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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수발에는 교과서가 없다

하나리 사치코 지음 | 창해
노인수발에는 교과서가 없다

하나리 사치코 지음

창해 / 2010년 4월 / 223쪽 / 10,000원



배려의 깊이


어느 중학교에서 전교생 800명에게 수발에 대해 강연할 때의 일이다. 수발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그대로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내 강연을 떠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무렵, 학생들로부터 감상문이 도착했다. 감상문에서 가장 많이 읽었던 건, 배려에 대한 나의 사고가 인상적이라는 말이었다. 내 경우 시어머니와 동거를 하는 동시에 수발도 시작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아홉 살, 열한 살, 열세 살, 열다섯 살인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를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배려의 첫걸음은 상대를 멀리하고 싶은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싫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함께 생활하지도 못한다.

가족수발은 24시간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어느 정도 사생활을 지켜주면서 기분도 살펴야 하는 가장 힘든 인간관계가 가족수발이다. 인생과 인생이 서로 부딪히는 것이다. 수발을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동거를 시작했을 때, 시어머니 방은 다다미방(짚으로 만든 판에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깐 전통적인 일본식 방)이었다. 시어머니는 밖에 나가거나 산책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사람은 적당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시어머니를 위해 집안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부엌 옆 식당에 침대를 준비해 그곳에서 생활하시게 했다. 시어머니가 식당을 차지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밥을 먹게 됐다.

시어머니 침대 옆에 이동용 변기를 높고, 급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쓰시게 했다. 시어머니는 간혹 그곳에서 볼일을 보신다. 그 소리가 밥을 먹는 우리 아이들 귀에 들리곤 한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시냇물 소리라고 생각하렴"이라고 한다. 또 방귀 소리가 들릴 때는 "개구리가 뛰는 소리라고 생각하렴"이라고 한다. 우선은 익숙해져야 한다. 놀랍게도 우리 아이들은 잘 적응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가 됐다.

수발은 결국 배설물과 사귀는 일이다. 우리 몸의 배설물을 세어보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듬, 눈곱, 콧물 등 열 종류가 넘는다. 이러한 배설물을 부지런히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이 수발이다. '저 할아버지께선 늘 깔끔하게 하고 계시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사람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한 번 배려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며느리가 있다. 가끔 시집간 시누이가 친정에 올 때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온다. 시어머니는 같이 사는 며느리보다 가끔 오는 딸이 자신을 더 배려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생활하지 않으면 책임감도 적을 수밖에 없다. 가끔 와서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식탁 위에 한 가득 차려놓고 간다. 친정어머니가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 딸도 기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식을 한 시어머니의 배설이 시작된다. 그러면 수발하는 며느리의 전쟁도 같이 시작된다. 배설로 버린 속옷을 갈아입히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기도 한다. 겨우 깨끗해졌다 싶으면 또 다시 배설. 결국 며느리는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버린다.

나는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오는 것은 '표면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배려는 없을까? 세상 사람들은 '배려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발하는 사람이 힘들다. 먹는 것만 아니라 나중 일도 생각하고, 그것이 힘들다면 가져온 음식을 시어머니에게 직접 건네지 말고 수발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수발받는 사람의 건강관리는 수발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동시에 수발받는 사람의 자각도 필요하다. 가끔 오는 사람보다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배려는 눈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막상 다급한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옆에 있는지, 누가 나를 위해 뛰어다니는지 생각해보자.

당신의 수발은 누가?

