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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제임스 W. 로웬 지음 | 휴머니스트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

제임스 W. 로웬 지음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 688쪽 / 28,000원




Ⅰ "가르치는 것만 알아라" - 교과서가 감춘 역사



역사가 만들어낸 장애 - 영웅 만들기의 과정

미국사 교과서에는 유명한 역사적 인물에 관한 짧은 전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전기 자체는 나쁜 발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물의 사례를 통해 가르침을 주고, 사람들의 차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전기는 우리가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예로 체스터 A. 아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보다 교과서에서 다루기에 더 합당한 인물인가? 라이트는 차고를 발명하고 가정의 건축 공간을 변혁시켰고, 아서는 공무원임명법에 서명했다. 누가 오늘날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인물의 업적 자체가 아니라 인물이 그 업적을 이루기 위해 걸어온 길에 의거해 결정해야 한다.

교과서의 영웅전에 오를 명단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어떤 인물이 선정되었는지가 아니라, 역사 교과서에 들어올 때 그 인물이 어땠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 영웅화의 사례로 20세기 두 사람을 살펴보자. 우드로 윌슨과 헬렌 켈러다. 윌슨은 반론의 여지없이 중요한 대통령이었고, 여러 방면에 걸쳐 교과서에 등장한다. 그 반면 켈러는 법을 제정하거나, 과학적 업적을 남기거나, 선전포고를 하지도 않은 '하찮은 인물'이며, 내가 조사한 역사 교과서들 중 그녀의 사진을 실은 것은 단 한 종밖에 없다. 심지어 그녀가 나오지 않은 교과서도 많다. 하지만 교사들은 켈러를 즐겨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거나 그녀의 전기를 본보기로 추천한다.

이런 관심은 학생들이 그 두 역사적 인물에게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학생들은 그 이상 나아가지는 못한다. 영웅화가 켈러와 윌슨의 삶을 왜곡한 탓에 그들의 진면모를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켈러의 삶은 몇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부 판에 박은 이야기인데, 맥그로힐 출판사가 제작한 교육용 영화는 이런 말로 끝난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이 세계에 준 선물은 우리 주변에 늘 기적이 있음을 일깨워준 것입니다. 우리는 기적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세상의 누구도 도움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방법은 그 사람의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역사가와 영화 제작자들은 헬렌 켈러의 삶에서 고작 그 진부한 원칙만 끌어낼 뿐 그녀의 실제 전기를 무시했으며,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구체적인 교훈을 누락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그녀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헬렌 켈러는 사실 급진적 사회주의자였고, 그녀는 1909년 매사추세츠 사회당에 가입했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그녀는 공산주의 신생국을 찬양했고, 사무실 책상에 붉은 깃발을 내걸었으며, 점차 그녀는 사회당의 좌익으로 활동했다.

켈러의 사회주의 성향은 장애인으로 자란 자신의 경험과 장애인에 대한 동정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맹인들이 배우기 쉽도록 알파벳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내 맹인만을 상대하는 일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의 치료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그녀는 맹인이 무작위로 생기는 게 아니라, 하층계급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로 가난한 남성은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맹인이 될 수 있었고, 가난한 여성은 매춘부가 되어 매독성 맹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었다. 이리하여 켈러는 사회계급이 삶의 기회를 지배할 뿐 아니라, 심지어 시력까지도 결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사회주의로 전향한 것은 당시 여론에 엄청난 충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녀의 용기와 지성을 찬양했던 신문들은 이제 그녀의 장애를 부각시키려 했다. 예로 『브루클린 이글』의 편집자는 심지어 "켈러의 잘못은 신체 발달의 명백한 한계에서 비롯된다"라고 썼다. 켈러는 그 편집자를 만났던 일을 기억했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그가 내게 격렬한 찬사를 보냈을 때 나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이제 내가 사회주의를 지향하니까 그는 나와 대중에게 내가 맹인이고 농아이므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뒤 나는 계속 지능이 떨어져야 했을 것이다. 그 어리석은 『브루클린 이글』이 바로 사회적 맹인이고 농아다! 그들이 수호하려 하는 편협한 제도야말로 우리가 예방하려 애쓰는 신체적 맹인과 농아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이후 켈러는 미국맹인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켈러가 소련을 찬양한 일은 지금 보면 순진한 감이 있고, 어떤 사람은 당혹스러움과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급진주의자였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의 학교와 매체에서 누락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드로 윌슨에 관해 우리가 몰랐던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대학생들에게 윌슨 대통령에 관해 생각나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윌슨이 마지못해 미국을 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고 전후 국제연맹을 창설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간혹 윌슨 행정부가 좌익 세력을 탄압한 파머 습격을 언급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윌슨이 집행한 두 가지 반민주주의 정책 - 연방정부의 인종차별과 외국에 대한 군사적 개입 - 을 말하거나 아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윌슨이 재위할 때 미국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자주 라틴아메리카에 개입했다. 군대를 보낸 일만 해도 1914년 멕시코, 1915년 아이티, 1916년 도미니카 공화국, 1916년 다시 멕시코(임기 말까지 아홉 차례나 더 보냈음), 1917년 쿠바, 1918년 파나마 등 여러 차례였다. 그리고 윌슨 행정부 시절 내내 니카라과에 군대가 상주했으며, 미국은 이 군대를 이용해 니카라과의 대통령을 결정하고 미국에 유리한 조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또 1917년 윌슨은 강대국의 사태에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 러시아 내전의 '백군파'(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에 반대한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고, 1918년 무르만스크, 아르한겔스크, 블라디보스토크에 원정군을 보내 러시아 혁명을 타도하려 했다. 이후 백군파가 1919년 말에 붕괴하자, 미군은 결국 1920년 4월 1일에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다. 후대의 미국인들 중 이 '러시아와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 - 로버트 매덕스가 이 대실패를 다룬 책의 제목이기도 함 - 에 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처음에 수집했던 미국사 교과서 12종에서는 이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새 교과서 6종 가운데는 2종에 이 사실이 나온다. 반면에 러시아 교과서들은 그 사건을 다각도로 다루었고, 이 간섭은 소련이 냉전시대 내내 미국에 불신을 품은 원인이 되었다.

