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 글로세움
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글로세움 / 2009년 4월 / 287쪽 / 13,000원
제1부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다
유전자의 법칙 : 자연선택1848년, 영국 맨체스터 지방에서 '검은색' 자작나무 자벌레나방이 최초로 잡혔다. 원래 자벌레나방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점무늬'를 가진 곤충으로 주로 낮 시간에 나무줄기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자벌레나방이 출현하여 밤에만 활동했다. 게다가 이 돌연변이는 점차 그 수가 증가하여 1985년이 되자 맨체스터 인근 지역에서 생존하는 자벌레나방의 98%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맨체스터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의 다른 산업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이는 곧 멜라닌 침착 현상과 산업화 간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입증은 1950년대 영국의 생물학자 케틀웰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는 '산업화로 인한 멜라닌 침착 현상'의 메커니즘을 실험하기 위해 200마리 이상의 자벌레나방에 표시를 해서 도시와 시골지역에 풀어놓았다. 그중 절반은 흰색 자벌레나방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 자벌레나방이었다. 그는 표시를 한 두 유형의 개체들이 다시 잡히는 비율을 바탕으로 생존율을 측정해보았다. 그 결과 흰 나방은 시골 지역에서 두 배 이상 생존했으며, 검은색 나방은 오염 지역에서 두 배 이상 생존했다.
케틀웰의 실험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의 과정과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연선택은 개체의 변화가 개체군의 차원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며, 반드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필요로 한다. 먼저 개체군은 어떤 특징이나 능력, 즉 성장 속도, 색깔, 생식 등에 있어서 개체 상호간의 변이를 나타내야만 한다. 자벌레나방의 경우에 변이적 특징은 멜라닌 색소 형성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이러한 변이적 특징 및 능력이 일정한 방식으로 생식의 성공이나 개체군의 생존에 관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벌레나방의 경우 색깔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의 오염 여부였고, 이러한 변화는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세 번째 조건은 변이적 특징이 유전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벌레나방에게 있어서 유전적 결정은 검은색 자벌레나방이 흰색 자벌레나방에 비해 우성임이 입증되었다.
자벌레나방의 사례와 같이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을 지니며, 이러한 진화과정은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인류는 거의 1만 년 동안 다른 유기체에 대한 인위적 선택을 실시해 왔다. 인간은 식량을 얻기 위해 7,000~1만 년 전부터 야생식물의 씨앗을 땅속에 심기 시작했고, 이것이 농업이 되었다. 농부가 된 인류는 야생종을 재배하면서 어떤 씨앗을 보존해야 할지 직접 평가하고, 그 모계 식물이 보여 준 특징에 따라 선택했다. 수세기 동안 재배식물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인위적인 선별 과정 덕분이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가장 오래된 품종의 제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식물의 품종개량은 유전적 다양성과 종의 다양성을 개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선택을 계속 실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분명히 가축이나 재배식물은 점점 더 늘어나는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유전자의 선택적 가치를 증가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행동은 병원균에 대한 저항메커니즘의 진화 촉진 등, 다른 수십여 종의 역사에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다.
상호 의존하는 종의 세상1835년 영국의 전함 비글호가 갈라파고스 제도에 기항했다. 이 배에는 영국 출신의 젊은 박물학자 찰스 다윈이 타고 있었다. 다윈은 이 섬에서 다양한 작은 새들의 표본을 수집했다. 이를 검토한 결과 부리의 모양과 습성에 따라 구분되는 13종의 핀치 새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예컨대 땅 위에 살면서 곡식을 먹는 핀치새는 곡식을 으깨기 좋도록 두툼한 모양의 부리를 가지고 있었고, 나무에 살면서 곤충을 잡아먹는 핀치새는 부리가 훨씬 더 뾰족했다. 또 다른 몇몇 핀치새는 그 형태나 행동이 딱따구리와 비슷했다. 생태학적으로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러 핀치새들 간에 이처럼 유사점과 차이점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나중에 '적응방산(適應放散, 같은 종의 생물이 여러 가지 환경 조건에 적응하면서 다수의 다른 종으로 진화하고 분화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부른 개념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 발견이었다.