"당신은 누구에게 수발을 받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수발의 프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수발의 프로'도 최상부터 최하까지 있어,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 수발받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면, 수발하는 사람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수발의 프로'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고 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을 프로라고 생각할까? 보통은 '헬퍼(요양보호사)'나 '개호복지사(케어복시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가리킬 것이다. 그렇지만 수발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인생의 수만큼 수발 방법도 다양하다.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최상의 프로라고 하더라도 수발받을 사람과 직면한 바로 그때가 출발이다. 프로이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수발은 2인 3각 경기와 같다. 수발하는 사람과 수발받는 사람이 대화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단언하건데 자기에게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수발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똑같다. 프로에게 받는 수발은 서비스다. 미소도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돈을 내는 것도 돈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돈을 내거나 받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거리감이 생겨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하고 어느 한쪽이 참아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돈을 내니까 서비스를 받는 게 당연하다"가 아니라, 서비스를 받아서 기뻤다면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야말로 프로를 프로로서 키우는 길이다. 인간미 넘치는 수발 프로를 키우는 것은 바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요양보호사들이 점점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일이 힘든 반면 보수는 적고 서비스를 받는 쪽의 성추행 등 도덕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요양보호사를 하느니 마트 계산대 수납원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요양보호사 연수 도중에 나를 찾아와서 "저는 요양보호사를 못할 거 같아요"라며 불안을 호소한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보다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조금씩 용기를 내어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오래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길가에서 나에게 연수를 받은 요양보호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아주 다부졌고, 무엇보다도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금방 그만둘 줄 알았는데 벌써 5년이나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가끔 어르신과 다투기도 해요. 다투거나 제가 싫어도 서비스는 나갑니다. 수발받는 분을 조금씩 알게 되면 다투는 일도 즐겁더라구요. 완고한 어르신께서 '다시는 오지 마!'라고 하시면 '네, 이제 안 올게요!'라고 하고,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하면서 들어갑니다. 이제 겨우 싸울 수 있게 됐어요. 힘은 들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그녀 뒤로 어르신의 안심하는 모습이 살짝 보이는 듯했다. 수발일은 결코 편한 직업이 아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지만, 수발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아주 많다. 특히 인생의 선배를 만날 수 있다. 노인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기나긴 인생을 살아온 강한 사람이다. 늙었다는 건 오랜 인생을 살아온 뒤 오늘을 맞이한 것이다. 수발받는 사람은 수발하는 사람에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자. 기나긴 과거의 경험 위에 오늘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자신을 알기 위한 지름길이다. 비록 치매일지라도 수발받는 사람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수발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겹지 않은 수발은 없다

한 중학교에서 수발 경험을 이야기했다. 강연 뒤 질문시간에 2학년 남학생이 질문을 했다. "수발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나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왜 그만두지 않았죠?"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보살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울면서 부딪치고, 또 부딪치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비록 상대방이 싫어도 부딪쳐야 합니다. 도망치면 지는 거죠. 매일 싫다고, 지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마주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여러분도 학교에서 '저 녀석 싫어 죽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죠?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주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는 겁니다. 싫어한다고 괴롭히거나 집단으로 왕따를 시키는 건 스스로 약하다고 인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싫다'고 생각해도 부딪쳐야 합니다. 부딪치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부딪쳐야 합니다. 생명을 지탱하는 일은 대소변 수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싫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도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 수발입니다." 장내가 숨 죽은 듯 조용해졌다. 내 생각이 전해진 것이 느껴졌다.

가족수발은 24시간 지켜봐야 한다. 와상이던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동안은 아침 6시에 기저귀를 가는 일부터 식사, 체위 변경, 약을 챙기는 일까지,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나날이었다. 가령 수발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시어머니 일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임, 즉 목숨을 맡고 있다는 책임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긴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다. 오후 4시경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듯 몸과 마음이 소리를 질렀다. '도망치고 싶다!'는 비명이다. 그래도 수발을 계속하면 시어머니 얼굴도 보기 싫어진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면 도망쳤다. 하던 일도 던져버리고 집을 나와 근처를 걸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람을 느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몸과 마음도 좋아진다. 나는 그 시간 동안 크게 심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수발을 할 때는 참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인내의 용량이 있다고 한다면, 나의 경우에는 '도망치고 싶다!'라는 기분이 들 때가 몸과 마음의 용량 초과를 알리는 신호였다. 그대로 참고 계속했다면 그 기분이 얼굴과 태도에 나타나 시어머니도 불쾌한 감정을 느끼셨을 것이다. 그 감정은 다시 나를 불쾌하게 만들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쯤에서 가출을 하는 것이다. 그 효과는 의외로 크다. 동시에 가출의 효과를 알면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인내심도 강해진다. 참고 있던 자신을 의식할 때,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됐다. 자기 마음을 지혜롭게 조율할 수 있다.

시어머니 수발을 하던 중, 친정어머니가 암으로 입원했다. 검사가 있던 날 친정어머니에게 가보고 싶어도 시어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딸이 학교를 쉬고 수발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딸은 그때까지 조금씩 도와주기는 했지만, 하루 종일 수발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상세하게 공책에 적었다. 그리고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끓어오를 거야. 그때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이라고 쓰고, 눈에 띄도록 빨간 밑줄을 그었다. 2박 3일 동안 친정어머니의 검사를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일은 아이들끼리 역할 분담을 해서 잘해주었다. 나는 빨간 밑줄을 그었던 내용에 대해서 딸에게 물었다. 그러자 "정말 그렇던데. 엄마는 정말 힘들었겠어"라고 대답했다. 함께 경험을 나눈 사람이 생긴 것이 너무 기뻐, 마음이 한층 편해졌다. 수발자의 기분은 수발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현재 수발을 하고 있다면, 먼저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수발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나만의 수발 방법을 찾자!

