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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니아의 사계

오재원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필하모니아의 사계

오재원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2월 / 392쪽 / 18,000원







생명과 절망, 전 생애의 지표제시

-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Symphony No.1 D major 'Titan') :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구스타프 말러는 1860년 7월 7일 보헤미아의 칼리슈트에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유태인이었으나 항상 그리스도교인이 되고 싶어 했고, 서른일곱 살 되던 해애 결국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가톨릭의 신비주의와 종말론에 심취했다. 이런 배경으로 유태교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태도는 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그는 평생 동안 유태인 태생이라는 상처를 지니고 살면서 그리스도교 사회에 융화되려고 애썼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어서, 오스트리아에 가면 나를 보헤미안이라 하고, 독일에 가면 오스트리아인이라 하고, 보헤미아로 돌아가면 유태인이라고 한다."

한 인간의 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아마도 이십대의 젊은 날일 것이다. 그 '젊음'이 가지고 있는 싱싱한 생명력과 꿈, 좌절과 고뇌, 사랑의 기쁨과 실연의 아픔은 사람의 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이다. 스물여덟 살의 말러가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을 때, 말러는 분명 그러한 출발점에 서 있었다. 많은 교향곡 작곡가들 가운데 자신의 첫 교향곡에서 말러만큼 전 생애의 지표를 제시한 사람은 드물다.

말러는 그의 초기 교향곡에서 자신의 작품들과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부터 모티프를 많이 인용하였다. 교향곡 제1번에서도 주요 악장들과 느린 악장의 중간 부분은 그의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인용했고, 이전에 작곡한 <한스와 그레텔>의 모티프도 제2악장에서 발견된다. 또한 제3악장 장송행진곡의 선율은 남독일의 돌림민요 에서 따왔으며, 피날레에는 리스트의 <단테 교향곡>과 바그너의 <파르지팔>에서 몇몇 모티프를 빌려 왔다.

말러가 기존 모티프들을 사용한 이유는 이 교향곡의 표제를 더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생각된다. 본래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은 장 폴의 소설 『타이탄』을 기초로 한 2부로 구성된 교향시(1부 청춘의 날들에서, 젊음, 결실, 고뇌. 제1악장 끝없는 봄, 서주: 동틀 무렵 깨어나는 자연을 묘사: 2악장 꽃의 장: 3악장 돛에 바람을 싣고. 2부 인간의 희극. 제4악장 좌초, 칼로의 서식에 의한 장송행진곡. 5악장 지옥에서, 상처 입은 마음으로부터의 절망)였는데, 5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초연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어 냈다. 그 이후 말러의 친구들이 소제목들이 곡을 혼동하게 한다고 하자, 제2악장인 <꽃의 장>을 삭제하고, 4악장으로 개조하여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D장조>로 재발표하게 된다.

그의 교향곡 제1번 <타이탄>은 탐미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멜로디, 불규칙하면서도 치밀한 음악적 전개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편성의 관현악 구성에도 불구하고 실내악적인 정갈함을 주는 독특한 음색의 목관악기와 바그네리안의 맥을 잇는 금관악기를 활용하여 말러 특유의 음색을 표현하고 있다.

젊은이의 실연의 슬픔을 표현

-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작품번호 785(D.785 'Die sh ne M llerin') : 프린츠 피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독일 가곡의 싹을 틔운 작곡가는 모차르트였는데 그의 가곡 <제비꽃>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개념의 가곡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베토벤은 연작 가곡 형식을 창시하였는데 그의 가곡집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 붙임>은 여섯 곡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가곡의 형식이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시인의 사랑> 등으로 이어지면서 브람스의 <마갈로네>, 볼프, 말러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 중에 독일의 연가곡을 예술적 가곡의 경지로 승화시킨 것은 단연 프란츠 피터 슈베르트이다. 그의 연가곡의 비록 소규모의 짧은 곡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규모가 큰 교향곡에 필적하는 내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음악사에서 증명해보였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 「마왕」에 곡을 붙인 것에 대해 괴테는 불만족스러워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괴테가 슈베르트의 곡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슈베르트가 시의 음절보다는 가곡의 리듬에 의미를 두어 시의 의미가 약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그 덕에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어느 곳에서도 작위성이라든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모든 곡이 음악적 본능이 향하는 대로 흐르고 있으며, 아름다운 조바꿈이나 표정 또한 너무나 자연스러워 베토벤의 숙고의 결과에 의한 조바꿈과 비교가 된다. 여기에 피아노 반주부의 확대와 독립성이 나타나며, 이 반주의 다양성은 후에 슈만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는 1823년 슈베르트가 스물여섯 살에 작곡한 연가곡이다. 그해 봄, 슈베르트는 친구 란트하르팅거 집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때 집을 비운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상 위에 놓인 시집을 펼쳐 보았다. 그것이 뮐러의 시집이었다. 이 시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슈베르트는 친구가 돌아오기도 전에 그 시집을 가지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으로 몇 편의 가곡을 작곡하였다. 다음 날 시집을 찾으러 온 친구에게 허락도 없이 책을 들고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전날 밤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시집 『발트호른을 부는 사람의 유고』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생략하고 일부를 고쳐 25편의 시 중 20편을 골라 곡을 붙였다. 이 작품은 청년의 여행, 취직, 사랑, 실연, 죽음을 주제로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제1부터 제4곡까지)는 즐거운 여행과도 같은 청년의 방랑을 노래하고, 제2부(제5부터 제9곡까지)에서는 청년이 점점 더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향한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제3부(제10부터 제12곡까지)에서는 청년이 시냇가에서 남몰래 흠모하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옆에 앉아 다정함을 느끼며 황홀한 축복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을 길지 않다. 제4부(제13부터 제17곡까지)에서는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 찬 마음을 노래하던 젊은이가 사랑하던 아가씨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제5부(제18부터 제20곡까지)에서는 자신이 물레방앗간 아가씨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곡 <시냇물의 자장가>에서 청년은 '잘 자거라 아침까지, 잘 자거라 아침까지. 모든 즐거움도, 모든 고충도 잊고 달빛 흐르고 안개는 사라지니 저 하늘 저렇게 높고 넓구나'라고 노래하며 시냇물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구한다.

