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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밥이다

장진영 지음 | 끌레마
법은 밥이다

장진영 지음

끌레마 / 2010년 03월 / 480쪽 / 17,800원



(ㄱ)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는 조치 - 가처분


돈을 받을 채권(금전 채권) 이외의 특정 부동산이나 동산의 인도, 특정 행위의 이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가처분이라고 한다. 채무자가 재산이나 권한 등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재산 등을 묶어두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는 가압류와 같지만 신청요건이 다르고 종류도 가압류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압류와 가처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가압류는 채권자의 금전 채권, 즉 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고, 가처분은 금전 채권 이외의 채권을 보전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진실의 집 소유권 등기를 최사기가 마음대로 이전해간 경우 김진실은 최사기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소송의 제기와 동시에 최사기가 그 집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두지 않으면 소송에서 이겨도 집을 되찾지 못할 수가 있다.

이 사례에서, 김진실이 최사기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 한편, 최사기에게 폭행을 당해 이가 부러진 김진실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와 같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할 때에는 최사기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 집에 가압류 신청을 해야 한다.

가처분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는데, 크게 다툼의 대상인 물건에 관한 가처분과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툼의 대상인 물건에 대한 가처분은 위 사례와 같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이 대표적이다. 또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대표적인 예인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에 비해 채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채무자가 참석하는 심문기일을 두고 있다.

(ㄴ)

법률 고수로 가는 첫걸음 - 내용증명


충동적으로 맺은 자동차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싶을 때 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전화나 이메일 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내용증명이다. 내용증명이란 편지의 발송인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우체국에서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우편 제도이다. 편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물론 편지를 보낸 사실 등에 대해 공공기관이 증명해주기 때문에 채권 또는 채무관계의 변동 사실 등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증명이 채권 또는 채무관계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주는 효력은 없다.

내용증명이라고 하면 무슨 거창하고 복잡한 형식이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내용증명은 특별한 형식 없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만 들어가 있으면 된다. 문서의 제목은 '내용증명'이라고 해도 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매매 계약 해제 통보서',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운동화 반품 통보서' 등으로 쓰는 것이 더 좋다.

내용증명 작성시 유의할 점

1. 편지의 내용 중에 발신인의 성명과 주소, 수신인의 성명과 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2. 편지의 원본과 사본을 합쳐 한 자라도 다르지 않고 똑같은 편지 총 3통을 준비한다.

3. 3년간 우체국에 내용증명의 열람이나 증명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언제, 어느 우체국에서 발송했는지 잘 기록해둔다.

(ㄷ)

의사표시는 전달되어야 효력이 있다 - 도달주의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를 의사표시의 발송시로 할 것인지, 도달시로 할 것인지에 관해 우리 민법은 도달주의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 최변심이 2010년 1월 1일 백화점에서 물건을 샀다가 후회하여 계약을 철회하기로 마음먹고, 2010년 1월 7일에 계약 철회통지를 백화점에 보냈다고 하자. 그리고 그 통지는 2010년 1월 9일에 백화점에 도착했다고 하자. 그런데 백화점의 약관에는 '계약 철회통지는 물건 구입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최변심은 물건 구입 일부터 일주일 내에 계약 철회통지를 보냈지만 백화점에는 계약 철회 기간이 지난 후에 도착한 것이다. 이때 최변심의 철회통지는 유효할까?

도달주의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계약을 취소하는 통지를 보냈더라도 배달사고 등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다면 그 취소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취소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기 전까지는 철회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달 시점을 상대방 우편함에 들어간 때로 볼까, 아니면 수신인의 손에 들어간 때로 봐야 할까? 반드시 상대방이 직접 수령하지 않더라도 그 지배권 내에 들어갔다면 도달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상대방 주소의 우편함에 들어갔거나, 동거가족이 수령한 때에는 도달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기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은 도달을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때 등기우편이 좋은 입증 방법이 되므로 중요한 문서는 반드시 등기우편을 이용해 발송해야 한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최변심의 계약 철회통지는 철회기간 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기한 내에 철회하지 않은 것이 된다. 도달주의의 예외로 몇몇 경우에는 의사표시를 발송한 것으로 효력 발생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 간에 계약을 할 때 한쪽 당사자가 한 청약에 대해 상대방이 하는 승낙의 의사표시는 발송된 때에 효력을 발휘한다.

