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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서형숙 지음 | 21세기북스
1장 엄마들의 마음을 붙들래요



엄마학교를 열기로 마음먹은 뒤, 계동 일대로 집을 구하러 다녔다. 소박한 한옥이 많으면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계동만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집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학교 터전은 반드시 한옥이어야 한다는 마음은 포기할 수 없었다. 부동산에서 처음 이 집을 보여주는데 한옥도 양옥도 아닌 것이 가관이라 생각했다. 더 살피지도 않고 들어서려다 말고 대문간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이게 무슨 한옥이에요?" 그런데 집에 와 누워 곰곰 생각을 하니 눈에 선 것 몇 군데만 손보면 쓸 만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를 가장 기겁하게 만든 물건이 바로 난간이다. 지금은 검은 철물로 교체했지만 원래의 스테인리스 난간은 정말 끔찍했다. 난간을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꿈꾼 것이 있다. 딱 하나밖에 없는 난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철판을 레이저로 잘라 나뭇가지모양의 난간을 만들고 싶었다. 숲 속 나무를 이 작은 한옥의 난간에 모두 들여놓겠다는 야심찬 꿈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준비하면서 바로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하여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 대신 단순하되 한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철판 조립 난간으로 바꾸었다. 문고리와 질감, 색상이 같은 흑청색으로 했더니 낯설지 않고 정갈하여 적당했다. 많은 공을 들인 것도 아니고, 생각만 조금 더 했을 뿐인데 결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바닥에 놓인 징검다리는 성북동 집 뒤뜰에 깔고 남은 둥근 현무암으로 만들었다. 지난 여름 단순한 디딤돌이던 이 돌을 집 마당에 놓아 작은 실개천을 만든 적이 있다. 돌을 따라 물이 굽이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비 오는 날 어린아이처럼 물장난을 치며 하루 종일을 보냈다. 엄마는 아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평탄한 길에서는 징검다리가 필요 없듯 엄마도 아이가 잘 지낼 때는 나설 필요가 없지만, 어려움에 맞닥뜨리면 징검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건널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야 하는 것이다. 징검다리가 되어 내 아이들을 키웠듯이 이제 여러 엄마들에게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엄마들은 제 아이들의 징검다리가 되겠지.



작년 여름, 엄마학교를 물색하고 단장을 하며 계속 눈에 걸렸던 게 동네 초입부터 늘어선 화분 더미였다. 버려진 온갖 폐플라스틱 화분에 바가지, 양동이들로 가득해 쳐다보기 민망했다. 너무 더러워 눈을 감고 싶을 때도 있었다. 6개월이 지난 4월 초, 화분 주인 할머니께 말씀드려 10여 년 된 화분을 다 정리하고 벽돌 화단을 쌓았다. 두어 시간 일을 하니 동네가 환해졌다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찬사가 자자하다. 아직 자리 잡은 화단은 아니나 그래도 정갈하다. 무엇보다 안과 밖이 다르지 않아 좋다.

엄마학교 현판은 우리 엄마가 직접 써주셨다. 학교를 열자 그에 맞는 현판이 필요했다. 대문 위 길이와 높이를 재서 보냈다. "엄마, 곱고 부드러운 서체로 '엄마학교' 하나만 써줘요." 엄마가 글씨를 써주시면 서각하는 이에게 현판으로 만들어 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현판이 올라왔다. 시골 이웃 조각사가 일이 없다기에 아버지께서 맡겼다고 하셨다. 이웃을 생각하는 아버지와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현판이라 더욱 정이 간다.



엄마학교는 삼삼한 학교다. 삼삼한 엄마들이 찾아오니 삼삼하고, 숫자 3이 많아서 삼삼하다. 우선 엄마학교를 찾아오려면 전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3분 동안 300m를 걸어야 한다. 주소는 계동 101-3이고, 전화번호는 766-1963이다. 이렇게 3이 많으니 이곳에 오는 엄마들의 삶도 틀림없이 삼삼해질 것이다. 엄마학교는 작은 방 두 칸에 부엌 한 칸과 화장실, 지하 홀이 전부다. 인형같이 작고 앙증맞은 집이다.



