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 W미디어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W미디어 / 2008년 4월 / 224쪽 / 10,000원
제1부 군중 정신
1장 군중의 일반적 특징 - 정신적 일체성의 심리적 법칙 통상적인 의미에서 '군중'이란 단어는 불특정 개인들의 집합체를 의미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어떤 특정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개인들의 감정과 생각은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일시적으로 명확한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 집합체를 '조직된 군중'(심리적 군중)이라 할 수 있다. 이 집합체는 단 하나의 개체를 이루며 '군중의 정신적 일체성 법칙'에 따른다. 다시 말해서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수천 명의 개인들일지라도 국가의 중대사와 같은 일에 한순간 격렬한 정서에 사로잡힐 때 이들은 심리적 군중으로서 속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군중의 특성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무책임한 행동으로서 군중 속 개인은 군중 속에서의 익명성을 통해 책임감 없이 제멋대로 행동한다. 두 번째, 정신적 전염인데 군중 안에서 모든 감정과 행위는 전염성이 있어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희생시킬 정도이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요인인 피암시성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조종자의 암시에 복종하고 그에 따른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2장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1. 군중의 충동성, 유동성 그리고 과민성군중은 외부로부터 전달되는 자극에 의해 행동하는데 군중을 지배하는 자극의 성격에 따라 너그럽거나 잔인하게 또는 영웅적이거나 소심하게 행동할 수 있다. 군중은 무엇도 미리 계획될 수 없다. 즉 과민하고 유동적이다. 군중의 유동성 때문에 군중을 지배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충동적이고 유동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과민성, 유동성, 충동성 그리고 모든 대중적 정서들은 민족적 본성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민족성이 바로 군중의 감정을 생성해내는 불변의 토양이 된다.
2. 군중의 피암시성과 맹신군중은 어떤 은근한 암시를 통해 행동하게 된다. 최초의 암시는 형성되는 즉시 모두에게 전파되어 그들 하나하나의 머릿속에 자리잡으며, 이로써 군중이 나아갈 방향은 결정된다. 피암시 상태에 있는 군중의 생각은 곧 행동으로 전환된다. 개인과 달리 군중 속 인간은 암시 받은 행위와 그것의 실현에 반대할 만한 이유와의 관계를 이성적으로 저울질하지 않는다. 군중은 주관과 객관을 거의 구분하지 못한 채 이미지들을 실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은 관찰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3. 군중 감정의 과장과 단순주의군중이 표현하는 모든 감정은 단순한 동시에 과장된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감정의 극단적 단순화 및 쉽게 과장되는 성향은 군중으로 하여금 의심과 회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군중 안에서 팽창되는 것은 감정일 뿐, 그 어떤 경우에도 지성이 확장되지 않는다. 결국 군중은 감정의 영역에서 매우 높은 곳까지 그리고 매우 낮은 곳까지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4. 군중의 아집과 독선, 그리고 보수주의군중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감정을 지니기 때문에 암시된 견해, 의견, 신념 등은 단번에 받아들여지거나 거부되며, 극단적으로 절대적 진리 혹은 절대적 오류로 간주된다. 독선과 불관용은 모든 군중집단의 일반적 특성이지만 다양한 정도차를 보인다. 독선과 편협은 군중 안에서 쉽게 형성되는 분명한 감정이며, 요구되는 즉시 활용 가능하다. 군중은 무의식에 조종되는 한편 유전적 특성의 지배 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극도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전통에 대한 애착과 존중은 가히 절대적이며, 삶의 현실적 조건을 바꿀 수 있는 모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무의식적 혐오는 너무 깊다.
5. 군중의 도덕성충동적이며 유동적인 존재인 군중에게서 도덕성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헌신, 자제, 무욕, 자기희생, 공평무사와 같은 품성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까지 넓게 포함시킨다면 가끔은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군중이 살인, 방화 등 모든 형태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헌신과 희생을 감수하고 선행을 펴는 것 역시 가능하다. 오히려 개인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일들도 할 수 있다. 이는 영광, 명예, 신앙 또는 애국심에 의해 강한 자극을 받을 때 가능하다. 그러므로 군중은 하위 본능에 쉽게 스스로를 내맡기기도 하고 한편 성숙한 도덕 행위의 본보기를 제시하기도 한다.
