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듀 대학교
전은환 지음 | -
세계 곳곳의 학문이 살아움직이는 코스모폴리탄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퍼듀 대학교
Purdue University
퍼듀 대학교는 공학부문에서 많은 한국 졸업생을 배출한 덕에 국내에서 그 이름만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시골에 위치한 탓일까요? 학교의 역사라던가 주변환경에 대해서는 별달리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퍼듀를 간단히 설명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공부만하기에는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퍼듀가 위치한 웨스트 라파예트( West Lafayette) 라는 도시는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도시의 성격이 짙습니다. 인디애나의 중 북부에 위치한 웨스트 라파예트는 인구(학생제외) 2만6천5백 명 정도의 소도시로 주된 산업은 옥수수농사를 주종으로 하는 농업입니다. 도시 한복판으로는 워바시강이라는 미시시피강의 조그만 지류가 흐르고 있으며 주변의 대도시로는 차로 1시간정도 거리인 인디애나폴리스와 시카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웨스트 라파예트의 날씨는 서울의 날씨와 비슷하지만 여름과 겨울이 조금씩 더 길지요. 특히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려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떠나곤 합니다. 또, 초여름에는 잦은 토네이도가 발생해 사람들을 두려움에 몰아넣습니다. 이렇게 연교차가 심한 이곳이지만 학교나 기숙사는 냉난방이 매우 잘 되어 있어 실내에서는 늘 가벼운 옷차림을 하게 됩니다.
퍼듀대학교의 역사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합시다. 퍼듀 대학교는 1869년 라파예트의 부유한 사업가였던 존 퍼듀의 15만 달러에 이르는 기부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대평원으로 둘러싸인 학교의 특성상 설립당시 설치됐던 학과는 농학과 등이었으나 그 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공대와 각종 이과계통에서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과시하는 학교가 됐습니다.설립당시 교수 6명, 학생 39명 규모에 불과했던 퍼듀는 오늘날 웨스트 라파예트 캠퍼스를 비곳 4개 캠퍼스를 갖고 있을 정도로 크게 자라났습니다. 이곳 웨스트 라파예트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숫자만도 3만7천명. 여기에 교수진은 2000여명에 이르며 200개 학과, 6천7백 여 개의 전공코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모는 미국의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현재 퍼듀는 그 규모면에서 미국 내 10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재학중인 외국 학생들의 숫자에서도 미국 내 수위를 기록 중입니다.
화학 공학 분야선 으뜸
엄청난 규모와 학과간의 균형 잡힌 발달 덕에 퍼듀는 지난해 US News & World Report 에서 미국 내 공립학교 중 상위 20위 권내에 드는 등 비교적 외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중 퍼듀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분야는 단연 화학, 공학 분야입니다. 특히 분석화학 부문은 최근 U.S. New and World Report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농화학 부문 역시 코넬 등과 더불어 미국 내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또 공학은 미국 내 9 위며 그 중 산업공학은 3위를 기록 중입니다. 우수한 공학부문을 바탕으로 경영대학원인 크래너트 역시 오퍼레이션 부문에서 명성을 얻고 있죠. 이렇게 학교의 명성을 지켜가는 요소들 중 가장 큰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대학스포츠팀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퍼듀는 최근 우수한 외국 학생들을 불러모으는 데 주력해 1999년 가을 현재 4천1백33명의 외국 학생들이 이곳에 재학 중입니다. 이 숫자는 미국 모든 대학 중 5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외국 학생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들은 단연 인도인들로 그 숫자가 무려 7백10명에 달합니다. 컴퓨터와 기계공학 부문에 강한 학교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진 탓인지 현재 퍼듀는 인도의 IT 인력들이 모이는 중심지가 된 듯 합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그간 줄곧 숫자면에서 1위를 달려왔던 중국 학생들이며 한국은 4백18명의 학생을 보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타이완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숫자면에서 나란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니 퍼듀는 비교적 백인들만이 살고 있는 인디애나 단일문화권내에서 작은 아시아를 이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곳은 퍼듀 대학내의 경영 대학인 크래넛 스쿨(Krannert School of Management)의 MBA코스입니다. 현재 US News랭킹 23위를 달리고 있는 MBA코스에는 400명 가량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 학년이 400~500명에 이르는 다른 학교들에 비하면 작은 편입니다. 크래넛은 공대가 강한 퍼듀의 이점을 살려 오퍼레이션과 계량 경영쪽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교측도 이를 특화하려 하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의 필수과목으로 이 분야의 강의들을 많이 배정해놓고 있죠. 특히 오퍼레이션은 미국 내 3위 정도를 항상 고수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평판을 얻고있죠. 그런 탓에 이 분야의 명망 있는 교수들도 많이 모여 있어 오퍼레이션 수업은 늘 활기와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이중 아난 아이어, 르로이 슈워츠 등이 특히 명성 있는 교수들입니다. 또 오퍼레이션 전략을 강의하는 톰 브러쉬도 훌륭한 강의를 하는 교수로 손꼽힙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의 붐이 일면서 오퍼레이션 분야 중 물류부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생들의 사랑 듬뿍 받는 풋볼 게임
오퍼레이션은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며 회사실무에 임할 때 지대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은 MBA학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오퍼레이션은 공학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수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문 과학쪽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학교측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학생선발 시 주로 학부 때 이공계통을 전공한 이들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입학생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가 거의 절반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선발하려 하는 회사들도 대부분 인텔이나 휴렛팩커드 등 IT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들이어서 이공계출신의 MBA들을 환영하는 분위기 입니다. 지난해부터는 시대조류에 발맞추기 위해 전자상거래(e-commerce)강좌를 다수 개설해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중 벨기에 출신의 패트릭 뒤파크 교수가 강의하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마케팅이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켈로그 경영대학원 등 다수 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뒤파크 교수는 정열적인 강의와 감당할 수 없을 정도 분량의 숙제로 유명합니다. 많은 숙제 탓에 관심 있는 학생들조차 수강할 엄두를 못 내고 있기도 하죠. 전자상거래와 관련해서는 전자공학부와의 교환 강의등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어있습니다. 한편 크래넛은 기부금 모금이 끝나는 대로 새로운 건물(아래는 신축건물의 예상 모습) 을 지을 예정으로 학생과 교수들은 새 건물에서 공부할 기대감에 차있습니다.
