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와인
조정용 지음 | 한스미디어
라이벌 와인
조정용 지음
한스미디어 / 2010년 11월 / 358쪽 / 18,000원
첫 번째 대결
라벨에 쏠리는 구매자를 위한 제안 - 등급 VS 무등급'그랑 크뤼 클라세', '1855', '나폴레옹 3세' 등은 등급과 함께 사용되는 명사다. 모든 게 민주화된 현대사회에서 유독 와인만 봉건제의 잔재인 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다. 이런 점이 와인의 문턱을 높이는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와인은 오직 땅의 소산이기에 그 땅에 매긴 등급은 정당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등급 와인보다 등급 와인의 맛이 항상 좋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등급이라면 프랑스를 말한다. 이탈리아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며, 미국이나 호주는 더더욱 아니다. 등급은 대부분의 경우 보르도를 지칭하며 그중에서도 메독을 일컫는다. 메독의 매력은 무엇인가? 메독은 이른바 세 가지 꽃이 있다. 첫째는 대지의 꽃이다. 둘째는 대서양을 낀 바다의 꽃이다. 셋째로는 삼각강의 꽃이다.
2010년. 등급이 제정되고 155년이 흘렀다. 하지만 등급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벤자민 르웬에 따르면 등급은 중개상들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지, 포도밭의 특성을 놓고 비교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첫째, 등급 간의 척도가 다르다.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했다면, 가격의 차이가 균일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1등급과 2등급 간에는 가격 차이가 컸고, 2등급과 3등급은 그리 크지 않았다. 둘째로 1855년도의 포도밭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느냐다. 한 예로 샤토 오너도 바뀌는 와중에 더러는 잃었던 밭을 거둬들인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밭을 대신 채우기도 했을 것이다. 셋째, 19세기 와인과 21세기 와인은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결론적으로 르윈은 "지금의 등급 와인은 1855년과 밭도 다르고, 와인의 성격도 다르고, 생산량은 1/5도 안 되는데, 왜 등급이 오늘날까지 유효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두 번째 대결
와인의 영원한 라이벌 - 가짜 VS 진짜고급 와인의 세계에서 와인의 라이벌은 가짜 와인이다. 수백만 원을 들여 개봉했는데, 오천 원짜리 맛이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와인의 세계에서는 특히 고급 와인으로 갈수록 진짜 같은 가짜 와인이 많다. 가짜 와인을 만드는 위조 전문가들은 두 유형이다. 병에 든 와인은 그대로 두고 라벨만 바꾸거나, 아예 속을 다른 와인으로 교체하는 경우다. 전자의 방식으로 무슨 돈을 벌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빈티지에 따라 고급 와인의 값은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샤토 라투르의 경우 1961년과 1962년의 값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짜 와인은 특히 올드 빈티지에서 많이 나온다. 보통 출처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기도 하겠지만 그로 인해 개운하지 않은 면도 있다. 올드 빈티지에 대한 의구심이 당연한데도 몇 가지 이유로 그냥 묻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선 올드 빈티지가 의심스러워도 아무도 발설하지 않는다. 함구하는 것이다. 어쩌면 상행위의 불문율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고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다음에 와인을 어떻게 팔 것이며, 그 와인을 또 어떻게 매물로 얻겠느냐는 식이다. 둘째로, 컬렉터들 스스로가 자기 와인 포트폴리오의 가치 하락을 꺼린다. 자기만족용이나 과시용으로 와인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중에 포트폴리오를 대표할 만한 올드 빈티지가 가짜라든가 출처가 의심스럽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와인 작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특정인 혹은 특정 와인을 매체에 떠들었다가는 앞으로 그가 벌이는 대단한 시음회에 초대받는 것은 더 이상 꿈도 꾸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고급 희귀 와인은 마진이 크고, 변조가 용이해서 가짜 와인이 범람했다고도 볼 수 있다. 희귀 와인은 보증서 없이 수천 달러 혹은 수만 달러에 거래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로버트 파커는 "와인은 맛보지 않은 채 어두운 곳에서 수년을, 아니 더 오래 머물러 있기에 진위여부 파악이 더디고, 파악되어도 용의자는 이미 잠적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세 번째 대결
'톡' 쏘는 매력과 '펑' 하는 소리가 같은 듯 다른 - 샴페인 VS 스파클링스파클링 와인들은 한결같이 샴페인을 라이벌로 여긴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한 지역에서 만들고 스파클링은 전 세계에서 만드는데 어떻게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샴페인의 생산량의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샴페인의 위력은 대단하다. 거품만 일면 모두들 샴페인이라고 할 정도이다. 한때 영국의 한 회사는 자사 브랜드 화장품에 샴페인이란 명칭을 붙여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곧 샴페인 권익단체의 공격으로 그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샴페인 이름의 남용이 유럽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타 지역에서 샴페인이란 이름을 쓸 수 없게 하는 조약까지 체결될 정도다.
