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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컬처(Cheating Culture)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 서돌
치팅 컬처(Cheating Culture)

데이비드 캘러헌

서돌 / 2008년 12월 / 419쪽 / 18,000원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미국은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기 위한 미덕을 강조했던 벤자민 프랭클린 시절 이후 도덕을 중시해 왔다. 오늘날 종교계 인사와 지식인, 언론인들은 10대 임신, 폭력적 비디오게임, 어린이 대상의 성도착, 복지법 악용, 범죄, 약물 남용 등 틈만 나면 도덕 문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크고 작은 속임수의 횡행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지난 몇 년 동안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 기업 스캔들, 운동선수의 부정행위나 탈세, 언론인의 표절 등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이런 사건들 사이의 공통점과 의미를 추적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세태의 근저에는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는 도덕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자유시장의 개념과 가치가 미국 사회를 지배하면서 다음 세 가지 심각한 변화가 미국인의 삶의 조건을 바꾸어 놓았다. 첫째, 자유방임주의 혁명에 힘입어 전에는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로웠던 분야도 돈과 손익계산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이 돈에만 매달리거나, 숫자 놀음에 능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다.

둘째, 지난 25년간 미국인들 사이의 소득 격차가 급증했다. 수익과 성과가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되면서 공정성은 낡은 가치로 전락했다. 셋째, 시장의 힘이 세진 결과 심판으로서 공정한 경기를 보증하는 규칙을 정해야 하는 정부의 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국민성이 바뀌었다. 개인주의와 자기 의존이 이기주의와 자기 몰두로 변모했고, 경쟁이 사회현상이 되었다. 선한 삶에 대한 열망은 물질 만능주의로 변질했으며, 포부는 시기심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많은 속임수로 이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압력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누구도 성공과 고용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도덕은 뒤에 남겨놓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둘째, 승자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EO는 월스트리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익을 부풀리고, 학생은 A+를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셋째, 유혹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규제 위반과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면서 속임수에 기대려는 유혹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예를 들어 회계사의 정직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월스트리트에서 최근 발생한 투자자 배신 사건 중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넷째 곳곳에 침투해 있는 부패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이 체계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규칙의 공정성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도덕 기준을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세법이 부자들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탈세를 하는 자기 자신을 정당화 할 것이다.





속임수를 조장하는 자유시장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의 경영진은 주주와 자신의 편의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주주들에게 수익을 보여주기 위해 기업 지도자들은 더욱 인색하고 야비해졌다. 그 결과로 상호 신뢰를 강조했던 20세기 중반의 관리 자본주의는 투자자 자본주의에 밀려났다. 기업 지도자들은 자기 자산을 불리는 데에도 혈안이 되면서, 호황기에도 구조조정이 보편화되었고 CEO의 급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익을 마음껏 챙길 수 있는 최고 경영진의 새로운 자유는 더욱 더 인색하고 야비한 정책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능률이란 곧 CEO 개인의 부를 의미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 같으면 뻔뻔스런 탐욕이나 속임수로 간주되었을 행동이 쉽게 합리화되었다. 수익 창출, 비용 절감, 숫자 조작, 편법 사용과는 거리가 멀었던 많은 분야에서 자유시장의 힘이 오랫동안 지속된 사회규범과 직업윤리를 밀어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힘에 스포츠계, 법조계, 재계, 교육계, 의학계, 출판계 등 여러 분야가 쑥대밭이 되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창의적인 파괴이고, 부활한 자유 시장의 희생자 중에는 불행히도 개인과 조직의 윤리도 포함되어 있다.

