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일요일
스가노 타이조 지음 | 큰나무
마음의 일요일
스가노 타이조 외 지음
큰나무 / 2010년 2월 / 304쪽 / 12,000원
1. 세월 첫 페이지를 넘기면
초심은 잊어야 한다'초심을 잊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주눅이 들곤 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초심을 잃어 버렸군.' 그런 생각이 들 때, 굳게 결심했던 이전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된다. 모 대학 3학년생이 카운슬링 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신입생 시절 대학공부는 몰론 어학공부도 열심히 해서 유학을 간 다음 장래에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가입한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등한시하게 되었고, 현재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과연 이대로 좋은건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신입생 시절에는 지금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낼 예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직장인 B씨는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신입사원 시절의 열정과 패기를 잊어버리고 살아온 자신이 너무나 형편없다고 느껴진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뭔가에 대해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한편에는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하다.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 당연한 미덕처럼 여겨지는 건 물론이고 그런 사람을 보면 무조건 존경심을 갖게 된다. 또한 우리는 초심을 잊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몰래 안심하기도 한다. 혹은 안심하기 위해 초심을 잊지 않은 자신을 찾아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면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심을 잃어버립니다. 원래 잊는 게 당연합니다. 잊지 않는 게 훌륭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꼭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사람들은 시간 혹은 자신의 주변 환경과 함께 변해가는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당시에 생각했던 자신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초심을 절대 잊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경직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다지 훌륭하다고 여겨지지 않네요."
'지금 상태로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초심을 다시 찾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나이나 주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자신의 모습에서 더 세련된 미래의 자신을 지향하는 게 좋지 않을까?
Key point - 생각하는 사람의 습관은 이것부터 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처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 앞으로의 당신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평함도 죄?중견 회사원 P 씨는 최근 들어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통이다. 집에 돌아가면 부인과 노모 사이의 심리적 갈등 중간에 '낀' 상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려 집이 가까워질수록 위가 점점 아파져 오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신 노모를 모시기로 했을 때 아내는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아내에게 더욱 서비스를 잘해줬고 부부 사이도 원만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도 제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실제로 동거해보니……." "아내는 어머니를 성심껏 모셨습니다. 어머니도 기뻐했고요. 그런데 경기 불황으로 제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P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P 씨가 일찍 귀가하면서 어머니는 아들 주변을 맴돌게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아들 P 씨의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자신이 배 아파서 난 '내 새끼'였던 것이다. P 씨도 어머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는 사이 부인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가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와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낸 적이 있냐고요. 효도도 좋지만 어머니 곁에서 맴도는 건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늙은 노모를 냉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서……."
P 씨는 부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비상금을 털어 반지를 샀다. 그리고 어머니가 마음에 걸린 P 씨는 브로치도 샀다. 가격은 물론 반지가 훨씬 비쌌다. 그럼에도 동시에 선물을 건네자 어머니는 크게 기뻐했지만 아내는 의외로 별로 기뻐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게는 어머니나 아내 똑같이 소중합니다. 양쪽 다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훨씬 더 싼 반지라도 부인에게만 살며시 선물하는 게 좋았을 겁니다. 부인은 자신을 남편 분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심리적 증거를 원했던 겁니다. 어머님과 동격의 대접을 받는 건 아무리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도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이 최우선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어머님을 성심으로 모실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공평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군요. 이제야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행동에 조심을 해야겠어요. 모든 게 '불황' 탓이니까요." P 씨는 빙긋이 웃고 돌아갔다.
Key point - 생각하는 사람의 습관은 이것부터 다르다!
삶을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고, 만남은 관계의 연속이다. 내가 아무리 공평하게 해도 틈은 생겨나기 마련이며,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탈출해야 한다.
