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호르몬
자오신산 지음 | 시그마북스
전쟁 호르몬
자오신산 지음
시그마북스 / 2011년 10월 / 364쪽 / 14,500원
제1편 남성 호르몬은 왜 생기는가?원인과 결과로 구성된 세계
모든 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 이는 모든 과학자가 따르는 절대적 신조이다. 전쟁은 정치, 경제, 종교, 민족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 밖에도 보이지 않지만 또 다른 분명한 원인이 있다. 바로 공격적인 성질과 선천적인 공격성, 정복욕이다. 이러한 욕망은 때로는 매우 강하게 표출되고, 때로는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기도 하다. 싸움을 좋아하는 것은 생존 본능이자 유전적인 것이다. 나는 인류가 저질러온 모든 침략전쟁의 배후에는 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심리학자 찰스 쿨리는 "앵글로색슨족의 유구한 역사에는 민족 고유의 호전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피비린내를 좋아한다는 그의 견해는 세계의 다른 민족인 게르만족, 일본 민족, 중세 몽골족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은 몇 가지 독립변수가 작용해서 발전한다. 즉 경제, 정치, 종교, 정복욕, 권력욕, 공격성을 포함하는 생물학적 힘, 복수심, 원한 같은 심리적 요소 등 다양한 독립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 호르몬은 이들 독립변수 중의 하나이지만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이 책은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인류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과 본질을 관찰할 것이다. 목적적 행동주의자는 인간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물리학적 연구 방법을 사용한다. 행동주의 철학은 결정론이고, 목적적 행동주의자는 곧 철학적 결정론자이다. 결정론자는 인과율에 쉽게 미혹되고 인과율에 빠진 사람은 체내에 남성 호르몬이 넘친다. 생물학적 에너지를 가진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 사람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에게 쉽게 빠져든다. 이 두 가지 행동은 공통의 생물학적 요소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은 왜 생기는가
현대 과학은 남성 호르몬이 수컷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용맹하며 공격적인 기질을 나타내게 하는 생물학적 물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논리 사슬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쟁의 기원 남성 호르몬의 기원 성의 기원' 태초에 하느님은 남성을 창조하면서 남성 호르몬에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훗날 지구상의 인류 폭발을 걱정하여 남성 호르몬에 또 다른 능력인 파괴성을 주입했다. 하느님은 인간들이 남성 호르몬의 두 번째 성질로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절대적인 통치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현대 생물학은 남성 호르몬이 성적 충동과 생식 기능을 관장하며 공격성과 파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긍정한다. 이는 보편적인 자연철학의 원리이자 이 책의 주제에 접근하는 원칙으로 동물 세계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예를 들어 거세된 수탉은 공격성을 보이지 않지만 남성 호르몬을 주사하면 바로 공격적인 본능이 되살아난다. 일반적으로 신체에 특수한 무기를 하나씩 가지는 동물의 수컷들은 모두 호전적인 성질을 보인다. 이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 심층적인 생물학적 원인은 바로 남성 호르몬이다. 발톱, 이빨, 뿔은 모두 수컷 동물의 공격 무기이다. 이러한 무기들은 세 가지 용도가 있다.
첫째는 동종의 수컷을 공격하는 무기이고 둘째는 성적 기능을 위한 도구이며, 마지막으로 다른 종의 공격에 저항하는 무기이다. 동물들은 종종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결투를 벌인다. 이는 과거 행해졌던 서양의 결투를 연상시킨다. 동물 세계에서 암수 간의 짝짓기 과정에서도 항상 수컷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남성 호르몬은 오로지 공격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물의 행동에서 우리는 남성 호르몬의 행동구조가 암컷 쟁취와 종족 싸움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족 싸움과 암컷을 쟁취하는 싸움 사이에는 모종의 상관성이 존재한다. 남성 호르몬은 종종 이 두 가지 행동으로 표출되며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이러한 행동 구조의 생리 유전학이 이 책의 뿌리이다.
