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욕망하다
마이클 폴란 지음 | 에코리브르
요리를 욕망하다
마이클 폴란 지음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 560쪽 / 28,000원
1부 불: 불꽃의 창조물
화창한 오월의 어느 날 오후 나는 차를 몰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쇠락한 작은 도시 에이든에 있는 <스카이라이트인>이라는 바비큐 레스토랑을 찾았다. 내가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과 아이디어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란 이런 것이다. 불이 요리법에서 가장 근본적인 제1의 방식이라면 적어도 미국인에게 장작불에 굽는 통돼지 바비큐란 가장 순수하고 변함없는 방식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바비큐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배우고, 바비큐가 공동체와 문화에 맞추어 어떻게 변하는가를 익힘으로써 요리라는 인류 고유의 흥미로운 활동이 지닌 의미를 배우고 싶었다. 스카이라이트인을 경영하는 존스 가의 사람들은, 바비큐 역사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몇 세대를 거치면서도 원래의 기본 배합에 변화를 주기를 거부하는 바비큐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참나무와 히코리 숯으로만 천천히 통돼지를 요리한다. 차콜(인위적으로 화력을 강화한 성형탄)은 현대적 일탈이며, 소스는 형편없는 요리임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경멸한다. 굴뚝에서 올라오는 먹음직스런 냄새를 보건대, 존스 가 사람들이 전통을 고수하는 것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잘된 일인 듯싶다.
“지옥으로 가는 길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둥근 얼굴에 턱수염을 기른 새뮤얼 존스가 나를 화덕이 있는 취사장으로 안내했다. 취사장은 콘크리트 블록 건물이었다. “이 취사장에서 열 번 남짓 화재가 났어요. 그래도 통돼지 바비큐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네요.” 불길이 굴뚝 위까지 치솟는 이유는 화덕 바닥에 고여 있는 돼지기름 때문이다. 고기의 풍미를 좋게 하려고 건물 전체를 태워버리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취사장 방은 향기로운 짙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방의 양 끝에는 벽돌식 벽난로가 있는데, 차축으로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료받이 쇠살대가 활활 타는 통나무 한 무더기를 받치고 있다. 밝은 주황색 잉걸불이 차축 사이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그것을 삽으로 퍼 날라 바비큐 화덕에 들이붓는다. 화덕들은 기다란 벽을 따라 나 있다. 길이 90센티미터 정도의 벽돌로 된 석관 위로 돼지들을 떠받치는 쇠막대가 가로질러 놓여 있다. 화덕에는 200파운드 정도 되는 돼지가 10마리 들어갈 수 있다. 화덕 안쪽에는 위생 감독관을 기겁하게 할 만한 시커먼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바비큐 시설에 특별히 관대한 보건 규정을 적용하는 모양이다.
화덕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돼지고기 요리에 대한 식욕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장소였다. 새뮤얼은 이곳에서 일하는 제임스 헨리 하웰이라는 일꾼을 소개했다. 하웰은 대형 냉장고에서 돼지 사체를 꺼내 손수레에 싣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고 있었다. 화덕실은 일종의 주방이었다. 주로 사용하는 조리도구가 손수레와 삽이긴 하지만 주방인 것은 맞다. 새뮤얼은 건물 전체가 일종의 조리도구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돼지를 부드럽게 훈연하기 위해 낮은 온도의 거대한 오븐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죠.” 취사장이 얼마나 밀폐되어 있느냐가 고기 요리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돼지를 불 위에 올려놓은 후, 하웰은 돼지 밑에 있는 목탄을 삽으로 퍼내기 시작했다. 한 번에 한 삽씩 검붉은 색으로 이글거리는 잉걸불을 퍼 올리더니 화로에서 화덕으로 옮겼다. 조심스레 쇠막대 사이로 밝게 빛나는 숯을 붓고, 범죄 현장 주변에서 사체 주변에 흰 테두리를 둘러놓듯이 각각의 돼지 주변에 일렬로 불씨를 배열해 놓았다. 그는 돼지의 부위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다른 단점을 감안해 끝 부분에 숯을 더 많이 가져다 놓았다. 