커미스키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그녀는 5개월째 브라운슈타인이라는 의사를 찾았다. 그는 바이오린이라는 제품을 그녀에게 권했다. 바이오린은 건강제품을 판매하는 웰니스 인터내셔널 네트워크(WIN)에서 만든 제품이다. 이 회사는 암웨이와 연계한 다단계 판매망을 통해 운영된다. 커미스키는 의사에게 바이오린 값으로 60달러를 지불할 때까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WIN에서 우편 발송한 판매용 물건 상자를 받고서야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았다. 커미스키는 고민하다가 바이오린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데다 비싼 가격에 비해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WIN의 사업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사는 판매자가 되기 싫다는 그녀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 밑에 들어온 판매자가 쉽게 빠져나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낸 것도 모자라 그녀의 집과 직장으로 전화를 해대면서 WIN 프로그램에 가입하라고 설득했다. 그녀가 거절하자 박사는 협박성 이메일까지 보냈다. 이 일화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의사라면 자신의 돈벌이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염려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의사-환자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순수한 시장 경제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만 하고 있지 야비함이 삶의 질과 직업윤리에 미치게 될 영향을 전혀 계산하지 않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가 소득을 기준으로 점차 양분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문화적 격차도 증가했다. 부유층은 현역에서 은퇴하고도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거나 담장을 높게 둘러친 저택에서 생활하는 데 비해, 중산층은 어쩔 수 없이 교육의 질이 낮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 부유층은 부를 이용해 공공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정치로부터 점점 소외감을 느낀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극심한 격차는 개인의 정직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승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몫을 챙기고, 패자는 일거리를 잃거나 돈을 벌어봐야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회에서 점점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고 든다. 이는 속임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패에 따르는 대가가 클수록 속임수의 유혹은 강해진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니 알몬테는 2001년 리틀리그 월드 시리즈 준결승에서 무안타로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상대 팀을 제압해 야구팬을 깜짝 놀라게 만든 브롱코스 팀의 투수였다. 대니는 12살이었지만 벌써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밝은 미래가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리틀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니에게 훨씬 큰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의 아버지와 팀 코치가 짜고 여권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조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4살인 대니는 리틀리그의 가장 중요한 규칙, 즉 12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칙을 위반했다. 가난한 도미니카 이민자인 대니의 아버지는 왜 이런 짓을 했을까? 그는 아들을 도미니카 이민자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욕 양키스에서 내야수로 활약하며 거액의 연봉을 받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처럼 만들고 싶었다. 대니의 나이를 둘러싼 스캔들은 리틀리그 스타덤을 통해 아들에게 출세 길을 확실하게 열어주려고 했던 아버지의 욕심이 빚은 사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스포츠 시장에 나타난 승자 독식의 사례를 보여준다. 2002년 자이언츠는 스타팅 멤버 26명에게 총 7,83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 중 1/5인 1500만 달러가 좌익수 배리 본즈에게 돌아갔다. 급여 피라미드의 맨 밑에 있는 일곱 명의 급여는 30만 달러 이하였다. 간판급 선수가 동료들보다 100배나 많은 돈을 쓸어가는 스포츠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본즈는 강타자이고 스타다. 당연히 존경받고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는 신뢰받지 못하고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의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대부분은 그가 받은 거액의 연봉이 약물 사용이라는 부정한 수단을 통해 얻은 결과라는 소문에 기인한다.

본즈는 1990년대 후반부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불과 몇 년 만에 강타자로 변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의 강화된 근력이 약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본즈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근육을 키웠다고 반발한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본즈의 경우는 빨리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운동선수에게 돌아가는 상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2001년 시즌 본즈는 커다란 근육과 뛰어난 타법에 힘입어 홈런을 73개나 기록하면서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기록을 깼다.

프로스포츠계의 환경은 극단적이다. 성공하면 대중의 우상이자 갑부로 변신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상처만 잔뜩 안은 채 일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사람들도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각 분야 최고의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매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면 5년이 지난 후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인격의 문제



몇 년 전 월드콤의 CFO(최고재무관리자) 스콜 설리번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젊은 기업인에 속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월드콤을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변모시키며 회사 주식의 가치를 7천 배나 끌어 올렸다. 37살의 나이에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게 된 그는 거주지인 플로리다 보카라톤의 상류사회에 초대받았고, 보라카톤 고급 주택가에 1500만 달러를 들여 저택을 지었다. 하지만 2002년 여름 그는 수갑을 찬 채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했다. 그리고 증권 관련 사기와 공모 등 7건의 중대 범죄와 관련해 심문을 받았다.

설리번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뉴욕 베들레헴의 소박한 환경에서 자라나 공립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회계 법인을 거쳐 플로리다의 한 통신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이 회사는 월드콤에 합병되었다. 그는 뛰어난 판단력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성실한 근무 태도로 버나드 에버스(월드콤 CEO)의 눈에 들었다. 그리고 1994년 34세의 나이에 CFO 자리를 꿰찼다.

