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민주주의
토머스 D. 실러 지음 | 에코리브르
꿀벌의 민주주의
토머스 D. 실리 지음
에코리브르 / 2012년 4월 / 328쪽 / 20,000원
서문
예로부터 꿀벌은 꿀과 밀랍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단맛과 빛을 선물함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존재이다. 특히 양봉 농가와 협력하며 사는 2,000억 마리가량의 꿀벌은 사람을 대신해 매우 중요한 농사꾼 몫을 해낸다. 바로 식물의 가루받이를 돕는 일이다. 북미에서 양봉 농가의 꿀벌은 50가지 과일과 채소 작물의 가루받이를 맡고 있다. 이 외에도 꿀벌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이 있다. 바로 벌집 안에 모여 살면서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모범적인 사회를 이루는 지혜이다. 이 조그만 곤충은 우리에게 원활하게 운영되는 집단, 특히 민주적 의사 결정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능력을 지닌 집단을 구축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우리는 흔히 꿀벌 집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자비로운 독재자, 즉 여왕벌이 지배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꿀벌 집단에는 모든 벌을 감독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는 없다. 벌집의 운영은 일벌에 의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벌 하나하나가 감독관으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고 꿀벌 사회에 공헌한다. 일벌은 같은 환경에 모여 살며 다양한 신호를 통해 서로 의사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달콤한 꿀로 가득한 꽃이 있으면 춤을 추어 꽃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런 방법으로 일벌은 감시자 없이도 대단히 조화로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집단 지성이다.
이 책에서는 꿀벌이 집터 선택과 관련하여 어떻게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꿀벌의 집터 찾기 과정은 집단의 보금자리 공간에 구성원이 너무 많아져 무리 일부를 내보내야 하는 늦봄과 초여름에 일어난다. 일벌의 1/3 가량은 옛집에 남아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며 원래 집단을 이어가고, 나머지 일벌 수만 마리는 옛 여왕벌과 함께 새로운 집단을 만들기 위해 보금자리를 떠난다. 일단 임시 거처가 정해지면 꿀벌 무리 가운데 수백 마리의 정찰대가 주변 약 70제곱킬로미터를 샅샅이 뒤져 10여 개의 집터 후보지를 찾아낸다. 그런 다음 가장 적당한 집터를 결정하기 위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여러 기준에 따라 각각의 후보지를 평가하고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한다. 집단 결정을 통해 언제나 넉넉한 공간과 높은 안전성이 보장되는 최적의 집터를 고르는 것이다. 선택과정이 끝나면 꿀벌 무리는 일제히 새 보금자리로 이동한다.
이러한 꿀벌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알려준다. 첫째, 매우 작은 뇌를 가진 벌떼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어떻게 그토록 복잡한 결정을 내리고 또한 그 결정을 잘 수행하는 것인가? 둘째, 윙윙거리며 공중을 비행하는 1만여 마리의 벌떼가 어떻게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이들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확인해 보자.
꿀벌 집단의 생활
꿀벌 아피스 멜리페라는 전 세계에 분포하는 2만 종에 달하는 벌 가운데 하나이다. 아피스 멜리페라 자체만 해도 종류가 다양해서 쌀 한 톨보다 작은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찻잔의 반을 채울 정도로 크다. 아피스 멜리페라는 약 1억 년 전 백악기의 말벌 중 초식종의 후손이다. 원래 말벌은 다른 곤충을 죽여 알을 낳아서 암컷과 새끼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포식자다. 그러나 꿀벌은 조상의 포식 습성을 포기한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꽃가루를 먹고 산다. 꿀벌과 꽃식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상대에게 의존하는 습성을 발달시켰다. 꿀벌은 영양분을 꽃에서 얻고, 꽃식물은 번식을 위해 꿀벌에 의존한다.
다른 종류의 벌은 대부분 홀로 살아가지만 꿀벌은 커다란 벌집에서 무리를 이루며 산다. 벌집 안에 있는 대부분의 꿀벌은 암컷 일벌로서 모두 여왕벌 한 마리가 낳은 딸이다. 일벌은 새끼를 돌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소가 발달하지 않아 알을 낳지 않는다. 여왕벌의 생김새는 일벌과 비슷하지만 몸집이 좀 더 크고 배와 다리가 길다. 일벌들은 수행원처럼 여왕벌을 둘러싸고 여왕벌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몸을 매만져준다. 여왕벌은 엄청난 양의 알을 낳는데 한 집단의 여왕벌이 여름 동안 낳는 알은 15만 개 정도이다.
