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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즐거움

왕샹둥 지음 | 베이직북스
심리학의 즐거움

왕샹둥 지음

베이직북스 / 2010년 1월 / 384쪽 / 15,800원



제1장 마음을 열어주는 일반 심리



저승사자와 공포심리


공포, 초조, 우울, 질투, 적대감, 충동 등 부정적인 감정은 몸과 마음을 모두 병들게 한다. 이러한 현상이 장시간 지속되면 정신적 황폐화는 물론 면역체계가 파괴되어 각종 질병으로부터 저항력을 잃게 된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옆 동네에 놀러갔던 노인이 마을 어귀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아래 검은 옷을 입은 키가 큰 남자가 보였다. 노인은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하시오? 나는 이 마을의 촌장이올시다. 대체 무슨 일로 우리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게요? 볼일이라도 있소?"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라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늘밤에 죽을 100명의 영혼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지요." 노인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저승사자! 그게 참말이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난이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면 도움을 줄 일이지 어찌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손 놓고 기다린단 말이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 "진정하시오. 이게 바로 내 일이라오. 나는 저승사자이지 천사가 아니오. 남자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오. 가을철 농작물이 익는 것처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지요."

남자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은 노인은 남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허겁지겁 마을로 뛰어왔다. 그리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각별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지금 마을 밖에서 저승사자가 100명의 영혼을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단 말이오!" 노인의 말에 마을은 삽시간에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세상에, 앞으로 죽을 영혼이 100명이나 되다니! 혹시 나도 죽는 건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노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논을 해 보아도 결론이 나올 리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둠과 함께 공포의 무거운 기운이 마을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만이 간간히 아기 울음소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초침이 시침만큼 느리게 흘렀다. 정말 길고 긴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화가 머리끝까지 난 노인은 씩씩거리며 마을 어귀로 찾아가 소리를 질렀다. "저승사자 이놈! 냉큼 나오지 못하겠느냐! 신의도 모르는 놈아,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저승사자가 노인 앞에 나타났다. "당신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오. 하지만 나한테 화낼 일은 아니지 않소.", "이놈, 왜 네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단 말이냐? 너는 분명 100명을 데리고 간다고 했다. 그런데 어젯밤 죽은 사람은 무려 1000명이나 되지 않느냐! 이런데도 내가 화를 안 낼 수 있단 말이더냐!"

그랬다. 날이 밝자마자 여기저기에서 부고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노인은 짐작했던 일이라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만 쉬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미 100명이 넘었는데도 부고가 끊임없이 계속 날아들었던 것이다. 최종 부고까지 합산한 결과 죽은 자는 무려 1000명이 넘었다.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노인은 합산 결과가 나오자마자 정신없이 저승사자와 처음 만났던 마을 어귀로 달려갔다. 그리고 저승사자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촌장, 내 분명히 말하리다. 나는 분명 어제 말한 숫자만큼의 사람만을 데리고 갔다오. 나머지 사람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소. 그들은 '공포'와 '초조함'이 데리고 간 것이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상실감 등 우리는 일생동안 갖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정서와 건강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건강에도 상당히 중요하다. 안정되고 유쾌한 감정은 신체를 건강하게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이야기 속의 저승사자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안정되고 유쾌한 감정은 건강을 지키는 보약이다. 기분이 좋을 때 인간의 중추신경은 흥분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소화, 흡수, 내분비와 배출 등 신진대사가 원활이 이루어진다. 식욕이 왕성하며 충분한 수면을 이룰 수 있어 뇌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유쾌한 사람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쉽게 집중할 수 있다.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