이 곡은 젊은이의 동경과 고뇌, 기대와 실망,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청순한 사랑 등을 그린 작품으로 불행하고 심각한 내용이지만 전반적으로 곡은 감미롭고 청순하면서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아져 있다. 이곡은 슈베르트의 몸속에 흐르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정신세계를 그대로 드러낸 걸작으로 꼽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풍부한 낭만적 서정과 완벽한 구성미

-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64(Violin concerto E minor Op.64): 야코프 펠릭스 멘델스존(Jacob Felix Mendelssohn)작곡가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궁핍한 생활을 했는 데 반해 야코프 펠릭스 멘델스존은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비록 서른여덟 살의 짦은 생애이긴 하였으나 일생을 여유롭고 행복하게 보낸 작곡가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철학서를 저술한 계몽 사상가로 이름을 날렸고 아버지는 함부르크의 명망 있는 은행가였으며 어머니는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재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풍요로운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품이 다른 어떤 작곡가의 작품보다도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넘쳐흐르고 있어 일부 사람들은 그의 곡은 너무 가볍다고 간단히 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작곡한 종교 음악이나 기악곡을 살펴보면 그 음악적이고 종교적인 깊이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월하는 풍부한 서정과 완벽한 구성미를 자랑하는 수작을 많이 남겼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추구한 아름다운 화성의 세계와 선율의 질서는 하나의 정형으로서 좋은 유산이 되고 있다. 한편 그가 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예를 들어 바흐 음악의 발굴이나 베토벤 음악에 대한 학문적 접근 방식을 그동안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업적이다.

흔히 사람들은 베토벤의 협주곡이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웅장한 '왕자풍'인 데 비해 멘델스존의 협주곡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왕비'와 같다고 비유하고, 어떤 이는 아담과 이브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성향은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멘델스존을 음악의 문으로 인도한 사람이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유년 시절 어머니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은 후 파리에 진출하여 비고. 베르거 등에게서 피아노를, 쨀터에게서 작곡을 사사하고서 아홉 살의 나이로 공식 무대에 데뷔하였다. 그 후 괴테를 방문하여 큰 감화와 암시를 얻어 당대의 여러 음악가, 철학자, 문학가들과 교류를 가졌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스물여덟 살 되던 해인 1939년에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 페르디난드 다비드를 위해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실제 1845년 봄에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을 하였다. 당시 멘델스존은 건강이 악화되어 휴양중인 상태여서 부지휘자가 대신 지휘를 하고 다비드가 독주를 맡았다.

이 곡의 특징은 고전파에 의해 확립된 전통적 구성 양식을 다소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는 사실인데, 전 3악장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면서도 상호 독립과 통일의 조화를 견지한다든지 전개부와 제현부 사이에 독특한 카덴차가 전체를 질서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채롭고 혁신적인 시도였다.

여름



음악으로 담아낸 한 폭의 인상파 그림

- 교향시 '바다', 세 개의 교황적 스케치('La mer' Trois esquisses symphoniques): 아실-클로드 드뷔시(Archille Claude Debussy)아실-클로드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는 그의 음악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품으로, 바다를 소재로 한 음악 중 가장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05년 사랑했던 부인 릴리를 버리고 부유한 유부녀 엠마와 저지 섬으로 사랑의 도피 행각 중일 때 이 곡을 쓰게 된다. <바다>는 '세 개의 교향적 스케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며 각 악장의 표제가 곡의 구성을 표현하고 있다.

