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꿈꾸는 과학, 정재승 지음 | 푸른숲
있다면? 없다면!
정재승 지음
푸른숲 / 2008년 6월 / 288쪽 / 12,000원
제1부 기발한 상상, 유쾌한 세계
만약 하늘에서 주스 비가 내린다면?우리를 낭만적인 감상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고, 출근길이나 등굣길을 고생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비. 만약 그 비가 '물'이 아니라 과일 주스라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상상이나 한번 해보자.
야호! 일기 예보를 들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 댄다. 지구 온난화로 거의 두 달 동안 주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주스 비를 받기 위해 양동이란 양동이는 죄다 베란다에 꺼내 놓고, 청춘 남녀들은 주스 비 오는 날 데이트 약속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휴대폰 번호를 눌러 댄다. 호수와 저수지로 모여든 주스는 따뜻한 태양 아래 발효되어 풍미 좋은 술과 식초로 익어 가겠지. 주스 빗방울이 똑똑 떨어진 곳에서는 달콤한 돌이 자라난다. 주스 비가 내리는 세상은 겨울에 더 신이 난다. 노란 오렌지 눈, 빨간 딸기 눈, 세상이 온통 주스 눈으로 뒤덮인 광경 또한, 우리가 여태껏 지구에서 한 번도 만끽할 수 없었던 장관을 선사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정말 주스 비가 내릴 수 있을까? 먼저 비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부터 따져 보자. 지표면이 더워지면 물은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서 차가운 공기와 만나 아주 작은 물방울로 변한다. 이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구름이다. 이 구름을 이루고 있는 작은 물방울들이 한데 모여 뭉쳐지면, 무거워져서 밑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비'이다. 그렇다면 같은 원리를 작용해서, 물 대신 주스를 증발시켜 하늘로 올려 보내면 주스 비가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주스는 기본적으로 물(용매)에 과당과 구연산 같은 물질(용질)이 녹아 고르게 혼합된 용액이다. 이 주스를 약 100 로 끓이면 기체 형태로 날아가지만 주스 안에 들어 있던 과당이나 구연산은 100 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되어야 기화가 일어난다. 게다가 설탕이나 과당, 구연산 등은 100 정도가 되면 화학 구조가 파괴되기 시작하고, 파괴된 찌꺼기는 고체 형태로 주전자 바닥에 남게 된다. 그러니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들은 그저 물 분자들일 수밖에! 하지만 인공 강우의 씨앗으로 '주스 분말'을 사용한다면, 주스 분말이 구름 입자에 녹아들어 하늘에서 일회성으로 주스 비가 내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주스 비가 내리면 좋기만 할까? 우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이 웅대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는 여러 건축물들은 주스 비 때문에 점점 제 모습을 잃어 갈 가능성이 높다. 산성 물질은 원래 석고나 대리석은 물론 철까지 녹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게다가 주스는 고농도의 산성을 띠고 있으니, 세계 유적들이 남아나지 않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주스는 생명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일종인, 달콤한 맛의 '과당'과 '구연산'을 포함하고 있다. 이 새콤달콤한 맛은 사람들의 혀만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각종 미생물들도 주스 맛에는 환장을 한다. 그 때문에 주스가 조금이라도 고여 있는 곳은 순식간에 미생물 천국이 돼 버린다. 한편 주스 비가 내리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포유류들의 문제점은 어떨까? 일단 만성 피부염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주스 비에 촉촉이 젖은 포유류의 수북한 털 속에는 언제나 곰팡이와 세균이 득시글거릴 테니까.