수음(손이나 다른 물건으로 자기의 성기를 자극하여 성적 쾌감을 얻는 행위)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수음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댄은 매우 총명한 학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줄곧 모든 과목에서 A 이상만을 받으며 부모와 교사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댄이 변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심하게 다투는가 하면 일부 과목은 간신히 낙제를 면할 정도로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댄의 담임선생님은 댄의 환경에 변화가 생겼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고 댄의 부모와 상담을 하기로 결심했다. 수업이 끝난 후 빈 교실에 담임과 댄의 부모 세 사람이 마주하고 앉았다. 댄의 어머니가 말했다. "저희 부부는 사이가 아주 좋아요. 댄에게도 변함없이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에는 집에 들어오면 한 마디도 하려고 하지 않아요." 담임이 물었다. "댄이 원래 말이 없는 편인가요?", "어머, 아니에요. 예전에는 얼마나 말이 많았다고요. 말만 많았던 게 아니라, 우리 앞에서 노래도 하고 춤도 췄어요. 그때마다 저희가 얼마나 즐거워하면서 박수를 많이 쳤는지 몰라요." 담임이 물었다. "그럼, 댄이 말이 없어진 후에 대화를 시도해 보셨나요?" 이번에는 댄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이미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좀처럼 말을 하려고 해야 말이죠. 게다가 이상한 버릇까지 생겼어요. 예전에는 위생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아이가 요즘에는 너무 자주 손을 씻어요. 하루에도 몇 십 번을 씻는지 모르겠어요."

교무실로 돌아온 담임은 교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분명 문제가 있어. 댄을 불러서 얘기를 좀 해봐야겠군.' 다음날. 댄은 담임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을 찾았다. "앉아라." 담임은 댄이 앉기를 기다려 물었다. "얼마 전에 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알고 있니? 듣자하니 네가 요즘 지나치게 자주 손을 씻는다고 하더구나. 왜 그렇게 자주 씻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담임을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 그건 제 사생활이에요. 설마 제 사생활까지 다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시죠?" 담임은 다정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니? 단지 요즘 네 성적이 급격히 떨어져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네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시고. 나는 단지 원인을 찾아서 너를 도와주고 싶을 뿐이야." 댄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냥 손이 더러운 것 같아서…", "아! 네 판단에 더럽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만졌나보구나." 담임은 '네 판단에'와 '생각하는'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댄이 생각하는 더러운 물건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 위해서였다. 담임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나치게 손을 자주 씻는 것도 병이야. 봐라. 성적도 떨어지고 기분도 항상 나쁘지 않니. 빨리 고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댄은 대답이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게.", "고맙습니다." 댄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교무실을 나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댄이 정말 자진해서 담임을 찾아왔다. 댄은 담임에게 자신이 손을 자주 씻는 이유가 수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제 자신이 너무 더럽게 느껴져요. 그런 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자꾸 손을 씻게 돼요." 댄은 그 기분이 끔찍해서 손을 씻고 또 씻었지만 죄책감까지 씻어버릴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자신이 타락한 것만 같아 수업에 집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죄책감이 커질수록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수음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 댄은 더 자주 손을 씻게 되었고 죄책감은 감당할 수 없을만한 무게로 가슴을 짓눌러왔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하지만 성(性) 의학에서는 남성이 수음을 통해 느끼는 최고조의 쾌락이 정상적인 성교를 통해 얻은 쾌락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음은 죄악이고 나쁜 행위라는 잘못된 인식만 버린다면 수음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성이 사춘기가 되면 고환에서 끊임없이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를 통해 근육이 발달하고 음모가 검고 굵게 변하는 등 남성적인 특성을 갖추게 되며, 이와 함께 성적인 흥분도 느끼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환을 만지는 행위 즉, 수음을 통해 성욕을 만족하기도 한다. 남성의 자위행위는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이고 성적인 발육이 왕성한 남성이 수음이나 몽정을 통해 성욕을 배출하는 행위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자위를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위를 하는 사람은 조루한다는 식의 그릇된 성지식으로 인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수치심, 죄책감 등을 느끼고 있으며 심각한 경우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정신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실 수음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음을 잘못된 행위로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제2장 세상와 소통하는 사회 심리