유학생들의 생활
퍼듀에서 유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먼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비용부터 이야기해볼까요? 학과마다 조금씩 의 차이는 있지만 퍼듀의 1년치 학비는 대략 1만 5천달러 선입니다. 다른 학교보다 퍽 싼 편이죠. 학비가 비싸다는 경영대학원조차 1년 학비가 1만8천 달러 정도입니다. 사립대학부설의 경영대학원들이 2만5천에서 2만9천 달러 가량을 받는 것을 볼 때 이 역시 상당히 저렴한 것이지요. 물론 유학생활을 하려면 학비 외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책 값이며 아파트 렌트비, 식비 등이지요. 책 값은 학과별로 편차가 크므로 뭐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미국은 한국보다 교과서 값이 무척이나 비쌉니다. 중고책을 산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70달러 가량 지불해야만 하죠. 생활비의 대부분은 방값이 차지하는데 학교에서는 1년의 생활비를 어림잡아 5천50달러 (2000년 기준)라고 밝혀 놓았습니다. 이는 방학을 제외 10달 정도에 드는 돈으로 한달에 5백50달러 수준입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달에 8백달러 정도를 기본 생활비로 보는 것 같습니다. 5백50달러는 친구와 싼 방을 구해 방세를 나누어 내고 아무런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한 액수겠죠. 항목별로 살펴보면 방값은 미혼인 경우 3백달러에서 5백달러선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교외곽으로 나갈수록 방값은 싸지고 대신 기름값 등 자동차 유지비가 많이 들게 되죠. 방값 외에 전기값 가스값등 유틸리티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한달에 5-60달러가 들죠. 퍼듀의 경우에는 학교기숙사도 그리 싼편은 아니라서 한달에 4백에서 5백달러 정도를 받는데 여기에는 전기값과 시내 전화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학비는 비교적 싼 편
식비 역시 개인적 편차가 큰 부분입니다. 퍼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밥을 사먹게 되는데 식당에서 먹을 경우엔 아무래도 한끼에 4,5달러 가량은 쓰게 되고 가끔 조금 좋은 식당을 가기라도 하면 한달 식비가 3백달러에 육박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되기도 합니다. 부엌시설을 갖춘 아파트에 사는 경우 밥을 꼬박꼬박 해먹으면 식비를 2백달러 이하 선에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학생들도 돈을 아끼기 위해 밥을 열심히 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썰렁한 가을날 캠퍼스 벤치에서 차가운 샌드위치를 뜯고 있는 학생을 보는 것도 드문 일만은 아닙니다. 식생활과 관련해서 한국 학생들이 퍼듀에서 살기에 나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한국식당에 없다는 점입니다. 식료품점 하나만이 있을 뿐이죠. 타향생활을 하며 위안중의 하나가 친구들과 한국음식을 먹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한국식당의 부재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거나 하는 한가한 때를 맞으면 인디애너폴리스 등으로 한국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볼거리나 즐길거리 등 문화생활을 할 만한 여건이 안되는 탓에 이곳 퍼듀의 생활비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쌉니다. 물론 생활의 지루함이 그리 반길 만한 요소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생활의 단조로움을 이겨내게 해주는 것은 스포츠입니다. 퍼듀의 풋볼과 여자농구 등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입니다. 특히 풋볼은 중부의 대형 주립대 열개 학교를 가리키는 빅10 중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퍼듀의 풋볼 선수들은 보일러메이커라는 학교 전체의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학교에서 게임이 있는 날은 동네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사람들이 흥분합니다. 전날부터 몰려드는 사람들로 길이 막히고 아침부터 술에 취해 흔들거리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맥주집에 가서 대형화면으로 경기를 보며 사람들과 환호성을 올려보는 것도 퍼듀를 다니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낭만 중에 하나겠죠.
지난해 전미 2위를 차지한 여자농구도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여자농구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 선수들의 경기만큼이나 격렬해서 남자팬들도 아주 많습니다. 특히 퍼듀의 여자농구는 최근 몇 년간 줄곧 수위권을 달려온 탓에 학교에서는 아주 인기가 만점입니다. 학교신문에서는 거의 매일 선수들과 코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보는 스포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퍼듀에는 대형 체육관이 있어서 학생들의 여가 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코렉이라고 불리는 이 체육관에는 러닝머신이나 역기부터 스쿼시경기장, 수영장, 테니스장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한밤중에도 이곳을 찾아 운동을 즐기면서 스트레스해소를 하곤 합니다. 물론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탓에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지않으면 쉽게 체중이 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퍼듀는 대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탓에 영화에서 보는 미국의 모습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만도 못한 수준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용한 면학분위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글쓴이 전은환
퍼듀대학교 MBA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