3장 군중의 사상, 사유, 그리고 상상력
1. 군중의 사상군중의 사상은 두 가지 일시적 사상들과 근본적 사상들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순간의 영향 하에서 우연히 생성된 일시적 사상들은 예를 들면 한 개인이나 교리에 대한 열광 등이다. 한편 사회 계층, 세습, 여론 등의 뒷받침으로 매우 강한 안정성을 획득한 근본사상들은 예를 들어 과거의 종교적 신앙이나 민주주의 및 사회주의 이념 등이다. 이 근본 사상은 천천히 흐르는 깊은 강물에 비유될 수 있고 일시적 사상은 수면 위의 계속해서 물결치는 작은 파도들로 비유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사상이 초래하는 결과이다. 중세의 기독교 사상, 18세기의 민주주의 사상, 사회주의 사상들은 수준 높은 것이 아니며, 철학적 견지에서 이것들은 꽤나 초라한 오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매우 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군중의 영혼에 침투한 사상이 큰 힘을 가지게 되면, 그에 따라 일련의 피치 못할 결과들이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 철학적 개념들이 군중의 가슴에 뿌리내리기까지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사회적 평등, 추상적 권리, 이상적 자유의 실현을 향한 한 민족 전체의 도약은 모든 왕권을 뒤흔들었으며, 서구 사회 전체를 깊이 바꾸었다.
2. 군중의 사유군중은 결코 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군중의 저급한 사유는 관념의 연합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군중의 이런 관념들 간에는 사고에 의한 유추나 연속에 의한 피상적 연관성 외에 어떤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다. 그저 겉보기에 비슷할 뿐 상이한 사물들을 관련짓고, 특수한 문제를 즉각적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군중 사유의 속성이다. 그래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거나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 예로 이따금 군중 앞에서 낭독된 순간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했던 연설문을 정독하면 그것은 사실 너무나 부실한 내용의 원고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3. 군중의 상상력군중의 상상력은 매우 풍부하고 활동적이며, 깊이 자극 받는다. 인물, 사건, 사고에 의해 그려진 이미지는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큼 생생하다. 군중에게 비사실적인 것이 가장 눈길을 끌게 된다. 이 때문에 군중을 강하게 사로잡는 것은 언제나 사건의 불가사의하고 신화적인 측면이다. 군중은 이미지에 의해 반응하고 동요된다. 이미지만이 군중을 겁주고, 유혹하며, 힘을 가해 움직이게 한다. 지배자의 위력과 국가의 권력은 바로 민중의 상상력 위에서 확립된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을 동요시켜 군중을 이끄는 것이다. 위대한 역사적 사건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 종교개혁, 프랑스 혁명, 그리고 오늘날 위협적으로 만연해 있는 사회주의는 모두 군중의 상상력 위에 생성된 강한 인상들의 직 간접적 결과이다.
4장 종교적 형태를 띤 군중의 신념확고한 신앙의 시대에도 또 18세기와 같은 중요한 정치 변동의 시대에도 군중의 신념은 언제나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종교적 감정'이라 명명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것 같다. 이 감정은 다음과 같은 매우 단순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월하다고 추정되는 존재에 대한 숭앙심, 그 존재가 지니고 있을 마술적 위력에 대한 두려움, 그의 계명에 대한 맹목적 복종, 결코 그의 교리에 의문을 제기 할 수 없다는 사실과 포교하려는 욕구,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려는 경향 등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 중에서 군중의 신념을 감싸는 종교적 형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의 폭력성, 살상, 왕들에 대한 선전포고 그리고 종교개혁, 생-바르텔르미 대학살(1572년 8월 24일, 생-바르텔르미 축일에 파리에서 발생한 가톨릭의 신교도 학살 사건), 종교 전쟁, 종교 재판, 공포 정치 등은 다 같이 확고한 종교적 형태의 신념을 가진 군중에 의한 사건들이었다.
제2부 군중의 신념과 여론
1장 군중의 신념과 여론 형성의 간접적 요인들군중의 신념과 여론이 생성되며, 확립되는 간접적 요인과 직접적 요인들이 있는데, 간접적 요인 중에는 모든 신념과 여론의 기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것들이 있다. 이 요인들은 민족, 전통, 시간, 제도, 교육 등이다.
1. 민족민족이 형성되자마자 신념, 제도, 예술 등 그 문명을 구성하는 제반 요소들이 모두 민족혼의 발로로 변화한다. 철저하게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요소도 한 국민으로부터 다른 국민으로 옮겨갈 수 없게 하는 강력한 힘, 그것이 바로 민족의 힘이다.
2. 전통전통은 과거의 사상, 욕구, 감정들을 표상하는 한 민족의 총합체이다. 한 민족은 과거에 의해 형성된 유기체이며, 모든 유기체가 그러하듯 오랜 시간의 유전적 축적 없이는 변형될 수 없다. 전통 없이는 국가정신도, 문명도 있을 수 없다. 전통 없이 문명은 없고, 전통이 서서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진보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과거 제도들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주 조금씩 수정해가는 일이다.
