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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크리스틴 퍼든, 데이비드 A. 클라크 지음 | 소울메이트
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크리스틴 퍼든, 데이비드 A. 클라크 지음

소울메이트 / 2012년 12월 / 312쪽 / 15,000원





강박장애에 효과적인 인지행동치료

강박장애 첫 번째 치료법, 약물치료: 약물치료는 강박장애를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하지만,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진 않으며, 중단하면 약효도 사라진다. 반면 인지행동치료는 일생 동안 실천할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효과가 지속된다.

강박장애 두 번째 치료법, 인지행동치료: 이 책에서 다루는 치료법의 정식 명칭은 인지행동치료다. 이 치료법은 생각과 감정이 서로 얽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 감정은 변화시키기 어려운 반면에, 생각은 심사숙고해서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같은 생각, 다른 반응: 니마는 운전하는 중에 '지금 중앙선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떠올려본다. 그러고는 '내가 지금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난 누구를 해칠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라비는 같은 생각을 떠올렸어도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맙소사,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사실 내 숨겨진 본성은 살인자인지도 몰라. 이러다 진짜 중앙선을 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다시는 해서는 안 돼. 그런데 진짜로 행동으로 옮기면 어떻게 해? 언제 사람을 해칠지 모르는데 차라리 다시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떠오른 상황에서 니마는 침착하게 처신했지만, 라비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앞으로도 니마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생활하겠지만, 라비는 점점 더 이 생각에 집착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까맣게 잊고, 타고난 살인마라는 증거만 찾아다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집착하는 단계에 이르면 운전할 때마다 그 생각을 떠올리다가, 마침내 우려했던 대로 최악의 상상을 사실로 단정 짓게 된다. 결국 라비는 운전 자체를 기피하거나 애써 그동안의 선행을 떠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밀어내려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생각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면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위험이 없어진다. 또 선한 것을 생각하면 마음속 번뇌가 사그라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라비는 이 전략을 점점 더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같은 생각, 다른 해석: 니마와 라비의 차이점은 같은 생각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니마의 해석은 정확한 반면에 라비의 해석은 왜곡되었다. 생각과 사고 과정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해석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라비는 어떤 일을 할 때 아주 사소한 위험이라도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아예 실행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성격이다. 이것은 바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에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위험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가령 니마라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100%인지 아닌지 집착하는 대신, 그냥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란 무엇인가?: 인지행동치료는 환자 본인이 강박적 생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즉 이 생각을 의식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주목한다. 또 그 생각에 어떤 행동반응을 나타내는지, 다시 말해 피해버리는지, 행동으로 옮기는지, 상쇄하는 행동을 하는지, 생각을 통제하는지도 고려한다.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진짜 의미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강박사고에 대한 감정반응이 약해진다. 동시에 강박행동이나 상쇄행동, 회피행동, 사고통제를 억지로 할 필요도 없어진다. 가령 예를 들어 폭력행위를 상상한다고 해서 자신의 성격에 잔인한 면이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이 생각을 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강박행동으로 표출하지 않고도 압박감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고 나면 굳이 강박행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강박사고는 떠오르는 대로 그냥 둬라: 강박장애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은 생각을 노출시키되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즉 강박행동, 상쇄행동, 회피행동, 사고통제를 하지 않으면서 강박사고가 떠오르는 대로 두는 것인데, 이 치료법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강박장애가 있으십니까?

강박사고란 무엇인가?: 강박사고란 불쾌하거나 부적절하거나 괴로운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사고의 내용은 본인의 인격이나 도덕가치, 이상, 목표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강박'이라는 단어는 원하지 않고, 싫은데도 자신의 의지를 거슬러 자꾸 떠오르는 불쾌한 주제에 관한 생각을 말한다. 만약 하루에 한 시간 넘게 이런 생각에 빠져 있거나, 강박행동 혹은 상쇄행동을 매일 한 시간 이상 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혐오성 강박사고란 무엇인가?: 강박사고의 주제는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혐오성 강박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여기서 '혐오성'이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겹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폭력, 성, 종교를 주제로 하는 것들이 있다.