(ㅁ)

물건을 지배하는 확실한 권리 - 물권


재산에 관한 권리는 크게 물건에 대한 권리인 물권과 사람에 대한 권리인 채권으로 나뉜다. 물권은 특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해서 이익을 얻는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물건을 '직접 지배한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매매 계약만 체결한 경우라면, 아직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매수인은 소유권자가 아니고 소유권 이전 청구권이라는 채권을 취득한 것에 불과하다. 이 경우에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이라는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또한 '배타적 권리'란 한 물건에 대해 같은 내용, 같은 효력을 가진 물권이 2개 이상 성립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흔히 하나의 부동산에 2~3개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저당권은 물권이 아닌 것일까? 물론, 저당권은 분명히 물권이다. 여러 개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더라도 그 저당권 간에는 1번 저당권, 2번 저당권…… 식으로 순위가 있다. 같은 물건에 1번 저당권은 1개밖에 성립할 수 없고 나머지 저당권은 그보다 후순위이므로 배타적 권리라는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민법상 물권에는 목적물을 이용하여 이익을 낼 수 있는 용익물권인 전세권, 지상권, 지역권과 목적물의 가치를 담보로 채권을 확보하는 담보물권인 저당권, 질권, 유치권이 있다.

(ㅂ)

벌금도 전과다! - 벌금


벌금은 형법이 규정하는 재산적 형벌로, 형법상 형벌 중 6번째로 무거운 처벌이다. 벌금의 하한은 50,000원이지만 상한액은 없기 때문에 수백 억 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벌금형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벌금도 엄연한 형벌이고 전과기록이 남는 전과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벌금은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납부해야 하는데, 만일 납부하지 못할 경우 50,000원당 1일의 비율로 최장 3년간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벌금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이지만 돈이 없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결국 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되므로 사실상 징역형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돈이 없는 피고인 중에는 벌금형 선고 대신 더 무거운 징역형인 집행유예에 처해달라고 탄원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같은 벌금형을 받고도 재력에 따라 다른 형을 집행 받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유전무형(有錢無刑) 무전유형(無錢有刑)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9년 9월 26일부터 재력이 없는 벌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명령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과료 : 과료는 벌금, 몰수와 함께 형법이 규정하는 재산적 형벌에 속한다. 과태료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과료는 전과로 남을 수 있는 반면 과태료는 행정벌로서 전과로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과료의 금액은 2,000원 이상 50,000원 미만이고, 주로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경미한 범죄에 과해진다.

· 과태료 : 과태료는 법령 위반자에게 재산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행정적 형벌로, 여러 다양한 법률에서 법적 제재수단으로 두고 있다. 형법상 형벌인 벌금과 달리 법원의 선고가 필요 없고, 부과 주체도 국가, 지방자치단체장, 경찰서장 등으로 다양하다. 과태료 부과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의가 제기된 때에는 법원에서 과태료 재판을 받게 된다.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세금이 체납된 경우와 같이 재산압류 등을 당할 수 있다.

· 범칙금 : 누구나 한두 번쯤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딱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내야 하는 돈이 바로 범칙금이다. <도로교통법> 규정을 위반한 사람이 일정한 금액의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해당 범칙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할 때에는 형사처벌 절차인 즉결심판으로 넘어간다. 법률에 벌금형 이상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수많은 위법행위에 대해 원칙대로 처벌할 경우 너무 많은 국민들이 벌금형의 전과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고, 수많은 교통법규 위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여 정부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불편도 덜어주기 위해 범칙금 제도를 만든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벌금도 아니고 과태료도 아닌 범칙금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 과징금 : 2009년 7월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의 <퀄컴사>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2,6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의 과징금은 당시까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사상 최고 액수로 기록됐다. 과징금은 주로 국가가 법률 위반행위로 인해 얻은 불법적인 이익을 박탈하기 위해 그 이익 액에 따라 과하는 일종의 행정벌이다. 이름에 '징(徵)'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벌을 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을 환수한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태료와 벌금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액수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반면 과징금은 불법행위자가 취득한 불법적 이익의 액수를 고려하여 부과된다는 점에서 몰수 추징 제도와 비슷하다. 그런데 주로 각종 인 허가 등 사업에 있어서 사업정지를 명할 일정한 위법 사유가 있지만 공익보호 등을 이유로 그 사업 자체는 계속하게 하되 예상되는 사업정지 기간 중에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의미의 과징금도 생겨나고 있다. 버스회사가 위법행위를 한 경우 영업정지 처분 대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그 예에 해당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안 통해! - 부부 별산제

