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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탄생

이병준 지음 | 애플북스
가족의 재탄생

이병준 지음

애플북스 / 2010년 5월 / 212쪽 / 12,000원



chapter 1 불량가족 부추기는 사회




불량가족은 꼭 뭉친다



징그럽게 밀착된 불량가족: 가족상담을 하다 보면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절감한다. 내가 배운 미국식 상담은 한국인에게 적용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미국문화에 뿌리박힌 개인주의와 실용주의는 가족구성원 각자의 경계선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기 문제를 인식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개인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약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나'의 문제만으로 인식하지 않고 가족전체의 문제로 간주하는 바람에 상담받는 자체가 서로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가족이 '밀착'또는 '융합'된 가족경계선을 가진 데서 온다. 미국의 가족치료사 머레이 보웬은 이것을 '분화되지 않은 자아덩어리'라고 불렀다. 이런 가족구조는 오랜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울타리', 즉 '울'안에 들어온 사람은 '우리'가 되지만 '울' 밖에 있는 사람은 적이 되는 집단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에서 멀어지는 것은 곧 버림받음을 뜻했다. 한 개인의 마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학연, 지연을 비롯해 어떤 끈으로 '우리'라는 것만 확인되면 바로 '형님', '언니', '삼촌'과 같은 가족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거리낌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친밀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버림받지 않겠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사회 말이다.

밀착된 가족의 아버지는 배우자와 자녀들을 지배하려거나 조정하려 든다. 그 도구로 물리적 폭력, 폭언, 또는 침묵이나 무반응, 무관심을 사용한다. 반면에 어머니는 헌신과 희생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내가 이렇게 너를 위해 희생하고 있으니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내 말을 듣지 않고 네 마음대로 하는 것은 나쁜 짓이며 나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녀들에게 심는다. 이런 부모일수록 나이 들어 '헌신짝'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밀착된 가족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의 '마스코트', '희생양', '피에로', '영웅', '대리부모', '대리배우자', '잃어버린 아이'와 같은 '역할'을 떠맡아 늘 정체성을 잃은 채 평생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험난하고 무서운 세상에 맞서 헤쳐나갈 용기와 방법을 모른 채 한없이 절망감에 빠진다.

밀착된 사랑이 낳은 학대 : 가끔 일흔을 넘긴 어르신들이 상담실로 전화하시는데,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따발총처럼 쏟아낸다. 한 분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던 딸이 마흔을 넘기면서부터 아예 독기를 품고 대드는 것은 기본이요, 예전에 하지 않던 짓을 거침없이 해대는 통에 속상해서 못 견디겠다며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나이가 마흔이나 된 년이 허벅지가 다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나, 화장을 까만색으로만 고집하지 않나, 가끔 주사를 부리지 않나, 말끝마다 바득바득 대들지 않나…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야. 그런데 그것이 꼭 죽은 지 애비의 못된 것만 닮은 것 같아서 더욱 꼴 보기 싫어. 내가 그년을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그년을 어떻게 키웠는데…."

아마 마흔을 넘긴 딸, 올드미스가 골드미스 되기를 희망하고 '자기 찾기'를 선언한 모양이었다. 딸은 그 나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역해 본 일이 없었다. 그 동안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다 해주었기 때문이다. "넌 내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시집가는 것도 엄마가 책임질게!"라는 엄마의 말만 믿고 삼십 대가 되니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자신이 너무도 약한 존재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엄마의 과잉사랑으로 인해 '선택하는 능력'을 상실한 결과란 것을 알았다. 엄마에게 사랑이란 이름의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흔을 넘긴 딸이 미니스커트를 입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까만색으로 도배하든 빨간색으로 도배하든 그건 딸의 선택이다. 엄마는 딸을 향해 켜두었던 신경을 모조리 꺼야 한다. 그 딸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면 명백히 사랑이란 이름의 학대를 행하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족경계선 존중하기: 가족경계선이란 가족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가족은 전형적으로 밀착관계에 있어 가족경계선을 설정하는 일이 어렵다. 늘 가까이 있어 자주 교류하는 것이 마치 미덕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미덕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랑이란 이름의 학대다. 특히,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풍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짐승이 다 큰 새끼를 데리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처절하게 생존본능을 일깨워주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다음에 완전하게 분리시키고 자신의 영역엔 얼씬도 못하게 한다. 혹여 새끼가 허락도 없이 들어왔을 때 물어 죽이기까지 한다. 냉정한 것 같지만 그것이야말로 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이다.

지긋지긋한 불량가족의 악순환



불량가족에는 저주가 흐른다?: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이렇게 끊어라』와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야 산다』와 같은 책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라는 말 때문이다. 왜냐하면 '저주'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이 실제로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종교적 개념을 가족치료적 관점에서 보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가족체계 내에서 반복되는 패턴', '문제행동의 영향으로 또 다른 문제 행동을 초래하는 연쇄적 상황'이다. 그러나 어떤 가족이라도 가족자체의 회복력이 있다. 그 회복력으로 가족과 개인의 기능을 강화시킨다면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다.

