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리베카 룹 지음 | 시그마북스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리베카 룹 지음

시그마북스 / 2012년 10월 / 432쪽 / 15,000원





고추, 노벨상을 받다

고추의 매운맛은 냄새는 없지만 강렬히 느껴지는 일단의 화합물 ‘캡사이신류’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바닐릴 아마이드라 알려진 그 화학종은 지금까지 적어도 여섯 가지는 발견되었다. 고추의 매운 정도는 스코빌 단위(SHU)로 표현되는데, 예를 들면 고추의 매운 정도에 관한 한 맨 밑바닥에 속하는 달콤한 벨 페퍼가 0SHU로 간주되고, 혈기 왕성한 할라페뇨는 보통 2천 5백~4천 SHU다. 이 말은 할라페뇨 추출물을 2천 5백~4천 배 희석해야 그것이 활기를 잃는다는 뜻이다. 타바스코 소스는 6만~8만 SHU이고, 입에 담기도 무서운 하바네로는 품종에 따라 15만~57만 5천 SHU라는 강펀치를 날릴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매운 고추는 최근 발견된 ‘부트 졸로키아(유령 고추)’라는 인도 북동부 캅시쿰키넨세 재배종으로 100만 SHU 남짓으로 평가된다.

한편 각 고추의 캡사이신 함량은 기후, 지리적 위치, 열매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 대체로 날씨가 따뜻한 곳의 고추는 날씨가 서늘한 곳의 친족들보다 캡사이신 함유율이 높다. 또 매운 정도는 열매의 나이와도 함께 증가하는데, 어린 고추들은 하나같이 악의가 없다. 대개 매운맛은 4주 후부터 비로소 발달하여 성숙도와 함께 꾸준히 증가한다. 그리고 캡사이신은 혐오감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편집배원과 조깅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맹견ㆍ강도 퇴치용 에어로졸의 주성분이다. 또 캡사이신은 현대와 과거의 유기 살충제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1800년대 중반에 필라델피아의 바틴 박사라는 사람은 고춧가루와 담뱃가루를 직접 섞어 만든 훈증제로 넓적다리잎벌레를 퇴치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런데 캡사이신은 고추에 왜 들어 있는 것일까? 진화와 관련하여 식물이 적절한 이유 없이 하는 일이란 없지만, 최근까지 고추에 대한 캡사이신의 생물학적 이점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워싱턴 대학의 조슈아 툭스버리와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통제된 저지물’로서 기능한다. 즉 고추를 먹는 동물 가운데 일부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뜻이다.

야생 상태에서 고추 종자는 보통 새들이 퍼뜨린다. 고추 종자는 조류의 소화관을 무사히 통과한 후 새들의 배설물로 널리 흩어진다. 하지만 음식을 씹는 포유동물에게 먹힌 종자는 대부분 으스러지며 파괴된다. 바로 그런 사실에서 혀를 태우는 캡사이신의 목적이 유래하는데, 그것은 씨를 퍼뜨려주는 유익한 새들은 괴롭히지 않고, 씨를 우적거리는 포유동물에게만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캡사이신이 결코 막아내지 못하는 포유동물은 우리다. 고추가 아무리 불이 나게 매워도 사람들은 그것을 집요하게 먹는다. 사람과 음식의 관계를 연구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폴 로진은 고추에 대한 우리의 열정이 ‘강제 모험’의 예라고 믿는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서운 영화와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이유와 같다. 즉 그것이 가상의 위험과 관련하여 흥미진진하고 아드레날린 가득한 전율을 우리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혹은 매운 고추를 먹으면 자연적인 황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캡사이신은 혀와 목구멍에서 열과 고통을 전문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뉴런과 결합하는데, 세포 표면의 통각 수용기가 활성화되면 P 물질(고통 신호를 뇌와 중추 신경계로 전하는 신경 펩타이드)이 나와 엔도르핀(모르핀처럼 고통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내생 화합물) 방출이 촉발되고 운이 좋으면 희열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고추는 달리기하는 사람의 황홀경에 맞먹는 느낌을 게으른 사람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추를 먹으면서 뜨거움을 느끼는 것 또한 분자 상호 작용의 결과다. 감각 세포 표면의 TRPV1이라는 수용기 단백질은 43℃ 이상의 열을 받으면 활성화된다(그런 세포 때문에 우리는 샤워를 하다 화상 입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그와 비슷하게 TRPV1은 캡사이신으로도 활성화되지만, 이 경우에는 정상 체온(37℃) 혹은 그 이하에서 (허위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로 타고 있지 않은데 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캡사이신은 그런 작용 메커니즘을 타란툴라의 독과 공유하는 듯하다. 거미독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이 화학 물질은 감각 세포의 똑같은 수용기에 결합해, 똑같이 고통스럽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낳는다. 다시 말해, 매운 고추를 먹어봤다면 타란툴라에게 물린 느낌을 알고 있는 셈이다.