나는 새로운 뇌정위주의자다
인간의 뇌는 수억년 동안 생물이 진화한 산물이며, 천지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다. 현대 뇌 과학에서는 인간의 뇌가 삼중, 즉 세 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랜 기간 생물이 진화해 온 역사 파일이 이 삼중 구조에 직접적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양파처럼 가장 안쪽에 파충류 뇌가 있고, 중간층에는 포유류 뇌가, 가장 바깥쪽에는 대뇌신피층이라 불리는 인류 뇌가 있다. 인류의 진화 단계에서 파충류 뇌의 잔여물이 가장 원시적, 공격적이며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이다. 전쟁을 일삼는 자,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성향이다. 여기서 진화한 포유류 뇌는 비이성적인 공격성과 잔인함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동물 뇌에 속한다. 여기서 다시 진화하여 1만 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가장 바깥에 있는 인류 뇌가 형성되었다. 이는 인류의 이성, 정의, 도덕과 양심을 대표한다.
<한 사람의 사회적 행위 = 인류 뇌/파충류 뇌 잔여물> 이 공식은 분모가 클 때 인간의 행위가 반사회적, 범죄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든 인간의 행위는 이 같은 뇌 과학 공식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내면에는 분모와 분자가 있어서 매번 이 두 힘이 서로 대항하고 힘을 겨룬다. 연구에 따르면 수렵과 식물 채집을 하며 살았던 원시시대에는 전쟁이 드물게 발생했다. 문명이 진화하면서 그에 따라 인간의 뇌와 언어 부호 체계, 두 손의 쓰임도 발전했고, 전쟁은 빈번해지고 잔인해졌다. 역사상 전쟁이 많았던 시기는 1900~1940년인데 모두 892건의 전쟁 횟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문명이 유례없이 발전을 거듭했으니 극단적인 비대칭이 더욱 놀랍다.
인류 뇌의 3중 구조(파충류 뇌, 포유류 뇌, 인류 뇌)는 프로이트가 주창한 3개의 자아(원초아, 자아, 초아)와 각각 대응한다. 인류의 뇌가 진화해 온 방식은 혁명이 아닌 진화와 수정이요, 과거의 것을 뒤엎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이 아닌 신구가 병존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이다. 이치대로면 인류가 문명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성이 발달했으므로 맹목적인 자연 충동은 사라져야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전쟁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났고 인류 문명은 잔혹한 전쟁사의 비극을 맞았다. 이성, 양심, 도덕을 주된 기능과 특징으로 하는 인류 뇌는 새로운 진화의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그 구조는 악어 뇌의 원시적 야성의 공격적 충동을 억제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
전위파 문학평론가 슈완저는 20세기 문학과 남자(대장부)의 기개에 관한 저서 『펜과 남자 생식기 Pen and Penis』를 썼다. 그는 두 가지 P를 언급했는데, 나는 거기에 반드시 P 하나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공식을 보자.
이는 남성 호르몬의 에너지 배출구와 관련된 문제이며 21세기 세계 평화 또는 전쟁과 연관된다. 만약 히틀러가 18세 때 미술 학원에 등록해 붓을 잡았더라면, 20세기 인류 역사는 다시 쓰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히틀러는 Pen이 아닌 Pistol을 잡았다. 이 두 P는 힘의 반대되는 두 방향을 나타낸다. Pen은 세계를 건설하는 힘이요, Pistol은 세계를 파괴하는 방향이다. 여성은 Penis가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Penis의 방향 문제가 존재하지 않고, 싸움은 늘 남자의 일이었다.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행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지고, 뇌교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한다. 뇌교의 후위에 팽창하는 부분을 팽창체라 하는데 바로 이 부위에서 남녀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해부학적으로 여성 뇌의 팽창체는 구형이고, 남성은 막대기형이다. 구형의 면적은 막대기형보다 훨씬 넓어서 여성의 유연성이 좋고 반응도 빠르다. 이는 뇌교가 발달하여 좌뇌와 우뇌 간의 소통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의 뇌는 단편화되어 좌뇌와 우뇌 중 한쪽만 특히 발달하게 된다.
