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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경대학

이희진 지음 | -
세계 곳곳의 학문이 살아움직이는 코스모폴리탄

런던정경 대학

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2-3년 전 국내에서 ‘제 3의 길’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같은 제목의 책이 한때 널리 읽혔다. 그 주창자인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 뿐만 아니라 이론적 지주이자 같은 제목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덕에 기든스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 LSE라는 이름도 보통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 만큼 국내에서 지명도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LSE의 역사와 거기를 거쳐 갔던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왜 국내에서 이제야 LSE가 유명해졌나 의아스러울 정도다. 한마디로 LSE는 영국, 아니 세계의 사회, 경제, 정치 발전의 주요 획을 그었던 사상들의 산실로서 세계 최고의 사회과학 교육 및 연구 기관이다.

LSE의 역사



'to understand the causes of things'



LSE는 1895년 시드니 웹과 베아트리스 웹 부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들 부부는 버나드 쇼와 함께 점진적 개혁을 통한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하는 페이비안 협회(Fabian Society)를 이끌었다. 이들은 당시 많은 대학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데 반대해 종교, 성, 출신에 상관없이 개혁적인 지향을 가진 인재들을 키우고자 학교를 설립했다. 1922년에 ‘사물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rerum cognoscere causas)가 학교의 모토로 정해졌다. 이후 LSE는 사회과학의 실험실로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사상이 개발, 분석, 평가되고 전세계로 전파되는 본거지가 되었다.

대표적인 몇 예를 들어보면 역대 총장이었던 비버리지 경의 ‘비버리지 보고서’는 영국 국가 보건 체계(National Health Service)의 모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복지 국가의 토대를 형성했다. 또한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하이예크(Hayek) 교수는 자유 시장 경제의 주창자로서 ‘작은 정부’를 주장해서 보수당 대처 정권의 이론적 지주가 되었다. 이밖에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포퍼(Popper)가 철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하이예크를 비롯해 Sir John Hicks (1972), James Meade (1977), Sir John Lewis (1979), Ronald Coase (1991), Amartya Sen (1998), Robert Mundell (1999) 등 일곱 명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LSE 교수진이나 출신에서 나왔다.

왜 LSE를 택하나?



'LSE is global in outlook and cosmopolitan in character.'

LSE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사회과학으로 특화한 대학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런던의 코즈모폴리턴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그 문화적, 사회적 자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LSE는 런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사실 LSE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특히 신입생들은 학교의 위용(?)을 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아니 처음에는 도저히 학교를 찾지 못한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세계적인 대학의 웅장한 건물과 너른 캠퍼스를 볼 수가 없다. 학교 안에는 런던의 그 흔한 잔디밭 한 뼘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건물 안과 밖이라는 구분 외에는 학교 안과 밖이라는 구분도 없다. Aldwich라는 번화가의 건물 몇 개, 그리고 주변에 작은 건물 열 서너 개가 캠퍼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다. 학교가 처음부터 국가나 대자본의 계획 아래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런던 중심지의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에 주변의 건물을 하나씩 하나씩 구입하면서 학교를 확장해온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런던 한 복판이라는 위치는 대학의 근본적인 성격을 규정한다. 학기가 지나면서 런던을 조금은 알게 되고 LSE가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학생들은 왜 그 위치가 중요하고 그곳을 떠날 수 없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영국 정치의 중심지인 국회의사당(Westminster), 영국 관료 조직의 상징인 화이트홀(Whitehall), 세계 금융,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시티(the City), 언론계의 거리로 지칭되는 플리트 스트릿(Fleet Street), 그리고 상급 법원들(the Law Courts)이 학교로부터 걸어서 내지는 차로 10분 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에 영국 사회과학의 산실인 LSE가 있는 것이다.

LSE의 교수들은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만일 LSE가 다른 곳에 있다면 지금의 LSE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LSE는 넓고 푸르고 조용한 전원에 자리잡고 현실을 관조하는 상아탑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현실 세계’의 일부이다. LSE에는 일년 내내 영향력 있는 정치, 경제, 학계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공개 강연이나 또는 교육 과정에의 참여, 또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토론을 통해서 LSE의 교수 및 학생들과 교류한다.

LSE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의 하나는 말 그대로 ‘코스모폴리턴’이라는 사실이다. 2000년 현재 약 7000여명의 학생 가운데 영국 학생이 약 40%를 차지하고 18%는 유럽연합 국가에서, 나머지 42%(주로 대학원 과정)는 전세계 130여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다. 이 경향은 대학원 과정에서는 더욱 심해서 몇몇 학과의 석사 및 박사 과정에는 영국 학생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소수파인 경우가 많다. 참고로 성별 및 대학원 비율을 보면 전체 학생 중 약 45%가 여학생이고 약 52%가 대학원 과정에 있다.

이런 ‘코스모폴리턴’ 성격은 학생 구성에서뿐만 아니라 교수진의 구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약 1400명의 연구 및 교수진 가운데 약 40%가 영국 이외의 국가 출신이며 이 가운데 반 정도가 유럽 출신이고 나머지 반은 세계 각국 츨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성격은 교육 및 연구에서도 반영되어 LSE는 영국의 문제만을 가르치고 연구할 뿐만 아니라 비교학문적인 시각과 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제를 다룬다.

이런 코스모폴리턴적인 분위기 속에서 LSE는 다른 경험과 견해 및 신념을 가진 세계 곳곳에서 온 학생과 학자들이 같이 모여서 인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을 토론하고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LSE 대학 입학 안내서의 한 부분은 이렇게 끝맺는다.

“전원 캠퍼스의 평온함과 꿈꾸는 첨탑의 전통을 선호한다면 LSE는 당신에게 적합한 곳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이 주는 자극과 살아 움직이는 수도의 생생한 사상들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LSE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배우고 연구하나?



