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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NHK스페셜 <워킹푸어> 취재팀 지음 | 열음사


워킹푸어

NHK스페셜 <워킹푸어> 취재팀 지음

열음사 / 2010년 04월 / 224쪽 / 11,000원




일본국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의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연 이 조항이 현재의 경제 대국 일본에서 지켜지고 있는가. 국가가 보장한다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의 생활.' 이를 위한 안전망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생활보호. 그러나 이 생활보호 수준이하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 열심히 일하지만 풍족해지지 못하는 워킹푸어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실….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빈곤'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취재팀의 이러한 공통된 인식이 '워킹푸어'라는 주제로 연결되었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워킹푸어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주제라는 확신이 들었다.

취재에 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빼앗기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단순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거리를 잃는 것이 아니었다. 일에 대한 '긍지',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잃는 것이기도 했다. 이에 관해서는 생활보호 문제를 취재하던 한 제작진의 보고가 잊히지 않는다.

"제가 취재한 사람들, 워킹푸어들은 일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납니다. 진심으로 일하고 싶어 하죠. 그 사람들은 생활보호로 받는 액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어느 누구도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일하고 싶다,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자나 피치 못하게 일을 할 수 없는 사람과 같이 정말로 생활이 곤란한 사람들을 위한 세밀한 안전망 역할을 하는 생활보호제도의 충실한 집행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빈부격차나 워킹푸어를 거론할 때 '안전망의 충실한 집행'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안전망만 확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안전망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지 않는 사회, 즉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고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야말로 모두가 추구하는 사회가 아닐까?

1장 워킹푸어, 일본을 좀먹는 병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빈곤이 일본을 뒤덮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틀림없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취재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현실과 맞닥뜨린 후부터 이와 같은 생각에 휩싸였다.

2005년 가을, '청년실업 문제'를 다룬 토론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 이와테현으로 향했다. 이 시기는 '니트와 프리터 400만 시대'라고 불리며 일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일자리로 보낼지에 대한 문제로 국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때였다. '젊은이들은 왜 일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우리는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젊은이들은 왜 일하지 않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취재팀은 일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으러 구인 비율이 낮은 도호쿠 지방을 취재하기로 했다. 마침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취업 활동으로 바쁜 가을이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그들은 과연 어떤 직업을 희망할까? 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몇몇 학생과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스스로가 큰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은이들은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프리터나 니트 족 젊은이들이란 인생을 학생 시절의 연장쯤으로 생각하는 모라토리움 신드롬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라는 단순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된 순간, 우리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는 일하지 않는 청년들을 '세상을 우습게 보고', '세금조차 내지 않으려는 게으른 인간'이라고 아무 의심 없이 믿어왔다. 물론 장기간 계속되는 불경기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젊으니까 하려고만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일을 골라 하려는 것 자체가 사치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말 그대로 일이 없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일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고 세상이 보내는 차디찬 시선을 견뎌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냉혹한 노동환경과 괴로운 현실을 호소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있다.

취재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저마다 우리에게 호소했다. "정사원으로 채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요. 월급이 적고 업무가 힘들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정말 채용하는 곳이 없어요!" "이 마을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는 자위대입니다. 공무원이니까 안정된 직업이잖아요. 거기 말고는 취직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작년에 자위대에 합격한 사람은 영웅 대접을 받았어요." "우리 학교에는 슬롯머신 업소 종업원 구인광고만 와요. 그곳에서 주는 월급은 20만 엔이 넘으니까 대우는 좋은 편이죠. 하지만 솔직히 회사나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우리가 만난 고등학생은 하나같이 성적도 우수하고 학교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성실하고 예의도 바른 학생들이라 나라의 장래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젊은이들이었다. 도대체 일본은 언제부터 이런 지경에 처해버린 것일까? 암담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자책과 후회가 엄습해왔다.

