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한정원 지음 | 행성:B잎새
지식인의 서재
한정원 지음
행성:B잎새 / 2011년 5월 / 432쪽 / 17,000원
법학자 조국의 서재 You are only as good as your last paper.(자네는 지난 번 발표한 논문 수준만큼만 좋은 사람이라네) 그의 서재 출입문에 붙어 있는 문구다. 학자인 자신과 그를 찾는 학생들을 긴장하게 하는 말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갈고 닦으라는 뜻이다. 그의 서재에는 붉은 색 소파가 있다. "일부러 소파를 빨간 색으로 했어요. 법대 이미지가 좀 딱딱하니까 색다르게 분위기를 내려고 골랐습니다." 그는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것을 좋아하는 법학자다. 법학자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고,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을 통해 소통과 참여를 시도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도회적인 외모 안에 된장 냄새 나는 푸근한 정서가 있고, 차가운 이성 안에 뜨거운 감성이 함께 녹아 있는 그는 예상치 못한 의외성으로 사람의 이목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의 서재도 그를 닮았다. 늘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불쑥불쑥 적도의 태양 같은 열정이 튀어 나온다.
그의 책장에서 파격적인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학 등굣길, 배낭 하나 둘러맸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여대생의 벌거벗은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한 여학생은 만세라도 부르는 듯 두 팔을 활짝 펼쳐 들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통쾌함으로 웃음이 났다. "이 사건 당시 난리가 났죠. 두 여학생의 주장은 버클리 대학의 교칙에 옷을 입고 등교하라는 교칙이 있느냐는 거죠. 무모한 도전을 한 겁니다. 결국 두 학생 덕분에 버클리 대학에서 옷을 입고 등교해야 한다는 교칙이 만들어졌어요. 우스꽝스런 도전이지만 도발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죠. 저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뜨거운 도전을 느껴요." 강렬한 메시지다. 사진 하나에 그가 말하고 싶은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법에 대한 냉정한 이성과 감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조화를 이루는 곳, 조국에게 서재는 그런 곳이다. 감성을 다스리고 자신만의 사상을 구축하는 곳이자 학문을 연구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공간이다. 서재는 그만의 밀실이고 책과 교감하는 성이다. 그는 책에는 선인의 지혜와 동 세대의 꿈과 고통,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책을 집어 든다. 조그만 성취와 알량한 허명에 눈뜨게 되면 또 다시 책을 잡는다. "책은 제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저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줍니다."흐르는 물은 썩는 법이 없다. 그는 그의 철학과 사상을 책의 저자인 상대방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정화하며 세상 밖으로 흘려보낸다. 책에서 삶의 힘을 수혈받고 그것이 바닥나면 그만의 성에서 재충전을 한다. 지칠 때 서재에 들어와 붉은 소파에 몸을 맡기고 육신의 노곤함과 정신의 피로함을 달랜다. 그에게 서재는 영혼의 휴식처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인생 곳곳에 나를 넘어선 인물이 있다. 그가 겸허함을 잊지 않기 위해 가슴속에 새기는 말이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다. 조국이 좋아하는 괴테의 글이다. 영원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푸른 생명의 나무라는 뜻이다. 푸른 생명의 나무는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고통과 꿈, 그리고 사랑이며 이런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신의 성공에 대해 거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말이다. 이 세 가지 말의 의미가 조국이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생각의 뿌리다. 그는 지식인이자 진보적 학자로서 비전을 갖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려 한다. 좌우가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 있는 상수(上手)들이 함께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그것이 함께 가는 길이라고 말이다.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의 서재 그의 공간은 아늑했다. 발끝으로 전해오는 온돌마루의 온기가 마음까지 데워줄 즈음, 맘씨 좋게 생긴 흰 수염의 아저씨가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들어왔다. 예술마을 헤이리의 촌장이자 1만 2천 권이 넘는 책의 숲에서 매일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행복한 자유인, 이안수다. 그는 헤이리에서 창작 레지던스를 겸한 게스트하우스 <모티브 원>을 운영한다.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25년 동안 여행과 디자인 관련 기자 일을 해 왔던 그는 이곳에 오기 전 오랜 세월을 방랑객으로 길 위에서 보냈다.