가족치료사 머레이 보웬은 '다세대 전수과정'이라는 용어를 내걸고 가족의 병리적 현상이 어떻게 여러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지 설명해준다. 자아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이 자기와 유사한 사람과 결혼하여 자녀를 낳으면 그 중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자녀가 동일한 투사과정을 겪어 정서질환으로 나타난다. 가족을 연구한 그는 정신분열증이 3대에 걸쳐 발병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8~9세대에 가서도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다세대 전수과정'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되었든 '다세대 전수과정'이 되었든 그것을 끊고 '가계에 흐르는 복', '반복되는 선순환의 전통'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다.

불량아빠, 불량엄마처럼 살기 싫어!: "아버지 이름만 떠올리면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늘 음주에 걸핏하면 어머니를 개 패듯 패는 아버지, 커서 어른 되면 죽여버리고 말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패는 남자새끼는 인간도 아니다'라고 수없이 스스로를 세뇌시켜 왔는데, 그런 내가 결혼 후에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어릴 적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 모습과 꼭 같아 거울을 주먹으로 깨다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그토록 닮기 싫은 아버지였는데…."

개별상담이나 부부집단상담, '분노&눈물치료' 때 듣는 절규들이다. 그토록 싫어했던 대상, 꿈에서도 생각하기 싫었던 부모의 행동과 말투를 어른이 되어 배우자와 아이에게 똑같이 반복하면서 상처를 주는 현상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투사적 동일시'는 '대상관계이론'의 한 용어로, 한 개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유발하는 대인관계 행동유형을 뜻하는 긍정적인 용어다. 그러나 최근엔 '닮기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닮아 있다'는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중독을 좋아하는 불량가족 한국사람 천만 명 정도가 하나 이상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 가족 중 한 사람은 중독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약물중독, 인터넷중독, 종교중독, 쇼핑중독, 게임중독, 운동중독 등. 중독자가 많다는 말은 가족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동네 어른들 대부분이 알코올중독이었다. 가족치료를 공부하고 나니 그것이 '상호의존성'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 때문이란 걸 알았다. 예를 들어 아빠가 알코올 중독이면 엄마는 중독된 아빠에게 중독되어 엄마의 모든 삶의 방향이 아빠에게로만 향한다. 엄마가 아빠에게 중독되는 동안 아이들은 방치되고 그 아이들은 심리적 버림받음 상태가 되어 상처를 지닌 채 마음이 공허한 아이로 자란다. 그 아이들은 빈자리를 사람을 통해 채우지 못하고 물질을 통해서 채우는데 그게 바로 중독에 빠지는 과정이다. 중독에 빠지면 수치심에 찌든 자아 정체감이 만들어지고 결국 중독현상을 가중시킨다. 중독은 당사자에게 순간의 쾌락을 제공할 뿐, 반복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삶을 파괴하고야 끝나는 무서운 현상이다.

chapter 2 내 안에 있는 불량가족의 본성



불량가족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떠맡은 '역할(role)'



불량부부일수록 자녀들은 '역할'의 노예가 된다: 행복한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만약 부부관계가 튼실하지 못하면 부부는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병리적으로 밀착하거나 평화를 위장하기도 한다. 그때 가족 내에서 자녀들이 반사적, 무의식적으로 떠맡는 것을 '역할'이라고 한다. 역할의 종류에는 희생양, 대리부모, 말없는 아이, 마스코트, 반항아, 영웅, 피에로, 중재자 등이 있다. 불량가족일수록 자녀는 많은 역할을 맡는다.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 자녀들이 '역할' 대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부모다. 행복한 부부 아래서 성장한 자녀들은 정서적 안정감은 물론 부모의 모습을 모델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품성을 습득한다.

불량성격은 불량가족에서 비롯된다: 아직도 성격형성이 선천적으로 이뤄지냐 후천적으로 이뤄지냐라는 쟁론이 있지만, 가족관계가 성격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가족이 체계로 구성되었다는 뜻은 가족 사이에도 다양한 힘의 원리가 작용하며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불량가족일수록 중심이 되는 한두 명의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가족의 감정이나 권리는 무시한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느라 선택한 역할이 성격이나 기질로 형성되는 것이다. 필자는 '역할' 공부를 통해 내 성격의 비밀을 알았다. 내가 왜 이런 성격을 가졌는지, 왜 그렇게 생각이 많은지, 왜 대범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 마음을 졸였는지, 왜 열등감을 느꼈는지. 만약 이러한 것들을 깨닫지 못했다면 결혼 동기가 무의식적이었다는 것도 몰랐고, 참다운 '나'로 살지 못할 뻔했다.많은 역할이 불량가족을 만든다: 안타깝게도 많은 역할을 맡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만든 틀인 정서적 감옥, 관계적 감옥에 갇혀 산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 헤쳐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막상 그곳에서 벗어나 자유를 가져도 다시 그 감옥으로 되돌아간다. 마치 <쇼생크탈출>에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늙은 흑인 죄수가 만기일이 되어 출옥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일부러 범법행위를 저질러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는 경우와 같다. 원래 살아 있는 생물체는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려는 자정능력, 즉 항상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상황에서 이 능력을 사용하면 불편하고 답답한 상태 그대로 머무르려는 습성으로 남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나 적극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역할을 벗는 작업은 지난 세월의 억울함, 아쉬움, 상처가 아니라고 부정했던 자신이 상처투성이였음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그렇게 많은 역할을 하느라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일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눈물과 아픔을 동반하는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부치료, 분노&눈물치료 현장에서 가족 체계 속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줄 때마다 목 놓아 통곡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자신의 인생과 똑같다며, 그리고 자신의 인생 수수께끼를 풀었다며 속 시원해 하는 분들이 많다.