하웰은 돼지 등에 물을 끼얹고 코셔(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든 정결한 음식의 조제법) 소금을 넉넉하게 몇 움큼 뿌린다. 간이 배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돼지 껍질을 말려서 표면이 부풀어 터지게 한 다음, 이런 형태 변화를 이용해 바삭한 돼지 껍질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단한 요리법이다. 하웰은 저녁 6시에 퇴근할 때까지 30분마다 돼지에서 빠져나온 기름이 떨어져 생긴 경계선 주변으로 숯을 퍼 나를 것이다. 주변에 불씨를 갖다 놓은 이유는 지속적인 간접 열원을 만들어서 돼지를 밤새 천천히 익히기 위해서다. 이 숯을 돼기기름이 빠져나온 쪽에 가져다 놓으면, 등의 지방이 녹아나오면서 그 일부에 기름이 떨어져 꽤 괜찮은 숯불이 만들어진다. 기름이 떨어지면서 나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기 냄새가 밴 다른 종류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이로 인해 돼지고기에 또 하나의 풍미가 더해진다. 장작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지방과 장작이 타는 냄새가 합쳐진 직화구이 고기 냄새는 강렬하다. 인간은 이런 냄새에 끌리게 되어 있다. 우리가 신에게 바친 동물의 일부는 전통적으로 동물의 살점이 아니라 연기였다. 동물의 살이 연기 같은 흔적으로 변해 하늘로 부드럽게 퍼져간다는 관념이야말로 신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다. 신은 연기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존재이다. 향기로운 연기 한 줄기는 천상과 땅의 연결고리를 상징하며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통신수단이다. 《구약성서》에 보면 신이 어떤 제물을 좋아하는지가 드러난다. 농부인 카인은 곡물을 야훼에게 바쳤고, 양치기인 아벨은 좋은 양을 골라 바쳤는데, 신은 네 발 달린 가축의 제물을 좋아한다고 분명히 했다. 대홍수가 끝난 후에 노아가 야훼에게 바친 것은 번제였다. 이는 동물을 통째로 바삭바삭할 때까지 구워 바친 제물이다. 연기를 피움으로써 신에게 제물을 바친 것이다. 고기 타는 냄새에 흡족해진 신은 감동한 나머지 절대로 세계를 멸하지 않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연기의 중요성은 요리의 기원에 대한 또 다른 신화를 추가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불에 고기를 굽는 행위는 하늘의 신에게 제물이 될 동물을 어떻게 바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아마 요리는 희생제의와 함께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스카이라이트인 식당은 의식에 치중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카운터 위에 달린 표지판에는 구식 플라스틱 알파벳으로 된 메뉴가 있고, 가게에 관한 빛 바랜 신문과 잡지 스크랩 그리고 조상들의 초상화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의식에 치중한 느낌을 주는 물건이 하나 있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 바로 뒤에 놓인 어마어마하게 큰 도마와 함께, 손님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통돼지를 커다란 식칼로 썰며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바비큐 제단이다. 주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면서 제프가 바비큐를 썰어 양념하는 장면을 보았다. 양념에는 소금과 고춧가루, 사과식초가 듬뿍 들어갔고 매콤한 텍사스 피트 소스가 약간 첨가되었다. 나는 처음에 양념이 안 된 바비큐를 먹어보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촉촉한 흙냄새가 나면서도 잊을 수 없는 훈제향이 배어 있는데, 그렇다고 절대 훈제향이 범벅된 수준은 아니었다. 참나무와 돼지가 타는 불구덩이 속에서 나온 연기냄새가 배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훨씬 미묘한 풍미를 지녔다. 다양한 식감(뒷다리살, 목살, 삼겹살 등)도 좋았지만, 혼합물 사이에 퍼져 있는 마호가니 색깔의 바삭한 돼지 껍질 조각이야말로 정말 특별했다. 바삭한 돼지 껍질에는 인생과 바꿀 만한 뭔가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샌드위치로 만든 양념 바비큐가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사과식초의 톡 쏘는 맛은 고기 안으로 꽤 많이 녹아든 지방의 느끼한 맛을 완벽히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고 육즙이 풍부한 고기 요리 중 하나였다. 이 요리에는 정말 많은 것이 숨어 있었다. 돼지고기 부위가 모두 달라서 한입씩 베어 물때마다 흥미가 일었을 뿐만 아니라, 장작과 시간과 전통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 것이다.
