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심리학
여인택 지음 | 책이있는풍경
군대 심리학
여인택 지음
책이있는풍경 / 2013년 10월 / 296쪽 / 14,000원
1장 군대, 마음이 통해야 통한다
짜증 나고 반복되는 내무검사, 왜 할까
▼ Question. 내무검사가 너무, 너무, 너무 싫다. 이거 꼭 해야 하나?
이놈의 지긋지긋한 내무검사. 할 거 없으니까 또 청소하라는 거 아닙니까! 매주 금요일마다 힘들어 죽겠습니다. 오전 내내 청소하고 오후에 평가한다는데, 솔직히 매일 아침저녁에 바닥 쓸고, 물청소하고, 침상 터는 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뭘 더 청소하라는 건지……. 길고, 복잡하고, 힘들고, 귀찮고, 욕이 한 바가지 나오는 내무검사! 딱히 달라진 게 눈에 띄지도 않는 내무검사! 저는 내무검사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이 시간에 주특기 공부를 시키거나 차라리 작업을 내보내지. 내무검사, 왜 해야 하죠?
▲ Answer
이 말에 공감한다면 착각도 여간한 착각이 아니다. 생활관 바닥에 묻은 군화 자국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그와 비슷한 얼룩도 무시한다. 그 얼룩들은 점점 많아져 어느 순간 바닥은 지저분해도 되는 공간이 될 터. 내무검사가 귀찮더라도 꼭 해야 되는 이유다.
‘깨진 유리창’ 때문이었다: 1969년,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거리에 보닛이 열려 있는 자동차 두 대를 일주일 동안 두고 지켜보았습니다. 하나는 보닛만 열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창문까지 깨져 있는 상태였죠. 실험 결과, 보닛만 열어 놓은 차는 일주일이 지나도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창문이 깨져 있던 차는 10분 만에 타이어와 배터리가 없어졌고, 일주일 후에는 심각한 낙서와 함께 완전히 파손되고 말았습니다. 유리창이 깨진 걸 본 이들은 ‘아무도 이 차에 관심이 없구나, 그럼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걸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를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아파트 상가에는 맛이 정말 좋은 돈가스 집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곳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처음으로 가게 화장실에 들어간 저는 쓰레기통이 휴지로 가득 차고 주변에 쓰레기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몇 년간 쌓은 그 식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간단한 청소가 안 되어 있네?’가 ‘그러면 주방도 더럽겠지?’로 이어졌고, 그래서 ‘내가 먹은 음식은 과연 깨끗할까?’ 걱정되었으며, 마침내 ‘도저히 못 믿겠어. 더 이상 오면 안 되겠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한 게 손님을 등 돌리게 한 계기가 된 거죠.
나의 ‘깨진 유리창’은 무엇인가: 사회에서 그렇듯 군대라는 조직에서도 군 질서를 유지하려고 수많은 규칙과 약속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규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청결을 항상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와 ‘선ㆍ후임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면 안 된다’는 처벌의 정도나 비중을 비교했을 때 동급으로 취급할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 시사하듯, 실제로도 사소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규칙을 사소하게 여기거나 이를 어기는 병사일수록 나중에 군사보안 위규나 입창 등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이론의 포인트입니다. 내무검사는 개인 청결 유지를 명목으로 하지만, 더 큰 목적은 군 기강을 세우고 군 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부대 내의 ‘깨진 유리창’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래서 그 부대의 군기와 전투력을 평가하려거든 내무검사를 하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깨진 유리창은 무엇입니까? 사소하다고 여겨 방치해두었던 것들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귀찮다고 자르지 않아 덥수룩해진 수염에서 서랍에 방치한 쓰레기까지. 물론 내무검사가 까다롭고 가끔은 불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내무검사가 주는 교훈은 이것입니다. 사소한 것을 신경 쓸 줄 아는 사람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죠. 반대로 사소한 것에 무심하게 방을 내어주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 방에서 쫓겨날지 모릅니다.
군대에서도 통하는 give and take
▼ Question. 군 생활 참 잘한다 싶을 만큼 잘 베푸는 후임이 있는데, 나보다 어리지만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처럼 되고 싶은데…….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게 절실히 느껴집니다. 후임이 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군 생활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안다는 겁니다. 한 명은 행정병, 한 명은 취사병인데요. 우선 행정병은 정말 인맥의 왕입니다. 사소한 부탁들을 참 잘 들어줘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덕분에 연대 내에서 모르는 애들이 없어요. 성격도 엄청 좋죠. A4 용지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가 알아서 다른 중대에 가서 말솜씨 하나로 빌려옵니다. 그런데 가끔은 저희 중대 간부님들께 욕도 먹긴 합니다. 옆 중대에서 부탁하는 일이 있으면 타 중대인데도 손발 걷고 다 도와주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게 이득이 되더라고요. 그가 하도 다른 중대에 덕을 베풀고 다닌지라, 저희 중대에 무슨 일이 있으면 다들 도와주려고 하거든요.
