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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

박미희 지음 | 폴라북스
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

박미희 지음

폴라북스 / 2008년 7월 / 252쪽 / 10,000원

1부 아이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라




아이의 미래는 아이가 말해준다 : "아이의 소질을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연아가 난생처음 스케이트 레슨을 받은 직후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거실에 나와 보니 연아가 텔레비전 앞에서 스케이팅 동작을 하고 있었다. 취미 삼아 공부해보라고 피겨 스케이팅 비디오테이프를 사줬는데, 거기에 나온 선수들의 모습을 열심히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연아의 표정은 이만저만 진지한 게 아니었다. 잘 올려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잡아 올리기도 하고, 나긋나긋한 손동작을 흉내 내기도 했다. 입꼬리에 미소를 짓거나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표정 연기까지 제 딴에는 똑같이 따라하느라 기를 쓰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이다. 그 안에서 보석을 꺼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한테 어떤 재능이 숨겨져 있는지, 그 재능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세 명이나 키워낸 이원숙 여사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분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 아이가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피아노 앞에 앉혀놓으면 꾸벅꾸벅 졸던 정경화는 바이올린을 만난 다음에 그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밤낮없이 연습을 하던 반면, 정명화는 피아노, 바이올린에는 흥미를 못 느끼더니 뒤늦게 첼로를 배워보고는 '사랑에 빠졌어'라며 좋아했단다. 막내 정명훈은 어려서부터 '세상에서 초콜릿과 피아노가 제일 좋아'라고 할 만큼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이처럼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라도, 자기가 갈 길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이처럼 아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결국 소질이 아닐까? 물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지만 연아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그토록 좋아하는데, 마침 스케이트에 요구되는 몸의 감각이나 체력, 체형, 근성과 승부욕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아이의 미래는 결국 아이가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지는 못할지라도 행동으로, 표정으로, 감정으로 반드시 보여준다. 부모는 그저 아이를 눈여겨 지켜보면 된다. 부모 자신이 만든 잣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아이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말을 해준다.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좋아하는 일은 아이 스스로 배운다 : 연아가 스케이트를 처음 배우던 해에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그때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피겨 스케이팅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연아는 그렇게 반복해서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따라 하길 즐겼다. 비디오를 얼마나 봤던지 연아는 안무의 순서도 빠짐없이 외우고 있었다. 그때는 꿈이나 목표 같은 것을 모를 때였으니 아마도 막연히 '저렇게 멋있게 하고 싶다'는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닮고 싶은 대상을 만들어 그것을 똑같이 따라한 것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자신이 새로운 동작을 하나씩 배울 때에도 비디오에서 봤던 유명 선수의 동작을 기억해내서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영어공부에서였다. 연아가 스케이트장을 오가는 차 안에서 나는 영어 테이프를 틀어줬다. 큰애가 듣던 테이프였다. 큰애는 돈을 들여서 따로 가르쳤지만 연아한테는 그럴 만한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얼마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연아는 그것을 따라했는데, 대충 따라하는 게 아니라 성대모사를 하듯 똑같이 따라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들리는 대로 남자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처럼, 아이 목소리는 아이 목소리처럼 따라했다. 그러다 가끔 책을 펼쳐보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연아가 갑자기 영어를 읽었다. 그때 큰 깨달음이 왔다. '아, 이렇게도 공부가 되는구나.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오로지 반복해서 듣고 따라한 것만으로도 스스로 깨우칠 수 있구나.'



뭐든지 흉내를 내면서 아주 근사치로 따라하는 습관은 노래에도 적용된다. 연아의 방에서는 지금도 가끔 노래 부르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안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안 되면 말아도 될 것을, 즐기고자 부르는 노래 한 곡까지 완벽하게 따라하고 싶은 모양이다. 무엇이 됐든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울 때까지 해내는 것, 하다가 안 된다면 그냥 건너뛰지 않고 될 때까지 해내는 것, 그것은 스케이트에서나 영어, 노래 한 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연아만의 완성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한다. 좋아하는 만큼 시간을 들이고 집중한다. 부모는 거기에 환경을 만들어주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주는 존재다.

