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개념어 사전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 에코리브르
생태학 개념어 사전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에코리브르 / 2009년 7월 / 239쪽 / 11,000원
가이아 Gaia: 가이아 이론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름에서 재미있게 이름을 따온 것으로서 '가이아'라는 단어는 지구의 쾌적한 온도, 비(非)산성 물, 숨 쉬기에 알맞은 공기 따위가 생명의 성장과 물질대사에 의해 생성되고 조절된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다시 말해 지구 대기 속에 있는 기체들의 비율 균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이루어지며 지구가 적절한 환경조건을 갖추는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과 생명체들이 서로 연결되는 활동인 가이아의 조절 때문이다. 가이아는 이렇듯 굉장한 과제를 수행하는 독보적인 체제이다.
포유류의 몸에서 일어나는 혈액 염도, 혈압, 혈당의 조절작용처럼 가이가의 조절작용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나란히 일어난다. 동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조절작용이 그렇듯이 가이아의 조절 또한 수백만 년을 통해 진화한 역사의 산물이다. 지구가 화산활동을 거칠게 일으키고 있을 때 시작된 가이아는 거대한 유성 충돌을 비롯한 여러 대재앙에도 굴하지 않고 30억 년간 지속되어 왔다. 가이아의 조절 덕분에 수백만 년간 지구 생명체들에게는 우호적인 조건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사막과 불모지를 만들어내고 핵폐기물과 화학폐기물로 생물권을 오염시킴으로써 지구 곳곳을 우리에게 무척 까다로운 서식지로 바꾸고 있다.
공기 Air: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몸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를 기울여보라. 우리는 마치 우리 의지를 제어한다는 듯이 공기를 '들이마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사실은 횡경막 근육이 가슴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거의 15프사이(psi는 압력의 단위로, 1프사이는 1제곱인치 넓이에 가해지는 1파운드의 압력이다)의 압력으로 몸 안에 밀려들어 온다. 이런 공기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고작 몇 분밖에 살지 못할 것이다.
공기는 지구상에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 우리를 이어주는 근본적인 요소다. 당신이 숨을 크게 들이쉬면 폐는 공기 중에 있던 산소 분자 수백만 개를 빨아들인다. 이 산소 분자들 하나하나는 녹색식물, 조류(藻類, 작은 식물로서 강과 시내, 호수, 바다에 떠다닌다. 지구상의 산소를 4분의 3 이상 생산), 박테리아(세균)가 공기 중에 내놓은 것이다. 산소를 생산하는 이 생물들이 없으면, 당신의 몸은 에너지를 내는 음식을 '연소'시킬 수 없다.
생태학에서는 모든 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상응한다. 당신이 날숨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경우도 살펴보자. 우리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날숨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식물, 박테리아, 조류(藻類)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얻음으로써 세포를 만들거나 그들 자신 혹은(당신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호흡이라는 이 단순하고도 무의식적인 행위는 우리를 완전히 그리고 피할 수도 없이 매순간 다른 생물권으로 연결시킨다. 공기는 생명이 가장 기본적인 거래를 하는 데 필요한 통화(通貨)이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양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공기 중에 있는 산소, 수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여러 기체의 양과 공기의 온도, 그리고 그 외에 지구상에서 생명이 필요로 하는 조건들은 살아 있는 존재들의 성장과 물질대사를 통해 유지된다. 만약 산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어지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삶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다. 고도가 높을수록 해면에서보다 산소 분자가 희박해서 활발한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판단하기가 쉬울 것이다.