2부 물: 7단계 요리법
1단계(양파 곱게 썰기): 저녁을 차리다 보면 양파 썰기로 요리를 시작할 때가 많다. 양파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쓰는 칼은 설치류의 앞니라 해도 좋을 것이다. 양파는 이것을 치명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화학반응을 일으켜 적을 물리치려고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오늘날 요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밖에 나가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키거나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더 이상 아무도 양파를 썰 필요가 없으며 이는 가난한 사람조차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은 기꺼이 우리를 위해 대신 양파를 썰어준다. 그것도 아주 싼 가격에, 여러 면에서 이것은 특히 여성들에게 축복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역사 전반에 걸쳐 양파를 썰어온 사람들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요리가 선택 사항이면, 요리를 안 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이거나 단순히 다른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집에서 하는 요리가 어느 정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선택사항이라는 요리의 새로운 지위는 요리가 단지 가족을 먹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 때는 절대 표면화되지 않았을 갈등(여러 가지 욕망의 충돌)을 일으킨다. 시간은 갑자기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주방에 머무를 시간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더 급한 일이나 더 재미있는 일처럼,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양파를 썰 때마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2단계(양파와 다른 향신 채소 소태하기): 스튜와 브레이스는 고기 또는 채소를 액상 매질에 넣어 천천히 요리하는 방법이다. 나는 사민 노스랏이라는 젊은 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오리와 닭, 수탉과 토끼,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여러 부위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채소를 조렸다. 이들 종류의 요리에는 양파와 향신 채소가 필요하다. 사민은 양파를 낮은 불에서 서서히 익혔는가, 아니면 높은 온도에서 갈색으로 태웠는가에 따라 완성된 요리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난다고 말한다. “훌륭한 요리는 3P로 설명되죠. 참을성(Patience), 자리지킴(Presence) 그리고 연습(Practice)이요.” 양파는 왜 그토록 냄비요리에 널리 쓰일까? 전 세계적으로 양파는 토마토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이며, 농작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기를 수 있다. 그러면 양파는 음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양파 같은 향신 채소들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음식에 단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여러 향신료와 마찬가지로 양파는 요리한 후에도 남아 있는 강력한 항균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다. 미생물학자들은 양파, 마늘, 향신료가 고기에 있는 위험한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양파 같은 강력한 향균성 식용식물의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분자들의 맛을 후천적으로 학습한 효과일지도 모른다.
3단계(고기에 소금 간을 하고 노릇노릇하게 익히기): 우리는 왜 고기에 소금 간을 할까? 음식에 적절히 소금을 뿌리면 음식 고유의 풍미를 이끌어내고 모양을 더 좋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금의 양이 아니라, 소금을 언제 뿌리느냐이다. 어떤 음식(예를 들어 고기)은 소금 간을 일찍 해야 하고, 또 어떤 음식은 요리하는 도중에 하고, 또 다른 음식은 식탁에 차려내기 직전에 해야 한다. 요리하게 전에 고기에 소금 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이 고기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면서, 일종의 삼투압 진공이 세포 내에 형성된다. 끌어들인 물에 의해 염분이 희석되면, 이 짠물이 다시 세포 속으로 들어가며(거기에 들어 있는 다른 향신료와 함께), 고기 맛을 훨씬 좋게 만든다. 브레이스나 스튜에 들어가는 재료를 냄비 안에 넣기 전에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고기를 약간의 기름으로 노릇노릇하게 익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를 통해 만들어진 수백 가지 맛있는 화합물을 결합함으로써 요리에 또 다른 맛을 한층 덧씌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회색보다 갈색으로 노릇노릇한 고기가 훨씬 먹음직스럽기 때문이다.