샴페인은 샴페인 지방에서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킨다. 샴페인 지방이란 지역적 기준과 샴페인 방식이란 제조법적 기준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샴페인이 될 수 없다. 샴페인 방식은 이 지역의 개성이 담긴 양조법이다. 샴페인의 생명인 거품을 병 속에서 생성시킴을 의미한다. 샴페인 방식 외에 흔한 방법으로는 샤르마가 있다. 이는 대용량의 통 속에서 생성된 가스를 병에 담는 방식이다. 샴페인의 베스트셀러는 '모에 샹동'이다. 매일 밤 전 세계에서 개봉되는 샴페인 10병 중에서 2병이 이것인데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스파클링 양조장들은 샴페인의 판타지를 부러워해도 정작 품질은 제고하지 못하고 있다. 샴페인의 관능적인 특성 중에 하나는 그윽한 이스트의 맛인데, 다른 어떤 스파클링도 이 맛을 내지 못한다. 샴페인처럼 효모 찌꺼기를 병 속에 둔 채 15개월 이상 혹은 3년 이상을 숙성하는 그런 스파클링은 찾기 어렵다. 모두들 상급은 질투해도 오랫동안의 숙성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보통 스파클링은 몇 달 내로 출시되는 신속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와인 산업에서 프랑스의 영원한 맞수 이탈리아에서는 샴페인의 품질 수준에 가장 근접한 스파클링이 있다. 바로 '프란차코르타'다. 이 스파클링은 특유의 익은 맛이 있으며, 숙성력도 뛰어나서 스파클링의 단연 으뜸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프란차코르타는 샴페인의 특색을 두루 갖춘 원산지이다. 1958년 베를룻키에 의해 탄생된 프란차코르타는 1995년에는 롬바르디아 지방의 대표와인으로 군림함과 동시에 평생소원이었던 오직 지역명인 프란차코르타로 호칭하게 되었다. 샴페인이 샴페인으로 불리는 것처럼 프란차코르타로 공식 호칭되는 와인이 된 것이다.
1년에 한 번 신년파티, 생일, 결혼기념일에 아주 가끔 마시는 샴페인보다 주말마다 혹은 더 자주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을 추천한다. 그저 개봉하기만 하면 된다. 차갑게 대령하면 된다. '뻥' 하고 터지는 환상적인 샴페인과 '펑' 하고 터지는 실속형 스파클링의 소리는 같다. 기다란 잔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솟구치는 명태 알 같은 잔거품도 역시 다름없다. 스파클링 중에서도 '판차코르타'나 '프로세코' 혹은 '카바나 젝트'는 많은 경우에 샴페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대결
소비뇽 블랑의 치열한 2인자 대결 - 말로보 VS 스티리아투명하고 순수한 소비뇽 블랑의 매력은 특유의 새콤함과 상큼함에 있다. 소비뇽 블랑의 원산지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이지만,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저렴한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이 그 대안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가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스티리아 지방이 그 말보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소비뇽 블랑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다채로운 맛에 있다. 프랑스 와인에는 프랑스의 인문학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지만, 신생국가들의 와인에는 그렇지 않다. 그 대신 뉴질랜드는 자연이 통째로 녹아있다. 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으로 전 세계에 확실한 와인 생산 국가로 자리 잡았다. 강력한 담배 말보로처럼 말보로 지역은 소비자를 소비뇽 블랑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말보로는 뉴질랜드 와인 경작지의 절반이 있는 곳이다.
