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
오가와 유리 지음 | 나무생각
은퇴 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
오가와 유리 지음
나무생각 / 2009년 8월 / 270쪽 / 11,000원
당장 실행! "점심은 직접 차려 드세요!"
그날 이후의 점심 풍경"내일부터 점심은 본인이 직접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하세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요, 가르쳐 줄 테니. 요리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배울 수 있으니까"라고 명령한 것은 아저씨가 은퇴한 첫날이었다. 그로부터 6년. 어느 날의 우리 집 점심 풍경이다. 오전 11시 45분. 아저씨는 작은 냄비를 꺼내 계량컵으로 정확히 물 분량을 잰다. 눈대중으로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리더니 냉장고에서 양배추를 꺼낸다. 건더기로 채소를 꼭 넣으라는 내 가르침을 잘 지킨다. 양배추를 서벅서벅 썰어서 채에 넣고 씻는다. 물이 팔팔 끓자 면을 넣고 타이머를 맞춘다. 인스턴트 라면 봉투에 물이 팔팔 끓으면 뭉치지 않게 젓가락으로 저으면서 4분 가량 삶으라고 써 있기 때문이다. 튀김용 젓가락으로 면을 푸는 손놀림도 능숙하다. 양배추를 넣고 곧이어 완성된 인스턴트 라면을 대접에 옮겨 담은 다음 멘마(중국식 양념을 한 죽순 장아찌)와 돼지고기(간장, 청주, 복합조미료를 넣고 덩어리째 푹 삶아서 얇게 저민)를 얹는다. 삶은 돼지고기가 떨어졌을 때는 면을 삶을 때 달걀을 깨서 넣는다. 영양 만점이다.
"오~ 냄새 죽이는데!" 아저씨는 기쁨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수저를 든다. 정확히 정오를 30분쯤 지난 시각. 약간 늦게 나의 건어물정식이 완성된다. 한 식탁에 마주앉아 각자 자신이 준비한 점심을 먹는다. "저기 공원 앞에 공터가 있지? 거기에 또 아파트가 들어설 모양이야." "이 근처도 인구가 점점 늘어나네."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다. 다 먹으면 아저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기 위해 썼던 작은 냄비, 채, 대접 등을 씻는다. 이어서 내 차례가 오면 밥그릇과 접시 등을 씻는다. 우리 집의 '점심은 직접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한다'는 규칙이 확실히 정착했다.
상갓집 분위기의 저녁식사에서 탈출하라
상갓집 분위기에서 대폿집 분위기로저녁밥이란 아침식사나 점심에 비해 가장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저녁밥=진수성찬'일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은 빵과 샐러드, 달걀, 커피. 점심은 나는 건어물정식, 아저씨는 주로 인스턴트 라면이나 컵라면 혹은 컵야키소바. 그래서 저녁 반찬이 부실하면 나는 일할 의욕도 상실한다. 그날 하루 중 최고의 진수성찬이라고 해도 어차피 서민풍의 소박한 만찬이다. 끽해야 고기나 생선을 이용한 주요리에 조림과 두부 요리, 무침을 곁들이는 정도랄까. 그러나 산해진미건 좋아하는 음식이건 간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서 먹으면 맛이 없다. 더욱이 아침과 점심에 비해 반찬 가짓수가 많은 만큼 먹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고행시간도 길어진다.