가이아의 메커니즘은 이산화탄소의 양도 조절한다. 비록 대기 중에 엷게 분포하기는 해도 이산화탄소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탄소 원소는 여러 형태를 취하면서 대기, 생명체, 그리고 심지어 암석을 거치며 순환한다. 하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같은 지하자원을 소모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속에 채워 넣었다. 우리가 자동차나 산업 기계를 쓰면서 화석연료를 태운다는 것은 곧 수억 년이 넘는 세월동안 생명이 축적해놓은 탄소를 분리시켜 공기 중에 방출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미래에 불길한 결과를 드리운다. 이산화탄소는 수증기, 메탄과 더불어 주요 '온실가스'에 속하는데, 온실가스 양이 늘어나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져서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지구온난화를 더디게 하거나 조절할 수도 있다. 생명체는 지구를 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힐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적어도 30억 년 동안 한계를 넘지 않도록 대기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양에 사는 조류는 황화합물을 생산하여 직간접적으로 지구의 열을 식힌다. 게다가 미생물과 식물은 대기 중에서 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온난화가 진행되는 추이로 보아 이들이 인간에게 초래될 심각한 피해를 막아내지는 못할 듯하다.
독성 물질 Toxics: 최근에 화학자들은 특정 종의 생명 과정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면서 자연 상태에서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 강한 독성 물질들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살충제는 우리 농작물의 일부를 먹어치우는 곤충들을 죽인다. 제초제는 우리가 잡초라고 여기는 식물들을 죽인다. 이 두 가지는 종종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집을 청소하거나 병원을 소독하거나 옷을 드라이클리닝하기 위해 독성 물질을 사용하면서 그 물질에 노출된다. 독성이 있는 농약에 노출된 농부는 경련, 신경 장애, 피부 발진, 설사를 일으키고, 암에 걸리기도 한다.
독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여파는 한참 후에 나타날 때가 종종 있다. 발암 물질은 암을 일으키긴 하지만, 암이 생기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기형유발물질은 인체의 DNA를 손상시켜 돌연변이를 생기게 함으로써 출생시 장애를 일으키거나 사산아를 낳게 한다. 우리가 수십만 킬로그램씩이나 지구에 뿌려 놓은 수만 가지 독성 물질 가운데 오직 몇 가지만이 발암물질인지 아니면 기형유발물질인지에 대한 여부가 밝혀졌다. 한편 내분비 교란 물질이라고 불리는 다른 독성 물질들은 자연 상태에서 생기는 신호 전달 분자인 호르몬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는데, 이 가운데 인체의 기본적인 생리 과정을 통제하거나 수정하는 데 필요한 물질은 겨우 몇 가지뿐이다. 이 물질들은 심지어 이전에는 해롭지 않다고 여겼던, 사실상 검출할 수도 없을 만큼 적은 양만으로도(음식과 물을 통해 전해지면서) 치명적인 발달 장애를 일으킨다. 이 물질들은 몇몇 종의 경우 수컷을 암컷화시킨다. 인간의 정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도 이 물질이 손상을 입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인간은 인위적으로 상당히 많은 독성 물질을 주변 환경에 퍼뜨림으로써 미생물과 식물과 곤충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생태계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방대한 규모의 실험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한 채 실시해왔다. 살충제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우리가 수확한 농작물의 상당 부분은 당연히 곤충들의 몫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따라서 농사법을 유기농업으로 되돌림으로써 그런 실험이 더 이상 실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먹이그물 Food Webs: 식물은 씨앗을 만든다. 쥐는 이 씨앗의 일부를 먹는다. 여우는 이 쥐를 잡아 먹는다. 독수리는 이 여우를 잡아 먹는다. 이것이 바로 먹이사슬(food chain)이다. 하지만 현실이 이처럼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먹고 먹히는 관계는 거의 무한정 복잡하다.