여왕벌은 태어난 후 첫 주 동안 자기 벌집을 떠나 근처 다른 벌집의 수컷 10∼20마리와 짝짓기를 함으로써 일생에 걸쳐 필요한 약 500만 마리의 정자를 구한다. 여왕벌은 이들 정자를 난소 뒤쪽에 있는 수정낭이라는 기관에 보관한다. 알을 낳을 때마다 여왕벌은 정자를 사용하여 수정란을 만들지 아니면 비수정란을 만들지 결정함으로써 후손의 성을 선택한다. 수정란은 암벌이 되고 비수정란은 수벌이 된다. 수정란은 대부분 일벌이 되지만 벌집 아래 특별히 지은 커다란 왕대(queen cell)에 낳은 수정란은 유충으로 성장한 후 로열 젤리를 공급받으며 여왕벌이 된다.
여왕벌은 전체 알의 5%는 수정하지 않고 수벌을 만든다. 수벌은 집단 내에서 가장 힘이 세다. 커다란 눈은 혼인 비행을 할 때 여왕벌을 찾아내는 데 적합하며, 시속 35킬로미터로 여왕벌을 쫓아갈 수 있는 비행 근육이 발달해 있다. 수벌은 집단 내에서 가장 게으르다. 일벌이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반면 수벌은 빈둥빈둥 놀며 일벌이 모아놓은 꿀을 축낸다. 그럼에도 수벌은 집단이 번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이웃 집단의 어린 여왕벌과 짝짓기를 하는 일이다. 수벌은 미래의 후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어 자기 집단이 끊임없이 진화 경쟁에서 이기도록 공헌한다. 꿀벌 집단은 이처럼 여왕벌과 일벌, 그리고 수벌로 이루어진 사회로 생각할 수 있다.
꿀벌 집단은 단순히 개체 하나하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모든 개체가 하나로 통합되어 운영되는 합성체이다. 실제로 꿀벌은 집단 단위로 음식을 섭취, 소화하고,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원을 순환시키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수분과 체온을 조절하고, 환경을 감지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체온(꿀벌 집단의 온도) 조절을 살펴보면 늦겨울에서 초가을까지 일벌들이 유충을 키울 때, 꿀벌 집단은 내부 온도를 섭씨 34∼36도 사이로 조절한다. 꿀벌 집단은 휴식 대사량(resting metabolism)을 조절함으로써 필요한 만큼 열을 내어 온도를 유지한다.
꿀벌의 이상적 보금자리
꿀벌 집단은 보금자리에 대해 본능적으로 철저하다. 특정한 나무 구멍만이 강풍이나 추위 같은 가혹한 물리적 조건과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의 질을 전체적으로 판단하려면 구멍의 부피, 입구의 높이와 크기, 이전 벌집의 존재 여부 등 6개 이상의 기준이 필요하다. 1975년 여름, 나는 숲 속에 사는 야생 꿀벌의 보금자리를 연구하였다. 그 결과 벌집이 있는 나무 구멍은 대개 길쭉한 원통형을 하고 있었으며, 나무 구멍의 평균 지름은 20센티미터, 높이는 150센티미터, 부피는 45리터 정도임을 밝혀냈다. 꿀벌의 보금자리 입구는 10∼30제곱센티미터에 불과한 옹이구멍이나 틈 하나였는데, 일반적으로 긴 나무 구멍의 바닥과 인접하고 지면과 가까우며 남향에 위치해 있었다.
보금자리에 관한 연구에 이어 나는 꿀벌 집단이 보금자리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찾아낸 집터의 유형(나무 구멍의 부피, 입구 위치 등)이 정찰을 나간 꿀벌들이 선호한 결과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용 가능한 나무 구멍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인지를 실험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디자인의 벌통을 설계하여 이 중에서 벌들이 어떤 보금자리를 선호하는지 실험하였다. 이를 위해 252개의 벌통을 만들고 2년 동안 124개에 달하는 꿀벌의 무리를 포획했다. 이 실험에서 꿀벌 집단은 입구 크기, 입구의 방향, 지면에서의 입구 높이, 구멍 바닥에서의 입구 높이, 나무 구멍의 부피, 나무 구멍 안 다른 벌집의 유무 등 집터에 대한 변수에서 특정한 선호를 보여주었다.