붓들레야, 엄마학교 뒤뜰에 피어 있는 이 꽃에는 '엄마들의 마음을 붙들래요' 하는 내 마음이 담겨 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아이를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오래도록 칭찬하고 웃음으로 두 팔 벌려 맞아주는 좋은 엄마로 거듭나도록 안내해주고 싶은 나의 바람이 꽃 이름에 담겨 있다. 처음 엄마학교를 열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만류했다. "아이 기르느라, 한 살림 하느라 수고가 많았으니 이젠 쉴 것이지, 왜 일을 만들어 사서 고생하는가?" 나는 조곤조곤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했지만 남편은 본인 생각에만 몰두했다. 어차피 내가 해나갈 일이니 남편의 의지보다는 내 의지가 더 중요했다.



내가 벌이는 일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는지 남편은 어느 것 하나 협조하지 않았다. 내가 건축가와 사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대개 "남편이 다 손봐주셨죠?" 라고 묻는데, 나를 과소평가해도 유분수다. 뭐 이만한 일에 전문가 남편을 부르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하룻밤 사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일사천리로 현실에서 다 꾸몄다. 서당 개 23년 아닌가. 본 게 얼마고 들은 게 얼만지. 또 학교 다닐 때 가정공부는 뭐 헛했나? 물확, 장군, 징검다리 돌 등 집에 있는 것을 탐내는 날 보고 남편은 놀렸다. "언놈이랑 살림 차렸소?" 무관심도 비아냥거림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확고히 움직이며 일을 벌여놓으니 그제야 남편은 뭘 해줬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남편의 유일한 협조는 마무리하는 날 붓들레야를 옆으로 살짝 밀라고 조언한 것이다.



작년 9월 아이들 기르느라 고통받는 엄마들에게 행복한 엄마 되는 법을 나누고자 엄마학교를 열었다. 육아가 달콤하고 교육이 편안하고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학교를 여니 반응이 뜨거웠다. 『엄마학교』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학교는 붐볐다. 이론서나 학설이 아닌 이 땅에서 내가 느끼고 실천하여 열매를 딴 사실이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잘 안 되는 것-화내지 않기, 욕심 접기,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여 웃으며 대하기 등-을 해낸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2장 엄마의 자리에서 호사를 누려요



엄마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낸 것이 꽃방석을 장만하는 일이었다. 엄마학교에 찾아오는 엄마들을 꽃방석에 앉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자신의 호사를 포기하고 아이를 돌본다. 어느 엄마나 아이를 위해 힘을 들이고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마음을 쓴다. 엄마학교를 열기로 한 것은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그랬기에 엄마들이 머무는 이곳, 어는 한구석도 대충대충 만든 곳이 없다. 엄마학교를 찾은 엄마들에게 최상의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고, 꽃방석에 앉혀놓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었다.



신기하다. 엄마들 스무 명이 다녀간 자리, 머리카락만 날릴 뿐 표가 나지 않는다. 차를 마시고 난 잔을 닦아놓고 집기들을 제자리에 놓고 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몸에 뱄다. 보랏빛 비단 쓰레기통마저 탁자 아래 숨어 있어 깔끔하다. 처음 엄마학교에 오면 '엄마학교에 오면 이렇게 하세요'에 따라 움직인다. 처음 오는 분께 내가 안내를 하고는 "이제 선배가 되셨으니 뒤에 오는 분께도 똑같이 안내하세요."라고 이르면 그대로 한다. 차례차례 안내를 하니 자연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게 된다. 누구나 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기르고 싶은 엄마들이다. 내 아이의 친구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몇 명 엄마를 통해 보고 알게 된다. 손님들이야 직접 차를 대접하지만 이곳은 공부를 하는 곳이다. 더구나 근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일일이 접대할 수는 없다. 필요한 분들이 직접 만들어 마시고 마무리도 본인들이 해야 한다.