4단계(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뚜껑 닫기): 독일의 식도락가인 루모르 남작은 『요리의 본질』이라는 책에서 냄비 요리를 불에 굽는 요리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의 요리로 보았다. “인간은 마침내 삶는 법과 뭉근히 끓이는 법을 알게 되었으며, 동물성 음식을 식물의 왕국에서 나는 영양만점의 방향성 음식과 결합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을 끓임으로써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어졌다. 이전에는 먹을 수 없었던 모든 종류의 씨앗과 덩이줄기, 콩과 식물, 견과류가 부드럽고 안전해진 것이다. 조리용 냄비의 발명은 인간에게 제2의 위를 제공했다. 점토로 된 보조 위 때문에 인간은 말려서 저장한 씨앗을 먹고살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부의 축적과 노동의 분화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이어졌다. 또한 가정에서 물이라는 요소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냄비는 사냥을 그만두고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5단계(조림 국물을 재료 위에 붓기): 물은 맛을 전달하는 주요 매질이다. 그런데 평범한 물이 스튜나 스프나 소스의 풍미를 위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왜 수많은 요리가 육수처럼 고기를 우려낸 국물에 그토록 의존하는가? 요리사들은 육수가 브레이스나 스튜, 소스의 진한 맛이나 강렬함, 깊이를 더해주어 감칠맛을 더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또한 바디(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질감)나 실체를 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류 프렌치 셰프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육수는 요리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에 들어가는 이 한 가지 재료가 사실상 완전히 다른 요리(자체 레시피와 냄비 및 자체 국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사실 육수를 만드는 과정은 끝없는 요리의 퇴행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양파를 썰고, 고기를 익히고, 국물을 더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조리는 이 과정(물속에 재료를 넣고 요리해 에센스를 추출하고 다시 조리기)은 풍미의 가장 깊고 순수한 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6단계(오랫동안 끓는점 이하로 뭉근히 끓이기): 약한 불에 오래 끓이는 시간은 요리의 전 과정 중에 가장 쉬운 단계다. 그저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시피는 이 과정을 단축하려 하며, 몇 시간 내에 얼른 마무리하고 식탁에 요리를 차려낼 수 있다고 약속한다. 오늘날 레시피는 시간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바쁜 우리의 일상에 맞추려고 한다. 브레이스나 스튜의 경우 보통 160도∼175도까지 조리 온도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런 온도에서는 점진적인 변화나 풍미의 혼합, 화학반응과 천천히 요리한 많은 음식들을 맛있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사라진다. 이런 요리를 만드는 데는 오로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7단계(오븐에서 냄비 꺼내기. 필요하면 기름기를 걷어내고 국물 줄이기. 식탁에 음식 차려내기): 슈퍼마켓에서 시작된 식품 산업은 가정 내에서 연령별로 다른 종류의 음식을 내놓음으로써 우리를 분절시키고 있다. 한 식탁에 앉아 있지만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즉석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서 우리는 각자 자기 음식에만 관심이 팔려 있다. 이런 음식은 서로 나누어 먹기가 불가능하고, 음식의 원산지만큼이나 가족들을 서로 단절시킨다. 전자레인지의 밤은 확실하게 개인주의적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나는 레드와인과 달콤한 양념으로 새로 산 테라코타 냄비에 오리를 브레이스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오리고기의 지방을 걷어내고, 향신료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우자 아들과 아내가 주방 쪽을 기웃거렸다. 가족들이 주말 저녁에 냄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하는 식사는 별일 아니지만, 가정 내에 대부분 원심력(스크린, 소비재, 1인분 식사 등)이 작용하는 오늘날 이런 식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3부 공기: 아마추어 제빵사 되기
나는 맛있는 빵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바삭바삭한 겉껍질과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속살의 대비를 즐긴다. 이 부드러운 속 부분을 크럼(crumb)이라 하고, 크럼을 이루는 공기구멍들을 앨비올리(alvioli)라고 한다. 이 구불구불한 구멍에 가스가 갇혀 빵의 향을 더하는데,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이 내게는 와인이나 커피향보다 더 매혹적이다. 빵 한 덩어리는 문명 전체를 내포한다. 빵은 인간, 식물, 심지어 미생물의 활동을 조절하고 복잡하게 분화시키는 길고 까다로운 과정 막바지에 탄생한다. 한 덩어리의 빵은 농업과 제분, 제빵 문화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요소에도 의존한다. 빵을 보면 풀 가루를 열매로 빻아서 물과 섞은 걸쭉한 반죽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효모와 세균들의 작용 때문이다. 그러한 미생물들이 배출하는 가스를 가두기 위해 빵 속에 생기는 섬세한 스펀지 같은 구조가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