연구 결과 꿀벌은 입구가 다소 작고, 남향에, 지면에서 멀리 떨어지고, 구멍 바닥에서 가까운 보금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입구에 관한 이 네 가지 조건은 추위나 위험한 포식자의 위협에서 벌을 보호하는 조건이다. 작은 입구는 외부 환경과 벌집을 격리하고 방어하기 쉽다. 높은 곳에 있는 입구는 지면을 돌아다니는 포식자가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나무에 오를 수 없는 포식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입구가 나무 구멍 위쪽보다 바닥 쪽에 있으면 대류에 따른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남쪽을 향한 입구는 먹이 징발대가 드나들기 좋은 따뜻한 현관 역할을 한다. 입구가 남향인 점은 겨울에 특히 중요하다. 이 시기에 벌은 따뜻한 날을 골라 벌집의 배설물을 치우는 청소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나무 구멍이 10리터 이하 혹은 100리터 이상인 경우는 벌이 찾아오지 않았다. 벌들은 구멍의 부피가 너무 작은 것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꿀을 저장하려면 부피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 구멍이 밀랍 벌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겨울을 나지 못한 꿀벌 집단이 그곳에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집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 벌집이 형성된 곳을 차지할 경우 에너지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 나무의 전형적인 보금자리는 8개 이상의 밀랍 벌집에 약 10만 개의 방이 있다. 총 면적은 약 2.5제곱미터이다. 이 같은 집을 지으려면 1,200그램의 밀랍이 필요하며, 이 정도 밀랍을 구하려면 7.5킬로그램의 꿀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꿀 덩어리는 무리 전체가 겨울 동안 소비하는 꿀의 1/3에 해당한다. 이 꿀을 집 짓는 데 쓰지 않고 먹이창고에 저장한다면 꿀벌이 첫 겨울 동안 살아남을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실험 결과 꿀벌이 특별히 선호를 갖고 있지 않은 집터의 특성은 입구 모양, 나무 구멍 모양, 외풍, 습도 등이었다. 꿀벌은 비좁고 건조한 나무 구멍을 좋아하지만, 외풍이나 비가 들어오는 틈을 나무의 진으로 메울 수 있으므로 꿀벌 정찰대는 이런 특성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나무 구멍의 부피, 입구의 높이와 방향은 개선할 수 없으므로 이런 필요를 충족하는 집터를 찾기 위해 힘을 쏟는다.
정찰벌의 논쟁
꿀벌 집단은 미래의 보금자리를 선택할 때 직접 민주주의 형태를 취한다. 꿀벌과 인간의 집단 민주주의에는 다음과 같은 유사점이 있다. 첫째, 미래의 행동 방침을 의결할 때 수백에 달하는 개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이들은 각기 동등한 무게를 지닌다. 둘째, 어떤 정보에 대한 소스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경우에도 각 개체가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시에 그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할 수 있다. 셋째, 어떤 개체가 제안을 하나 내놓으면 다른 개체는 그 제안을 자율적으로 평가한 다음 거부할지 수용할지를 결정한다. 제안이 훌륭할수록 더 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여 공동체 전체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꿀벌 집단에서 한 정찰벌이 어떤 훌륭한 보금자리를 내세우면, 벌떼 표면에서 약간 떨어진 다른 정찰벌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다른 보금자리들을 열정적으로 광고하기 위해 춤을 춘다. 이는 언제나 우호적인 경쟁이다. 이런 방법으로 꿀벌 집단은 이상적인 집터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고,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기 위해 단결하고, 지극히 정직하게 정보를 공유한 결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완전한 합의를 도출한다. 우리가 꿀벌에게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의사 결정 문제를 푸는 영리한 해법은 개인에게 분산되어 있는 정보를 모두 활용해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1952년 생물학자 린다우어는 꿀벌 집단이 분산된 정보를 종합하기 위해 논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꿀벌 집단은 춤을 추는 행위를 통해 여러 개의 집터 후보지 중 하나에 집중하고, 마침내 무리 전체가 선호하는 장소로 날아간다. 만약 정찰대가 발견한 두 곳이 동시에 강한 지지를 얻는 경우에는 서로 더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춤을 춘다. 꿀벌이 춤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논쟁함으로써 집터를 선택한다는 사실은 린다우어의 위대한 발견이다. 그는 벌춤의 기능을 설명함으로써 꿀벌 집단의 의사 결정 시스템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특히 인간이 아닌 동물의 복잡한 집단 결정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나는 린다우어의 연구를 발전시켜 보기로 하였다. 