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린 미래
아름다운가게, 이승은 지음 | 생각정원
되살린 미래
아름다운가게, 이승은 지음
생각정원 / 2013년 2월 / 332쪽 / 15,000원
하나. 생활혁명선언
그물코 프로젝트
수십억 년 동안 지구상의 생명체는 어떻게 생명을 유지해왔을까? 답은 모든 생명체들의 순환에 있다. 산소 호흡을 하는 동물과 산소를 배출하는 식물, 분해와 재생을 맡은 미생물들의 놀라운 공조가 지구 위의 생명체를 존속하게 했다. 이러한 생물들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에코 시스템(eco system)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생명의 패턴, 구조, 순환 시스템을 그물(web) 개념으로 설명했다. 모든 생명은 3차원적인 그물의 관계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그물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태계를 관장하는 최상위층의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그물을 구성하는 하나의 그물코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물코 하나의 단절은 점차 더 많은 그물코를 훼손하거나 단절시키고, 나아가 그물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과학문명은 인간을 위해 풍요로운 물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패턴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 결과 생명의 그물코를 교란시키고 말았다.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농약과 살충제를 뿌려대고, 생명들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생태계의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정의했듯,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 살고 있다. 가족, 직장, 국가처럼 우리는 수많은 분야의 구성원이자 소속자로서 상호교류하고 살아간다. 인간의 삶 역시 다른 생명들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 있다. 아이러니는 이 체계 속에서 개인들은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그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망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절반은 기아와 질병 가운데 살고 있으며, 생명경시의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인간이 구축한 네트워크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쌓아 올린 물질문명이 인간의 그물망까지 출렁이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 생명체의 일부로서 생명의 네트워크를 되살려야 한다. 고기잡이를 끝낸 어부가 찢어진 그물을 깁듯, 우리는 인간사회의 찢어진 그물망을 기워야 한다.
우리는 매일 어떤 물건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에 따른 피곤이 누적된 채 우울하게 살아간다. 행복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풍요 속의 빈곤이라면, 이제까지의 산업, 소비, 자본주의는 당연히 수정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명의 세계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스코트 & 니어링 부부의 선택과 삶이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우리는 잃어버린 낙원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자발적 가난의 철학을 실천했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다. 극단적으로 문명사회를 떠나 생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제자, 동료, 배우자 등의 관계 안에서 울고 웃으며 성장하고 발전해간다. 나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실천하는 삶이 우선이다.
관계의 끈을 돈독히 하는 것, 바로 아름다운가게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지향하는 정신이다. 나눔과 순환의 의미란 자기 삶과 타인의 삶을 돌보는 것, 우리 사회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잇는 것,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연을 되살리는 것이다. 혼자보다 둘이서, 한 지역보다 한 나라의 국민이 헌 물건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실천을 할 때 우리의 삶이 변화한다.
뷰티풀펠로우
공신(공부의 신) 강성태 대표는 친형 멘토링에 기반을 둔 공부법 콘텐츠로 20대 초반에 사회적 기업가가 되었다. 40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그의 학습법은 꽤 가치를 지닌다. 한 대기업이 그의 프로그램을 거액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유혹을 마다하고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학습법을 공익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아름다운가게와 처음 만났다. 고급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된 지방 청소년들을 멘토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강 대표를 <뷰티풀펠로우>로 선정하여 전문가 코칭을 지원하고, 전국 120여 개 매장의 공간과 인적 자원을 제공했다. 뷰티풀펠로우는 2011년부터 시행된 아름다운가게의 사회적 기업가 펠로우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이 아닌 사람을 지원한다. 사업을 지원하면 사업 아이템이 어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본다. 지원 자체가 일시적, 한정적이 된다. 그러나 사람을 지원하면 사람의 열정과 의지를 먼저 본다. 당사자가 초심을 잃지 않고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되면 3년 약정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유무형의 후원과 아름다운가게의 인프라를 제공받는다. 매달 150만 원의 생활비와 함께 지속적인 전문가의 코치와 상담, 해외연수 기회가 제공된다.
사회적 기업가의 구루로 통하는 아쇼카재단의 빌 드레이튼은 1981년부터 <아쇼카 펠로우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해왔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3천 명의 펠로우를 육성했다. 이 중 50%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바꾸었고, 75%는 자기 분야에서 시장의 흐름을 바꾸었다. 또한 70여 개국에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 빈곤과 기아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빌 드레이튼은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벌겠다는 것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혁신적 정신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밝혔다. 그가 찾는 것은 돈벌이가 될 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혁신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뷰티풀펠로우가 강성태 대표를 지원한 것 역시 ‘공교육을 바꿔보겠다’는 그의 혁신 정신이었다.