남자의 뇌 중에서 좌뇌의 단편성 강화는 인류 역사에 전쟁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근원이 된다. 원시시대에 전쟁이 일어난 주요 원인은 맹목적인 본능의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문명 시대에 인류가 충돌한 것은 이데올로기와 관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의 좌뇌화는 인류의 뇌가 불완전하다는 상징이며, 그로 인한 관념의 강화와 경화는 인류가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인간의 뇌가 단편화 되지 않고 좌뇌와 우뇌 간에 교류가 더욱 유연해진다면 지구라는 행성에는 그렇게 많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고집만 부리지 않고 자뇌의 전쟁을 줄이면 세상은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제2편 원시부락의 전쟁 및 신화에 나타난 성애와 호전
원시 촌락의 동물적 전쟁
역사 이전의 역사에 대한 고고학적 발견에 따르면 유럽 대륙의 많은 지역에서 원시 촌락과 촌락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원시 촌락에서 남성 호르몬의 공격 에너지는 보통 두 가지로 표출되었다. 바로 성적 욕구와 싸움이다. 거의 모든 원시 촌락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대장부는 군대의 대장이다. 군대의 대장은 민첩하고 용맹하며 넘치는 공격 에너지, 그리고 야성적이고 위풍당당한 남자의 기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원시 촌락에서 대장부의 기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때 전쟁은 대장부의 기개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만약 당신이 적의 촌락과 거주민을 모두 죽여버리면 대장부의 기개는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계속되는 전쟁을 통해서 점점 강해지는 자신의 남성적 기개를 보여주어야 했다. 인류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본능은 날실과 같고 세계를 파괴하려는 본능은 씨실과 같다. 이 날실과 씨실이 한 줄 한 줄 교차해 인류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 두 가지 본능은 모두 선천적이다. 단지 전쟁을 통해 대장부의 기개를 표현하는 원시적 개념이 점점 가려졌을 뿐이다.
오래된 이야기 속의 정보
세계 민족의 신화와 전설은 성애와 전투라는 두 가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남성 호르몬의 공격성이 외부로 표현되는 서로 다른 측면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은 아레스이다. 아레스는 무예를 숭상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공격의 신이다. 신화 속에서 아레스는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아레스의 전투마 네 마리(연소, 폭동, 화염, 공포)는 보레아스와 복수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전쟁은 복수심을 전제로 하고, 복수는 일종의 원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복수 전쟁'이라는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갑옷과 투구를 걸친 아레스는 종종 장검, 횃불, 사냥개, 독수리로 상징된다. '영웅이 미인을 차지한다'는 플롯은 남성 호르몬이라는 생물화학적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신화에서 아레스의 호전적인 성향은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의 눈총을 샀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문명 초기에 평화에 대한 인류의 바람을 보여준다. 이런 신화의 창작에서 우리는 평화 수호와 호전적 경향이라는 두 상반된 힘이 인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에 전쟁과 성애가 없는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티폰이 우주의 통치권을 차지하기 위해 결투를 벌인다. 인류의 길고 복잡한 전쟁사에서 통치권의 차지(권력욕)는 전쟁의 또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고대와 현대 게르만족의 신화
로젠베르크는 1946년 10월 국제재판에서 나치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이는 그의 범죄 행위가 용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독일이 나치의 통치를 받은 12년 동안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책이 두 권 있다. 바로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로젠베르크의 『20세기의 신화』이다. 이 책들은 나치의 언어 부호 체제로서 <성경>과 다름없는 추앙을 받았으며, 이 책들이 없었다면 나치 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이 두 책의 주제는 모두 나치 독일이 일으키려던 전쟁을 정당화, 합리화 하는 것이다.