그러나 발길을 옮겨 노동 현장에서 만난 '일하는 젊은이들'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혹한 현실에 처해 있었다. 우리가 만난 한 20대 여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에 있는 온천 여관에서 일했다. 그런데 여관이 파산하는 바람에 현재는 호스티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여성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지…"라고 말하며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다. 슬롯머신 업소에서 숙식하며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해고된 20대 남성은 다시 취직할 곳을 찾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었다. 그는 "수입이 이것밖에 되지 않으니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라면서 머리를 떨구었다. 레스토랑에 취직했지만 규모 축소로 해고된 20대 남성은 시급 800엔을 받고 육류 가공 공장에서 일한다. 그러나 생활비가 빠듯해서 밤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힘들게 투잡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사실은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꿈은 자면서 꿀 수밖에 없나 봐요"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사원으로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갑자기 아르바이트로 밀려난 또 다른 20대 여성은 시급 800엔을 받으며 한달에 채 10만 엔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날마다 헬로위크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아침부터 밤까지 필사적으로 일했다.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젊은이도 많았다. 모두가 장래에 대해 크나큰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다'라는 소망 그리고 '이대로라면 결혼조차 할 수 없다'라는 비통한 심경을 품고 있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역사회는 이 정도까지 쇠퇴한 것인가? 워킹푸어에 대한 취재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2장 노숙자가 된 젊은이들



무료 급식소를 찾는 젊은이들

2006년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열도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던 도쿄에도 예전에 없던 한파가 몰아쳤다. 그런 한파 속에서도 이케부쿠로의 한 공원에는 400명 남짓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자원봉사 단체가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는 무료 급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무료 급식은 신주쿠, 우에노, 이케부쿠로, 시부야 등 도심의 주요 역사 주변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실시된다. 금요일에는 이케부쿠로, 토요일에는 시부야, 일요일에는 신주쿠 등 이런 방식으로 무료 급식을 찾아 매일 시내를 이동하는 노숙자들이 적지 않다.

2003년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전국 노숙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쿄 도의 노숙자 수는 6,361명이라고 한다. 도쿄 도는 2004년부터 공원 등지에서 텐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아파트나 숙박시설로 이전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07년 2월 도쿄 내의 노숙자 수가 4,690명까지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천부지나 공원 등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사람들 외에 매일 각지를 떠돌며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수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노숙자가 줄었다는 발표와는 달리 각지의 무료 급식소에는 기나긴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이케부쿠로의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2006년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40~50대의 행렬 틈에서 30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그들은 차림새도 말쑥해서 언뜻 보아서는 노숙자 같지 않았다. 청바지에 운동화, 큰 가방을 들고 무료 급식 행렬 속에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건설 회사에 다녔는데 회사가 문을 닫아 기숙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숙박소에서 지내며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은 일거리가 없어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써버렸어요.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가끔 옵니다. 오늘 잘 곳이요? 글쎄요, 역이나 지하도, 아무튼 춥지 않은 곳을 찾아야겠지요. 노숙은 어쩌다 한 번 이지만 몸에 무리가 와요." 2주 후 그 남성은 두 명을 더 데리고 급식소를 찾았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동행한 남자는 30대 초반이었다. "평소에는 간이 숙박소나 만화방에서 잠을 자고, 가끔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꽤 있어요." 남자의 말로는 노숙 생활을 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3장 붕괴 직전의 지방



구원의 집에서 만난 빈곤의 실상

'궁핍한 생활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더 알고 싶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에 생활이 궁핍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아키타 현 생활과 건강 지킴이 연합회'를 방문 하기로 했다. 경제난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매일 끊이지 않고 방문하는 '구원의 집'이라는 말에 바로 취재를 의뢰하여 지킴이회 대표인 스즈키 회장과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처음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진눈깨비가 내리던 2월 말이었다. 아키타의 겨울 하늘에서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얼어붙을 듯한 공기로 둘러싸인 날씨 탓인지 자꾸만 우울해졌다. 가라앉은 기분을 지우려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아키타 시의 중심부라고는 하지만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아파트에 지킴이회 사무실이 있었다. 지원 자금의 고충을 생각하며 문을 열자 지킴이회 회장인 스즈키 씨가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그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스즈키 씨는 아키타를 덮친 빈곤의 실상을 이야기했다.

취재하는 도중에도 상담자는 끊임없이 들어왔다. 엿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사무실이 좁아서 상담하는 사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담 내용에 정신을 빼앗긴 채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자 "흔한 일이에요"라며 침착하게 대답하는 스즈키 씨. 그 반응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들은 30대 남성의 상담 내용은 살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몸이 아파서 일을 그만뒀어요.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지만 자리가 없고, 월세를 낼 수 없어서 어제부터 자동차에서 잠을 잡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일자리를 알아볼 기력도 없네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상담을 하는 지킴이회 사무국장은 "생활보호를 신청하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조언했다. 사무실 밖 주차장을 보니 낡은 소형 자동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상담자의 잠자리는 저 작은 자동차일 것이다.