부부간에는 흔히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을 쓰지만, 우리 민법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우리 민법은 부부를 독립한 별개의 법인격으로 보고, 한쪽 배우자에 대한 채권 채무 등의 재산관계는 다른 배우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인 부부 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남편의 주머니와 아내의 주머니는 별개라는 말이다. 따라서 남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아내에게 대신 채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일상적인 가정생활의 범위에서는 부부 상호간에 대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부부 한쪽의 채무를 다른 한쪽이 이행할 의무가 있다.

· 일상 가사 대리권 : 부부는 일상적인 가사의 범위 내에서는 상호간 대리권을 가진다. 또한 일상적인 가사의 범위 내에서는 부부 중 한쪽에게만 부담된 채무에 대해 부부 모두가 연대책임을 진다.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통상적인 가사에 관해 별도의 위임 없이 부부가 서로를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일상 가사 대리권이라고 한다. 문제는 '일상 가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일상 가사의 범위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부부의 생활수준과 지역사회의 관습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생활비, 의료비, 교육비 등은 일상 가사에 속하지만 부동산 거래나 거액의 대출, 연대보증 계약 등은 일상 가사로 보기 힘들다.

만일 남편이 아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아내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거나, 아내 명의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했다면 대리권 없이 한 행위, 즉 무권대리 행위가 된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이 체결한 대출계약이나 저당권 설정 계약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한편, 남편이 승용차를 구입한 뒤 차 값을 내지 않는다면 재산이 있는 그 아내가 승용차 대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승용차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 목적으로 부동산을 거래했고 그 부동산의 가액이 부부의 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과다하지 않다면, 그 거래로 생긴 채무는 부부가 연대책임을 진다. 하지만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행위는 일상 가사의 범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거래로 생긴 채무에 대해서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

(ㅅ)

모르고 하면 선의, 알고 하면 악의 - 선의 vs 악의


민법에서는 '선의의 제3자' 또는 '악의의 제3자'라는 말을 곧잘 쓰는데 여기서의 '선의'와 '악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선과 악의 의미가 아니다. 법률의 세계에서 선의는 '일정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하고, 악의는 '(특정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A가 B의 지갑을 마치 자기의 것인 양 속이고 C에게 팔았다면 이때 C를 선의의 제3자라고 한다. 반대로 C가 그 지갑이 A의 것이 아닌 줄 알면서 구입했다면 C를 악의의 제3자라고 부른다. 모르는 것이 선의이고, 알면 악의가 되는 것이다. 한편, 법률의 세계에서도 선의와 악의를 윤리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 '악의로 배우자를 유기한 때'에서의 '악의'는 '악한 뜻으로'의 의미이다.

신의를 지키면 법이 필요 없다 - 신의성실의 원칙

대한민국 민법 2조 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이다. 이것은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정당한 권리자의 권리행사는 국가와 법이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록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의무의 이행이 정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힘든 경우에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의 해석과 집행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관념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법원이 매우 드물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권리자의 권리행사 소송을 기각한 경우가 있는데, 실제 사건을 살펴보자. 손모씨가 A땅을 구입했다. 그런데 그 땅 위에는 이미 30년 전에 건축되어 학교 교사로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에 손모씨는 땅 소유자로서 학교 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에서는 손모씨가 학교 건물이 있는 줄 알면서 땅을 구입했다는 점, 땅값에 비해 학교 건물의 가치가 4배나 더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손모씨의 권리행사는 권리자가 권리행사의 이름을 빌려 상대방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없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손모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학교 건물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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