사실 주스 비가 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스가 물의 자리를 대신했다는 데 있다. 당장 식물은 물을 마음껏 빨아들이기가 힘들어진다. 물은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뿌리의 진액보다 농도가 진한 주스가 스며있는 땅이라면 식물이 물을 흡수하기가 어려워져서 모두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동물의 몸에서 물을 흡수하는 방법도 식물과 같은 삼투압 현상이어서, 동물의 몸 밖으로 배출되는 땀과 소변의 농도보다 진한 주스는 아무리 마셔도 체내에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 줄 수 없다. 또 주스는 물보다 점성도가 크기 때문에 천천히 흐르게 된다. 해류의 점성이 높아지면 그 속도가 느려져서 지구의 구석구석을 빠른 속도로 순환하지 못하면, 적도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지고 그 외의 지역은 모두 얼어붙게 된다. 이쯤 되면 실제로 주스 비가 내리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반갑지 않다. 비록 온 세상을 적시는 우리의 비는 무색무취의 물로 되어 있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1950년대 사람들이 인터넷과 휴대폰 없이는 단 하루도 돌아가지 못하는 2008년의 서울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처럼, 2050년의 세상 역시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2050년에 사용하고 있을 신제품 목록 안에 꿈을 찍는 영사기, 일명 '드림 캠코더'가 들어 있지는 않을까?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의식과 사고 작용을 위해 신경 세포들이 주고받는 신호는 기본적으로 전기 신호다. 결국 우리 뇌 속의 기본 소자들 역시 컴퓨터나 TV 안에 들어 있는 회로 소자들과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지난 30년간 수행된 수면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REM 수면(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상태) 동안 뇌는 각성해 있을 뿐 아니라 정보를 처리할 준비까지 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뇌가 정보 처리 활동을 하는 동안 신경 세포들이 주고받는 전기 신호를 분석해서 정보의 의미를 캐내는 연구 성과가 결실을 맺는다면, 자는 동안 신경 세포들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 꿈의 내용을 코드화하는 드림 캠코더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세상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정말로 꿈이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예지몽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또 여학생들을 위해서는 꿈 다이어리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기장에 드림 캠코더가 달려 있어서 낮에 있었던 일은 일기장에 적고, 밤에 자면서 꾼 꿈은 드림 캠코더로 녹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꿈을 찍는 동물용 드림 캠코더도 아이들의 최고 인기 상품이 될 것이다. 한편 경찰서 취조실에도 드림 캠코더를 하나쯤 놔두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용의자가 자는 동안 기록해 둔 꿈 영상 속에 행여나 사건 현장이나 범행 장면이 생생하게 등장하기라도 한다면,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을 테니. 그런데 드림 캠코더의 최대 개가는 갓난아기의 꿈을 기록해,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들의 사고 형성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소설가와 영화감독들은 자신들의 빈약한 상상력을 꿈 필름으로 메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상상의 세계에서 최대 골칫거리는 아마 야한 꿈을 사고파는 거대한 '꿈 거래 암시장'의 등장이 될 것이다. 인기 연예인이 등장하는 꿈은 비싼 값에 팔릴 것이며, 마약 복용자의 환각 상태 꿈도 인기 만점일 것이다. 그런데 드림 캠코더가 불러일으킬 온갖 현상들을 상상하다 보면, 그 기저에는 '인간의 무의식은 솔직하다'는 테제가 깔려 있다. 즉 드림 캠코더는 원초적인 욕망과 불안으로 가득 찬 밤의 세계를 온전히 낮의 세계로 폭로할 것인데, 만약 당신의 무의식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공개할 용기가 있는가?
제2부 엉뚱한 상상, 기괴한 사람들
만약 사람에게 사슴 같은 뿔이 있다면?만약 사람들이 사슴과 같은 뿔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과는 뭔가 다른 용맹스런 기백이 풍기지 않을까? 이참에 사람에게도 뿔이 있는 세상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사슴과 같은 뿔을 달고 사는 세상. 중학생 깨비는 아침마다 늑장이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 이마에서 돋아나는 뿔 때문에 머리를 감을 때마다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 잠잘 때 베는 베개의 크기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고, 모자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학교로 가니 교문에서 용의검사가 한창이다. 학교에서 금하고 있는 뿔 염색을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 체육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대형 사고가 터졌다. 깨비의 단짝친구 노기용이 친구들과 농구를 하던 중, 공이 머리를 쳐서 뿔을 다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신체의 일부인 뿔이 부러졌건만 노기용은 뜻밖에도 꽤 여유로워 보인다. 지난번에 같은 반 친구 소각이의 뿔이 부러졌을 때는, 부모님이 직접 학교로 달려오시고 담임선생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뿔의 성장 주기가 서로 달라서 그런 것이란다. 기용이의 뿔은 사슴뿔과 같이 매년 새로 돋아나는 데 반해, 소각이의 뿔은 소나 염소의 뿔처럼 평생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영구용이었던 것이다.
뉴스를 보면 언젠가부터 칼이나 총 같은 흉기가 아니라, 뿔을 이용해서 잔혹하게 싸운 사건들이 날마다 늘어난다. 사람에게 뿔이 가장 강력한 싸움 수단으로 등극한 셈이다. 참고로 동물들의 세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뿔을 이용한 싸움이 끊임없이 발생해 왔는데, 왜냐하면 동물들에게 뿔은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송곳니가 없는 사슴이나 소 같은 초식 동물들에게 뿔은 거의 유일한 공격 무기로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뿔이 달린 동물들은 대부분 초식 동물들이다.
그렇다면 뿔이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뿔이 그렇게 유용할 것 같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사슴처럼 크고 멋진 뿔을 머리에 달기 위해서는 크나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예로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다 보니 목이 굵어지고 어깨와 목 근육도 두꺼워질 것이며, 위와 앞으로 옮겨진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다 튼튼한 다리와 허벅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 뿔 달린 사람들의 몸은 다리가 짧고 굵으면서 엉덩이가 큰 '하체 비만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뿔 달린 사람들의 세상은 재미있고 신나지만은 않다. 사람에게 뿔이 있다면 포기해야 할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로 머리에 사슴같이 큰 뿔을 얹은 비보이들에게 헤드스핀을 기대할 수 없을 테고, 터프한 로커에게도 헤드뱅잉이 무리일 것이다. 또한 연인에게 머리를 다정하게 기대는 일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화도 내지 말자. 어느 날 갑자기 내 머리에 뿔이 불쑥 솟아나올 수도 있으니!
