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뇌
토르켈 클링베르그 지음 | 윌컴퍼니
넘치는 뇌
토르켈 클링베르그 지음
윌컴퍼니 / 2012년 3월 / 264쪽 / 15,000원
석기시대의 뇌, 정보의 홍수를 만나다
석기시대 크로마뇽인의 두뇌: 1956년 조지 밀러는 「마법의 숫자 7, 플러스 마이너스 2: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라는 논문을 통해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이 한계는 대략 7개 항목 언저리에 있다고 발표했다. 두뇌의 대역폭(지적 대역폭)에는 내재된 한계가 있다고 발표한 이 논문은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적 대역폭, 다시 말해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 내재된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의 기원은 아마 수십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 초기에 인류는 프랑스 남서부의 크로마뇽 동굴에 있는 것 같은 신비스런 동굴벽화를 남겼고, 이 때문에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를 크로마뇽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크로마뇽인은 오늘날의 인류와 같은 두뇌용량과 해부학적 구조를 갖추었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최신의상을 입고 현대의 도시를 활보한다 하더라도 이상한 눈으로 돌아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크로마뇽인은 수렵과 채집을 하며 느긋한 삶을 살았다. 아마도 몇몇 가족으로 구성된 50명 정도가 한데 모여 공동체 생활을 했을 것이다. 이들은 식량 채집과 식사 준비, 가죽 손질과 도구 제작, 사냥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크로마뇽인이 살던 시대의 기술적 환경은 화살촉, 바늘, 뼈갈고리 같은 보잘것없는 몇 가지 단순한 도구들로 구성되었다.
현대인의 뇌는 4만 년 전 크로마뇽인의 뇌와 거의 동일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변한 게 거의 없는 인간의 뇌가 이제는 디지털사회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를 감당해야 한다. 크로마뇽인이 1년 동안 만났을 만한 수의 사람들을 오늘날 우리는 하루 만에 만나고 있다.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과 복잡성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종의 '차단밸브'로 작동하는 내재된 한계가 존재한다면, 지적 기능의 어느 부분에 이런 한계가 있을까? 정보처리 능력의 병목지점은 두뇌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뇌지도는 끊임없이 변한다: 두뇌가소성(brain plasticity)에 관한 최근 연구결과들은 크로마뇽인의 뇌와 조지 밀러의 지적 대역폭에 관한 논의를 더욱 복잡하면서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은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여러분의 삶을 뒤바꿔놓을 만큼 엄청나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경험과 배움은 인간의 두뇌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도 같은 강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는 것이다.
두뇌는 기억을 저장할 때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뇌의 여러 부위에 다양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뇌기능 지도를 작성해서 인간의 두뇌를 탐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이러한 뇌지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그려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체 일부를 상실해 이를 관장하는 뇌의 감각피질 부위가 해당 신경으로부터 더는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부위가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가령 집게손가락을 상실하면 집게손가락에서 신호를 받던 뇌 부위는 위축되고, 대신 가운뎃손가락에서 신호를 받는 인접부위가 확장된다. 뇌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것이다.
시각정보를 받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더욱 놀랍다.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을 때 두뇌활동을 측정해보면, 놀랍게도 두뇌의 시각인식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촉각이라는 다른 감각정보를 시각인식 피질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상실된 집게손가락에서 어떠한 감각정보도 받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가소성이 발현된다. 주변의 다른 부위가 확장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를 점유한다. 선천적 청각장애인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에서 선천적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읽을 때 청각인식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정보입력을 상실할 때뿐만 아니라, 수년간 하루에 몇 시간씩 끊임없이 악기를 연습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우에도 두뇌는 변화한다. 과학자들이 현악기 연주자의 왼손으로부터 감각정보를 받는 뇌영역의 지도를 만들어보니,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부위가 일반인보다 컸다. 또한 피아노 연주자는 피아노음을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일반인보다 25퍼센트 정도 컸으며, 운동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경로도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저글링은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단 몇 주만 연습해도 금세 실력을 키울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저글링을 3개월간 배우기 전과 후의 뇌구조를 살펴보았다. 동작인식을 관장하는 후두엽 부위가 이 기간 동안에 커졌다. 그러나 훈련을 중단하고 3개월이 지나자 다시 위축되었고 훈련으로 증가한 부분의 절반 정도를 상실했다. 다시 말해 단 3개월 동안의 훈련이나 휴식이 뇌구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정보화 사회의 끊임없는 지적 요구가 우리의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적 요구도 다른 형태의 연습이나 학습과 마찬가지로 두뇌를 '훈련'시키는 효과가 있을까?