'a place of genuine intellectual excitement and cutting-edge research'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라는 이름 때문에 경제학만을 가르치는 대학인가 하는 오해가 간혹 있다. 그러나 대학의 정식 명칭이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이고 여기서 ‘경제학과 정치과학’이라는 말은 사회과학을 통칭하는 말이다. 18개의 학과와 30개의 각종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소를 통해서 사회과학 전반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2000년 현재 41개의 학부 프로그램과 88개의 대학원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학과 (연구평가조사 결과)

연구소

Accounting and Finance (5)

Anthropology (5)

Economic History (5*)

Economics (5*)

Geography and Environment (4)

Government (5*)

Industrial Relations (5)

Information Systems (5)

International History (5)

International Relations (5*)

Law (5)

Mathematics (3a)

Operational Research (5*)

Philosophy, Logic and Scientific Method (5)

Social Policy (5*)

Social Psychology (4)

Sociology (4)

Statistics (4)



Asia Research Centre

Business History Unit

Centre for Analysis of Social Exclusion

Centre for Analysis of Risk and Regulation

Centre for Civil Society

Centre for Discrete and Applicable Mathematics

Centre for Economic Performance

Centre for the Economics of Education

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Centre for International Studies

Centre for Philosophy of Natural and Social Science Centre for Research into Economics and Finance in

Southern Africa

Centre for the Study of Global Governance

Cities, Architecture and Engineering Programme

Computer Security Research Centre

Development Studies Institute

The European Institute

Financial Markets Group

LSE Gender Institute

Greater London Group

LSE Health

LSE Housing

LSE London

Interdisciplinary Institute of Management

Mannheim Centre for the Study of Criminology and

Criminal Justice

Methodology Institute

Personal Social Services Research Unit

Population Investigation Committee

LSE Public Policy Group

Suntory and Toyota International Centres for

Economics and Related Disciplines



경제학,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정치학, 법학, 지리학 등 기본적인 사회과학 학과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세계역사, 사회정책 등이 개별 학과로 존재하며 모든 학문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수학과 철학도 개별 학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경영학과는 없지만 경영학의 주요 분과인 회계, 재무, 노사관계, 경영정보, OR 등이 개별 학과로 존재함과 동시에 Interdisciplinary Institute of Management가 경영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LSE 연구소 가운데는 연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도 담당하는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는 연구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Development Studies Institute는 독자적으로 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도할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석사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Cities, Architecture and Engineering도 ‘도시설계 및 사회과학’이라는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LSE는 학과 및 연구소라는 조직을 이용해 다양하고 학제적인 연구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LSE의 교육 및 연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의 하나는 학제적인 대학 조직과 그것의 유연한 운영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고 사회변동에 대응하는 지식을 빠르게 공급하려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MSc Regulation'은 지리 및 환경학과, 법학과, 그리고 Government학과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석사 과정으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책 이슈가 되고 있는 규제 문제에 대한 학제적 이해를 제공한다. 'MSc Real Estate Economics and Real Estate Finance'는 지리 및 환경학과가 회계 및 재무학과 경제학과와 공동운영으로 과정이다.

사회의 변화 및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성은 위와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조직 자체의 변화도 낳고 있다. 일례로 정보시스템학과는 하나의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그룹이 약 5년 전에 학과로 승격한 것이다. 이는 정보기술이 사회 와 조직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과 앞으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대학 당국의 진취적인 통찰력의 소산이었다. 이 학과는 정보기술 또는 정보시스템의 문제가 더 이상 컴퓨터 공학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다룰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과학자가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 하에 정보기술의 도입과 사용을 둘러싼 사회 및 조직에 관한 이슈들을 학제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선 단연 1위



영국에서는 여러 기관과 주요 일간지들이 해마다 대학을 평가해서 그 결과를 순위대로 발표한다. 그러나 이들 평가의 기초가 되는 자료이자 가장 권위있는 평가는 The 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for England (HEFCE)이 약 5년마다 행하는 연구평가조사(Research Assessment Exercise)이다. 이 연구평가조사(RAE)는 그 결과에 따라 정부의 연구 재정 보조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가장 중시하는 평가이다.

앞의 표에서 제시한 것처럼 가장 최근(1996)에 실시된 연구평가에서 LSE 대부분 학과들의 연구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는 수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평가는 교수진의 연구 논문과 다른 연구 활동에 의해 결정되며 5*는 가장 최고의 단계로서 학과 대부분의 교수가 세계적인 수준의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평가는 대학간 순위를 매기려고 행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평가 결과는 대학별로 하나의 수치로 환산되며 환산 방법에 따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LSE의 순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LSE는 평가받은 교수의 수를 감안했을 약 100개 대학 가운데 2위를 차지했고 LSE가 평가를 받은 사회과학 분야만을 고려했을 때는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교육(teaching) 측면에서는 The Quality Assurance Agency가 정기적으로 각 학과의 Teaching Quality 조사하는데 이 평가에서도 대부분의 학과가 최우수 평점을 받았다.

스스로 선택한 주제 스스로 연구하는 독특한 과정



LSE에는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각 학과나 연구소에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여기서는 대학원, 특히 영국 대학 교육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박사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LSE의 대학원 교육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아야 하는 Taught Programme이고 다른 하나는 독자적인 연구에 기반해서 논문을 준비해야 하는 Research Programme이다. 전자는 석사과정에 해당하고 후자는 박사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박사과정 학생을 PhD student라고 하기보다는 Research student라고 부른다. 석사과정은 1년 과정(파트타임 2년)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dissertation을 제출해야 된다는 점 등에서 한국의 석사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미국이나 국내의 제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 점 때문에 약간의 오해가 있으므로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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