식물은 씨앗뿐 아니라 잎과 줄기를 만든다. 그러면 나비의 애벌레를 비롯한 여러 초식동물이 그 잎을 먹는다. 땅에 떨어진 잎은 곤충과 미생물이 처리한다. 이들의 배설물 속에 섞인 영양분은 다시 새로운 식물을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된다. 새는 나비의 애벌레를 먹고, 때로는 다 자란 나비 성체도 잡아 먹는다. 너구리는 새의 알을 먹는다. 쥐는 씨앗을 먹고, 다른 작은 포유동물들은 식물의 줄기를 먹는다. 벌레와 딱정벌레를 비롯한 다른 곤충들은 새와 쥐의 배설물을 먹는데, '이들의' 배설물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다른 새들은 딱정벌레를 먹는다. 여우는 쥐를 먹는데, 가끔씩 새끼 여우를 먹기도 하는 고요테도 쥐를 먹는다.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죽은 독수리나 여우의 사체는 파리 구더기와 딱정벌레를 비롯한 여러 작은 유기체들이 소비한다. 그렇게해서 사체의 영양분은 재순환된다. 이처럼 더 복잡한 과정을 일컬어 먹이그물이라고 한다. 생명의 세계는 먹이그물 수십억 개가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해를 쉽게 하려고 편의상 구분을 해놓았지만, 사실 모든 먹이그물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모든 먹이그물은 진정으로 지구의 생산적인 생명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조류(藻類)와 식물, 그리고 광합성(또는 화학합성) 박테리아로서 이들은 생산자(producers)라고 불린다. 일차생산(premary productivity)은 생산자가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쓰고 성장하는 과정인데, 이 덕분에 모든 먹이그물의 토대가 마련된다. 하지만 일차생산 자체도 이전에 살았던 식물들이 부패하면서 흙 속에 저장된 영양분을 소비하는 식물과 박테리아에 의존한다. 또한 동물처럼 복잡한 생명체의 사체나 배설물의 도움도 받는다. 심지어 인간도 죽고 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인체를 구성하던 영양분을 위대한 생명의 순환에 되돌려준다. 자연은 검소하게 모든 것을 재순환시킨다.
물 Water: 살아 있는 세포의 복잡한 화학 과정 중에서 물 없이 작동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체의 80퍼센트는 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물은 혈액순환, 소화, 물질대사, 두뇌 활동, 근육 운동 등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생명은 원시 바다에서 기원했으며 지금까지도 물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는 일정 시점에서 반드시 물을 필요로 한다. 우리 인간도 그렇듯이 움직이는 동물들은 체내에 물을 지닌 채로 돌아다닌다. 다만 사막캥거루쥐(Dipodomys deserti) 같은 몇몇 특이한 동물은 물을 먹이에서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식물들은 대개 이슬로부터 직접 물을 흡수한다. 하지만 대부분 생명체들은 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짧은 시간 동안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그 기간이 사흘 정도이다. 그래서 선사시대 사람들이나 유목민들을 비롯하여 인류는 대부분 민물을 얻을 수 있는 수원(水源) 가까이에 정착지를 마련했다.
물이 순환하면서 우리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민물(강물, 호수, 지하의 대수층帶水層에서 뽑아낸 물)은 이전에 비나 눈의 형태로 지표면에 떨어졌던 물이다. 하지만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 물은 대기 안에서 순환하고 있었으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수증기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했다. 기체 상태의 물인 수증기는 미세한 물방울이어서 구름이나 안개로 응결되어야만 우리 눈에 보인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만큼이나 지구온난화에 막강한 기여를 하는 온실가스다. 식물의 잎이 증산작용을 하면서 공기 중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가 보태진다. 증산작용 말고도 수증기는 햇빛이 강이나 호수, 바다, 습지의 표면을 데울 때 공기 중으로 증발된다.(아이들은 햇빛으로 뜨거워진 바위나 콘크리트에 떨어뜨린 물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를 보고 증발의 위력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증산과 증발은 불순물을 남기고 떠난다. 바다에서는 그것으로 소금이 생긴다. 그래서 (수증기는 불순물을 버리고 간 순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후에 내리는 비와 눈은 깨끗하고 맑다. 하늘에서 떨어진 물과, 식물이나 동물의 몸에서 배설된 물은 대부분 수증기 형태로 대기로 되돌아간다. 물론 하늘에서 떨어진 물의 상당수는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 다시 순환을 시작한다.