핀치새의 사례와 같이 자연선택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환경 속에서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에 걸쳐 종들의 형태, 행동방향 등을 결정짓고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의 생존은 다른 종을 죽이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고, 혹은 다른 종의 죽음에 의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전략으로서의 기생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새우의 몸속에 기생하는 마이크로팔루스 파필로로부스투스라는 기생충을 보자. 이 기생충은 물속에서, 그 다음 수생 연체동물의 체내에서 유충 시절을 보낸 후에 새우속(屬)의 작은 갑각류의 몸속에 고정된다. 그런데 더 잘 번식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수생 조류에게 옮겨져야 한다. 즉 물 표면에 내려앉은 오리나 갈매기 등의 조류에게 잡아먹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우들은 이런 조류들보다 물고기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최종 숙주에게 옮겨지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여기서 페르피낭 대학교의 클로드 콩브 교수가 내세운 '행동조작화 과정'이 적용된다. 많은 유충들은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행동이나 형태, 색소침착 등에 영향을 미쳐 최종 숙주에게 잡아먹히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새우의 경우, 물의 표면이 흔들릴 때 두 가지 유형의 행동을 드러냈다. 한 가지 행동은 강바닥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는 정상적인 행동이었고 또 다른 행동은 물 표면이나 둑 근처로 나오는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 나간' 개체들의 뇌 속에는 마이크로팔루스 파필로로부스투스라는 유충이 자리 잡고 있었다.
행동조작화 과정의 원리는 개미에게서도 나타난다. 연체동물 속에 기생하는 창모양흡충은 그 주기에 따라 세 번의 숙주를 거친다. 첫 번째는 헬리셀라속(屬)의 작은 육상 달팽이고, 두 번째는 개미이며 세 번째는 양이다. 이 기생충이 달팽이에서 개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액체를 이용한다. 즉 달팽이가 토해 내는 공 모양의 끈끈한 점액 덩어리와 함께 풀숲에 뱉어져 개미를 기다린다. 그러면 개미들이 이 덩어리를 삼키면서 창모양흡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개미에서 양에게로 옮겨지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양은 개미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행동조작화 과정'이 나타난다. 개미의 몸속에 들어간 창모양흡충은 개미의 뇌에 침투해 턱과 발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그러면 개미는 밤에 풀잎 끄트머리에 매달린 채 양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만일 밤이 다 지나도록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다음날 밤에 다시 풀잎 끝으로 기어 올라가 양을 기다린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개미는 결국 풀잎과 함께 양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창모양흡충은 자신의 주기를 완수하게 된다.
위의 사례를 보면 자연선택은 숙주의 방어 능력보다 기생충의 적응 능력을 더 촉진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숙주는 기생충보다 오래 살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다. 즉 면역세포는 기생충을 재빨리 인식하고 세포분자를 지속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도 이에 반격한다. 기생충들의 항원이 세대마다 변형되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 다양성이 보여 주는 놀라운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다양성을 창출하는 무기가 유성생식이다. 유성생식은 수정과 감수분열을 통한 유전자 혼합으로 새로운 다양성을 창출시킴으로써 생존율을 높인다. 반면 무성생식을 통해서 나타난 개체는 자신의 부모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기생충에 대해서도 똑같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성(性)이 필요한 이유다. 종의 진화는 다양한 종들로 이루어진 생태계 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방어책이나 식량 공급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략도 이 범주 내에서 찾아내야 한다. 결국 생태계만큼 영속적인 농업은 없으며, 생태학에 기초를 두지 않는 지속적인 건강은 없다.