너무 튀어나온 말뚝"얼마 전 모 신문에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일지 모르나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어, 저건 내가 먼저 생각한 건데'라며 미리 전매특허를 받아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3학년인 S양은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S양이 빈번히 발생하는 호흡 발작을 호소하며 찾아온 것이 약 반 년 전이었다. S양은 조기유학에서 돌아온 학생이었다. 중학교 1학년 초 국내로 돌아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 동급생들과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아야 한다는 풍조였다고 한다.
"교복과 교칙 따위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 언제나 남들과 똑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 게다가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 이상 주변 모두가 그런 것들을 강요하는데 견딜 수 없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어 선생님에게 질문하면 잘난 척한다고 하고." "남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면 예쁜 척한다는 말을 듣고."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도 '뭐? 그런 것도 몰라?'라고 바보취급하고, 얼마 전 선거가 있어 정치 이야기를 꺼냈더니 '범생이',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림만 받고, 언제나 친구들 눈높이를 맞히려 생각하다 보니 숨이 막힐 것 같아요." "그래도 꾹 참고 있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 발작을 일으켰더니 이번에는 모두가 걱정이라도 했다는 듯이 '괜찮아! 괜찮아?' 하며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는 거예요. 걱정해 줘서 기쁘다기보다 왠지 동정받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어요."
S양의 이야기가 좀 지나칠지도 모르고 사춘기 특유의 예민함과 결벽증적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지 않는다'라는 말을 스스로 이끌어낸 S양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너는 총명하니까 말하겠는데 너무 튀어나온 말뚝을 때리려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때리려 해도 때릴 수 없겠지' 이건 틀림없을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S양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튀어나온 말뚝을 때려 넣으려다 쇠망치가 부서진다'일지도 모르죠"라는 대답을 해왔다.
"맞아, 이거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는구나!" 나는 가볍게 칭찬하면서 소녀의 자유로운 감성의 말뚝이 휘어지지 않도록 기원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지 않는다. 때릴 방법이 없다'를 지향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말뚝을 소중히 여기고 그 모양과 가치를 서로 인정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Key point - 생각하는 사람의 습관은 이것부터 다르다!
너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지 않는다. 말뚝을 때려 넣으려다 쇠망치가 부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마음의 오솔길을 열다
먼저 자기 관찰부터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고, '매일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사람들은 "평소에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말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일상생활 속에서 희로애락의 존재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역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신의 부조화가 지속된다면 그 상태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이다.
심신의 부조화라고 해도 그때그때 정도와 내용이 다르고, 또한 사람마다 느낌과 현상이 다르다. 따라서 대책을 생각할 때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꼼꼼히 관찰하고 자기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찰 방법은 마음과 신체의 상태를 각각 따로 체크하는 것이다. 특히 신체에 대해서는 부위마다 한곳씩 주의 깊게 검진해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A 씨는 자신의 실수가 머릿속에 꽉 차 있어 한밤중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새벽에 눈을 떠 그 일을 생각하는 게 너무 힘들어 가능하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점점 한밤중에 잠이 깨는 빈도가 늘어갔다. 이런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돼 A 씨는 더 이상 시간이 해결해주기만 기다릴 수 없었다. 그때 A 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내 현재 상태를 관찰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심신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유심히 관찰해보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깨에서 등까지 식은땀이 흐르고, 어깨가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A 씨는 관찰을 하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자고, 힘들지만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자고 생각했다. 어깨가 굳어지는 것은 정신적 고통을 신체 일부가 나누어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됨과 동시에 A 씨는 이 문제에서 해방됐다. 다시 말해 그 일을 떠올려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됐다. 일단 자기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려고 한 것이 상태를 호전시켜 준 것이다.
자연 속에서의 산책과 운동, 친구들과의 수다, 호흡법 등 스트레스 해소법과 심신의 부조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직접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Key point - 생각하는 사람의 습관은 이것부터 다르다!