윌슨의 라틴아메리카 침략은 러시아 공격보다 더 잘 알려져 있어 교과서에도 어느 정도 나와 있다. 하지만 교과서 저자들이 그 사건들을 어떻게 정당화하려 하는지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그 침략을 올바로 설명하면 윌슨이나 미국을 도저히 우호적인 견지에서 볼 수가 없다. 1920년대 중반, 윌슨의 후임자들은 라틴아메리카 정책을 바꾸었다. 역사 교과서의 저자들도 그것을 알고 윌슨 이후 한두 개 장에서 미국의 '선린 정책'을 찬양한다. 교과서는 윌슨의 라틴아메리카 정책을 선린과 반대되는 의미로 '악린 정책'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옛 교과서와 새 교과서 모두 어떻게든 영웅 윌슨을 구하려 애쓴다. 예를 들어 『자유의 도전』은 다음과 같이 호도한다. "윌슨 대통령은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우호를 증진하려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적반하장으로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을 비난하는 교과서도 있다. 『미국의 행진』은 이렇게 말한다. "윌슨은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철회했다. 아이티가 정치 혼란에 빠지자 윌슨은 어쩔 수 없이 반제국주의 입장에서 약간 물러나……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해병대를 파견했다." 이 구절은 완벽한 날조다. 해군장관은 훗날 "윌슨의 명령으로 나는 아이티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윌슨이 마지못해 카리브 해 지역으로 병력을 파견했다고 말하는 문헌은 없다.

국내에서 윌슨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무색할 만큼 노골적인 인종주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예전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관례적으로 흑인을 뉴올리언스와 컬럼비아 특별지구의 세관이나 자금 운영과 같은 요직에 기용했다. 그런데 윌슨은 1912년 선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 그런 관행을 모두 없애버렸고, 심지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여러 가지 입법 조치를 시도했으나, 의회에 의해 거부되기도 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윌슨은 권력을 이용해 연방정부에서 차별 정책을 강행했는데, 내가 검토한 역사 교과서들 중 8종이 윌슨의 재임 기간에 있었던 그 '오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윌슨의 인종차별 정책을 지적한 것은 4종뿐이었으며, 언급해도 한두 문장에 그쳤다. 그를 영웅으로 간주하는 교과서들은 백인의 관점을 취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실을 은폐하면 학생들은 지도자와 국민의 상호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를 알지 못하게 된다.

교과서가 까다로운 사실들을 누락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배계급'의 압력과 교과서 채택위원회의 압력도 있고, 모호함을 피하고 싶은 욕구, 해악이나 갈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마음, 나아가 아이들을 잘 통제하고 교실의 불화를 피해야 할 필요성,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게다가 과거에 관해 말할 때는 늘 공손해야 한다는 예절도 부담이다. 특히 우리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윌슨을 나쁘게 봐서는 안 되는 걸까?

원인이 무엇이든, 영웅화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적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학생들에게 켈러나 윌슨 같은 위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은폐하면, 학생들은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다. 이른바 '디즈니판 역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참고로 디즈니랜드의 역대 대통령 전당도 위인들을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영웅적 정치가로만 소개한다. 아이들에게서 현실적인 역할 모델을 박탈하는 셈이다.

