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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

김정수 지음 | 소울메이트
나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

김정수 지음

소울메이트 / 2012년 11월 / 369쪽 / 15,000원





첫 번째 여행지 - 자아의 세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자기애의 시대, 나는 왜 힘든가?

자신을 사랑해야만 하는 자기애의 시대: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음에도 우리들의 내면에 흐르는 불안과 불만, 그리고 불편함은 우리가 이룬 발전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특성은 무엇이고, 우리는 시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것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정보와 자극도 많아졌다. 먹고 마시는 것도 풍부해졌으며 재미와 쾌락도 많아졌다. 현상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우리는 과잉으로부터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염, 공해, 비만, 탐욕, 지나친 경쟁, 선택의 어려움, 갖가지 스트레스 등은 과잉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모든 것이 많아지고 풍요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불분명할 때가 있다. 진짜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어떤 때는 오히려 텅 비어 있는 느낌이 강해졌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더 강해졌다.

둘째, 모든 것이 빨라졌다. 기술의 발달로 생산 속도도 빨라졌으며 정보의 속도와 이동이 빨라지면서 생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삶의 방식과 트렌드도 빠르게 변해간다. 유행의 주기는 짧아지고 상품의 표준도 빨리 바뀌고 있으며 우리는 점점 바빠지고 있다. 삶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분명히 우리는 점점 급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빨라지면서 분명 시간이 많아졌지만 심리적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한 더 빨리, 그리고 더 자주 적응해야 하며 속도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새로운 정보와 경향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끼면서 누가 더 빠른가를 두고 힘겹게 경쟁하게 되었다.

셋째, 지식과 정보가 중요한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과거보다 훨씬 급격하게 지식과 정보가 늘어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개념과 가치가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생각의 토양이 되고 있으며, 더불어 삶의 방식과 개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식은 개인의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 그리고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넷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국가의 불안정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양적인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불균형과 국가 혹은 지역 간의 불균형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욕구는 번식력이 왕성한 동물처럼 덩치가 커져가지만 현실의 능력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미래의 소득과 자산을 담보로 신용이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또한 우리는 미래의 신용을 지렛대 삼아 다시 소비에 몰두해왔다. 덕분에 경제규모는 커졌으며 사회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개인의 빚이 급증하고 있으며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빚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사회의 불안정성과 계층 간의 불균형을 높이며 긴장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경제적 발전과 풍요로움, 그리고 의학의 발달로 이제 단순한 생존보다 정신적 만족이 과거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와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는 훨씬 강렬해졌다. 서로의 욕구가 충돌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사람들은 더 많은 충돌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각 개인에게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골몰하게 만든다. 확실히 현대는 무엇보다 자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가족보다 각 구성원이, 집단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사회나 국가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우선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애의 시대는 누구보다 개인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가족, 집단, 사회, 그리고 국가에서 개인을 독립시켰으며 각 개인에게는 국가의 주인이자 현명한 소비자라는 권력을 주었다. 지식과 자의식으로 무장된 개인은 정부나 기업, 그리고 생산 활동에 전에 없었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사생활과 개인의 권리를 사회가 존중하기 시작했고, 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능력은 충분히 칭송받고 보상받게 되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보다 환경이 좋아진다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나은 직장, 좀 더 많은 수입, 보다 나은 배우자, 더 좋은 사람들, 더 좋은 집, 더 많은 돈, 더 나아가 보다 정의롭고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면 내가 느끼는 고민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바뀔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과연 나의 고민이 해결될까? 환경이 바뀌면 정말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만족이나 행복감의 근본적인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문제가 있을 때 문제의 원인이 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생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적어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나의 밖에서 찾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자아의 뿌리 깊은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밖에 두었기 때문에 마음은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도 함께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에 대해 스스로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다. 오늘 내 기분이 좋지 않고, 요즘 나는 우울하고 자주 불안하며, 되는 일이 없어서 괴롭고, 왠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못한 느낌이 들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질까 봐 괴롭고, 내 월급이 줄어들까 봐 등 여러 가지 일로 상처받고 불안해하며 때로는 우울해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대부분의 걱정, 근심, 불안, 우울, 불편한 느낌, 자신에 대한 혼란의 주인공은 항상 '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나를 보지 않고 주변 환경이나 여건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문제의 근본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자신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여기지 않고, 내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환경이 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냥 방관자로 있다가 혜택만 받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문제의 원인이 밖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생각과 판단이다. 다른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생각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 것이다. 문제를 그렇게 여기고 나름의 해결책을 밖에서 찾으면서 잠깐 기뻐했다가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정말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혹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내가 진짜 내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보면서 익숙했던 나와는 다른 낯선 느낌이 들 때, 지금까지 믿고 추구해왔던 가치에 혼란이 생길 때 나는 나에게 묻곤 한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나'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이것이 '나'구나 하는 생각은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났을까? 나라는 의식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을까? 어릴 때 생각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인가? 경험에 의해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내 머릿속에 있는 '나'라는 느낌과 생각이 진짜 나일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그 생각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왜 생기는 것일까? 나에 대한 나의 생각이 나의 실체가 아니라면 나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나 자신에 대해 아주 제한된 부분만을 알고 있다. 사실 우리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망각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의식하고 있는 나'와 '본연의 존재로서의 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내가 느끼는 나와 진짜 내가 비슷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존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의식하고 있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내적 모순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진짜 나를 알기 위해서는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과 자기 자신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오래된 습관을 멈춰야 한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무엇인가? 나라고 느껴지는 느낌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부분 그냥 생각이고 느낌일 뿐이다.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드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습관을 멈추지 않으면 머릿속에 그냥 떠오르는 생각이 나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나는 왜 불안을 느끼는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기제들: 살아가다 보면 공격적 충동, 적개심, 원한, 성적충동, 좌절감 등 여러 감정과 충동에서 나오는 갈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으로 충분히 왕성하고 살아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갈등과 불안은 삶과 동행하는 실존적 감정이며, 식물이 광합성을 하고 사자가 사냥을 하는 것 같은 하나의 생명 활동이다. 적절한 갈등은 깊이 있는 생각을 만들고 스스로를 발전시키지만 갈등이 심해지면 불안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나 불안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행위를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한다. 방어기제는 마음을 지키는 경호실이며 심리적 면역체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차이가 있으며 방어기제에 따라 고유한 행동양식이 정해지므로, 방어기제는 그 사람의 기본적인 인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방어기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억압(repression): 가장 흔하며 대표적인 방어기제로, 의식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동, 욕망,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눌러놓는 것이다. 억압은 의식적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한다는 면에서 억제와 차이가 있다.