주의력은 정보가 통과하는 관문이다
주의력의 세 가지 유형: 린다는 책상 위에 쌓여있는 보고서 중에서 하나를 읽기 시작한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자 큰 어려움 없이 상당한 분량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전날 저녁식사 때 벌어진 일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마지막에 읽은 부분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문장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뒤에서 누군가가 커피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다시 주의를 빼앗겼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고 사무실 전체가 더욱 부산해지면서 린다는 결국 보고서를 나중에 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날 오후 늦게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차분해지자 린다는 다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린다는 45분 내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카페인의 도움을 약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줄곧 단조로운 내용에다 약간의 수면부족 탓에 곧 떨쳐내기 어려운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보고서를 도로 책상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린다가 보고서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은 건 분명히 주의력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주의력이란 무엇인가? 뇌기능과 주의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의력에 여러 유형이 있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업무를 처리하려는 린다의 노력에는 최소한 세 가지 유형의 주의력이 관련되어 있다. 첫째는 '통제주의력(controlled attention)'이다. 이는 린다가 의식적으로 보고서를 읽으려고 노력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전날 저녁식사 때 벌어진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린다는 주의력에 대한 통제를 상실했다. 둘째는 '자극주의력(stimulus-driven attention)'이다. 이는 주변 환경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자극(가령 커피잔이 바닥에 떨어지는 사건)에 무의식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오후 늦게 린다에게 피곤이 몰려오면서 문제가 된 '각성(arousal)'이다.
이 책에서는 선택성이 있는 처음 두 가지 유형의 주의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각성에 대해 좀 더 짚고 넘어가보자. 각성은 특정지점이나 특정사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주의력과 다소 다르다. 그래서 각성을 비선택적이라고 한다. 각성의 수준은 매초, 매시간 달라질 수 있다. 각성 패턴을 설명하기 위한 대표적인 예가 레이더 감시병이다. 이들은 잠재적 적기 출현을 알리는 작은 점을 찾기 위해 몇 시간씩 계속해서 레이더 화면을 주시한다. 자극이 거의 없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각성은 서서히 저하된다. 이러한 현상은 업무수행 능력 저하와 길어지는 반응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임박한 사건에 대한 경고로 각성 수준을 일시적으로나마 높일 수 있다. 카페인 같은 특정물질 또한 각성 수준을 일시적으로나마 높일 수 있다. 밤늦은 시간에 커피 한두 잔 정도는 레이더 감시병의 업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하지만 커피 10잔을 마신다면 감시병은 레이더 화면상의 모든 새로운 점을 적기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업무수행 능력은 각성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을 때 최고조에 도달한다. 어떤 면에서는 스트레스가 커피와 똑같은 영향을 뇌에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업무수행 능력을 저하시킨다.
주의력은 두뇌의 스포트라이트: 마치 병원 진찰실처럼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넓은 방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일회용 장갑과 외과용 테이프, 압박붕대가 들어있는 박스들이 벽을 따라 놓여 있다. 크고 작은 흰색과 파란색 플라스틱 공, 안전망이 장착된 거대한 헬멧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놓여 있다. 벽에 쌓아놓은 물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한 면의 길이가 약 180cm인 흰색 정육면체가 놓여 있는데, 이 안에는 주변에 있는 산소통을 치명적인 발사체로 만들 만큼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는 전자석이 들어 있다. 정육면체의 가운데에는 원통형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수평 벤치를 좌우로 이동할 수 있어서, 벤치에 누운 사람을 자기장 중심으로 옮겨 뇌활동을 검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육면체가 바로 자기공명(MR) 촬영장치로 주의력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두뇌를 들여다보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 도구다. 일단 피험자를 촬영장치 안에 위치시킨 다음, 그림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주의를 이동하는 등의 일정한 지적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뇌영상을 촬영한다. 이런 작업을 30분 정도 진행하면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기술의 기본원리는 두뇌의 혈류를 분석하는 것이다. 특정영역에서 신경세포, 즉 뉴런이 활성화되면 해당 뉴런에 산소와 결합한 혈액의 공급이 증가한다. 과학자들은 1990년대에 헤모글로빈(혈액의 구성요소)에 산소 분자의 존재 유무가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기공명 촬영장치를 이용해 뇌활동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공명 촬영장치는 종양 등 이상증상을 찾아내기 위한 상세한 뇌해부도를 촬영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기공명 촬영장치를 사용해 뇌기능을 파악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이라고 한다.
위스콘신 의과대학교의 줄리 브레프진스키와 에드거 드요는 fMRI를 이용해 주의력의 영향을 측정했다. 피험자를 자기공명 촬영장치 안에 눕히고 다트판처럼 여러 부분으로 나뉜 원을 보여주면서 중심점에 시선을 고정하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주의를 이동하도록 했다. 통제주의력을 시험하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실험결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감각자극이 두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자기공명 촬영장치를 이용해 뇌기능을 연구할 때 과학자들은 대개 피질의 활동에 관심이 있다. 피질은 대뇌를 둘러싸고 있는 회백질의 얇은 막이다. 시각자극에 의해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피질 부위는 후두엽으로, 1차 시각피질이라고도 한다. 신호는 후두엽에서 보다 분화된 다른 시각영역으로 전달된다. 다트판의 여러 부분 같은 인접환경의 각 부분은 피질의 여러 시각영역에 의해 해독되어, 각 부분이 외부세계에 대한 일종의 내부지도가 된다. 피험자가 시선을 고정한 채 여러 부분에 돌아가며 주의를 기울이면 과학자들은 1차 시각피질의 해당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피험자가 어디로 주의를 돌리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우리가 주의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때 주의력을 스포트라이트에 비유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지 보여준다. 시각영역이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라면, 주의력은 이 지도의 특정부분을 비추는 광선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부분에 빛이 비치면 이는 해당 영역에서 뉴런의 활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뉴런의 정보수용력을 향상시킨다.