투신자살 소동


누군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일본 후쿠오카의 한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남자가 탈출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가족들이 남자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려하자 남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9층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주위에는 순식간에 2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9층 소방대원과 경찰이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환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구조 활동을 벌이기가 쉽지 않았다. 여차하면 뛰어내릴 것만 같았다. 남자와 구조대원들의 대치국면은 3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때까지도 구조대원들은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체되자 구경꾼들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몇 명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뛰어내려! 그냥 뛰어내려!", "네가 뛰어내려야 나도 일을 하러 가지!", "바보! 뛰어내리지도 못할 거면서 올라가긴 왜 올라갔냐?" 여기저기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살을 만류하거나 남자를 격려하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군중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절망했다. 그는 옆에 있던 벽돌을 들어 군중을 향해 내던졌다. 하지만 벽돌은 군중의 양심을 깨우기는커녕 악마적인 본성만 더 격화시켰다. 점점 커지는 외침 속에서 양심이 있는 일부 시민과 구조대원들은 있는 힘껏 저지하고 만류할 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남자는 더 이상 세상에 자기편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희망이 없다. 이미 구원받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남자는 철저한 절망 속에서 공허한 눈으로 군중을 내려다보더니 그대로 몸을 날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덜어졌다. 결국 남자는 이송 도중 사망했다. 남자가 떨어질 때 군중 속에서 한 명이 외쳤다. "좋아! 그래야 진짜 남자지. 무사도 정신은 죽지 않았어!"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남자의 아버지는 아직도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남자의 아버지는 지금도 세상을 증오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아들을 죽인 건 바로 그놈들이야."

이와 같은 비극이 초래된 이유는 군중심리와 인간 내면의 냉담함 때문이다. 평생 동안 살면서 자살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되겠는가? 남자의 죽음은 무료했던 삶을 자극하는 재미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군중에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심리가 복합되어 있었다.

1. 군중 심리: 사회심리학에서는 개인이 군중과 함께 있을 때 군중과 똑같아져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되며, 이 때문에 원래의 도덕적 원칙과 태도를 포기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다수의 타인과 대적해야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소속감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군중의 의견에 따름으로써 심리적 안전을 꾀하고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2. 책임의 분산: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임무 혹은 상황을 공동으로 책임질 때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책임감은 더욱 적어진다. 이때 개인에 따라서는 군중 속에 숨어 나태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개인 혼자일 때는 강한 도덕적 책임을 느끼며 누군가 도움을 청해올 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생명까지 아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3. 무관심: 누군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손 놓고 구경만 할 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가짜 환자와 진짜 의사

고정관념이란 특정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는 고정적인 생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하루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미국 동해안의 한 정신병원을 찾았다. 남자는 의사에게 자신이 자주 환청을 듣는다고 말했다. "저는 환청의 종류도 구분할 수 있어요. 어떤 것은 진짜고, 어떤 것은 가짜고, 어떤 소리는 그냥 '동동동' 소리만 날 뿐이죠." 의사는 남자가 정신분열증이라는 1차 진단을 내린 후 입원을 허락했다. 모든 행동이 정상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그가 정신병 환자라고 말했으며 간호사는 매일 진료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글 쓰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함." 오히려 중년 남자와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환자들은 남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신은 전혀 정신병자 같지가 않군요. 혹시 기자나 대학교수 아니시오? 병원생활을 체험하려고 일부러 들어온 거죠?"

그랬다. 중년남자는 사실 모 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다. 교수는 현재 정신병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교수 외에도 7명의 젊은 정신과 조교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도 교수처럼 의사에게 환청이 들린다고 말해 병원에 입원하여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두 12개의 병원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들도 교수와 마찬가지로 입원 후에는 더 이상 정신이상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모든 행동이 정상인과 똑같았다. 하지만 의사들의 눈에는 그들 모두 여전히 전형적인 '환자'였다. 심지어 가장 위험한 환자로 취급하는 병원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혀 떠들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는 대신 매일 무엇인가를 쓰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상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오직 병원에 있는 다른 환자들뿐이었다.

덕분에 교수와 조교들은 정신병원의 의사가 환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여실히 관찰할 수 있었다. 관찰 결과는 놀라웠다. 정신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일단 환자가 정신분열증이라고 판단하면 그 후부터는 환자의 모든 행동을 정신병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잠을 많이 자거나 화를 내는 행위, 심지어 다른 환자와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조차 모두 비정상적인 행동이었다. 게다가 환자가 퇴원을 요구할 경우 '망상증'으로 간주되었다. 결과 환자들은 보통 20일 정도를 소요한 후에야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위의 사례처럼 정신과 의사들조차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고정관념이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가지는 모호하고 고정적인 생각을 말한다. 미국의 극단적인 종교단체들이 흑인은 무조건 게으르고 사악하다고 믿는 것도 고정관념의 예 중 하나이다. 이밖에 이탈리아인은 낭만적이다, 여자는 쉽게 변심한다, 시골 사람은 순박하다 등도 모두 고정관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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