한편 고추는 훌륭한 영양소들의 창고다. 고추에는 비타민 CㆍAㆍE, 티아민(B1), 리보플래빈(B2), 니아신(B3)이 가득 들어 있다. 오늘날 감기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 C는 1928년에 헝가리인 생화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자신이 퇴짜 놓은 저녁 식사용 파프리카 요리로부터 처음 정제해냈다. 소 부신 추출물과 힘겹게 씨름해왔던 센트죄르지는 파프리카를 ‘새 비타민의 보고’로 표현했는데, 그 발견으로 9년 후인 1937년에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고추는 오렌지보다 비타민 C 함유율이 최고 여섯 배까지 높을 수 있다. 일찍이 17세기에 에스파냐 뱃사람들은 고추가 괴혈병 치료제로 유용함을 알았던지 그것을 바다로 가져갔다. 그리고 비타민 C 함유율은 풋고추가 가장 높다. 그 함유율은 성숙도와 함께 감소하는데, 한 연구자는 캡사이신이 늘어남에 따라 비타민 C가 줄어듦을 발견했다. 이는 가장 매운 고추가 꼭 건강에 가장 좋은 고추는 아니라는 뜻이다. 즉 익히지 않은 신선한 고추가 가장 좋은 비타민 C 공급원이다. 통조림 고추나 요리된 고추에서는 비타민 C가 약 30% 감소하고, 말린 고추에서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진다.

역사적으로 고추는 약으로서도 가치가 높았다. 그 유래는 적어도 고대 마야족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천식, 기침, 인후염을 치료하는 데 고추를 이용했다. 16세기 에스파냐 성직자 호세 데 아코스타는 고추를 적당히 먹으면 “위가 소화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썼는데,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침과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고 연동 운동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고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젊은이들의 건강에, 무엇보다 영혼에 해로운데 이는 그것이 정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헨리 필립스는 『재배 채소의 역사』(1822)에서 황열병, 인플루엔자, 치통에 ‘기니 페퍼’ 조제약을 추천했고, 여러 동시대인들은 여드름과 뇌졸중에서 현기증과 성병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태의 치료제로 고추를 권했다. 캡사이신은 실제로 근육통과 관절염에 좋은 온열 마사지 도포제로 효과적인데, 일설에서는 고춧가루를 양말에 조금 넣어두면 시린 발이 따뜻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캡사이신이 항암제로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예비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췌장암이나 전립선암에 걸린 쥐의 종양을 없애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한 바 있다. 또 최근 연구에서는 사람이 하바네로 열 개를 먹는 경우에 상당하는 양의 캡사이신을 일주일에 세 번, 암에 걸린 쥐에게 투여한 결과, 암세포의 80%가 죽었고, 남아 있는 종양도 비처리된 대조군 종양 크기의 5분의 1에 불과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연구 결과들은 캡사이신이 실제로 위암과 피부암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매주 한 번씩 고추를 잔뜩 먹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



양파, 돈키호테의 비위를 거스르다

양파의 문제는 거의 모두들 동의하겠지만 냄새다. 최초의 수렵ㆍ채집인들이 최초의 야생 양파 구근을 먹었을 때부터 양파 입 냄새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을 몹시 괴롭혔다. 일단 양파를 먹고 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먹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돈키호테는 산초 판사에게 이렇게 주의시켰다. “마늘이나 양파는 먹지 말게. 그대가 시골 출신인 걸 다들 알아차리면 안 되니까 말일세.” 미국 카우보이들은 양파를 ‘스컹크 달걀’이라 불렀다.