드뷔시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을 보였다.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한 후 로마 콩쿠르에서 칸타타 <탕아>로 대상을 받은 후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두 차례에 걸친 바이로이트 방문 이후 바그너에 심취하게 되고, 파리에서 자바 음악을 들으면서 인상주의적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마치 클로드 모네의 인상파 그림을 보는 듯한 관현악 작품 <세 개의 야상곡>은 그의 인상파적인 특색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중 <구름>은 안개에 싸인 듯한 화성과 구성을 보여 주며, <축제>는 생기 넘치는 예리한 리듬과 화려한 색채로 인상파 화가 시슬리나 마네가 그린 도시 풍경을 연상하게 된다. 한편 인상주의 수법에 의해 작곡된 최초의 관현악 작품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서양 음악의 리듬과 표현의 변화에 풍부한 유동성을 불러일으킨다.

교향시 <바다>는 드뷔시가 <달에서 본 경치>라는 회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작곡한 세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각 악장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묘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드뷔시에게 '바다'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통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급변하는 소용돌이와 속삭임, 불안정한 침묵과 냉혹한 태도를 가진 끊임없는 썰물과 밀물의 흐름에 귀를 기울인다. 시작도 끝도 없으며, 어떠한 인간의 이야기도 도덕도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자연의 수수께끼와 아름다움만을 간직하고 있는 바다를 그리는 곡이다.

드뷔시가 바다를 좋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직접 바다를 건너 여행한 것은 단 한 번, 영국에 갈 때 도버 해협을 건넜을 때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그를 매혹시켰고 바다의 힘을 느낀 그는 열광적으로 바다를 사랑했다. 이 음악에서 바다는 오직 그의 상상을 토대로 한 자신이 동경하는 바다를 묘사한 것으로, 실제적인 바다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동경의 바다를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상주의의 대가답게 바다의 느낌 그대로를 음악에 담아 마치 한 폭의 인상파 그림을 대하는 듯하다. 굳이 제목이 없어도 누구나 들으면 이 곡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곡이다.

독특한 선율로 서늘한 북국의 전원 풍경을 노래

- 교향곡 제2번 D장조 작품번호 43(Symphony No.2. major Op.43):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시벨리우스는 베토벤 이후 최고의 작곡가이다." 얀 시벨리우스의 전기를 쓴 영국의 음악가 세실 그레이가 한 말이다.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시벨리우스는 분명히 금세기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 중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특이한 것은 영국에서는 시벨리우스를 잘 이해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데 반해 프랑스나 라틴계 나라들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포레가 독일이나 동유럽에선 잘 이해를 받지 못하고 브람스가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경향이다. 왜냐면 시벨리우스의 음악에는 북구적인 풍토나 핀란드 민족의 양상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빌리우스는 교향곡 일곱 곡과 핀란드의 민족서사시 「칼라발라」를 소재로 한 몇 편의 교향시로서 핀란드 음악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교향곡 제7번을 완성시킨 이후에는 거의 작곡을 하지 않았고, 1957년 아흔두 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약 32년 동안 수수께끼 같은 침묵을 지켰다. 1955년 시벨리우스의 양자이며 지휘자인 유시 알라스도 "부친은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습니다만, 가족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부친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되도록 말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결국 사후에도 곡은 발표되지 않았다. 핀란드의 어둡고 침침함 숲처럼 신비의 베일에 쌓여 있을 뿐이다.

시벨리우스의 출세작은 1900년 발표된 교향시 <핀란디아>이다. 그때 이미 시벨리우스는 모음곡 <카렐리아>, 교향시 <투오넬라의 백조> 등을 작곡했었다. 그리고 <핀란디아>를 작곡한 해에 그에게 있어서는 최초의 교향곡인 교향곡 제1번을 완성했다.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자 곧 다음 교향곡에 착수하게 된다. 그가 이처럼 잇따라 대작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의 생활이 완전히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핀란드 정부에서는 1897년부터 이 유망한 청년 작곡가에게 종신연금을 지불하기로 했던 것이다.

1900년 그는 새로운 세기를 축하하기 위해 개최된 파리 세계박람회에 헬싱키 필하모닉을 이끌고 참가한 후 이어 북유럽 국가와 독일 그리고 다음 해에는 중부 유럽과 이탈리아까지 돌아다녔고, 귀국길에는 프라하를 들러 드보르자크도 만나게 된다. 이 여행을 통해 스케치를 계속하고 있었던 교향곡 제2번은 여행의 영향으로 그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교향곡 제1번과는 달리 그의 독자성이 훨씬 표면에 나타나고 있다.

교향곡 제2번은 1902년에 완료되어 그해 3월에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헬싱키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이 곡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교향곡 제1번에서는 아직 차이콥스키나 러시아 국민음악파의 영향이 남아 있었지만, 교향곡 제2번에서는 이와 같은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벨리우스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고전적 형식을 지키고 있지만, 내용은 완전히 새로워서 일곱 곡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민족적 정서가 짙은 곡으로 만들어졌고, 핀란드 전원의 색채가 농후하게 녹아 있고 민요조의 리듬이 많이 흐르고 있어 <전원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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