다음 상담자는 60대 부부였다. "근무하던 건설 회사가 파산했습니다. 독립한 자식들도 생활이 어려워서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빌린 사채 40만 엔을 갚을 길이 없어 도망쳤습니다. 몇 번이고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절벽 위에도 서보았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상담자들은 내일의 '살아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서 지킴이회를 찾아온다. 운명의 갈림길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이렇게 빨리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4장 꿈을 빼앗긴 여성들



하루 수면 시간은 단 네 시간

저는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의 아들을 둘 키우는 모자가정의 엄마입니다. 밤낮으로 일을 해야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매일 네다섯 시간밖에 못 자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 갈 수가 없어요.

후쿠시마 현 어느 지방 도시의 외곽, 도호쿠 자동차도로의 입체교차로 근처에는 시에서 설립한 대규모 공업단지가 있다. 주변이 모두 잠들어 조용한 심야에도 이 공장만은 환하게 불을 밝히며 흰 연기에 싸여 있다. 대형 편의점으로 납품하는 도시락과 반찬을 만드는 공장이다. 상품이 다 팔려 진열장이 비는 일이 없도록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한다. 한밤중에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일하는 공장의 2층 사무실이 편지를 보낸 여성의 '야간' 일터였다.

서른한 살의 소리마치 가오리 씨는 9년 전에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살면서 세 식구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소리마치 씨는 투잡을 한다. 낮에는 건설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월요일에서 금요일에는 아침 9시에부터 오후 5시까지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 일당은 6000엔. 이것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잠든 심야에 또 하나의 수입원인 도시락 공장에서 일한다. 그녀는 도시락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맡고 있다. 현 내 각지에 있는 편의점에서 보낸 발주 전표를 정리하여 1층 생산라인에 전달한다. 양배추를 얼마나 썰지, 닭튀김은 몇 개나 튀겨야 할지 발주 전표를 받아 집계한 후 각 현장에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는 자정이 되면, 사무실에는 정사원 하나 없이 그녀 혼자서 일을 한다. 이 공장에서 일한 지 3년, 담당하는 업무량은 늘었지만 시급은 910엔 그대로다. 주말 심야에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를 한다. 그 때문에 소리마치 씨는 1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주말이 되면 정말 몸이 무겁고 뻐근해요. 아침에 일어나는 거도 힘들고 머리도 멍하고…. 지금은 괜찮지만 얼마나 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피로가 몰려올 때마다 불안해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서 맴돈답니다." 휴일없이 밤낮으로 일을 해도 월수입은 18만 엔 정도다.

새벽 2시가 되면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파트 철제 계단을 오를 때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집으로 올라간다. 꼬마전구 불빛 아래 큰아들 류타와 둘째 유토가 쌔근쌔근 잠들어있다. "잘 자고 있구나. 마음이 놓이네요. 아이들이 아플 때는 일을 하면서도 신경이 쓰이고 응급차 소리라도 들리면 우리 애들은 괜찮은지 걱정됩니다. 아무래도 항상 마음 한쪽이 아이들에게 가 있어요." 아침 6시 30분이면 소리마치 씨의 긴 하루가 시작된다. 잠자는 시간은 매일 네다섯 시간뿐이다.

책임을 포기한 국가

국가의 취업 지원방안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안내서조차 없는 지방도 있다. 삿포로의 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후생노동성의 담당자가 자신에게 할애된 60분을 모두 사용하며 자립의 중요성을 발표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 집회가 끝날 즈음 도호쿠 지방에서 온 대표자가 참지 못하고 일어나 분노의 질문을 퍼부었다. "우리 현에는 지금 말씀하신 지원 방안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자가정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아동부양수당은 줄인다면서 그걸 대신할 지원방안조차 준비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후생노동성 담당자의 대답에 주목했다. "저희도 지역별 차이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여러분께서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해서 움직이도록 해주십시오." "그건 중앙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지방분권 시대입니다. 저희 후생노동성도 예전에는 '이래라저래라 성'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정부는 참견하지 마라, 예산도 집행하지 마라'라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시행한 것을 그저 따라가지만 말고 지역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지방이 주체적으로 해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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