몇 달 내내 상갓집 분위기에서 저녁식사를 했더니 드디어 내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무슨 수를 내야 해! 그러려면 우선 침묵부터 제거해야 했다. 소리가 필요했다. 배경음악을 깔기로 했다. 라디오의 야간 경기 중계를 선택했다. 아나운서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시합 경과를 시시각각 알린다. 해설자가 말한다. 구장이 웅성거린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활기가 내 마음에 살짝 활기를 불어넣었다.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안타가 한 방 나와야 하는데…… 그치요?" 아저씨도 살았다 싶었는지 반갑게 대꾸한다. "칠 수 있을라나. 는 요즘 컨디션이 난조라서 말이야." "그래도 찬스에는 강하다고 하잖아요." 그때 라디오에서는 '와아! 와아!' 하는 환호성이 흘러나온다. 잠시 두 사람은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타자 삼진 아웃!' 하고 아나운서가 외친다. "이런 역시 못 쳤군." "이야~ 이제부터 시합이 흥미로워지겠네요." 앗, 어느새 대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을 걸면 아저씨도 기분 좋게 대화에 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라디오 야간 경기 중계가 저녁식사 내내 상갓집 분위기였던 우리 집을 살린 것이다. 야간 경기 중계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 라디오 카세트로 가요를 튼다. 우리 집에는 예전에 아저씨가 통신판매에서 산 ' 전집'이라는 CD세트가 몇 세트나 있다. 그리운 가요가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한 장에 13~17곡 정도나 수록되어 있으므로 라디오 카세트의 시작 버튼을 탁 누르면 저녁식사 시간 내내 노래가 흐른다. 맥주와 가요, 거의 대폿집 분위기가 된다. "아저씨도 마실래요?" "응." 술이 들어가자 말도 술술 나온다. "이것은 1955년경에 유행했던 거군. 내가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무렵인가." "나는 아직 초등학교 3학년! 하지만 이 노래는 알아. 어째서일까. '그리운 어쩌고'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와서 그런가?"
이런 식으로 대화가 무르익으면 맥주도 반찬도 꿀맛이다. 가요도 상갓집 분위기에서 저녁 먹는 우리 부부를 구한 것이다. 내가 아침부터 온종일 일하러 나가는 날에는 이렇게 대폿집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아저씨와의 유일한 대화 시간이다. 아저씨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와이드 쇼를 곧잘 보므로 연예 뉴스에 강하다. 그것들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도 조금씩 들려준다. 통속적이지만 스스럼없는 대화. 이렇게 해서 우리 집은 상갓집 분위기의 저녁식사에서 탈출했다. 그 경험을 통해 발견한 것이 있다. 아저씨도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말주변이 없고 과묵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발견이기도 했다.
나는 아내들에게 말하고 싶다. 저녁식사 때만이라도 남편의 말상대가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남편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요리에 대한 감상을 말하거나 "이것은 무슨 채소야?"라고 질문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면 효과적이다. 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절대 트집 잡지 말 것, 가급적 칭찬할 것! 앞으로도 줄곧 둘이서만 먹어야 하는 저녁식사. 이 시간을 은퇴한 뒤의 소박한 행복 가운데 하나로 만드느냐, 아니면 괴로운 고행의 시간으로 만드느냐는 본인 하기 나름이다.
무관심한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방법
칭찬으로 키운다무슨 일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저씨는 일주일쯤 지나자 설거지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이제는 능숙하네요. 바쁜 아침에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아낌없이 칭찬했다. 바로바로 감사의 말을 건넸다. 실제로 아침부터 취재하러 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다 먹은 그릇을 개수대에 날라놓고 "뒷일 잘 부탁해요"라고 말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 되었다. 아저씨가 오랜 세월의 습관 때문에 식사를 끝내고 아무렇지 않게 텔레비전 앞으로 가려고 하면 "앗, 아저씨 뭐 잊으신 일 없습니까?"라며 맡긴 일을 시켰다. "시간 있으니까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하지 뭐" 하고 어물쩍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이 일은 엄연히 아저씨 담당이야'라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욕실 청소도 마찬가지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꼭 인사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잠시 '나는 집안일 하고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말 따위를 들어본 기억은 한 번도 없는데'라고 억울해 하면서.
부부만의 단출한 생활은 불화의 화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외출을!부부끼리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뭐니 뭐니 해도 외출이 최고! 그것도 정기적인 외출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런 선택을 한 아내도 있다. 치히로 씨는 전업주부였다. 작년에 은퇴한 60세의 남편은 원예나 경작이 취미. 좁은 마당의 텃밭을 일궈서 한쪽에는 채소를, 다른 한쪽에는 꽃을 심고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대부분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도 온종일 집안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부부가 끊임없이 얼굴을 마주한다. 전업주부이기에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혼자 해방감을 만끽했던 치히로 씨. 집에만 붙어 있는 남편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음울한 기분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더 이상 일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55세인 그녀가 간신히 찾은 일자리는 음식점 종업원. 자전거로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시내에 있다. 시간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빙과 설거지가 주된 일이었는데, 두 고참 할머니의 텃세가 심했다. 익숙지 않은 일이어서 갈팡질팡하는 치히로 씨에게 손놀림이 굼뜨다, 시키는 대로 똑바로 못한다며 쥐 잡듯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관둘까 망설였어요. 하지만 할머니들에게 야단맞는 것과 집에서 매일 남편 얼굴 마주하는 것을 저울질했더니 아직은 아르바이트하러 나가는 편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일은 머잖아 익숙해질 테니까."