-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억압이 지나쳐 자신의 욕구나 생각과 반대인 내용을 의식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려서 남동생이 태어난 후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겨 동생을 미워한 누나가 미운 감정을 과도하게 억압한 결과, 그를 귀여워하는 누나로 변하는 경우, 납치된 사람이 처음에는 무서워하고 증오하던 납치범을 나중에는 마음으로 따르거나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현상인 스톡홀름 증후군도 반동형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 동일시(identification): 부모, 형, 언니 등 주변의 중요 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닮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단순한 흉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동일시는 자아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기제다. 깡패, 범죄자, 잔인한 사람 등 가장 닮지 말았으면 하던 사람을 닮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를 적대적 동일시라고 한다. 또한 이상적인 대상과 공생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권력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자아가 애를 쓰는 경우를 병적 동일시라고 한다.

- 합리화(rationalization): 우리가 인식하거나 의식하지 못한 동기에서 나온 행동을 지적으로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자신은 스스로의 무의식적 동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정직하게 말하게 되고 이때 바른말을 해주면 오히려 화를 내곤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좋은 예다.

- 취소(undoing): 무의식에서 어떤 대상에게 품고 있었던 자신의 욕구로 인해 그 상대가 입었다고 여겨지는 피해를 취소하는 행위이다. 성경에서 빌라도가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내리고 자신은 판결에 관계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손을 씻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취소 방어로 볼 수 있다. 취소는 강박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어기제다.

- 퇴행(regression): 성장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을 경험할 때 어린아이로 되돌아가는 것. 가령 네 살 난 어린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하던 말을 갑자기 못 하고 가리던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경우다. 퇴행이 될 때는 과거에 좌절이나 재미를 느꼈던 특정한 시기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무의식 속에 그 시기에 집착하는 경향을 고착(fixation)이라고 한다.

- 해리(dissociation): 마음속에 불편함을 가지게 하는 근원인 성격의 일부가 그 사람의 의식적 지배를 벗어나 마치 다른 독립된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다. 다중인격장애나 심인성 기억상실증은 해리로 인한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며, 몽유병이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 승화(sublimation): 본능적 욕구나 참기 어려운 충동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둔갑해 의식세계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외과의사가 되는 것으로 잔인한 충동을 승화시킬 수 있으며, 똥으로 장난치고 싶은 욕망이 기생충학자로 승화될 수도 있다.



지나친 좌절로 인한 가짜 나의 탄생

자아가 왜곡되는 세 가지 이유: 자아가 왜곡되는 첫 번째 이유는 결핍과 박탈이다. 불완전한 자아를 돌봐줄 대상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아는 결핍감을 느끼게 된다. 젖을 필요로 한 아이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젖을 먹지 못하거나,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 그런 것이다.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거나 이별을 겪는 것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자아의 욕구를 적절히 만족시켜줄 대상이 없다는 것은 자아로서는 견디기 힘든 좌절이며 병적인 방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정상적인 감정이나 욕구를 줄여야 하며 스스로를 욕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멍하고 무기력하며 생각이 없는 듯이 보이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아가 왜곡되는 두 번째 이유는 마음속에 있는 욕구다. 자아가 방어해야 하는 것은 외부의 가혹한 현실만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욕구나 충동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지 않는 욕구나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욕구가 아주 강하면 자신의 욕구를 방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자아는 스스로의 욕구에 대해 죄의식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자아의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면 욕구와 현실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정신세계의 많은 부분이 공상이나 환상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또한 지나치게 강한 욕구는 항상 현실과 마찰을 일으키고 필요 이상의 좌절을 경험하게 만든다. 욕구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혹은 욕구로 인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병적인 방어기제가 사용되고 자아는 꼬이고 비틀어질 수 있다. 히스테리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경계성 성격, 강박증, 비밀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은 욕구에 의해 왜곡되고 희생된 대표적인 자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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