다는 점이다.
한 심리 실험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만 배우자와의 결혼이 행복한 이유를 분석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나중에 살펴보니 행복의 근거를 요모조모 살펴보았던 그룹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이혼하는 비율이 대단히 높게 나타났다. 또 소프트드링크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만 그 원인을 말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실험이 끝난 뒤 근거를 대야만 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던 학생들에 비해 소프트드링크를 거의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퍼즐, 초콜릿, 사진 등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이 이어졌다. 좋아하는 대상은 달랐지만 좋아하는 이유를 대야만 했던 사람들은 실험 이후 언제나 그 감정이 식어 버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