양파 먹는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해결책으로는 양파를 먹은 후 파슬리, 셀러리 윗부분, 커피콩, 카더멈씨, 정향을 한입 먹는 것이 있다. 플리니우스는 비트 뿌리가 양파 냄새를 없애준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무엇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파가 소화되면 다량의 냄새나는 휘발성 기름이 생겨 폐로 들어갔다 날숨으로 나오며 양파 냄새를 풍기게 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진짜 효과적인 해결책은 우리가 대부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양파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오명을 낳는 분자는 양파에서 원래 방충제로 기능하는 황 화합물이다. 양파를 자르거나 다지거나 베어 물거나 찌르거나 하여 공격하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화학적 부비트랩이 작동해, 그때까지 둔감하고 잠잠하던 프로페닐 시스테인 설폭사이드라는 분자가 효소 알리나제와 만나게 된다. 그 결과로 급속한 반응이 일어남에 따라, 냄새나고 눈에 자극적인 휘발성 물질이 쏟아져 나와 위기의 채소를 위한 최루 가스 구실을 하게 된다. 그중 양파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은 황을 함유한 n-프로필 티올이고, 마늘 냄새의 주동자는 디알릴 디설파이드다.

그리고 양파는 냄새나는 휘발성 황 화합물뿐만 아니라, 눈물이 나도록 톡 쏘는 기체도 발산한다. 그 눈물샘 자극 화합물은 상속자와 과부도 울게 할 만큼 강력하다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했는데, 공식적으로 최루 물질이라 부른다. 그 말은 라틴어 ‘라크리마(눈물)’에서 유래한다. 1950년대부터 여러 실험실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그 화학 구조는 1979년에 미주리 대학의 에릭 블록과 로버트 펜이 프로판티올 S-옥사이드라는 특수 형태로 확실히 밝혀냈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매년 세계적으로 4천 7백만 톤이나 먹는 양파는 수많은 독창적인 요리의 필수 재료다. 그것은 이를테면 16세기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레스토랑’은 원래 음식 사업소가 아니라 양파와 허브로 맛을 낸 보신용 수프였는데, 18세기에 그 이름의 의미는 ‘수프’에서 ‘수프를 먹는 장소’로 넓어지며 현대화되었다. 전통적인 프랑스 양파 수프는 폴란드 폐왕 스타니스와프 1세가 처음 만들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요리용 양파의 다목적성은 18세기 프랑스의 한 음식 공급자 이야기에 가장 잘 드러나 있을 듯하다. 손님들이 배고파하는데 앙트레(만찬에서 주요리 또는 주요리 앞에 나오는 요리)가 없는 상황에 직면한 그는, 낡은 물소 가죽 장갑 한 켤레를 잘게 썰고 양파, 겨자, 식초와 함께 부글부글 끓여서 내놓았다. 손님들은 그것이 매우 맛있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양파는 크기, 모양, 색깔이 매우 다양하다. 구근은 납작할 수도 있고, 둥글 수도 있고, 서양배 모양일 수도 있으며, 30cm 길이의 일본 양파처럼 길쭉할 수도 있다. 색깔은 흰색, 황록색, 구리색, 주황빛 분홍색, 선홍색, 자주색 등이 있다. 그리고 모두 우리에게 놀랍도록 이롭다.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사람들이 몸무게가 줄어들까 봐 멀리한 양파는 구근 하나당 열량이 38칼로리로, 21세기에 고군분투 중인 다이어터들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다. 또 양파에는 칼륨, 인, 비타민 C도 적당량이 들어 있는데, 노란색 품종들은 비타민 D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양파는 그보다도 ‘기능 식품(nutraceutical)’으로 권장된다. 그 단어는 ‘영양(nutrient)’과 ‘약(pharmaceutical)’을 꿰맞춘 혼성어로, 약효가 있는 건강 증진 식품을 의미한다. 피자에 넣어도 맛있고 샐러드에 넣어도 맛나는 양파는 채소 약상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탁월한 플라보노이드 공급원이다. 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산화 방지제로, 다양한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붉은 양파는 케르세틴이라는 플라보노이드를 케일보다 두 배, 브로콜리보다 서른 배, 녹차보다 마흔 배 넘게 함유한다.