작업기억은 정신의 작업대다
때때로 우리의 관심이 주변의 특정한 변화에 자동적으로 끌릴 수 있다. 하지만 통제주의력은 어디로 주의를 향할 것인지 일종의 지시가 필요하다. 가령 많은 사람들 가운데 특정인물을 찾는 것처럼 사전에 결정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면, 우리는 그 대상을 찾는 동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하려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억할까?
기억의 임시저장소 '작업기억': 해답은 바로 '작업기억'이다. 이는 제한된 시간 동안(대개는 몇 초간)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뜻한다. 얼핏 단순한 기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의력 통제에서 논리적 문제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활동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다. 여기서 작업기억의 개념을 확실히 정리한 후에 다른 기능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알아보자.
다시 한 번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린다 얘기로 돌아가보자. 린다가 온갖 물건들로 어지러운 서랍에서 우표를 찾으려고 한다면, 린다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작업기억 속에 담아두고 있어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책상에는 린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온갖 물건들이 놓여 있다. 뇌 시각영역의 뉴런은 누가 활성화될 것인지를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인다. 따라서 린다는 자신의 주의력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린다는 온갖 잡동사니들에 정신이 산만해져 서랍을 닫고 다른 일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2초 후에 왜 자신이 서랍을 닫았는지, 혹은 우표가 어디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우표를 찾으라고 자신에게 내린 지시가 린다의 작업기억에서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전화번호 안내를 받고 메모지와 펜을 찾을 때까지 번호를 기억하기 위해 작업기억을 사용한다. 이런 경우 대개 번호를 반복해서 중얼거림으로써 작업기억에 담아두려고 하는데, 이것이 구두(verbal)정보다. 체스는 시각정보를 작업기억에 담아두는 경우의 예다. '내가 저기로 나이트를 옮기면 상대방이 비숍으로 잡을 거야. 그러면 나는 퀸으로 비숍을 잡아야지.' 이때 우리는 머릿속에서 일종의 비주얼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며, 시뮬레이션한 모든 수를 기억하기 위해 작업기억이 필요하다.
1970년대 초반 심리학자 앨런 배들리는 작업기억을 세 가지 요소로 구분했다. 시각정보 저장을 담당하는 '시공간메모장(visuospatial sketch pad)', 구두정보 저장을 담당하는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 그리고 이 둘을 조율하는 중심요소인 '중앙관리자(central executive)'다. 체스의 수를 기억할 때는 시공간메모장을 이용하고, 전화번호를 기억할 때는 음운루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두 경우 모두 조율이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중앙관리자다.
심리학자가 여러분의 구두 작업기억을 테스트하고자 한다면 여러분들에게 일련의 수를 암기하도록 할 것이다. 시공간 작업기억을 테스트하는 경우에는 시험자가 가리키는 여러 블록의 순서를 기억하는 '블록 반복'이라고 하는 테스트를 이용할 것이다. 처음에는 블록 2개로 시작해서 테스트를 통과하면 3개, 4개 등으로 블록의 개수를 점차 늘려나간다. 아마도 블록이 7개 정도에 이르면 실수를 하기 시작할 것이고, 전체 순서를 정확히 기억하는 확률이 50퍼센트가 되는 수준에 도달하면 작업기억 용량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는 작업기억에 보유할 수 있는 정보량의 척도가 된다. 작업기억의 결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용량의 한계다. 예로 "두 블록을 직진해서 가다가 좌회전해서 한 블록 가세요."라는 길 안내를 받았다면 정보를 기억해 길을 찾아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이 너무 길어서 작업기억의 용량을 초과한다면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몇 년이고 정보를 저장해두는 '장기기억': 작업기억의 용량한계는 장기기억(long-term memory)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다. 장기기억에서 우리는 어제 저녁 식사 때 먹은 음식처럼 우리가 관여한 사건을 기억한다. 우리는 또한 어떤 단어의 뜻이나 모로코의 수도가 어디인지 등, 구체적인 경험과 연관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억할 수도 있다. 장기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은 사실상 무한하다. 장기기억은 무언가를 기억하고 나서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년 동안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인 후에도 기억해낼 수 있다. 하지만 작업기억은 정보가 저장될 때 끊임없이 주의력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장기기억과 작동원리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