남편이 나간 예도 있다. 지인의 집 근처에 사는 은퇴한 남성은 아내 대신 살림에 취미를 붙였다. 청소, 세탁, 장 보기, 이불 말리기……. 웃는 낯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바지런한 주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데 일 년 후 그는 다시 취직했다. 그의 아내는 원래 전업주부였다고 한다. 내 추측이지만 그는 주부 일에 물렸던 것이 아니라 아내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 질린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아내가 자신을 귀찮아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간 것이거나. 남편이 나간 예를 또 하나 들겠다. 사치 씨 부부는 줄곧 맞벌이를 했다. 남편은 3년 전에 은퇴했다. "그럼 앞으로 집안일은 내가 전부 책임지고 맡을게"라며 저녁식사 준비까지 했다. 그런데 작년에 사치 씨가 퇴직하기 직전에 남편이 말했다. "나 다시 일할래." 기술을 가진 남편은 지체 없이 주 4일 근무하는 일자리를 찾았다. "좀 서글펐어요. 저랑 단둘이 집에 있기 싫은 모양이에요"라고 사치 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먼저 2년간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던 남편은 아내와 둘이서 집에 있으면 갑갑하리란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손을 쓴게 아닌가 싶다.
취미활동 없는 남편을 의욕적으로 만드는 필살법
취미활동 없이 못 견디는 은퇴 후 생활은퇴한 뒤 남편들이 남아돌 만큼 손에 쥐는 것은 돈이 아니라(드물게 그런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자유로운 시간이다. 물론 자유를 만끽하면서 무위도식하는 길을 선택해도 좋다. 온종일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뒹굴하며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것도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건강한데도 빈둥거리면서 허송세월하는 남편을 곱게 봐줄 아내가 과연 있을까. 대개의 아내는 적당한 시기를 봐서 남편에게 "슬슬 뭔가 시작해 보지 그래요?"라며 밖으로 나가기를 권한다. 남편 자신도 무료한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 변화에 대한 호기심이 차츰 고개를 들므로 대개는 아내의 말에 수긍한다. 대략 은퇴하고 2, 3개월쯤부터다.
그때부터가 중요하다. 남편에게 외부로 나가서 즐기는 취미활동을 적극 추천하자. 남편이 집에서 통신 강좌를 듣고자 한다면 물론 그것도 응원하라. 아울러 "그것과는 별개로 사회복지관의 강좌도 괜찮잖아요"라며 집 밖에서 하는 활동을 적극 추천하자. 은퇴한 남편에게 부족하기 쉬운 것은 외부세계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단, 남편에게 "내가 다니는 사회복지관의 동호회와 친목회에 당신도 가입할래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무척 즐거워요"라고 했다가는 곧 후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편을 데리고 갔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 씨(부인 개인)'와 다른 ' 씨 부부'라는 단위로 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돌아가는 길에 잠깐 차 한 잔 하고 갈까?"라거나 "지난달 개업한 그 가게 정말 싸대. 구경하러 가지 않을래?"라며 말을 걸지 않는다. 남편을 꺼리는 것이다. 자연히 아내는 남편과 둘이서 강좌를 듣고 바로 돌아오게 된다. 아내는 모처럼 취미활동을 통해 넓혔던 자신만의 세계가 두절되어버리는 것이다. 혹은 "둘이서 를 시작해 볼까?" 하고 부부가 함께 입회하는 것도 그만두는 편이 좋다. 처음부터 둘이서 가면 달리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자연히 둘이서 붙어 다니게 된다. 두 사람의 세계를 즐기는 원앙 부부(처럼 보인다)에게 일부러 말을 걸거나 어딜 가자고 하지 않는 법이다. 더욱이 부부가 같은 강좌를 들으면 실력 향상이 빠른 쪽에 우월감이 생긴다. 가령 아내가 먼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하자. 남편은 속 좁게 꽁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평소 버릇대로 아내에게 주책없는 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지인이 다니는 어느 강좌에도 은퇴한 부부가 한 쌍 있다. 집에서라면 분명 아내는 반발하겠지 싶은 말을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같은 강좌를 듣고 싶으면 각자 다른 교실에 가거나 요일을 바꾸는 편이 서로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지인은 말했다. 찬성이다. 한 사회복지관의 댄스클럽은 부부끼리 짝을 짓는다. 가끔 작은 소리로 말다툼하며 춤추는 부부도 있다고 들었다. 역시 취미 활동은 부부가 따로따로,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함께 가지 않는 편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길인 듯하다.