'피에로'처럼 웃는 남편과 아내



전형적인 외향성의 성격 소유자: 피에로는 전형적인 외향성 성격의 소유자다. 그들은 사람 좋아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어딜 가나 인기가 좋다. 상대적으로 침울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지만 워낙 탁월한 유머와 끼와 예술적 재능을 겸비해서 침울한 분위기도 금세 전환시키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피에로 같은 유형은 진지해야 할 자리에서조차 진지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때론 심각할 때도 있고, 심사숙고할 때도 있고, 때로는 웃지 말아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겉으로만 피에로처럼 웃는 배우자: 부부집단상담 과정에 참석한 마흔네 살의 남자, 첫 대면인데도 온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치유작업이다 보니 다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데, 그만 가만히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석자가 같은 교회 사람들이라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려웠던지 다들 꺼내놓는 이야기들이 이른바, 접대용 아픔, 접대용 상처가 많았지만 그는 그것마저 말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마다 슬쩍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흐렸고,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할 땐 얼렁뚱땅 농담하듯 넘어가려 했다. 내가 정색하면서 진지해질 것을 요구하자 금세 숙연해지기에 몇 가지 물음을 더 던져 그의 속마음을 열게 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유복했다. 그에게는 이른바 잘나가는 사업가에 자상하기까지 한 아버지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엔, 썰매를 지치고 돌아온 아들의 꽁꽁 언 발을 당신의 품에 놓고 녹여주실 정도였다. 그러나 6학년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지난 시절의 꿈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급작스럽게 어려워져 평범하다 못해 가난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본 그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초췌해진 아버지 앞에서는 주눅 들지 말고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절대 울지 않는, 고난과 아픔쯤은 너끈히 이겨내는 씩씩한 아들, 늘 명랑하고 밝은 아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이가 들고 결혼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부모님 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는 대리부모에 대리배우자 역할을 떠맡았다. 착한 아내는 두 어른의 수발을 들며 수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는 집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겉돌기 시작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편했다. 노래 잘하고 익살스런 말솜씨가 뛰어나 찾는 사람들도 많았고 인기도 많았다. 그러나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달랐다. 합리적이고 빈틈이 없는 아내와 대화할 때는 무슨 말을 해도 튕겨 나왔다. 그래서 아내와 대화할 때는 늘 농담을 던져 피하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결혼한 지 15년이나 되었지만 둘이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에 아내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결국 이혼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때 두 사람은 부부치료 과정에 참여했다.

치유작업이 시작되자 그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울 때 눈물의 양은 엄청나다. 아내가 처음으로 보는 남편의 눈물이었다. 늘 농담과 웃음으로 위장했던 남편, 그래서 피에로로 살아왔던 남편의 마음속에 외로운 아이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엎드려 울고 있는 남편을 아내가 뒤에서 얼싸 안았다. 그러자 남편은 더 크게 통곡했다. 피에로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무대를 찾아다닌다고 그렇게 분주하게 지내왔는데, 그것이 온몸과 마음에 굳어져서 아내하고도 진정한 대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는 한 번도 못해본 것이다.

chapter 3 불량가족이 우량가족 되는 법



우량가족은 책임질 줄 안다



어른 된 사람만이 가족을 만들 자격이 있다.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존재다. 그 책임은 다음과 같다.

경제적 책임: 전에는 주로 가장이 경제적 책임을 졌지만 요즘은 부부가 의논해 책임과 역할을 분담한다.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과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은 의지와는 상관없는 환경상의 문제지만 책임 지지 않는 것은 의지가 동원된 것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결혼할 자격뿐만 아니라 가족을 가질 자격도 없다. 그런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한다. 결혼하면 좋아하던 친구도, 취미나 오락도 줄여야 한다. 한계선을 정하고 가족의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즐겨야 한다. 경제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일하는 건 행복한 수고다. 수고해 땀 흘린 수입으로 가족이 배불리 먹고, 가족이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가족이 공부하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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