유럽 중심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화이트와인의 수준이 세계적이다. 다뉴브 강변의 가파른 밭에서 자라는 리슬링과 그뤼너 벨트리너의 품질은 이미 확고부동한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는 와인전문가의 세계에나 통할 뿐, 일반 소비자들은 오스트리아의 와인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명의 오스트리아 화이트의 명산지 중에서 외래 품종 소비뇽 블랑에 천착하는 지방은 스티리아다. 스티리아의 소비뇽 블랑은 천편일률적인 맛을 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말보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말보로와 수키리아의 공통점은 둘 다 서늘한 기후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화이트 와인을 양조할 때 유리하다. 새콤한 청포도를 서서히 익힐 수 있는 기후는 고품질 화이트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말보로는 남위 40도 부근에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상하대칭을 해보면 북한 신의주에 해당하고 스티리아는 북위 47도에 위치한다.
스티리아와 말보로의 차이를 테루아와 기술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스티리아 양조장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와인을 생산하므로 그들의 터전인 땅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름을 얻기 시작한 말보로는 땅보다 기술에 매달린다. 과학 기술로 중무장한 양조기법을 오히려 유럽 한복판으로 수출하기도 하여 '플라잉 와인 메이커'라는 용어도 탄생시켰다. 테루아에 천착하는 스티리아의 와인은 스티리아의 전통과 문화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스티리아를 여행하는 중에 현지에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와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말보로의 양조장은 생활이라기보다는 기업이고 프로젝트다. 거기서 일상생활이 일어나지 않는다. 산업화되고 규모화된 대량 생산체제로서의 양조장 운영이 지고의 목표이기 때문에 와인 한 병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문화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다섯 번째 대결
블고뉴와 보르도의 100% 품종 대결 - 로미네 콩티 VS 페트뤼스프랑스에는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단한 와인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로마네 콩티'와 '페트뤼스'가 최고로 꼽힌다. 부르고뉴와 보르도 지방을 각각 대표하는 이 와인들을 서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애호가들이 많다. 두 와인은 상이한 품종으로 만들지만 감각적으로 서로 닮았다. 로마네 콩티는 지구상에서 가장 열망받는 와인이다. 로마네 콩티는 지역 이름 혹은 마을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삼는 부르고뉴의 평범한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포도밭 이름으로 와인 이름을 삼는다. 마을 최고의 와인에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로마네 콩티. 그것은 바로 포도밭 이름이다. 로마네 콩티의 와인 제조 작업은 수작업 수확, 극심한 가지치기, 여름날의 열매솎기 등을 통한 품질향상이 가장 큰 특징이다.
로마네 콩티에 쏠리는 관심은 사실 작명 방법 혹은 양조 특성에 있지 않다. 바로 희소한 수량과 가격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로마네 콩티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급을 뛰어넘는 수요에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유통시장에서조차 매물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등급 와인을 구매한 애호가들은 일부는 소비하고 일부는 경매장에 내다 팔지만, 로마네 콩티는 그렇지 않다. 소량이다 보니 재판매보다는 직접 음용을 목적으로 한다. 결론적으로 발행시장에서 한껏 부풀어진 가격은 매물 부족이란 매력을 지니고 다시 유통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로마네 콩티가 부르고뉴를 대표한다면 페트뤼스는 보르도를 대표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혼사에 등장해 갈채를 받은 페크뤼스는 케네디 가문의 행사에도 자주 쓰여 대서양을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흥미롭게도 페트뤼스는 보드도 와인이지만 보르도답지 않다. 즉 여느 보르도 와인처럼 여러 품종을 혼합해 만드는 전통적인 양조방법을 쓰지 않고, 부르고뉴처럼 단일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 빈티지가 좋은 경우의 페트뤼스는 수십 년 이상을 숙성하면서 올곧은 질감 속에 감추어진 단단한 속을 드러내며 애호가들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페트뤼스의 비밀은 기실 포도밭에 있다. 마을 대부분이 자갈이나 모래토양인데 반해, 페트뤼스는 진흙으로 된 표토층이 특징이며, 그 아래에 자갈토양이 자리 잡고 있다. 또 그 아래에는 철분이 풍부한 토양층이 형성되어 있어 총체적으로 배수에 능한 구조다.
