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 45
로버트 커밍 지음 | 동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 45
로버트 커밍 지음
동녘 / 2008년 12월 / 104쪽 / 18,000원
그림을 보는 방법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 작품들을 하나의 예술 작품이 아니라 카드나 광고 이미지로 마주칠 뿐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듣고 있을 때 모든 것을 다 듣지 못하듯,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볼 때에도 우리는 모든 것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러나 본다는 말속에는 그저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지성을 자극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은 여행과도 같다. 다양한 시대의 통찰력을 소유할 수 있는 신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여정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데,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자칫 놓치고 보지 못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책에 실린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여섯 가지 길잡이다.
주제: 모든 그림에는 특정한 주제가 있고, 주제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통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많은 그림들, 특히 옛날 그림일수록 성경이나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작품들을 제작했을 당시에는 친숙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감상자들은 그들과는 다르다. 그림에 얽힌 위대한 신화와 전설을 재발견하는 것은 그림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테크닉: 모든 그림은 물리적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여기에 사용된 기법, 특히 유화 물감이나 프레스코 기법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 자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기법과 전문성으로 기술로 유명해진 작품들이다.
상징: 많은 작품들은 작가와 관객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상징적인 표현과 비유적인 표현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아주 섬세하게 그려진 눈에 보이는 사물들은 사물 그 자체만이 아니라, 보다 심오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들이 관람객들에게 친숙하지는 않겠지만, 화가가 태어난 사회의 사상과 그림을 공부하면서 그림에 나타난 표현들을 다시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빛과 공간: 목판이나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은 빛과 공간을 능숙하게 다뤄야 했다. 사실 빛과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화가들이 이러한 환영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술 사조: 시대마다 확립된 독특한 미술 사조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초기 르네상스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발전했던 미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개인적인 해석: 그림의 의미를 탐구하는 여행길에 나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을 보는 수많은 관점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는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말라. 만약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믿지 말라.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보고, 자신만의 감상으로 느낄 권리가 있다. 물론 미술사, 상징, 기법 등의 지식을 통해 경험의 폭이 넓어질 수는 있겠지만 주관적인 감상을 잃어버린다면 그림 감상은 그저 신문에 나오는 낱말 맞추기 퍼즐을 푸는 정도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걸작을 만드는가걸작의 기능과 목적, 걸작에 대해 사람들이 거는 기대, 그리고 예술가의 역할, 이 세 가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시대를 뛰어넘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래서 보는 이에게 영감과 의미를 주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화가들은 숙련된 수공업자 정도의 지위밖에 누리지 못했으며, '걸작'이란 그
저 자신이 습득한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조합에 제출하는 작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거장들은 예술가들이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상상력과 지성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장들의 솜씨: 운동선수든, 음악가든, 배우든, 예술가든, 그들의 빼어난 역량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기준 중의 하나가 기술적인 능력이다. 위대한 예술가는 완벽하게 숙달된 물리적인 기술은 물론, 이러한 기술과 기존의 원칙을 새로운 차원으로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지식과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진정한 거장의 솜씨는 감상자의 눈을 현혹시킬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단순하다.
혁신: 르네상스 이후로 서구 사회는 혁신을 갈구하고, 찬양했으며, 그것에 대해 보상해주었다. 어떤 일을 처음으로 이룩한 사람은 역사상 중요한 인물로 남게 되는데, 조토와 피카소는 기존에 있던 예술의 원칙을 새로 쓰고, 새로운 시각 언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유럽 예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았다. 그 뒤를 이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업적을 의지하고 발전시켰다.
후원: 19세기 이전 근대적인 미술상 조직이 발전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미술 작품들은 후원자들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 후원자들은 종종 여러 가지 구체적인 조건을 덧붙이거나, 작품의 주제와 외관을 형성하는 데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최초의 후원자는 주로 가톨릭교회와 유럽 왕실들이었다. 19세기 초 낭만주의 운동 이후에야 비로소 작가 개인의 목표를 위해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역할이 등장하게 되었다.