취사병은 제 바로 아래 후임인데,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압니다. 맛있는 게 나오는 날이면 꼭 제게 내밀면서 “이 병장님 드리려고 제가 특별히 맛있는 것만 남겨 놓은 겁니다”라고 말하죠. 그러면 기특하고 예뻐 보이는 건 너무나 당연하죠. 군 생활 잘한다는 애들은 이유가 있다니까요. 이렇게 사회생활 잘하는 애들 따라잡는 법, 가르쳐주세요!
▲ Answer
군대에서는 작은 호의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호의를 베풀면 결국은 돌려받는 법. 거창한 음식을 해주거나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시식한 제품을 사는 이유: 상대방에게서 받은 만큼 보답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집니다. 우리 사회의 당연한 가치관이기도 하죠. 대형마트에 가면 시식음식을 먹곤 하는데, 그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상품을 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가치관이기에 보답하지 않으면 법이라도 어긴 것처럼 느껴지고, 나도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1971년,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 데니스 레건(Dennis Regan)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호의에 자기도 모르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미술작품을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때 실험실에는 가짜 참가자들이 함께 있었는데, 쉬는 시간 동안 밖에 나갔다 오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제가 나갔다 오는 길에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거든요. 된다기에 혹시 목마르실까 봐 그쪽 것도 사 왔어요”라면서 음료수를 내밉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난 뒤 가짜 참가자들은 상대방에게 혹시 추첨식 복권을 사줄 수 있느냐고 부탁합니다. 어땠을까요? 음료수를 받은 참가자들이 받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두 배 이상 복권을 사주었습니다.
또한 행동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스트로메츠(David Strohmetz)는, 레스토랑 손님들에게 계산서와 함께 약간의 사탕이나 과자를 제공하자 손님들로부터 평균적으로 최고 23퍼센트까지 팁을 더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받았으니 베풀어야 한다’는 건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절실한 것을 선물하라: 그렇다면 군대에서 이 호혜의 법칙을 100퍼센트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공략하는 게 좋습니다. 군인의 수준에 맞는 호의를 베푸는 거죠. 가끔씩 선임의 점수를 따려고 휴가나 외박 기간에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물건이나 음식으로 공세를 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속이 뻔히 보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사탕 하나가 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선임이나 후임이 빨래를 정리할 때 거들어주거나, 숟가락과 같은 작은 물건을 빌려주는 것 말입니다. 혹은 더운 날에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동기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사다 주세요. 이런 작은 호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호의들이 쌓여 마침내 상대방의 마음을 이끌어냅니다.
호의는 개인적일 때 효과가 배가 됩니다. “이 병장님만을 위한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며 호의를 베풀던 취사병은 이런 면에서 센스가 있습니다. ‘이 병장님만’이라는 표현이 지극히 개인적인 호의라는 것을 각인시켜준 거죠. 사람들은 이처럼 상대방에게서 받은 것이 개인적이고, 때로는 예상 밖의 놀라움을 동반할 때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가령,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는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는 없을 겁니다. 오직 자신만을 특별하게 대해줄 때 마음을 여는 법이죠. 그런 맞춤식 공략이 필요합니다.
2장 선임에게 인정받는 후임의 비밀
첫인상만 좋아도 2년이 편하다
▼ Question. 자대에 배치 받기 직전인데, 너무 떨린다.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훈련소 생활도 훌쩍 지나고, 어느새 자대로 배치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청 떨립니다. 밖에서 알바나 인턴을 하면서 면접 볼 때도 이보다 떨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훈련소 조교들이 “훈련소에서 한 것처럼 어리바리하면 야전 가서 뺨 싸대기 맞는다”며 놀리던 걸 떠올리면 겁도 나고요.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 중에는 오히려 자대가 훨씬 낫다고 하지만……. 앞으로 2년 동안 같이 보내야 할 사람들을 만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점수를 딸 수 있을까요?
▲ Answer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마력이 있다. 첫사랑, 첫 키스, 그때의 두근거림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자대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처음 접한 정보에 자기도 모르게 매료되고, 이후에 내리는 모든 결정도 영향을 미친다.