만약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세상에서 가장 긴 혀를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2002년부터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영국의 '스티븐 테일러'가 그 주인공인데, 그의 혀 길이는 혀를 쭉 내밀었을 때 혀끝에서 입술 끝까지 무려 9.4㎝로, 보통 사람들의 혀보다 2배나 더 길다. 테일러처럼 긴 혀를 가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금순이는 혀가 긴 사람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의 혀는 어른이 될 때까지 자라는 키처럼 20대 초반까지 계속 커진다. 올해 열일곱 살인 금순이의 혀 길이는 25㎝로, 혀로 웬만한 일들을 다 할 수 있다. 아침 7시 반. 등교 준비로 분주한 시각. 금순이는 언제나처럼 혀로 쓱쓱 세수를 마치고 거울 앞에 앉았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밥은 굶고 나갈 수 있어도 양치질을 거를 수는 없는 법. 이는 물론 그 긴 혀까지 구석구석……. 이렇게 하다 보면 양치질 시간을 보통 10분이 넘는다. 왜냐하면 혀가 길어지면 그만큼 관리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헐레벌떡 학교에 도착한 금순이는 친구들에게 손짓 대신 긴 혀를 살랑이며 인사를 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금순이는 기다란 혀로 음식 하나하나가 가진 맛을 조금도 빼놓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식사를 한다. 혀가 길어진 만큼 미각 세포가 훨씬 더 많아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미각도 크게 발달했다. 앗! 그런데 반찬을 오물거리며 수다를 떨던 금순이. 그만 혀를 깨물어 버렸다. 혀가 길어질수록 혀를 깨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방과 후 금순이는 병원에 들렀다. 이제부터 혀에 갈색의 이끼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순이 혀에 낀 갈색 이끼는 위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다. 이렇게 혀를 통한 자가 진단으로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금순이. 다시 한 번 혀 청소를 열심히 하고 그날의 일을 정리한다.
과연 혀가 길면 생활하는 데 편하기만 할까? 아니다. 긴 혀를 입 안에 돌돌 말아 넣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말려있는 긴 혀로는 '말'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혀의 점막에는 설선이라고 하는 작은 침샘이 있어서 끊임없이 침을 분비함으로써 입 안과 혀가 마르지 않도록 보호하는데, 혀가 길어지고 입 안이 넓어지면 더 많은 양의 침이 끊임없이 분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벌어진 입 사이로 끈적끈적하게 질질 흘러내리는 침을 제어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혀는 그것이 살기에 꼭 알맞은 크기의 입 안에서 지금 충분히 자유롭다.
만약 손가락이 사라진다면?만약 손가락이 없는 세상이 존재한다면, 그곳에선 어떤 연주회가 벌어질까? 섬세하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타악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운드와 리듬을 만들어 내며 사물놀이가 그러하듯 흥겨운 무대를 연출할 수 있겠지만, 분산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선율의 바이올린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스포츠는 어떨까? 손가락이 없는 야구 선수들을 상상해 보라. 타자는 방망이를 움켜잡는 대신 손에 끼우는 방식으로 공을 치고 투수는 야구공을 감아 쥘 손가락이 없어 커브와 슬라이더는커녕 직구조차 던지기 버거울 것이다. 농구 코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멋진 선수들의 신들린 듯한 덩크슛 대신 두 손으로 살포시 던지는 농구 황제의 소심한 플레이를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손가락이 없는 세상에선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면서부터 낯선 문화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양치질을 할 수 없으니 가글로 만족해야 하고, 아침을 먹을 때도 수저나 포크를 사용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반지가 사라지고 팔찌가 가장 중요한 장신구가 되는 것도 지금의 우리와 다른 점이다.
손가락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사람의 손가락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이룩한 문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인류는 먼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이한 해부학적 변화를 거쳤다. 즉, 대뇌에서 손 근육으로 직접 이어지는 신경 경로가 생겨났고, 뇌의 영역 중 손을 제어하는 영역이 크게 할당되었다. 참고로 뇌가 관장하는 신체 기관을 뇌 영역의 크기에 맞춰 그려본다면, 손과 손가락은 뇌가 담당하는 영역이 매우 커서 무려 30%나 되는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덕분에 손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매우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즉 '손'이라는 도구를 가진 인간은 망치를 사용하고, 피아노를 치며, 컴퓨터 자판을 누를 수 있는 동물로 발전하면서 위대한 인간 문명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인류 문명 발달의 원천인 언어 또한 손가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증거도 있다. 손을 이용한 동작이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가 아니라, 어휘 기억 장치의 문을 여는 열쇠로 작동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