내 생각이 강박사고일까?: 원치 않는 불쾌한 생각이 떠올라 괴로움을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강박사고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강박사고인지 아니면 평범한 비관적 생각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클라크는 강박사고의 특징으로 다음의 것들을 들었다. ① 강박사고는 강제적이다. 강박적인 생각, 상상, 충동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 떠오른다. ② 강박사고는 불쾌하다. ③ 강박사고는 저항을 수반한다. ④ 강박사고는 통제할 수 없다. ⑤ 강박사고는 자신의 핵심가치, 도덕적 기준, 인격과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강박사고의 특징을 자아 이질성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강박사고: 강박장애 환자만이 강박적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도 강박적 생각을 겪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강박사고와 강박장애의 강박사고는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강박장애 환자들이 강박사고를 더 자주 경험하며, 그 내용이 더욱 심각하고 고통스러워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강박사고가 도를 넘어서 위험한 강박사고로 변하려면 여러 심리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다행인 점은 가끔씩 불쑥불쑥 떠오르던 불쾌한 생각이 몇 단계를 거쳐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강박사고가 되었더라도, 요령을 배우면 이 과정을 되돌려 강박사고를 다시 가끔씩만 등장하는 침투사고로 순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박사고가 흉악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강박장애 환자들 중 위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강박사고를 실행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집착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타인을 해칠 수 있을지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 행복을 지켜줄 수 있을지에 몰두한다. 즉 확고히 뿌리내린 개인의 성격과 도덕적 가치, 이상적 기준을 깡그리 무시해야만 강박사고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아무런 계기 없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강박사고를 통제하려 하다 - 강박행동과 상쇄행동: 강박사고가 떠오를 때 사람들은 보통 언짢아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질색하거나, '무조건 옳지 않다.'고 여긴다. 그럴 때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그 생각을 지우거나 불쾌한 감정을 줄이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한편 강박사고를 지우거나 속죄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를 시행할 방법이 여러 가지일 때, 이러한 반응을 상쇄행동이라고 한다. 혐오성 강박사고는 다음과 같은 강박행동과 상쇄행동반응을 일으킨다. ① 올바른 생각이나 안전한 생각을 떠올림으로써 나쁜 생각을 지우거나 중화시킨다. 예를 들어 강박적 생각이나 충동, 상상이 떠오르면, 사랑하는 사람이 안전하거나 행복해하는 장면을 계속 상상한다. ② 강박적 생각이 초래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의식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손을 씻거나, 행운의 숫자를 세거나, 어떤 행동을 특정 횟수만큼 반복한다. 혐오성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흔하게 나오는 강박행동은 점검하기다.

강박사고를 통제하려 하다 - 사고통제와 회피행동: 강박행동과 상쇄행동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강박사고를 통제할 수 있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강박사고가 떠오를 때 강박행동으로 대처하는 비율은 25~3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고통제, 자아비판, 회피행동과 같은 다른 조절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강박사고를 통제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조절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회피하기. ② 그 생각은 하찮다고 자신에게 세뇌하기. ③ 생각 멈추기. ④ 자아비판하기. ⑤ 관심사 돌리기. ⑥ 다른 생각하기. (강박사고를 다른 생각으로 대체한다)

강박사고는 어떻게 생길까?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왜 할까? / 강박적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사람들의 대부분이, 원치 않게 떠오르는 생각을 접하면서 살아가고 하루에 수백 가지 생각을 머릿속에서 스쳐 보낸다면, 어떤 사람은 유독 두세 가지 생각에 지나치게 연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 사람이 그런 생각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신은 그 생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가, 아니면 가볍게 무시하고 넘기는가? 여기서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은 그 생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험한 사고나 위협의 전조로 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생각은 훨씬 더 의미심장한 것이 된다.

생각을 생각하기: 사람들은 누구나 무엇이 보이는지,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것이 예쁜지 흉측한지, 좋은지 나쁜지, 위험한지 안전한지를 머릿속으로 쉴 새 없이 평가한다. 또한 내 몸의 상태도 평가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상상 혹은 어떤 생각에 관한 기억을 끊임없이 평가한다. '이 생각 덕분에 기분이 좋아.' '참 멍청한 생각이네.' '재미있는 생각인걸.' '짜증 나는 생각이야.'처럼 말이다. 바로 이것이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의 첫 단계다.

인지행동모델로 보는 강박장애와 강박사고: 지난 10년 동안 심리학계에서는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잦아지고 심해지는 이유를 연구해서 새롭게 규명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인지행동치료가 개발되었다. 이 인지행동치료모델에서는 강박장애와 강박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원치 않게 머릿속을 파고드는 생각을 평가하고 통제하려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강박적 생각을 잘못 인식하고 그 생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억지로 통제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인지행동치료의 원리: 강박장애 인지행동모델은 강박적 생각의 악순환을 깨버릴 묘안을 여럿 제시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강박사고를 오판했을 때와 강박사고를 억제하려 강박행동이나 기타 상쇄행동을 할 때 오히려 강박사고가 더 잦아지고 심해진다고 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인지행동치료방법을 정확하게 익혀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방법의 목적은 한 사람의 강박사고를 '중요한 침투사고' 범주에서 '사소한 침투사고' 범주로 옮기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① 강박사고를 잘못 판단하지 않고 강박사고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② 강박행동과 기타 상쇄행동을 예방 또는 중지한다. ③ 아무리 혐오스럽고 기상천외한 강박사고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강박장애 증상의 특성 파악하기