양파를 자주 먹으면 위암, 대장암,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확률이 줄어든다. 양파에서 냄새나는 황 화합물들은 항천식성이 있고, 주로 이눌린이라는 다당류 형태인 섬유질은 장에 좋을 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치를 낮추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양파는 여러분의 뼈에도 좋을지 모른다. 적어도 동물 연구에서는 양파의 한 펩타이드가 골다공증(약 4천 4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막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당근,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식물학자들은 맨 처음에 당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왔으며 자주색이었다고 믿는다. 수척하고 많이 갈라져 있어 장래성 없던 그 포도주색 뿌리들은 통통한 재배용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산형과, 즉 약 300속 3천 종의 향료 식물들로 구성된 속칭 미나릿과에 속했다. 오늘날 당근의 특징인 원뿔형 뿌리는 10~11세기에 소아시아에서 나타나 12세기에 무어인들의 에스파냐를 거쳐 유럽에 이른 듯하다.

하지만 그것을 선뜻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16세기에 존 제라드는 “당근이 영양물로서는 별로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킨슨의 지상낙원』(1629)을 쓴 식물학자 존 파킨슨은 당근을 더 좋아했던지 “그것을 쇠고기 죽에 넣어 삶으면 매우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파킨슨이 덧붙인 바에 따르면, 그 뿌리는 ‘위는 굵고 아래는 가는 둥글길죽한’ 모양으로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이었다. 반면에 짙은 녹색 잎은 가을이면 빨간색 내지 자주색으로 변했는데,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여러 숙녀들은 종종 그 잎을 모아 모자나 머리에 꽂거나 깃털 대신 핀으로 달았다.

초기 자주색, 보라색, 빨간색, 검은색 당근이 그런 색을 띤 것은 안토시아닌 때문이었다. 그 색소는 16세기 무렵에 안토시아닌 없는 창백한 노란색 돌연변이체가 서유럽에 나타날 때까지 당근계를 지배했다. 그러므로 아가멤논의 병사들이 트로이 목마 안에서 ‘설사를 멈추게 하려고’ 아작아작(아마도 조용히) 먹었다는 당근도, 국내의 그리스인들이 최음제 ‘필트론’을 만드는 데 쓴 당근도 분명 안토시아닌이 들어간 자줏빛 품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주색 당근은 노란색 품종, 그리고 나중에 주황색 품종이 등장함에 따라 곧 인기를 잃었다. 자주색 재배종은 맛있긴 했으나 요리하면 입맛 떨어뜨리는 진흙 빛 갈색으로 변하는 바람에 가장 둔감한 요리사에게까지 미움을 받았다. 미적으로 매력적인 주황색 당근은 유럽의 당근 재배를 주도하던 네덜란드인들이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 사이에 개발했다. 그리고 네덜란드 재배자들은 머지않아 최초의 주황색 원종으로부터 더 짙은 색의 롱 오렌지(묵직한 겨울 저장용 당근)와 더 작고 달콤한 혼을 만들어냈다. 혼은 18세기 중엽에 더 미세하게 개량되어 조만성과 크기가 다른 주황색 당근 세 품종을 낳았으니, 레이트 하프 롱, 얼리 하프 롱, 더 작은 얼리 스칼릿 롱이 그것이다. 총체적으로 이백 살의 그 네덜란드 당근들은 오늘날 기르는 모든 주황색 당근의 직계 조상이다. 당근이 주황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 때문이다. 그것은 약 500가지 노랑, 주황 색소들의 군으로 식물에서 매우 중요한 엽록소가 태양광으로 인해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카로티노이드의 약 10%는 프로비타민 A이기도 한데, 당근의 주요 성분인 카로티노이드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베타카로틴은 인간의 소화관에서 유익한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레티놀이라는 비타민 A 분자 둘을 형성한다.

비타민 A는 인체 내에서 몇 가지 필수적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돕고 면역계를 통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력에 미치는 영향으로 가장 유명할 듯싶다. 눈의 망막에서 비타민 A는 간상세포 속의 단백질 옵션과 결합해 시각 색소 로돕신을 형성하는데, 로돕신은 우리가 어둠 속에서 사물을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비타민 A 결핍증의 첫 징후는 암순응 장애(‘야맹증’)이고, 극심하거나 장기적인 비타민 A 결핍은 영구적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빵 껍질 좀 먹는다고 곱슬머리 되지 않듯이, 당근을 먹는다고 밤눈이 완전히 밝아지지는 않는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