예술적 비전: 후원자나 미술상, 미술품 수집가들의 재정적인 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화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후원이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토의 아레나 예배당이나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가 진정 위대한 걸작인 까닭은 신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일을 하면서도 그 작품 속에 예술가로서의 믿음과 확신을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한낱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가의 역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신화 중 하나는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가치를 인정받는 천재 이야기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생전에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크게 칭송을 받다가 반 세기 이후에는 그저 미술사에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 잊혀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술가들은 후원자, 미술품 수집가, 미술상, 미술관,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틀 안에 살면서 작업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대단한 용기와 개성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깊이 있는 목표를 가지고, 예술을 위대한 진실을 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하는 예술가만이 모든 시대의 엄격한 평론가들의 심판조차 견딜 수 있는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다.
비너스의 탄생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 보티첼리는 1481~1482년에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 장식 작업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일생 동안 고향인 피렌체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그가 시스티나 예배당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생전 보티첼리의 명성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보티첼리의 걸작 〈비너스의 탄생〉은 세속적이고 신화적인 주제만을 다룬 르네상스 최초의 대규모 회화라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그림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수많은 예술가들, 학자들, 정치가들, 상인들, 미술품 수집가들이 고대 그리스 · 로마 문명에 열광했고, 메디치가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 후원가였다. 〈비너스의 탄생〉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꿈과 시의 세계로 이끈다. 가운데 있는 주인공은 비너스며, 그 양쪽으로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등장한다. 길게 늘여 그린 인물들이 마치 종이를 잘라낸 것처럼 단순한 평면 배경 위를 떠다니고 있다.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약 1484, 172.5x278.5cm, 캔버스에 템페라,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아름다움의 탄생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최초의 인간(티탄족)이 탄생했다. 그러나 아들들 중 하나인 크로노스(사투르누스)는 낫으로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닷속에 던져 버렸다. 바닷물에 휩쓸린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거품이 일어났고, 그 거품에서 비너스가 탄생했다. 비너스는 라틴어 이름인 베누스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고 그리스 이름은 아프로디테다. 비너스는 사랑, 아름다움, 웃음, 그리고 결혼의 여신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초기, 특히 피렌체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고전적 아름다움의 이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보티첼리는 얼굴 주위에 길게 물결치는 머릿단을 그려 넣어 그러한 이미지의 엄격함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색조는 비너스의 모습처럼 절제되어 있고 기품 있다. 시원한 녹색과 파란색이 부드럽고 따스한 분홍색과 강조된 황금색 때문에 더욱 두드러진다. 보티첼리는 비너스가 손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베누스 푸디카(겸손한 비너스)'자세를 선택했다. 다른 화가들은 '베누스 아나디오메네', 즉 긴 머리카락에서 물을 짜내며 바다에서 나체로 걸어 올라오는 보다 관능적인 표현을 더 선호했다.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최고의 팔방미인이었다. 그러나 너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천재성을 발휘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걸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과학적인 정확성과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그의 스케치는 생물학, 생리학, 수력 공학, 항공학까지 폭넓은 관심사를 반영한다. 레오나르도는 최초의 장갑차를 발명했으며, 심지어 비행기를 설계하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방탄유리로 덮어 놓았다. 실제로 보면 놀랄 정도로 작은 크기지만 5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모나리자〉는 수많은 시, 노래, 그림, 조각, 소설, 신화, 루머, 위조, 절도를 낳았고, 모나리자의 얼굴은 전 세계의 수없이 많은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이 그림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살아있는 듯한 사실적인 표현으로 회화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가이자 전기 작가인 조르지오 바사리는 이렇게 말했다. "물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람의 살로 보이는 입술의 붉은 색 때문에 입과 얼굴의 피부색이 이어져 있다… 목덜미의 움푹한 곳을 보면 정말로 맥박이 뛰고 있다고 맹세할 수 있을 정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약 1505, 77x53cm, 목판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흐릿한 윤곽, 스푸마토 모나리자의 오른쪽 어깨 위로 사뿐히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바위 봉우리와 애매한 경계를 이루며, 왼쪽 어깨에 걸친 투명한 스카프는 멀리 뒤쪽 수로의 선과 연결된다. 이렇듯 '안개처럼 흐릿한'윤곽선은 비밀스러운 배경과 섞여 모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움직이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이 그림에서는 신비함이 느껴진다.