<20세기의 신화>는 제3제국(히틀러의 권력 장악 시기의 독일 제국)의 정부 철학이 된 책이다. 수백만 명의 독일인이 게르만 민족의 고귀한 혈통에 관한 신화를 절대 진리로 받아들였고, 한 목소리로 "깨어나라! 독일이여!"를 외치며 정의롭지 않은 전쟁터로 나섰다. 이 책은 총 712페이지에 달하는데 그중 민족 신화를 논한 부분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속표지에 쓰인 '바치는 글'이다. "독일의 존립과 발전, 자유로운 독일 제국을 위해 세계 대전에서 목숨을 바치신 200만 독일 영웅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몇 줄 되지 않은 글에는 복수와 선동의 색채가 가득하다. 1918년 독일이 패전하던 날 히틀러는 목이 멜 때까지 통곡했다고 한다. 그날 수천만 독일인의 가슴속에 복수의 씨앗이 뿌리내렸고, 이들은 다음에는 더 큰 규모의 전쟁을 일으키리라 다짐했다. 여기서 정치, 경제적 원인 외에 전쟁의 원인이 명확히 드러난다. 바로 복수의 감정, 민족의 무서운 집단의식이다.
로젠베르크가 『20세기의 신화』에서 다루는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핵심 사상은 하나이다. 하늘이 아리아인, 특히 게르만인을 선택하여 세계의 민족을 지배하게 했고, 독일은 내재된 본성이 우월하므로 전 세계를 정복하리란 것이다. 그는 게르만족의 옛 신화에 기원한 혈통 신화를 극대화하여 독일인들을 나치운동의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광분에 끌어들였다. 나치 운동과 고대 게르만족 신화의 본질은 낭만주의이다. 신화에 따르면 게르만족이 속한 북유럽인은 가장 우월하며 창조력이 뛰어난 민족이다. 이들은 푸른 바다와 반짝이는 빙하의 고귀한 기질을 타고 났다. 북유럽인의 정신은 영예와 영웅주의, 노래하는 예술과 지혜에 대한 부단한 탐구 등으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문학예술의 창작 소재로서 시인과 화가, 작곡가의 영감을 자극하는 데 쓰여야지 정치철학의 제1원리로 쓰여서는 안 된다. 나치 독일의 죄악은 현대 신화의 죄악이라 할 수 있다. 로젠베르크는 철학적 사변에 적합한 독일어의 언어 부호 체계로 나치주의의 혈통 이데올로기를 써냈다. 이는 극악무도한 죄이다. 8천만 게르만인의 사랑과 원한의 감정을 선동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려면 집단의 사랑과 원한의 감정을 미리 설정한 원흉과 죄인에게로 돌려야 한다. 히틀러가 로젠베르크를 마음에 들어 했던 것도 그의 철학이 새로운 전쟁을 합리화 해주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북유럽 인종인 게르만인이 세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광적인 관념에 갇혀 살았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를 가장 좋아했다. 니벨룽겐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와 역사적 근거에 영웅 전설을 첨가하여 만든 혼합 작품이다. 나치 신화는 북유럽 신화를 더 발전시킨 것이다. 나치주의 운동에서는 '북유럽 인종의 영혼'이라는 용어가 중요하게 쓰였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오페라가 이 영혼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 담긴 원동력은 바로 남성 호르몬과 인간의 뇌라는 생화학적 배경이다. 이처럼 히틀러의 죄악으로 가득 찬 일생에는 놀랍게도 고대 게르만 민족 신화와 구조와 신비주의 색채가 녹아 있다. 그는 전쟁에 충실했고 열정적으로 몰입했다. 전쟁을 '게르만 민족이 세계를 통치한다'는 신화를 현실화 할 도구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전쟁 행위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그에게 전쟁은 자아실현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자신의 존재 이유였다.
제3편 인류 문명사에 나타난 전쟁
전쟁 철학의 원리
인류의 생산 방식이 발달할수록 전쟁의 규모와 잔인성은 커진다. 농업 문명 시기에는 창, 총, 칼, 도끼 등으로 결투를 했고 체력적 우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었다. 체력적으로 발달한 자들은 남성 호르몬의 공격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못된 짓을 하더라도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녔다. 하지만 인류의 지식이 체력을 대신하면서 남성 호르몬과 원시적인 공격성은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감춰지게 되었다. 하지만 남성 호르몬은 여전히 존재하며 심층적이고 두껍게 인류 문명을 포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무기와 전쟁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살인은 계속해서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 복수, 증오 같은 원시적인 감정은 최신식 무기로 탈바꿈되었지만 야생의 공격 본능은 수만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