뷰티풀펠로우 1기 유근호 씨가 하는 일은 ‘행복한 마을 만들기’이다. 동작구 토박이인 그는 성장과정의 추억이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2004년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사명감만 갖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뷰티풀펠로우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기본 생활비를 지원받고 전문적인 코칭과 노하우를 얻었다. 그 결과 한국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의 노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구어 내고 있다. 동작구 주민자치의 협동조합 희망가게가 잇따라 열린 것이다. 1호점은 마을카페 ‘사이시옷’, 2호점은 목공소인 ‘성대골별난공작소’, 3호점은 ‘우리 동네 마을상담 센터’이다. 요즘 그는 “동작구가 재미있어진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마을을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닌 한 사람의 믿음이 마을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이 변화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모범적인 마을 공동체 사업이라는 공신력을 얻어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원하는 또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찾은 미래
<공유지의 비극> 이론은 유한한 공유재에 대한 개인의 이기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마을 사람들은 한정된 목초지에 소를 과도하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공유지의 달콤함, 즉 자기 욕망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다. 그 결과 그들은 소도 잃고 목초지도 잃고 말았다. 과연 개인은 이익이 따르지 않는 일에는 꼼짝도 하지 않는, 공짜 앞에서는 양심과 윤리를 내던지는 이기적인 존재일까?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분야의 많은 이론가들이 비극의 스토리를 수정할 만한 대안을 찾고 있다. 이 중 미국의 정치과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목초지의 사용자들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정부의 통제와 규제 방식 또는 기업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발전적인 해법이 될 수 없으며, 공동체 스스로 조정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공유재의 사용자들이 비극을 제어할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의 현장을 답사하며, 공유자원이 자치적 방식으로 유지된 사례들을 직접 수집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터키의 어촌에서 발생했던 분쟁이 있다. 1970년대 초, 어부 100여 명이 고기잡이를 하는 알라니아 마을은 자칫 파국을 맞을 뻔했다. 주민 간에 유리한 조업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무절제한 고기잡이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되고, 급기야 폭력적인 갈등까지 벌어졌다. 위기가 고조되자 지역 조합원들은 새로운 운영체제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서로 어획량을 정하고, 조업 위치와 간격을 충분히 설정하고, 가장 좋은 위치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갖기로 한 것이다. 이 약속이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공생의 방법을 획득했다.
갠지스 강은 힌두교도들의 죄를 씻는 성스러운 강이다. 이 강 유역에는 약 1억 명의 인구가 산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전염병은 지역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생활에 필요한 물자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를 빈곤이라고 정의하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빈곤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절망은 당장의 배고픔보다 고통의 대물림에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기회가 박탈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허락된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을 돕기 위해 아름다운가게는 2007년부터 국제나눔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의 핵심은 현지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쌀과 물과 옷을 지원하면 당장 효과도 있고 생색도 나겠지만, 아름다운가게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한다. 몇 년 뒤에는 현지 주민들이 원조 없이도 단단한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장기 프로젝트를 택한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의 국제나눔사업 모델은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다. 옥스팜은 현지 문화와 실정을 잘 아는 현지인으로 구성된 NGO(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지원하는 형식을 취한다. 아름다운가게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방글라데시의 수해 마을이었다. 한 미망인에게 “대피소, 교육, 소액대출, 가축, 농사 중에 무엇이 가장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녀는 “모두 다 필요해요.”라고 대답했다. 한꺼번에 다 마련해줄 수 없으니 가장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지원은 시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졌다. 우선 홍수에 대비한 임시거주소를 짓고 보트를 제공했다. 마을 가운데 큰 웅덩이를 파서 물고기 양식을 하는 연못으로 활용하고, 웅덩이를 판 흙으로 둑을 쌓았다. 집 주변에 나무를 심어 빗물에 토양이 침식되는 것을 막았다. 물 오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과 우물을 설치하고, 학교를 지었다. 2010년부터 아름다운가게에서 진행한 <나마스떼 갠지스 프로젝트> 이후 마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깨끗한 물이 공급되고 농업용수가 확보되었다. 소득이 증가해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남자들이 마을로 돌아왔고,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며 인권을 찾아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마을 여성들이 있다. 그들은 참여교육센터에 다니며 글을 배우고, 농사와 마을일에 대해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면서 혁신적인 변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들 스스로 기적을 만든 것이다.