나의 강박장애 증상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미 내 상태를 잘 알아.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고 있다고.' 하지만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보아온 바로는 강박장애 환자 대부분은 강박행동이나 상쇄행동, 사고통제, 회피행동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자신의 행동이 강박장애의 일부분임을 의식하지도 못했다. 가령 후안의 강박사고는 손자들을 해치는 상상이었다. 후안은 이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이런 상상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회피했다.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색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빨간색 옷을 입지 않고, 빨간색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 가지 않는 식의 행동이 습관화되어버리자, 후안은 더 이상 이것이 강박장애의 일부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빨간색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다. 강박장애 환자들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부분 자신이 강박장애의 의미를 해석한 방식이 어떤 오판 유형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판정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식별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강박장애를 극복하려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상쇄행동, 사고통제, 회피행동을 포함한 강박장애의 모든 행동측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자신이 강박사고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 즉 강박사고의 인지측면 역시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증상의 특성 파악하기 - 행동측면: [집중훈련 - 강박장애 행동 추적하기] 연습장애 여섯 칸짜리 표를 그리자. 각 줄에 첫 번째 칸에 다음과 같이 제목을 붙여두자. '날짜 / 강박사고 / 기분(예를 들어 혐오스러움이나 두려움) / 강박행동ㆍ상쇄행동 / 사고통제 / 강박행동ㆍ상쇄행동을 한 후의 기분.' 다음 일주일 동안 언제 어떤 강박사고가 발생하는지 주시하자. 그리고 강박사고가 떠오르면, 날짜와 내용을 적고 기분 칸에 강박사고가 떠올랐을 때 들었던 기분을 모두 기록한다. 0점부터 100점 중 하나로 점수를 매기자. 그런 감정이 전혀 들지 않으면 0점으로 하고, 중간 정도이면 50점, 살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심하면 100점으로 한다. 그런 다음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했던 강박행동과 상쇄행동을 모두 적는다. 강박사고를 지우려고 사고통제를 사용했다면 그것도 적는다.

마지막으로 강박행동이나 상쇄행동을 한 후에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평가하자. 차분해졌다거나 불안감이 줄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강박사고가 생각보다 자주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오전, 오후, 저녁에 한 번씩 하루에 세 번만 기록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작성하면, 총 21줄을 기록하는 셈이다. 해당하는 강박사고를 경험하자마자 표를 작성해야 한다. 연습장을 늘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다. 이제 당신이 하는 모든 회피행동을 기록해보자. 연습장의 다른 페이지에 간단하게 적으면 된다. 어떤 사람, 물건, 혹은 어떤 상황을 피할 때마다 날짜와 회피 대상을 쓴다. 어떤 상황 전체를 피했을 때뿐만 아니라, 그 상황의 특정 측면만 피했을 때도 기록하자. 즉 손자들을 아예 보러 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손자 집에 갔지만 아이들과 한방에 있지 않으려고 한 경우도 기록하자.

증상의 특성 파악하기 - 인지측면: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데버러는 리무진에서 내려 활기차게 길을 걸어간다. 모피코트를 걸치고 명품 선글라스와 거대한 다이아몬드 반지에 손목에는 롤렉스시계까지 차고 있다. 네일 아티스트와의 약속에 늦었는데 차가 가게 입구까지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지금 서두르는 중이다. 그런데 목적지인 스파 입구 근처에 걸인 하나가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 이제 다음 질문에 '바로' 예, 아니오로 답해보자. 데버러는 걸인에게 돈을 줄까, 주지 않을까?

이제 당신이 어떻게 이런 답을 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자. 당신은 주어진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분석해서 예 혹은 아니오로 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의 대답은 당신이 부자들, 모피코트를 입고 있는 사람들, 여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반영한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상황을 분석해보자. 그러면 당신은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데버러가 약속 시간에 맞추려고 서두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버러는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정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걸인에게 몇 푼 쥐어줄 것이다. 혹은 배경 정보가 빈약하다고 생각하고 추가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데버러가 걸인에게 적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인지 등을 알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생각이나 현상에 관한 무의식적 고정관념을 재고하는 것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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