‘17’과 ‘97’ 중 어디가 비쌀까: 처음 접한 정보가 어떻게 마음을 제어하는지 실험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974년, 사회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1에서부터 100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 룰렛 회전판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 회전판은 10 또는 65에서 회전이 멈추도록 미리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는 몇 개국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룰렛이 10에 멈추는 것을 본 이들은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적으로 적게 추측했고, 65라는 숫자를 본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게 추측했습니다. 룰렛의 숫자와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수는 전혀 상관없었지만, 처음에 접한 숫자가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거죠.
믿기지 않습니까?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레스토랑 17’과 ‘레스토랑 97’이 오픈했습니다. 이들 중 어느 레스토랑의 음식이 더 비쌀까요? 아마도 레스토랑 97이라고 답하겠죠. 심리학자 클레이턴 크리처(Clayton Critcher)와 토마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대다수도 레스토랑 97의 음식이 더 비쌀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17과 97이라는 숫자 차이일 뿐인데도. 그 숫자가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된 거죠. 이쯤 되면 마음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 알 수 있겠죠.
지금도 첫 키스를 잊지 못하듯: 이런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는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싼값에 내놓았다고 해봅시다. 사람들은 분명히 ‘질이 안 좋아서 싼 걸 거야.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라며 의심할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의 고가전략이 통하는 이유는 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마음이 이미 ‘비싼 가격’에 닻을 내린 까닭이죠. 그래서 싼 가격이 이상해 보이는 겁니다. 반면에 백화점에서나 잘 팔리는 30만 원짜리 치즈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판다면 사람들이 사려고 할까요?
군대도 그렇습니다. 이 닻 내리기 효과로 첫인상이 앞으로의 자대 생활을 결정짓습니다. 첫날 선임들의 눈에 비친 이미지가 그들의 내면에 닻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닻을 내려야 할까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거래에서 유리한 가격을 선점하려면 처음부터 생각하는 것보다 이로운 가격을 부르는 게 중요합니다. 첫인상을 좋게 하려면 갖고 있는 것보다 조금은 과장해서 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과장과 거짓은 다릅니다. 거짓으로 꾸며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죠. 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의 범위 내에서 자신을 최대한 포장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그런 능력을 발휘해 상대의 의식 속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첫 키스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 사람의 입술이 닻을 내린 심장, 그 심장만이 알고 있는 이 진리를 되새겨보기 바랍니다.
3장 누구나 후임일 때가 있었다
남 탓하기 바쁜 후임 길들이기
▼ Question. 입만 열었다 하면 온갖 변명만 늘어놓는 후임. 이 때문에 지켜보고 지시하는 내가 피곤하다.최근에 이병 하나가 들어왔는데, 그놈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사고를 쳐 놓고는 입만 열면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말이죠.“어제 새벽에 초코파이 몰래 먹고 포장지를 변기에 버려서 막혔다며. 왜 그랬어?”
“제가 분리수거하려고 했는데 화장실 쓰레기통이 꽉 차서…….”
“그게 변명이야? 오늘 아침에 보니까 쓰레기통 비어 있던데? 그럼 초코파이는 왜 먹었어? 그것도 화장실에서 몰래.”“그건…… 남아 있기에, 배고파서…….”
죄다 이런 식입니다.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저는 그가 진실을 말해주기를 원한 건데 돌아오는 답변은 지루한 변명뿐입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기보다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핑계뿐이죠.
▲ Answer
사람은 자신이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할 때 남의 탓으로 돌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고 한다. 자신이 부정적으로 알려지는 걸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후임이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도 그렇다.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유는 ‘왜?’라는 물음에 있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한심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변명하는 네 속이 정말 궁금하다’: 변명만 늘어놓는 후임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정신분석학자인 안나 프로이드에 따르면, 변명은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방어기제 중 ‘(합리화, rationalism)’에 해당됩니다. 부정적인 평가로부터 자신의 자아상을 보호하려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그게 흔히 말하는 변명입니다.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난을 피해가는 게 이에 해당하죠. 서로에 대한 평가가 오가는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기를 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니 변명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적인 생존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죠.
심리학 서적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변명 대처법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말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통할까요? 변명하는 사람에게 “책임감 없는 거 아닙니까? 사실대로 말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죠”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흔해 빠진 변명을 또 늘어놓을 것입니다. 자존심이 센 청춘들이 모인 군대에서 이런 설득으로 그를 바꾼다는 건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절실합니다. 변명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이라면 역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없애면 변명할 필요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