게다가 역사에서 인과성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예를 들어 미국이 니카라과를 열세 차례나 침략한 일을 언급하지 않으면, 1980년대에 그 나라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유를 이해할 수 없게 한다. 교과서는 역사를 여러 사상과 개인의 힘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흐름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교과서는 역사를 '다 지나간 이야기'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들이 현실적으로 소개되면 우리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고, 우리가 행동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Ⅱ "보여주는 대로만 보아라" - 교과서 왜곡과 그 목적



빅브라더를 보며 - 교과서에 비친 연방정부의 얼굴

교과서는 우리 정부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교과서 저자들은 헌법에 정해진 권력의 균형, 즉 연방정부의 각 부문, 주들과 개인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 지난 200년간 크게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연방정부는 늘 변함없이 국민의 고분고분하고 유순한 공복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교과서는 비정부 기관이나 시민 개인이 환경, 인종관계, 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경시하고 있다.

요컨대 교과서 저자들은 영웅적 국가를 제시하고자 하는데, 그 영웅은 다른 영웅들처럼 오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다. 이런 접근 때문에 교과서는 반시민적 지침서, 침묵의 동의를 위한 안내서가 되어버린다. 교과서의 아부를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옹호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을 때 정부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조사하는 것인데, 우선 미국의 대외 정책에 관한 설명을 보자.

대학의 정치학 과목은 미국의 해외 활동을 분석할 때 보통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채택한다. 어떤 교수와 교과서는 이른바 '거인 미국'이라는 이미지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세기'에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고 대체로 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했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우리 미국인이 혁명적 이데올로기를 오래전에 버렸고, 지금은 다른 국가와 민족의 자결권을 쟁취하려는 정당한 노력을 억압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더 흔한 것은 현실정치적 견해다.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 대외 정책의 설계와 자문을 담당했던 조지 케넌은 1948년에 그런 접근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가 국무부 정책설계부장일 때, 지금은 유명해진 다음과 같은 비망록을 남겼다. 우리는 전 세계 부의 50퍼센트를 가졌으나 인구는 6.4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질시와 원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의 긴요한 과제는 이 불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관계 유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우리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굳이 사치스런 이타주의나 세계적 자선을 과시하지는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인권, 생활수준의 향상, 민주화 같은 비현실적 목적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견해를 바탕으로 역사가나 정치학자는, 미국의 국익이 오늘날 역사가가 하는 것처럼 과거의 정책 입안자가 조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 다음 우리의 행위와 정책을 분석해 그것이 국익을 얼마나 촉진하는지 평가한다.

물론 고등학교 미국사 교과서는 거인 미국의 견해를 채택하지 않고 그것을 시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정치적 접근마저 누락하고, 그 대신 전혀 다른 방침을 받아들인다. 우리 정책을 일종의 도덕극으로 만들어 미국이 인권, 민주주의, '미국적 방식'을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미국인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는 남들이 우리를 오해했거나 우리가 상황을 오판했기 때문이며, 우리의 동기 자체는 언제나 선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접근은 '국제적으로 좋은 친구' 견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프랜시스 피츠제럴드의 말을 빌리면, 교과서는 미국을 '세계의 구세군'으로 제시하는데, 그것은 우리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국가상과 일치한다. 즉 도덕적이고, 청렴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책임감을 지닌 국가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범세계적 '의무'를 자랑스럽게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나라들은 각자 국익을 추구합니다. 세계 인구의 불과 6퍼센트만을 차지하는 미국만이 오직 막중한 짐을 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평화를 유지하는 짐'은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어, 현재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를 합한 것보다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며, 144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하지만 케네디와 교과서 저자들이 조장한, 국제적으로 좋은 친구라는 이미지 덕분에 미국의 행동은 패권주의가 아니라 이타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1920년대 이후 교과서 저자들은 또한 미국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대외 원조에 적극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신화는 사실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날 유럽과 아랍권의 20여 개국은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나 정부 총 지출의 더 많은 부분을 대외 원조에 투입하고 있다.

교과서 저자들은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인도주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무엇을 교과서에 포함하고 무엇을 누락할지 결정하는데, 내가 처음에 검토한 교과서 12종 가운데 하나만 제외하고 전부 평화봉사단에 관해 적어도 한 문단을 수록했다. 마치 경의를 바치는 듯한 어조로, 이를 테면 생활의 자유 는 "평화봉사단은 가는 곳마다 미국의 친구를 만들어 낸다"라고 말한다. 평화봉사단은 그래도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하면서도 불순한 미국의 수출품은 다국적기업이다. 우리 정부가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을 타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ITT라는 한 다국적기업만 따져보더라도, 지금까지 라틴아메리카에 파견된 모든 평화봉사단의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칠레에 미쳤다. 그리고 인도에 진출한 유니언카바이드나 과테말라에 간 유나이티드프루트도 마찬가지인데, 미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가함으로써 다른 나라에 지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대개 다국적기업이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는 국익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걸렸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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