생물권, 살아 움직이는 지구이제 관점을 지구로 확대시켜 보자. 총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지구에 대해 '지구생태계' 혹은 '생물권'이라고 표현한다. 이 생물권이라는 조직체는 지구의 이중 회전, 즉 지구의 축을 중심으로 한 회전과 태양을 중심으로 한 회전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두 개의 주기, 즉 밤낮의 변화가 있는 24시간의 주기와 계절의 변화가 있는 연간 주기에 따라 진화하고 조직되고 기능한다. 예컨대 기후의 지질학적 분포는 태양으로 인한 위도별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난다. 따라서 계절도 예측할 수 있다. 여름은 항상 여름이고, 봄은 불가피하게 겨울의 흔적을 지워 낸다. 이렇듯 균형과 안정은 자연의 속성이며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명이 본질적으로는 팽창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류의 경우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모든 생물에게는 성장 잠재력과 아울러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 역시 존재한다. 한정된 자원을 비롯해 포식자, 기생충, 경쟁자 와 같은 다른 종의 개입이다. 따라서 자연 속에는 단지 역동적인 균형이 있을 뿐이다. 이 역동적인 균형이 깨지면 어떤 종은 침략자가 되고, 또 다른 종은 멸종하게 된다.
자연의 안정성이나 규칙성 간에 제기되는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태계를 서로 상호작용하는 개체군들의 집합체로 이해하는 것이다. 생태계의 제일 아래 칸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엽록소를 가진 유기체(조류와 초록식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1차 생산자'는 곤충류, 연체동물, 조류, 포유류 등의 초식동물의 자원 및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따라서 이들은 유기물질의 '1차 소비자'인 동시에 '2차 생산자'가 된다. 그리고 초식동물들은 2차 소비자, 즉 포식자와 기생충 등의 먹이가 되고, 이 2차 소비자 역시 3차 소비자의 식량 공급원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먹이사슬은 각 단계마다 손실이 발생한다. 즉 겉으로 보이는 균형 너머에는 본질적으로 번식과 멸종의 속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구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자원이 '재순환'되어야 한다.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발달시키고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화를 통해 여러 종들로 분화된 각각의 종들은 다양화되지 않은 단 하나의 종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제2부 이익을 얻기 위해 협력하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어떤 생물종이나 개체와 개체군 간의 매개물, 즉 사회가 나타난다. 이러한 사회에서 자연선택은 별 어려움 없이 상리공생의 진화를 촉진시켰다. 즉, 협동은 포식자에 대한 방어나 식량 자원을 얻는 데 이로움을 주었다. 조류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 무리의 구성원들이 땅에서 모이를 쪼는 동안 몇몇은 차례로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주변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집단' 감시 덕분에 잠재적인 먹잇감들은 포식자를 알아차리고 도망갈 수 있다. 포식자에게도 협동은 중요하다. 가령 아프리카의 하이에나가 어린 누를 잡으려고 할 경우, 혼자 사냥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85%에 달하지만, 세 마리가 함께 사냥할 때는 30%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예는 그다지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유전자를 번식시키는 협동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벌이나 일개미들과 같이 자매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생식을 포기하는 경우는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협동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왜 생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자매들을 돌보는 것일까?