여섯 번째 대결
이탈리아의 국가대표 와인 -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토니 블레어, 우디 앨런, 마돈나, 블라디미르 푸틴, 이들이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애용하는 사람들이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몬탈치노 마을의 브루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이란 뜻이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오늘날 프랑스의 포이약이나 생케밀리옹처럼 단위 마을에서 생산되는 마을 최고의 와인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단순히 마을 범주에만 머물지 않고, 크게 외연하여 이탈리아 고급와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기틀을 마련한 가문이 바로 비욘디 산티다. 한편 비욘디 산티가 브루넬로를 창조했다면, 그 브루넬로를 최고급 반열로 잉태한 이는 솔데라다. 비욘디 산티의 역사에는 못 미치지만 품질과 가격으로 이미 그를 넘어선 솔데라에게는 맑고 고운 향기가 난다.
솔데라는 백합이란 뜻을 지니는데, 와인 맛을 보면 그 뜻이 더 잘 통한다. 그 맛은 한마디로 순수한 맛이다. 백합처럼 순수하고 단순한 맛. 포도즙 외에 일체의 것을 치장하지 않으며, 순진무구함과 간결함이 넘친다. 솔데라는 비욘디 산티를 벤치마킹한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비욘디 산티는 지난 120년간 브루넬로의 종가로서 자연스런 브루넬로의 맛을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대결
한 지붕 두 양조장 - 라피트 로쉴드 VS 무통 라피트와 무통만큼 라이벌 의식이 강한 데도 없다. 둘 다 같은 집안 출신이면서 메독의 1등급 양조장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들 와인은 품질과 가격에서 절대 명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샤토 무통 로쉴드와 샤토 라피트 로쉴드의 라이벌 구도는 더 흥미진진하다.
1853년 로쉴드 가문의 한 사람이 샤토를 구입했다. 샤토 이름은 브랑 무통이었다. 그는 이름을 무통 로쉴드로 바꾸었다. 한강같이 큰 지롱드 강 하류에 위치한 포이약 마을은 중세부터 와인의 요충지다. 오늘날 와인세계에서 포이약은 메독에서 가장 유명하다. 왜냐하면 메독의 1등급 와인이 고작 다섯인데, 포이약에 무려 세 개가 있기 때문이다. 1868년 제임스 로쉴드가 샤토를 구입했다. 그의 사촌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자신의 성을 따서 샤토 이름을 정했다. 샤토 라피트 로쉴드의 시작이다.
무통이나 라피트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일꾼들이 대를 이어 일한다는 사실이다. 샤토 라피트 로쉴드에는 5대째 일하는 가족도 있다. 특히 라피트는 매년 성탄절이 되면 직원들에게 성탄 보너스로 가족 당 6병의 라피트를 선사한다. 우리 돈으로 치면 1000만원이 훨씬 넘는 목돈이다. 라피트는 라 피트가 붙은 말이며, 피트는 영어로 마운드이다. 즉 솟아오른 언덕을 뜻한다. 포이약에서도 가장 높이 솟아 있다. 평지가 대부분인 메독에서 해발고도 27미터는 상당한 높이다.
여덟 번째 대결
스위트 화이트의 대결 -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프랑스와 독일의 대결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세미용 품종과 리슬링 품종의 대결로 볼 것인가. 스위트의 지존을 가리는 라이벌 설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양국 대표 양조장 샤토 디켐과 에곤 뮬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스위트 와인 중에서 최고는 단연 '귀부(貴腐)와인'이다. 말 그대로 '귀하게 부패한' 포도 알을 재료로 만든다. 곰팡이가 수분을 빼앗아간 때문에 쭈글쭈글하게 변한 포도 알에는 당분만 남겨져 벌꿀 같은 향취가 나며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맛이 난다. 귀부와인의 메카는 소테른이다. 소테른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남부에 위치한 강가에 가까운 마을이다. 소테른은 추수하고 대략 3년 이상이 지나야 만날 수 있다. 소테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은 샤토 디켐이다. 나폴레옹 3세는 소테른의 등급을 메독과는 별도로 정했는데, 디켐이 유일한 특급 와인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