이처럼 자연은 물의 순환을 통해 우리에게 본질적인 도움을 준다. 만약 우리 스스로 그 일을 처리하려면 엄두도 못 낼 만큼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 것이다. 물이 순환하면서 방대한 양의 맑고 깨끗한 물이 땅에 공급되기 때문에 우리가 의존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물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립과 개발 사업을 통해 시냇물과 샘은 물론이고 강 유역을 오염시킨다. 따라서 믿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은 미국에서조차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물 순환을 방해하거나 방향을 바꾸기까지 한다. 발전소, 상수도, 관개용수를 위해 댐을 건설함으로써 수달과 사향뒤쥐처럼 강둑에 거주하는 동물들에게서 서식지를 빼앗고, 물고기들에게서 생존에 필요한 물을 앗아간다. 여러 대륙에서 댐 건설로 인해 강에 서식하는 자연 송어가 거의 사라졌다.
삼림 벌채는 증산량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지역 강우량이 줄어들어 기후는 더 뜨겁고 건조해진다. 또한 물을 많이 먹고 뿌리가 깊은 방풍림을 건조한 지역에 조성함으로써 흙 속에 남아 있던 물이 상당량 줄어들었다. 그 물은 다른 식물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주변 개울로 흘러들던 것이었다. 연안 습지(바닷물이 육지로 흘러들어 이루어진 축축한 땅)나 (늪처럼 상시적이든 연못처럼 계절에 따라 주기적이든 물이 모여 괴어 있는) 내륙 습지에서 물을 빼내고 그 자리를 메워버림으로써 우리는 물속 먹이그물에 근간이 되는 물고기와 여러 생명체들에게 풍족하게 공급되던 영양의 보고를 파괴한다. 이런 변화들은 우리를 포함한 생명체들에게 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물의 순환을 방해한다.
우리는 물이 적게 드는 변기나 샤워기 꼭지를 이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 물 사용 체계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만약 우리가 물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물 전쟁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은 그러한 전쟁의 첫 사례로서 그 지역 땅뿐 아니라 물의 통제권을 둘러싼 다툼이다.
바이러스 Viruses: 우리는 바이러스를 대체로 해로운 박테리아, 즉 '병균'과 똑같이 여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사실상 살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바이러스는 단백질에 둘러싸인 유전물질의 조각으로서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만 활동하거나 자기 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마치 소금처럼 비활성 결정 형태로 정제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아무튼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함께 공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다람쥐원숭이 바이러스는 다람쥐원숭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쟁 원숭이들을 죽임으로써 다람쥐원숭이를 도와준다. 모든 동물 종은 저마다 정기적으로 인연을 맺는 바이러스가 적어도 한 가지씩은 있는 듯하며(인간 같은 영장류에게는 열 가지 이상), 아메리카삼나무부터 박테리아까지 다른 생명체들 역시 바이러스를 품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략 1000종의 바이러스가 확인되었다. 바이러스는 그들이 사는 공간인 세포와 협력을 이루면서 식물의 질병뿐 아니라 천연두, 포진,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황열병, 독감, 일반 감기, 몇몇 암, 그리고 에이즈(AIDS) 같은 인간의 질병도 일으킨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일 수도 있어도 바이러스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포유동물이 만들어내는 특수한 단백질인 항체는 혈액 속을 순환하며 감염된 바이러스와 싸운다. 백신은 항체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와 함께 살면서 재빨리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바이러스는 몸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아무런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발현하여 자신이 머물던 집, 즉 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굶주림은 사람들을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드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는 기아가 만연하며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인간 개체군을 급격히 감소시킬지 모를 치명적인 신형 바이러스(조류독감이 그 후보다)의 출현보다 이러한 굶주림에 의한 취약성이 더욱 위협적이다. 어떤 경우든 바이러스는 자신들이 감염시키는 생명체를 멸종시키지는 않는다. 한 바이러스가 특정한 종의 개체들을 많이 죽이기는 하지만, 저항력이 강한 구성원들은 살아남으며 이들의 자손은 차츰 바이러스와 공존을 이룬다. 프리온(Prion)은 정체불명의 단백질 조각으로서 어느 정도는 바이러스처럼 행동할 수 있다. 소해면상뇌증(광우병) 같은 이상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바로 이 프리온 단백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