1964년 윌리엄 해밀턴은 '혈연선택'이라는 이론으로 동물 사회에 대한 진화생물학과 행동생태학의 시대를 열었다. 그의 이론은 모든 유전자에 적용될 수 있는데, '모든 개체들은 자신의 생식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그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들의 생식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해밀턴은 무엇보다도 꿀벌이나 개미 같은 사회적 막시류(膜翅類)에게서 볼 수 있는 이타주의를 설명하고, 이 곤충들의 사회성과 또 다른 독특한 특성, 즉 반수성(反數性)염색체(염색체 조를 1개 가진 개체나 세포) 간의 관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막시류의 수컷들은 수정되지 않는 난자에게서 태어나기 때문에 어미로부터 받은 염색체만을 갖고 있다. 반면 암컷은 아버지의 염색체와 어머니인 여왕의 2N 염색체 중 절반이 결합된 수정란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유전적 유사율이 높다. 즉 정상적인 생식을 통한 유기체의 유전적 유사율이 0.5(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기 때문)인데 비해, 사회적 막시류의 자매들 간의 유전적 유사율은 0.75(아버지의 유전형질 전체와 어머니인 여왕의 유전형질 절반을 더한 수치)가 된다. 따라서 개체가 죽을 때마다 유전자가 사라지게 되는 직접생식 대신 자신의 생식을 포기하더라도 형제나 자매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하는 것은 괜찮은 계산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군집생활을 하는 막시류의 정교한 사회조직은 노동자나 병사들의 희생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선택 이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들의 이타주의는 유전자로서 증여되기 때문에 그 후손은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이타주의는 혈연관계가 없는 개체들 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호혜성 이타주의'라고 하며 가장 좋은 생물학적 예가 흡혈박쥐의 헌혈이다. 주로 중앙아메리카에 분포하는 데스모두스 로툰다라는 흡혈박쥐는 밤에 말이나 당나귀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이들은 보통 8~12마리의 암컷들이 새끼들과 무리를 지어 사는데, 이틀 밤을 연달아 굶을 경우에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굶주림에 취약하다. 만일 피를 얻지 못한 채 세 번째 밤을 맞는다면 죽고 만다. 하지만 배부른 개체가 굶주린 개체에게 약간의 피를 나눠준다면 굶주린 개체는 하룻밤을 더 보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피를 나눠준 개체는 단지 3시간을 지속시켜 줄 수 있는 비축 식량을 잃었을 뿐이지만, 피를 얻은 개체는 18시간이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존방식은 혈족 관계가 없는 개체들과도 이루어진다. 흡혈박쥐들은 다른 가족을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대신 15일 정도를 함께 지내본 후에 계속 함께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즉 새 식구들의 신뢰를 평가해보고 이것이 인정되면 그들과도 똑같이 피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해밀턴이 이타주의를 설명하면서 "이타적 행동으로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그 혜택으로 인해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때 더욱 증가한다"고 했던 이론을 뒷받침한다.
전투 뒤의 협조생물권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상호작용을 '상리공생' 혹은 '공생'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공생 관계의 발달은 생물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개미의 경우를 보자. 개미가 달콤한 분비 즙을 얻기 위해 진디를 사육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잎꾼개미의 경우는 보다 설득력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미들은 약 800만 마리가 함께 무리를 지어 살기도 하는데 암소 한 마리가 필요로 하는 양의 잎을 채취하지만 직접 먹지는 않는다. 대신 잎을 잘게 씹어 걸쭉한 상태로 만들어서 버섯의 거름으로 제공한다. 그러면 버섯들은 이를 섭취하여 '공길리디아(gongylidia)'라고 불리는 특별한 구조를 개미들에게 제공해준다. 이러한 공생 관계는 식물의 항균 방어물질(잎의 거친 외피)을 분해할 수 있는 개미의 능력과 식물의 항충 방어 물질(살충성분)을 교묘히 피할 수 있는 버섯의 능력을 결합시킨다. 즉 버섯이 식물을 소화하여 살충성분을 없애기 때문에 개미가 소비하게 되는 버섯의 조직에는 살충 성분이 없게 된다. 이러한 연합은 서로 다른 세 가지 계(界)에 속하는 파트너들, 즉 개미, 버섯, 박테리아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균류나 기생충 집단의 압력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이다. 기생충은 순식간에 경작물을 망쳐버리기도 하지만 잎꾼개미가 살고 있는 밭은 개미의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만들어 내는 특별한 항생물질 때문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병원균들이 항생물질에 대한 저항력을 급속히 진화시키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 소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잎꾼개미와 버섯의 공생관계처럼 인류도 다양한 경로로 서로 협력하며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