연구 주제는 '꿀벌 집단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진 주변 벌판의 꽃밭에 먹이 징발대를 현명하게 배치하는 방법'이다. 먹이 징발대에 대한 의사 결정 방식은 집터를 선택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꿀벌은 춤을 추며 각자 선택한 곳을 광고하고, 이러한 경쟁에 기초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 나는 영상장비를 동원하여 수천 마리 벌들의 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첫째, 논쟁이 서서히 진행되는 동안 정보 축적 단계에서 꿀벌들은 광범위하게 분산된 여러 대안을 토론 테이블에 올린다. 후보에 오른 장소들은 꿀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각 방향으로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거리에 있다. 물론 꿀벌 집단은 모든 대안을 동시에 고려하지는 않는다. 둘째, 모든 논쟁은 춤추는 정찰벌들이 단 하나의 장소를 지지해 합의에 이르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서 당면한 문제는 상이한 선택을 선호하는 벌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조화로운 합의로 전환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뒤에 논의될 것이다. 셋째, 꿀벌의 의사 결정은 수백 마리가 참여하는 폭넓고 민주적인 과정이다. 야생 꿀벌 집단의 규모는 6천∼1만 4천 마리에 달하며, 이 중 5%가 춤으로 논쟁에 참여한다. 다시 말해 1만 마리의 꿀벌 중 300∼500마리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셈이다.
최적의 보금자리에 대한 합의
보금자리를 선택하는 꿀벌 집단은 살 집을 선택하려는 사람들과 유사한 의사 결정 문제에 맞닥뜨린다. 여러 개의 대안(단독주택인가, 아파트인가?)이 존재하고 각 대안마다 있는 여러 가지 속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은 복잡한 문제이다. 이상적인 세계라면 의사 결정자가 모든 대안의 속성을 이해하고 평가한 후,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대안을 선택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최적의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 의사 결정자가 모든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단순화된 선택 메커니즘에 의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족화'라는 의사 결정법은 수용할 수 있는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한 대안이 이를 초과하는 즉시 대안 탐구를 중단하는 지름길로 가는 방법이다. 한 여자가 먼 도시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될 아파트를 구한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새 직장에서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가 없다. 만약 그녀가 첫 번째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곧장 계약했다면 당연히 최적 결정법 대신 만족화 결정법을 택할 것이다.
인간과 달리 꿀벌은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선택 메커니즘에 의존하지 않는다. 꿀벌은 의사 결정의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고 폭넓고 깊게 조사한 후 결정하는 방법을 택한다. 꿀벌 집단은 정찰대를 파견하여 집터 후보지에 대한 다면적인 조사를 한 뒤에 집터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 독일의 생물학자 린다우어의 연구에서 꿀벌 정찰대가 보고한 집터 후보지의 수는 평균 24개이다. 모든 집터 후보지는 적어도 6개의 속성(구멍의 부피, 입구 높이 등)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꿀벌 집단은 매우 정교한 의사 결정 전략을 추구하며, 이 전략은 최적의 집터 선택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포괄한다.
1997년 나는 꿀벌에게 4개의 사용할만한 집터와 1개의 이상적인 집터, 총 5개의 벌통을 제시하고 벌들이 어떻게 최적의 집터를 선택하는지를 실험하였다. 실험 결과 정찰벌들은 입구의 크기가 동일한 두 개의 벌통 중에서 15리터보다 40리터 부피의 벌통을 훨씬 선호했다. 그러나 40리터 벌통의 입구를 60제곱센티미터로 늘려 질을 떨어뜨리자 15리터 벌통을 미래의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꿀벌은 춤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꿀벌이 동료를 꽃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춤을 출 때 꽃밭의 질에 따라 춤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춤이 꿀벌에게 일종의 마음의 창임을 보여준다. 마음의 창은 집터 후보지를 광고할 때에도 작동한다. 실험에서 40리터 벌통을 광고한 벌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춤을 춘 반면, 15리터를 광고한 벌들은 약한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