유쾌한 반란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반공방첩운동, 쥐잡기운동, 저축장려운동 등 정부가 주도하는 많은 운동들이 있었다. 20세기 한국은 개선할 것이 많은 시기였다. 정부는 수시로 정책을 발표했고 국민은 일사불란하게 따랐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운동의 성격이 바뀌었다. 국가·국민의 차원에서 인류·시민의 차원으로, 계몽이 아닌 인식의 공유와 자발적 참여의 방식으로 변화했다. 시대적 과제가 다양해지고, 다채로운 삶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활동이 활발해지고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하였다.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시민으로, 국가지침이 아니라 자기 양심과 책임에 따른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거리 시위가 있었다. 시민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백 명은 초록 모자와 활을 든 차림으로 세계 20개국(G20)에 ‘로빈후드세(Robin Hood Tax)’ 도입을 촉구했다. 이 세금은 금융기관의 각종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전 세계 저소득층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포악한 관리와 탐욕스러운 성직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도왔다는 영국의 전설적인 영웅 로빈후드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차용했다. 현재 국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부자 증세나 금융권 규제 강화 등도 모두 로빈후드세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지극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 아이디어에 대해 빌 게이츠, 조지 소르소, 앨 고어, 베네딕토 교황 16세가 지지를 표명했다. 한국이 가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지난 세기 동안 서구사회에서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왔다. 적십자·국경없는의사회·유니세프 등이 오랫동안 저소득개발국의 기아와 빈곤 문제에 많이 기여해왔고, 그린피스·지구의 친구들·시에라클럽 등 수많은 환경시민단체 또는 세계시민이 연대하는 다국적 NGO로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NGO의 활동 기반은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다. 시민의 자율적 참여로 결성된 민간단체들이 각국의 정책과정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린피스>가 까칠하고도 집요하게 환경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40개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 고래 불법 포획 감시, 핵실험 반대운동, 유전자 조작 제품 목록 배포 등 환경보존 및 세계 평화 운동이 벌어지는 모든 곳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NPO(비영리민간단체)로서 기업과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모든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아름다운가게의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며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증받은 물품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은 마음을 버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름다운가게가 지향하는 성공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의 성공과 의미가 다르다. 사람들의 마음을 버는 가게로서 아름다운가게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내에 체러티 숍이 도입되지 않았을 무렵, ‘기증받은 헌 물품을 팔아 이웃을 돕는 가게’라는 콘셉트가 시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이다. ‘아름다운단체’는 홍보를 위해 언론매체의 협조를 구했고, 중앙일보와 방송사들이 캠페인을 도와주었다. 또한 아름다운가게는 부동산업체와 이삿짐업체의 협조를 구해 물건을 처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착한 일을 하는 단체라는 이미지는 협력업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된 것이다.
나눔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쉽고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캠페인은 시민 개개인의 작은 나눔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누구나 일상 속에서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은 공익상품과 같은 착한 소비에 동참할 의지가 있는 시민들을 특성화하여 작은 소비 실천을 위한 쇼핑을 할 때 장바구니 사용이 더 적절하다는 것을 알리고 장바구니를 직접 제공한다.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구매하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컵이나 젓가락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자고 촉구한다. 사무실 이전을 앞둔 기업에 사무실 용품 기증을 유도하고 사무실에 공정무역 커피를 상비하도록 권장하며, 심포지움이나 세미나가 진행되는 회의장에 자료를 담을 수 있도록 현수막 재활용 가방을 제공한다. 나눔과 순환 운동은 일시에 벌이는 소탕 작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습관일수록 건강하다. 정부가 주도하고 온 국민이 동원되는 운동이 아니라 부담 없이 자유의지로 참여하고 참여의 기쁨과 재미를 얻는 운동이어야 한다.
둘. 다른 희망의 탄생
수상한 고물상
“아름다운가게는 도대체 정체가 뭔가요?”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되는 아름다운가게의 업태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꽤 많다. 아름다운가게는 사회의 친환경적 변화에 기여하고 국내외 소외계층 및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공익법인이다. 이런 설명이 흡족하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비영리단체가 장사를 해도 됩니까?” 물론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면 비영리단체도 얼마든지 수익활동을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가게는 장사하는 비영리단체이자 한국의 대표 사회적 기업이다. 물론 비영리단체가 기업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실제 효율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진통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가게는 좋은 일을 하는 착한 가게라는 이미지를 알려나갔다. 판매금액과 매장 또한 급상승해 2013년 현재 전국 각지에서 매장 130여 개가 문을 열었고, 연간 수거되는 기증품은 1천만 점을 넘어섰다.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된 누적 나눔액은 220억 원을 넘어섰다. 수치상으로 따지면 2002년 초창기보다 130배 성장한 결과이다. 기업 운영 방식으로 수익을 남긴 비영리단체로서 의미 있는 성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아름다운가게가 생각하는 성공은 좀 다르다. 기업에게 성공이란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지만 시민단체에게 성공이란 공익적인 성과다. 즉, 사회에 어떤 좋은 변화를 일으켰으며, 그 과정은 얼마나 되는지가 성공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