그 어떤 건강법보다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왜'보다 '어떻게'가 중요해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 왜 이렇게 됐을까요?", "아이가 이렇게 된 게 제 잘못일까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걸까요?" 이것은 원인을 알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생각은 흔히 말하는 과학적 발상의 기본과 같은 것으로 근대적 사고방식에 빠져들어 그 밖의 사고를 할 수 없게 한다.
무슨 일이건 그렇다. 어떤 일이건 그에 걸맞은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마음을 풀어주는 방법도 마음 자체의 특성에 맞춰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에는 '마음' 이외의 '신체'나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을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한 가지 예로 '왜?'라는 질문 자체가 대체 나는 '왜 이렇게 됐는가', '왜 그렇게 했을까' 등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에 대해 자책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돼 '왜, 왜, 왜'를 끝없이 반복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왜'에서 얻은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 끈기가 약하다, 성격 문제, 부모-자식 관계가 좋지 않다 등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거나 과거의 사건이 대부분으로 결국 자신이나 남을 책망하고 마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왜'는 또다시 '왜'를 낳게 되고 끝없이 또 다른 '왜'를 불러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조상의 묘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위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 밖에도 금방 깨달을 수 있지만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왜'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항상 마음이 위축돼 마음이 원래 가지고 있는 유연성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왜?'라는 건 거의 두뇌작용과 같은 작업으로, 마음은 머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로 마음은 '생각'할 수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따라서 마음의 문제는 '왜'보다는 '어떻게'라는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들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인다' 등의 문제에 대해 어떤 곤란을 겪고 있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때 어떤 체험을 했는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때 '마음이 시멘트처럼 굳어버렸다'거나 '줄곧 꽁꽁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등 곤란한 상태에 대해 많은 생각과 비유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때 '위가 어떻게 조이는 느낌이다'라든가, '몸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다'는 식으로 진행해 나가면 특정 문제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곤란한 상황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고 마음이 정리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우도 많다.
Key point - 생각하는 사람의 습관은 이것부터 다르다!
'왜'는 또다시 '왜'를 낳게 되고 끝없이 또 다른 '왜'를 불러들이게 된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보다는 '어떻게'라는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써 간단히 해결되기도 한다.
3. 길을 잃은 나에게 묻다
사망 뉴스 다음인데어느 주말 전철을 탔을 때 주중과는 달리 많은 가족 나들이객들이 여유롭게 수다를 떨면서 앉거나 혹은 서 있었다. 어떤 자매는 퀴즈 게임을 하고, 어떤 형제는 컴퓨터 게임 공략 책을 보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소년의 '격론'이 심해지면서 시끄러워지자 아이들 엄마가 "조용히 해. 지금 컴퓨터 게임 이야기나 할 때가 아냐! 산에서 사람들이 죽어 떠들썩한데 너희들은 그렇게 태평스러워서 참 좋겠다"라고 혼을 냈다.
"알았어요. 조용히 할게요"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동생이 바로 "뭐! 하지만 어제 뉴스는 이상했어"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뭐가?"라고 묻자 "사람들이 죽은 뉴스가 끝나자마자 왜 곧장 그렇게 밝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 하고 대답했다. 엄마가 "그건 뉴스가 끝나면 틀어주는 테마곡이야"라고 말해주었지만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정말 이상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슬픈 일인데 좀 더 비장한 음악을 틀어야지"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컴퓨터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던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퍼붓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했다. 이 사내아이가 "정말 이상해!"라고 박력 있게 말하자 옆에 있던 자매의 가족도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 남자아이를 쳐다봤다.
나는 우연히 그 가족이 앉아 있던 앞 손잡이를 잡고 있다가 '비장'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는 데 깜짝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이상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좀 전까지 슬픔에 잠겨 눈물을 머금고 이야기하던 앵커가 다음 뉴스를 읽어 내려간 다음 곧장 하하하 웃는 광고로 이어지는 게 의외로 많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해고 앵커의 연기가 지나치다거나, 너무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방송국에 항의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