3. 시간시간은 모든 신념을 탄생시키고, 자라게 하며, 죽게 만든다. 신념이 영향력을 얻는 것도, 그것을 잃는 것도 모두 시간에 의해서이다. 시간은 신념 및 생각들의 거대한 잔재를 축적한다. 그 위에서 한 시대의 사상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 시대의 사상은 과거의 딸이며 미래의 어머니이고, 변함없는 시간의 노예이다. 그러므로 시간은 우리의 진정한 주인이다. 무엇이든 그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그저 시간이 흐르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정치, 사회적 구조의 편성은 수세기가 요구되는 일이다. 적합한 규범들을 찾기까지 봉건제도는 수백 년 동안 미완의 상태로 있었다. 절대 군주제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고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
4. 정치, 사회제도국가의 발전은 법제도와 정체 개선의 결과이며, 법령에 의해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도 널리 퍼져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된 이 사상이 여전히 현대 사회이론들의 근거 구실을 한다. 그러나 제도는 사상과 감정과 관습의 소산이며, 이 사상과 감정과 관습은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도와 정체는 민족의 산물이다. 그리고 한 시대의 피조물이다.
5. 교육현재 우리의 교육은 그것의 수혜자인 대다수의 사람들을 사회의 적으로 만들고, 가장 해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를 구축할 수많은 문하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러한 라틴식 교육의 우려스러운 점은 교과서를 암기하면서 지성을 계발할 수 있다는 식의 근본적인 심리학적 오류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식을 통한 학위 취득자들을 배출하는 국가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고용하고 나머지는 무직자로 내버려둔다. 그러므로 다수의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적으로 남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만을 품은 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을 키워내는 곳 그리고 라틴 민족들에게 닥칠 퇴락의 시대를 마련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2장 여론 형성의 직접적 요인들
1. 이미지, 단어, 문구군중에게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더라도 어휘와 문구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필요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성과 논리적 주장도 특정 어휘나 문구들을 이기지는 못한다. 엄숙하게 발음되는 말들에 군중은 즉시 경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 말들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웅대하면서도 막연한 이미지를 그려 넣는데, 의미를 흐릿하게 만드는 이 막연함이 오히려 그 말의 신비한 힘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낱말과 문구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힘을 지닌 것은 아니며, 이미지를 환기시킨 후 약화되어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말은 유동적이고 일시적이며 가변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달라지는 말로 군중을 움직이려 한다면, 그 순간 눈앞에 있는 청중에게 어떤 뜻으로 이해될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격동과 신념의 변화를 겪은 군중이 어떤 특정 단어에 의해 연상되는 이미지에 깊은 혐오감을 느낀다면, 진정한 통치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바로 그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2. 환상거듭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군중을 매혹시킬만한 그 어떤 이상향도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환상을 갈구하는 특성을 가진 군중은 본능적으로 이상향을 제시하는 연설가에게 몰려든다. 민중의 진화를 이끈 중대한 요인은 결코 진실이 아니었다. 바로 오류였다. 오늘날 사회주의가 그토록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살아있는 유일한 환상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적 환상은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과거의 잔재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미래 또한 그것에 귀속되어 있다. 군중은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류를 숭앙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군중에게 환상을 품게 하는 자는 주인이 되며, 군중을 각성시키려 드는 자는 그들의 희생양이 된다.
3. 경험경험은 군중의 영혼 속에 진리를 확립하고 지나치게 위험해진 환상들을 부수기 위한 거의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군중의 영혼에 뿌리내린 오류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 아주 광범위한 계층에서 그리고 여러 시대에 걸쳐 자주 반복된 경험이어야 한다.
4. 이성군중은 이성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저 투박한 관념의 연합을 이해할 뿐이다. 따라서 그들을 동요시킬 줄 아는 연설가는 언제나 그들의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한다. 논리적 법칙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위력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껏 모든 문명 형성의 커다란 원동력이었던 명예, 자기희생, 종교적 신앙, 야망, 애국심 등의 감정은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3장 군중의 선동가와 설득 수단
1. 군중의 선동가대체로 선동가들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사회 계층의 전역에 걸쳐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은 혼자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즉시 선동가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전문 분야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분명하고 논리적인 생각도 갖지 못하며, 스스로의 행동 방향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 선동가가 그들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선동가들의 권위는 매우 전제적이며, 바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