놀라운 승진이었다. 2000년 초 월드콤 주식이 최고로 올랐을 때, 설리번이 가지고 있던 회사 주식도 올라 1억 5천만 달러가 넘었다. 그리고 나서 2년 넘게 월드콤은 뻔뻔스럽게 장부를 조작했다. 월드콤은 장부 조작을 통해 110억 달러 가량 수입을 부풀렸다. 회계감사에 나선 수사관은 설리번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사기를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통신업계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월드콤의 부채가 400억 달러로 늘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자, 회사를 지키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사기에 연루된 대기업 간부들은 통상 이렇게 말한다.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설리번도 자신을 월드콤을 지키는 영웅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사기를 친 데에는 개인적인 동기도 작용하였다. 그가 받는 거액 연봉은 월드콤의 주식 가치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월드콤의 수입에 관한 진실을 숨겨 자신의 자산 가치를 계속 높게 유지하기 위해 설리번은 직원, 동료, 투자자, 언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친지와 가족까지 속였다.

스콧 설리번 같은 인물이 점점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그러한 변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규칙과 직결된 것 같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체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보상을 눈앞에서 흔들어대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편법을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우리는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대한 판단에만 기대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우리의 가치 체계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린다. 오늘날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더 역겹고 더 무자비한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돈과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세하기 위해 부정직하게 편법을 동원하는 행동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유혹의 나라



오늘날 미국의 보수 진영은 미국사회의 도덕 실추를 소리 높여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난 25년간 미국 사회 전역에 걸쳐 급증해 온 속임수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1990년대 내내 저소득층 미혼모의 병리 현상과 줄담배를 피우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 밑에서 자라며 약물에 손을 대게 된 청소년의 방종에 대해 경고했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돈과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의 강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최대 유선 방송사 중 하나인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의 사장 존 리가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보수주의 분위기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는 그는 엄격한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뉴욕 주 북부에서 네 자녀를 키웠다. 그의 아들들은 미국 최고 대학을 나온 후 아버지의 사업에 합류했다. 아버지처럼 아들들도 보수주의자였다. 아델피아 유선망에서는 포르노 채널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에서 리가스 부자가 적용하는 도덕 기준은 달랐다. 수사 결과 리가스 부자는 다양한 형태의 수상쩍은 대출과 사기를 통해 몇천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아버지와 아들들을 조직적인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미국의 보수주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정부 구조를 축소해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기업 스캔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왔다. 이들은 미국의 도덕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혹이 자본주의의 특성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이러한 유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정책 기조로 몰고 갔다. 규제가 느슨해진 가운데 호황을 이루는 경제는 거짓말과 속임수에 대한 보상액을 올렸다. 증권거래위원회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국세청 역시 점점 교묘해지는 탈세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철폐가 속출하면서 공공시설, 은행, 통신업, 항공업 등 각종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후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인 월마트를 경영한다고 가정해보자. 무급으로 직원들을 초과 근무시키거나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는 기존 관행을 계속하고픈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부가 굶어죽기 일보 직전의 살빼기를 단행하는 바람에 감시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설령 벌금을 내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는 미국 노동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조항을 어겨 벌어들이는 돈보다 적을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부패의 확산



최근 들어 많은 미국인이 윤리관을 바꾸고 있다. 수천만 명에 이르는 평범한 중산층 시민이 탈세와 자동차 보험사기부터 케이블 TV 무단사용, 인터넷을 통한 음악과 소프트웨어 불법 다운로드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범죄를 매일 저지른다. 이러한 종류의 범죄 대부분이 작은 이익 때문에 자행된다. 700달러 안팎의 조세 환급금을 받으려고, 보험료를 1년에 겨우 400달러 절약하려고, 한 달에 40달러 하는 시청료를 안 내려고 말이다. 스스로를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 나라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사회계약이 깨진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질서정연한 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려면 사람들의 권리와 책임을 알게 모르게 규정하는 사회계약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계약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규칙을 깨는 사람은 상을 받을 때 사회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처벌받기는커녕 거리를 활보하고, 부자들은 탈세를 일삼는데도 무사하고, 기업은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고, 아이비리그는 부자 부모를 둔 덕분에 편법 입학한 학생들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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