두 달에 한 번은 단둘이 외출하라
함께 놀 시간을 만들어라은퇴한 뒤에 부부가 평온하게 지내는 비결은 얼굴 맞대고 찰싹 붙어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누차 이야기했다시피 각자 다른 취미활동을 갖고 가급적 따로 외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체험에서 얻은 지론이다. 그러나 항상 따로따로 시간을 보내면 머지않아 마음까지 엇갈리고 만다. 따로 보내기도 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갖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부부로서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공동의 놀이 시간이다. 함께 배우는 시간도 좋지만, 친목을 다지기에는 역시 놀이 계통의 취미활동이 훨씬 편하고 좋은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간다. 저녁식사 때 신문이나 잡지에서 화제가 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주에 보러갈까?" "그래, 가자!" 하는 식이다.
은퇴한 남편을 둔 어느 부인이 "저와 남편은 결혼 초부터 줄곧 모자 관계입니다. 가끔은 연인 사이가 되고 싶은데……"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뭐 연인 사이는 무리여도 우리 집처럼 한두 달에 한 번 영화를 보고 반나절을 함께 보내면 교제하는 남녀 정도의 기분은 든다. 꼭 영화가 아니어도 된다. 외출하는 거라면 뭐든 좋다. 어떤 부부는 따뜻한 계절에는 등산 데이트를 한다. "산이라고 해봤자 낮은 산입니다. 당일 아침에는 남편이 간단한 도시락과 차 등을 준비합니다. 한 시간 정도 등산한 뒤 정담을 주고받으면서 둘이서 오붓하게 먹습니다. 유쾌한 한때입니다. 제가 도시락을 싸야 한다면 가기 싫지만." 바쁜 아침에 점심 도시락까지 쌀 생각을 하면 외출도 귀찮아진다. 부부 동반으로 외출할 때는 도시락을 사먹거나 외식을 하면 데이트하는 기분이 각별해진다.
병이 났을 때일수록 위로가 부족하지 않게
위로가 부족하면 후환이 두렵다누구나 컨디션이 나빠서 병이 났을 때는 불안하다. 그런 때일수록 배려하고 위로해 주길 바란다. 다행히 나는 건강해서 작년 여름에 검사 차 입원한 것 말고는 몸져눕는 일 한 번 없이 오랜 세월 잘 살아왔다. 그러나 몸져눕는 지경까지는 아니어도 감기에 걸리거나, 두통이 생겨서 컨디션이 신통치 않을 때도 가끔 있다. "온몸에 열이 나고 몸이 천근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녁밥 간단히 먹고 일찌감치 푹 자면 나을 거야." 본인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한 소리이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내게 핀잔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늘 저녁은 내가 차릴게'라거나 '먹고 싶은 것을 사다줄게'라고 하는 것이 배려라는 거예요!"
공격만 하지 말고 칭찬도 아낌없이
칭찬은 면전에서 후하게 하라나는 아저씨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도 곧잘 하지만,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다 늙은 남편을 칭찬한다고?" 하며 의아해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좋은 부분'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하루에 두 가지 정도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가령 한 대분밖에 비어 있지 않은 슈퍼마켓 주차장. 아저씨가 쓱쓱 후진해서 들어간다. "우와, 잘한다! 나라면 20분은 걸릴걸." 아저씨가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의 노래에 맞춰 노래한다. "어머, 아저씨 실력이 백배는 나은데! 춤 잘 추지, 노래 잘하지. 실버 호스트 클럽이란 것이 생겨서 호스트를 모집하면 꼭 응모해요." 한 건도 발견 못한 날은 "아저씨는 어깨 결림도 없고, 건강해서 정말 든든해"라고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