"내가 갈 수 없으니 그들을 오게 해야죠." 2006년 모티브 원이 문을 연 이후 5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국적 뿐 아니라 이력도 다채롭다. 작가, 디자이너, 바이올리니스트, 건축가, 미술가 등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인사들이다. 게스트들은 이곳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푸근한 긴 수염 도사님과 삶을 이야기 한다.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벽이 밝아오는지도 모른다. 늘 여행에 목마른 이안수에게 그 시간은 태양보다 찬란하고 가슴 뜨거운 시간이다. "앞이 뻔히 보이는 삶은 원하지 않아요. 이 길의 끝에 있는 모퉁이를 돌아올 때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죠. 길을 떠나는 이유도 그래서예요.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요."
그의 서재는 책의 숲이다. 널따란 거실을 빙 둘러 바닥부터 천장까지 꽂힌 그의 책들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모티브 원의 방에는 TV도 라디오도 없다. 자연의 풍광이 보이는 시원한 창과 침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 위의 책들과 몇 개의 사진, 그림들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쉬어가는 이들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서재는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찬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여행객들이 써 놓은 방명록이다. "저에게는 명작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는 책이에요. 이곳에 온 이들이 사유한 것을 풀어놓은 거라서 여기에 있는 글들은 너무나 소중하죠." "서재는 사유의 숲이에요. 영혼을 정화해주는 나무도 있고, 좌절 앞에서 지혜를 속삭여주는 나무도 있어요." 집안을 꽉 메우고 있는 책들은 대개 철학과 여행, 예술에 관한 서적들이다. 예술은 그의 최대 관심사이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완시키고 휴식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리책도 많다. 요리책은 여행을 하면서 현지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읽는다. 서재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책도 있다. 돈벌이만을 부추기는 책, 처세술에 관련된 책, 인생을 어떻게 살라고 코치하는 책이다. "처세란 것은 살면서 깨우쳐야 하는 것이지 책을 보고 습득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책을 사느니 그 돈으로 밥을 사먹자고 하고 싶어요."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을 관찰하는 일, 이 세 가지 여행은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독서행위이다. 그가 자연을 관찰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고 난 후부터였다. 스콧 니어링은 반자본, 반권력, 반전쟁을 몸소 실천하고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독립해서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다가 평화롭게 세상을 마감한 사람이다. "저의 삶의 방식은 스콧 니어링의 삶의 방식에서 확장된 것이에요. 사람을 만나고 독서를 하고 정원을 살피며 사는 일, 스콧 니어링이 저에게 준 영향의 결과이기도 해요." 영원토록 길 위에 서서 사람을 만나고 싶은 타고난 여행가 이안수. 언젠가 그는 또 짐을 꾸릴 것이다. 그는 단단히 신발끈을 동여매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의 서재 효재는 한복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친환경 보자기 아티스트로 더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침구 만들기와 김치 만들기는 하나의 브랜드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살림 멘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이다. 이효재, 그녀는 자연 속에 살고 있다. 그녀가 사는 풍경은 한 권의 시집이다. 그녀의 움직임, 보자기를 싸는 손길, 정성을 들여 만든 소품, 집안에 들여 놓은 자연에는 삶의 이야기가 묻어나 시를 이룬다.