젊어서 치매에 걸린 아내를 수발해온 한 남성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이것저것 수발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강습회에 참가해보았습니다만, 결국 자기만의 수발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더라구요. 너무 많은 일들에 구애받지 않고, 둘 다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일 좋은 수발이라는 걸 겨우 알게 됐습니다." 정말 이 말이 정답이다. 나의 수발 경험을 듣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강연 시작에는 항상 "제가 드리는 말씀 중에 무언가 힌트가 될 수 있는 것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린다. "당신이니까 할 수 있었던 거에요"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당신의 경험을 참고로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선택도 결과도 자기 몫이다.

'수발'이란 하나의 단어로 말하지만, 가족의 구성, 경제 상태, 지역,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수발은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즉,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만의 수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 이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강연회와 수발강좌 등에 참가해서 정보를 얻고 실제로 활용할 만한 방법을 생각해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시어머니를 수발하면서 방정식 하나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시어머니 실금을 뒤처리한 주의 일요일은 영화와 연극을 보러 간다"라는 방정식이다. 일요일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면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다. 실금 횟수가 많을수록 영화와 연극을 보는 횟수도 많아진다. 게다가 덤도 따라왔다. 일요일에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시어머니 수발을 부탁하면서, 수발을 경험해본 사람이 늘어나 내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또한 밥 먹으면서 보고온 영화의 내용에 대해 시어머니께 들려드리면 밝은 얼굴로 "또 보고 와서 이야기해줘"라고 부탁하시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시어머니 수발 중에 꽤 많은 영화와 연극을 보고 즐겼다. "시어머니의 실금 횟수는 영화와 연극을 보는 횟수에 정비례한다." 이것이 나만의 수발 방정식 가운데 하나다.

또한 '수발증서'를 만들었다. 운전면허도 여권도 반드시 유효기간이 있다. 그리고 기한이 다 되면 갱신을 한다. 이것을 수발에 응용해보았다. "시어머니 수발은 앞으로 2년간"이라는 나만의 증서를 만들어, 수발에 유효기간을 둔 것이다.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수발 마라톤. 어디선가 잠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수발 유효기한은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마음의 쉼터다. 물론 자기 마음속 생각이지만, '2년'이라는 기한을 만들면 수발이 상당히 편해진다. 시어머니 수발증서는 네 번째 갱신을 앞두고 끝났다. 이 역시 스스로를 격려하고 시어머니와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발에는 인간학적이고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배설물을 처리하고 인생을 지탱하는 수발은 궁극적인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발하는 사람은 수발받는 사람이 언어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아도 말이 통한다. 매일 수발을 받는 몸이 언어 이상의 무언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몸이 말해준다. 수발하는 자신이 수발받는 사람 몸의 일부가 됐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잘 알게 된다. 침대의 경사,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의 조절, 몸을 보다 편하게 만드는 방법 등을 자신의 일처럼 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여행을 떠나는 시기까지 알게 된다. 죽음까지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숨 돌릴 여유도 없는 수발 마라톤, 괴로움만 느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을 정화하고 작은 희망, 작은 즐거움을 향해 눈을 돌리면, 수발을 하는 현실 속에도 반드시 빛나는 보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할 사람은 수발하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치매는 만들어진다?

저녁식사 뒤 마당에서 별을 보던 남편이 나를 부른다.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자, 앞집 담 쪽에 어떤 사람이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고 했다. 마당으로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체구가 작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하얀 벽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인 것이었다. 멀리서 보면 정말 사람처럼 보인다. 집 안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물었다. "둘이 같이 확인해서 다행이지, 혼자였으면 어쩔 뻔했어요?" "혼자면 가까이 가서 확인하면 되지 뭐." 하지만 만약에 혼자 사는 사람이 저 그림자를 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으로 인형이 보인다.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도 매일 어두워지면 나타난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불안감에 젖어든다. 불안이 공포로 바뀌고 잠도 오지 않는다. 뜬눈으로 날이 샌다. 수면 부족은 몸에도 좋지 않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불안과 공포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결국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치매가 아닌가 의심한다. 이 추리가 극단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터무니없다고 할 수도 없다. 실제로 한 할머니가 마당에 사람이 있다면서 무서워해서 가보니, 울타리 틈이 사람 그림자처럼 보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저하되어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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