2부 꿈의 주인은 아이, 꿈의 안내자는 엄마



엄마는 힘이 세다 : "엄마가 어쩌다 코치 일까지 하게 되셨어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체육을 전공했느냐, 스케이팅 이론을 공부했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체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시절에도 의상을 전공했고, 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 연아가 스케이트를 시작한 후에도 특별히 운동에 관해 공부한 적은 없다. 내 전공과목은 오로지 연아일 뿐이다. 한번 작심하고 시작한 일, 우리 아이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최선의 것들을 찾다 보니 10년 세월 동안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지식이 쌓인 것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애가 안 넘어질 수 있을까?'이것이 내가 피겨 스케이팅에 전문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가급적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연습하는 아이도 있는데, 연아는 자기 몸을 던져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했다. 나는 연아를 보면서 원리를 터득하고, 연아를 보면서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유명 선수들의 비디오 자료를 봤다. 그들은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관찰했다가 연아한테 적용해봤다. 도약할 때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발의 모양을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관찰하고 분석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때그때 코치 선생님께 물어보며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런 이유에선지 연아의 점프가 높이 평가받는 것에 대해 '엄마 효과가 크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있다. 운 좋게도 연아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 기초를 탄탄하게 배웠고, 나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연아가 선생님들의 지도를 흐트러짐 없이 기억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다. 그것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엄마들은 힘이 세다. 환경이나 먹거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엄마들의 마음에도 가장 밑바닥에는 '내 아이'가 있다. 내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필요에 의해서 사회적인 관심까지 넓혀가는 것이다. 엄마는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사회를 바꿔놓을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둥이 주부였던 나도 피겨와 운동의 원리에 대해서 줄줄 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이 '엄마'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천재성은 노력으로 완성된다 : 엄마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시기가 되면,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촌지'다. 스케이트를 시작하고 보니 이 분야에도 일부 그런 것이 존재했다. 코치 선생님이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좀 더 봐주기를 바란다. 단체 활동에서 물을 흐리는 것은 절대 반대이기 때문에 나는 촌지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에도 촌지를 '애용'하는 일부 엄마들의 아이는 결과적으로 큰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촌지를 앞세우는 엄마들은 대개 자신의 노력을 돈으로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연구하고 개선안을 모색하고 선생님과 의논해가면서 키워나갈 때 발전이 있는데,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돈으로 대신하니 어떤 성과를 얻겠는가. 돈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무엇도 노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력과 재능은 서로를 보완한다. 재능은 노력 없이 피어날 수 없고, 노력은 재능이 없으면 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 둘이 행복하게 만나는 순간이 바로 모든 아이들과 엄마들이 바라는 순간일 것이다. 점프를 하나씩 배워가다가, 연아는 6학년 때 그 어렵다는 트리플 점프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기술이든 연기력이든, 조금만 건드려주면 한꺼번에 피어올랐다. 나는 그때 어렴풋이'재능'이라는 것, '천재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남보다 앞선 결과를 내기는 했지만, 그저 스스로가 스케이트를 너무나 좋아했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하나씩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즈음의 연아는 옥수수 알이 팝콘이 되면서 '팡' 하고 터지듯 갑자기 노력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노력 없이 피어나는 꽃은 없다. 물도 끓기 전까지는 눈으로 보는 변화가 적다. 그러다 갑자기 보글보글 끓어오르듯, 재능이라는 것도 노력이라는 군불을 열심히 때다 보면 한꺼번에 피어오르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노력한 것을 어느 정도 결과로 나타내주는 아이라면 계속 그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지속해야 한다. 그러면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순간이 온다. 어느 분야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좀 잘한다는 평가를 받다가 주저앉는 아이들이 있고, 그럭저럭하다가 느닷없이 어느 순간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도 있다. 시기는 각자가 다를 수 있다. 간혹 "연아는 오래했으니까. 우리도 계속 했으면 저만큼 했을 거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했더라면…'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직접 시간 속에서 노력을 해온 뒤에야 그 말에 무게가 주어진다.



3부 꿈은 높게, 실행은 한 걸음씩!