서재도 주인을 닮나 보다. 서재에 있는 그녀의 손때 묻은 물건들은 그녀의 화장기 없는 순수한 모습 그대로를 닮았다. 깨진 항아리 위에 찻잔이 소박하게 놓여 있다. 남에게는 버려지는 물건도 그녀에게만 오면 새로운 생명을 찾고 이름을 얻는다. 앉은뱅이책상 위에는 발목 버선이 한 짝 놓여 있다. 그녀의 필통이다.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그녀가 만지고 다듬으면 새로운 작품이 된다. 그녀는 서재를 만화방이라 부른다.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책들은 그녀가 어른이 된 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만화를 이 방에 들일 때 규칙이 있어요. 누가 봐도 좋을, 훗날 빈집에 들어와 무심코 봤을 때도 아름다운 내용일 것" 수천 권의 만화책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은 야마시타 카즈미의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다. 만화 주인공인 유교수의 일상이 그녀가 사물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녀는 만화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 "책은 상상하게 하지만, 만화는 화살처럼 꽂히게 하죠."
그녀의 만화책 사랑은 특별하다. 책을 분류할 때도 만화책이냐 만화책이 아니냐로만 구분한다. 만화책을 사러갈 때는 아예 트렁크를 가져간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사서 트렁크 안에 집어넣는 일은 북홀릭에게는 생각만 해도 짜릿한 순간일 것이다. 이렇게 사 모은 책들이 이 만화방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책을 이렇게도 쌓아보고 저렇게도 쌓아보고 연출하는 거예요. 우리 집에 있는 책장은 길에서 산 만 원짜리에요. 왜 근사하게 안 맞추냐고 물어보는데 이게 나의 역사에요." 책보다 더 훌륭한 인테리어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책의 장점은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책은 보석보다 화려해요." 그녀에게 책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이며 보석이다.
효재는 어린 시절 시냇물이 비치는 햇빛이 좋았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에 감동했고, 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이 고마웠다. 자연에서 배운 감성이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효재를 길러낸 것이다. 그녀는 책을 읽을 때도 남달랐다. "책을 읽어도 멋진 말보다는 그 상황이 떠올라요. 법정 스님 책을 보면 '함께 수행하던 도반이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는 구절이 있어요. 스님과 함께 샘가에서 국수를 삶아 헹구며 수행하던 도반이 죽은 거예요. 저를 눈물 나게 하는 것은 멋진 말과 격언이 아니라 샘가에서 국수를 헹궈 먹는 그 상황이에요.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최근 그녀가 읽은 책 중에 가슴을 울렸던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나이가 책으로 찡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지금은 진솔하게 한 사람의 생을 다룬 이야기들이 좋아요. 소설보다는 압축적인 시가 좋아지고요." 밤하늘의 별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효재, 그녀는 봄 햇살의 따스함에 감사하고, 더운 여름 소나기에 감사하고, 세상을 물들이는 단풍에 감사하고, 한겨울 호호 불며 고구마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감사할 일이 많은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그녀는 그렇게 자연에 글을 얹고, 사람을 얹는다. 효재처럼, 효재니까.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서재 김진애의 이름 앞에는 여러 개의 수식어가 붙는다. 도시 설계의 일인자, 사회, 정치, 문화 평론가, 국회의원, 베스트셀러 작가. 누가 봐도 이 시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다. 그녀는 이 많은 이름표를 달고도 벅찬 기색이 없다. "저는 여러 역할의 모자를 쓰는 것을 즐깁니다. 제가 하는 일은 모두 해야 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거든요. 억지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대화하는 동안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시시각각 변했다. 강함에서 부드러움으로, 여림에서 화끈함으로, 논리와 감성을 넘나든다. 이름 앞에 붙은 다양한 호칭만큼이나 그녀가 뿜어내는 색깔은 다양하다.