사라진 눈썹 모나리자는 왜 눈썹이 없을까?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물감이 다 마른 뒤 눈썹을 맨 마지막에 그려 넣었는데, 처음 이 작품을 세척했을 당시(17세기로 추정)에 복원했던 사람이 잘못된 용매를 사용하여 눈썹 부분이 녹아버려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복원가들이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 작업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인용되기도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 시인이기도 했던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다. 피렌체에서 몰락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뛰어난 재능에 결코 만족할 수 없었던, 고뇌하는 천재의 전형이다. 회화와 조각에서 미켈란젤로의 표현 수단은 남성의 누드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사망한 후에도 그의 대단한 영향력은 지속되었다.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는 경이로운 작품이다. 창세기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는 패널 주위로 장면과 인물들을 추가로 그린 프레임이 둘러싸고 있다. 개념과 표현 모두 놀라우리만치 독창적인 이 천장화는 고전 전통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통해 표현된 미켈란젤로의 신앙심을 보여준다. 그리스 로마에 대한 존경심과 기독교 신앙은 르네상스 전성기의 예술가들이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이었다. 미켈란젤로는 혼자 힘으로 불과 4년 만에 이 천장화를 완성했으며, 자신만의 양식을 발전시켰다. 여기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그린 세 개의 중앙 패널을 소개한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1508~1512, 프레스코, 시스티나예배당, 바티칸
타락과 추방 인류의 타락은 유혹에 넘어가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왼편에, 그 결과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모습을 오른편에 그리는 새로운 형태의 통일적인 디자인으로 묘사했다. 가운데에는 사람의 상체를 한 뱀이 선악과를 이브에게 건네주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 대천사 미카엘이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아담과 이브를 황량한 대지로 추방하고 있다.
아담의 창조 아담의 창조는 서양 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로,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제시하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하느님은 절대적인 권위를 나타내듯 잿빛 수염을 기른 엄격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느님은 마치 별똥별처럼 하늘을 가로질러온다. 얼굴과 몸 모두 완벽한 아담(그러나 아직 생기는 찾아볼 수 없다)은 하느님의 오른쪽 손가락으로부터 마치 전류가 흐르듯 그의 몸을 일깨우는 기운을 받아, 육체적, 정신적 삶을 얻는다. 아담은 경이와 순종을 포함한 온갖 감정을 머금은 표정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있다.
엠마오에서의 만찬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 카라바조라는 이름은 밀라노근교 화가의 고향 마을에서 딴 것이다. 1592년 로마에 정착한 후 그의 회화는 빠르게 발전하였으나, 여러 차례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로마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은 받은 카라바조는 17세기를 지배한 바로크 양식의 여명을 열게 된다.
카라바조의 〈엠마오에서의 만찬〉은 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으나 다시 부활했다. 예술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을 때 낯선 나그네가 합류했다. 이들은 엠마오에 도착해서 어느 여인숙에 들어갔고, 저녁 식탁에 앉았다. 음식을 먹기 전 낯선 나그네는 빵을 들어 축복했는데, 바로 그 때 제자들은 이 나그네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아챘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했던 그대로 빵을 축복했고 카라바조는 이 극적인 순간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의 사실적인 표현 뒤에는 풍부한 상징적인 의미들이 숨어 있다.
카라바조는 빛의 극적인 사용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조작하듯 장면을 비추고 있다. 덕분에 환한 빛과 깊고 어두운 그늘로 이루어진 전반적인 패턴이 생겼다. 이러한 빛의 극적인 구성을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 이탈리아어로 ‘chiaro’는 빛, ‘oscuro’는 어둠을 의미)라 고 부른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엠마오에서의 만찬〉, 1601, 141x196.2cm, 캔버스에 유채, 내셔널 갤러리, 런던
정물화의 거장 테이블 위의 정물 묘사에서도 알 수 있듯 카라바조는 정물화의 거장이었다. 바구니를 테이블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놓은 것은 단축법을 과시한 것이다. 〈엠마오에서의 만찬〉은 카라바조가 정물군을 회화에 포함시킨 마지막 작품이다. 1606년 말다툼 끝에 사람을 죽인 뒤 도망자 신분이 된 카라바조에게 이전보다 훨씬 간결한 표현 방법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단축법에도 뛰어났다. 단축법이란 평면인 캔버스에서 사물이나 팔다리가 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환각을 일으키는 기법이다. 이 작품 안에서만도 여러 군데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