동기부여는 가장 달콤한 채찍질 :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는 가끔 계단을 훌쩍 뛰어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동기부여다. 연아에게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있었다.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그때 1등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스케이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막연히 재미있어서 스케이트를 타던 시기를 넘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시기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그 경험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는 지금도 피겨 스케이트 꿈나무 엄마들에게 꼭 당부한다. "국내에서만 안달복달하면 안 돼요. 국제대회 나가서 내가 어느 만큼인지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인정받고 거기에서 목표를 정할 때 아이에게 큰 변화가 오거든요."



연아는 다행히 일찍부터 국내에서 인정받았다. 또래 중에서는 경쟁자가 없어 각종 대회에서도 항상 최고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정상에 서고 나니 기운이 더 빠졌다. 앞으로 갈 길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피겨 위상이라는 것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때였고, 국제대회에 나가면 예선 탈락이 일쑤였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 연아는 예상외의 성적을 거뒀다. 모두가 놀랐지만, 연아나 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래 연아는 '시합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합에서 성적이 좋았다. 연아는 큰 대회에서 주눅 들지 않고 평소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 왔다. 그런데 그것이 국제무대에서까지 통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때부터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자신감이 아이에게 생겼다.



또 하나 연아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대회에 나가서 쟁쟁한 외국 선수들을 직접 만나본 것이었다. 매스컴을 통해서만 바라보던 선수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연아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감히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을 것 같던 존재들이 나와 겨루는 경쟁자라니. 심지어 내가 그들을 이겨낼 수 있다니! 그런 사실을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세계대회만큼 좋은 영양제가 없다. 한 번 참가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의욕이 생겨난다. 그럴 때는 엄마도 간섭할 게 없다. 자기 스스로 의욕이 생겨서 하는 것은 옆에서 보조만 맞추면 된다. 그때 엄마는 다시 새롭게 목표를 재정비해주면 된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엄마가 해줘야 할 몫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의미를 크게 부여해서 아이가 새로운 의욕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는 아이가 꿈을 향해 가는 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해내야 하는 창작자다. 과정은 귀찮을지 몰라도, 노력 끝에 오는 결과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할 것이다.



경쟁자를 넘어서는 법 : 거침없이 달리며 세계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뒤, 연아에게는 항상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선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트리플 악셀이라는 뛰어난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그 선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그래도 야망이 있고 꿈이 있는데, 연아라고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겠는가?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트리플 악셀이라는 기술의 벽에 부딪혀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한 다음, 우리는 분석에 들어갔다. 넘지 못할 상대라고 해서 막연히 손을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먼저 상대 선수의 결과를 봤다. 그 선수에게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최고의 기술이 있었지만 나머지 기술들은 허술하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을 다시 세웠다.



먼저 빈틈이 없도록 나머지 기술을 완벽하게 해내기로 했다. 라이벌 선수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우리는 하나도 놓치지 말고 채워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를 더 넘어서기로 했다. 연아만의 장기를 하나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연아한테 연기력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그저 전략적으로 상대 선수가 갖지 못한 연기력을 우리가 갖추기로 했을 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광맥을 건드린 셈이었다. 연아에게는 기대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이 있었다. 연아는 종종 토털패키지라는 말을 듣는다. 그것은 일종의 전략이었다. 우리가 어떤 틈새로 파고들어야 할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갈지 연구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월등한 기술과 유연성까지 갖춘 강력한 라이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주저앉지 않고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그 벽을 돌아가는 길을 찾아냈다.



누구나 벽에 부딪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벽에 부딪쳤을 때일수록, 냉철하게 분석해서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반드시 벽을 뚫고 가거나, 벽을 뛰어넘거나, 벽을 돌아나갈 수 있는 멋진 길이 열릴 것이다. 신은 하나의 문을 닫을 때 어딘가에 또 다른 문을 열어놓으신다고 하지 않았는가.



4부 슬럼프, 그 높은 벽을 넘어



아픈 아이를 얼음판에 세우다 : 2007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간혹 자기 아이의 경기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다는 엄마들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경기를 어떻게 해냈는지 알아야 왜 감점이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우리의 채점 기준과 심판의 채점 기준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만은 나도 차마 연아의 경기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아이가 기어서 나올 것만 같아 가슴이 죄어들었다. 당시 연아는 부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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