김진애의 서재는 소박한 온실을 닮았다. 책과 책 사이를 간질이며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과 빼곡하게 책장을 메운 손때 묻은 책들, 곳곳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화초들의 모습은 어느 시골 마을의 조용한 농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창문을 막아 서가를 만든 사람은 그녀 말고는 찾기 힘들 게다. 그렇게 빛을 등에 업은 책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보였다. 큰 책장 한 가운데 진열해 놓은 책들은 그녀가 읽고 또 읽고 싶은 책들이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고미까와 준빼이의 『인간의 조건』. 이 세 권의 책은 그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마다 번뜩이는 섬광을 선물해 준 책이다.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여기 와서 하나 골라 봅니다. 그러면 예전에 느꼈던 깨달음과 가슴 설레게 했던 감동이 밀려와요."
책장 앞 나지막한 테이블 위에 박경리의 『토지』가 놓여있다. 손때 묻은 책의 표지며 세월을 머금은 색 바랜 종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흔든다. 1973년 초판본이다. 40년을 그녀와 함께 해온 이 책은 소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학 다닐 때 우리의 전통 건축과 우리 땅의 아름다움, 우리 마을에 대해 배운 게 바로 이 책을 통해서였거든요." 그녀에게 큰 산이자 정신적인 멘토인 박경리의 책은 모조리 읽어서 독파를 했다. 그녀는 일단 어떤 책을 읽고, "아,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을 받으면 그의 전작에 도전한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다 섭렵해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김진애는 책읽기에는 집중하는 즐거움, 상상하는 즐거움, 구상하는 즐거움, 친구를 찾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독서 방식은 지식의 체계를 잡아가며 읽기이다. 한 분야에 중점을 두면서 그와 연관된 분야의 서적을 세 가지 정도 정해 동시에 읽는다. 그러면 점차 관련 영역이 확대되기도 하고 깊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녀는 반드시 필요한 책과 참고로 볼 책을 선별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을 '지식의 틀'이라 불렀다. 지식의 틀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분야와 연관된 세 가지 정도의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저는 한꺼번에 다섯 권의 책을 봅니다. 제가 다니는 곳곳에 책이 있어요." 그녀의 책은 성할 날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줄긋고 박스치고 여백에 메모하기를 즐긴다. 그녀에게 메모는 저자와의 치열한 대화이다. "적극적으로 읽어야 자신의 생각과 의문과 고민이 생기는 겁니다. 그것이 없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어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주저 없이 말했다. "야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야성은 기존의 불합리한 것에 무조건 순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하고 행동하고 도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야성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꿈꿔온 인생은 자신의 스케줄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며 사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야성을 가지고 속도감을 즐기며 살고 싶다. "젊음의 특권은 실패입니다. 실패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경험이죠. 온 몸을 던지고 나야 실패가 다가오니까요. 깨져 보는 건 젊을 때 해봐야 해요. 그래야 클 수 있어요."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의 서재 "제 서재는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입니다." 검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그리고 소셜 디자이너로까지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바쁜 박원순, 그의 책상과 책상 앞바닥, 회의 테이블 위에는 그가 읽은, 또는 읽어야 할 책들과 서류 파일들로 가득했다. 서재라기보다는 작업실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한 공간이다. "저는 우리 사회를 좀 더 새롭고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 싸우는 전사입니다." 그에게는 책을 읽는 것도 집필을 하는 것도 모두 전투다. 그는 기록으로 남겨야 할 모든 중요한 내용들을 치열하고 고민하고 자료를 모아서 정리를 한다. 그는 스스로를 기록과 정리의 대가라고 한다.
그가 인권변호사로 일을 할 무렵, 대한민국 인권변호사에 대해 정리해 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여연대에서 일을 하는 7년 동안에도 대한민국 시민단체에 대해 제대로 정리한 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맡아서 할 때마다 책을 쓰거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그는 관심을 갖는 주제와 관련된 신문, 문서, 책 자료를 모두 스캔해서 블로그에도 올려 놓는다. 그에게는 상상의 경계가 없다. 생각하면 바로 실천하는 활동가이며 놀라운 에너지의 소유자다. "저는 수만 권의 책을 써야 해요, 지금 제가 경험하고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거든요. 쓸 것도 많지만 할 일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제 서재는 전쟁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