지하 홀 한 면에는 엄마들의 소망을 적은 메모가 즐비하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한결같은 바람을 갖고 온 엄마들은 저마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어떤 엄마는 강의 중에 계속 훌쩍이며 코를 풀기에 감기가 심한 줄 알았다. 더구나 마주 앉은 두 사람이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2시간 내내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우는 거였다. 그날 소망판에 '참회하고 갑니다'란 글귀가 붙었다. 그걸 보면서 이곳에 미움도 실수도 갖은 회환의 상처도 다 털고 가기를, 그리고 새 삶을 시작하기를 빌었다.



엄마학교에 오면 누구나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여름이라면 찬 녹차, 보이차, 국화차, 이슬차 등과 냉장고의 물, 겨울이라면 뜨거운 차가 준비되어 있다. 기본 차는 학교에서 준비하지만 다른 것을 선택한다면 각자 알아서 꺼내 마셔야 한다. 특히 첫 번째 서랍에는 커피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온 차가 그득 들어 있다. 여행 중에 산 것, 각 나라 친구들이 보내준 것, 또 우리나라 친구들이 선물한 것들이다. 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것들이었는데 처지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여행지에서 무료로 주는 차도 모두 모아다 놓으니 더욱 다양한 차가 준비되었다.



요즈음은 보이차가 가장 인기가 좋다. 아마 방송에서 내장에 낀 기름을 빼서 살이 빠진다고 하여서 그런 모양이다. 이슬차도 좋다. 수숙으로 만든 차인데 달콤하다. 국화차는 위를 보한다고 서양 사람들도 즐기는 차다. 향기가 유난한 재스민차, 라벤더차, 연둣빛 찻잎이 그대로 살아나는 용정차, 부드러운 레몬차, 덤덤한 현미녹차, 떨어지면 엄마들이 미리 준비 준비하는 '3박자 커피'도 있다. 아, 초봄에 더욱 향기로운 쑥차도 매력 있다. 가장 귀한 차는 뭐니 뭐니 해도 백연잎차다. 갖은 맛과 향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맛이 일품이다. 색이 진해 광목 컵받침을 볼품없이 물들이기도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름대로 기분 따라 취향 따라 날씨 따라 맘껏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엄마학교 최고의 호사는 화장실에서 누린다. 다른 물품들은 다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거나 맞춘 것들이다. 하지만 화장실 것은 모두 내가 직접 수놓고 만든 것이다. 워낙 꽃을 좋아하는데 양귀비는 특히 사랑하는 꽃이다. 고졸한 가지 끝에 그리도 화려한 꽃이 피는지. 게다가 종잇장처럼 얇고 쪼글거려 조화로 착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색색의 양귀비가 다 곱지만 그래도 화장실엔 빨강이 제격이다. 그냥 빨강은 아쉬워 사이사이 짙붉은 색으로 음영을 두었다. 꽃봉오리와 반만 핀 것을 섞으니 엄마, 아빠, 아이가 함께 어우러진 듯 다정하다. 화장실, 양귀비에 그런 느낌을 담았다.



큰아이가 국제행사에 참여했다가 태국 친구에게 비단 주머니를 받았다. 아이가 행사에 다녀오면 나는 옆에서 짐 푸는 일을 구경하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아이가 각 나라의 풍물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는 것은 뭐든 살피길 좋아하는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다, 사실 다 합쳐도 몇 푼 나갈 것도 없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날 아이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 하나를 슬며시 내밀었다. "엄마 쓰세요." 예쁘긴 하지만 태국의 고급 수직 비단으로 만든 물건을 도대체 무슨 용도로 쓸까 망설이다 침대 곁에 두고 먼지를 담기로 했다. 날마다 고운 먼지만 채울 뿐 비어 있던 것이 엄마학교의 쓰레기통이 되었다. "선생님, 이게 쓰레기통이에요?" 엄마들은 대부분 쓰레기통이라고 가르쳐줘도 못 찾는다. 비단 쓰레기통이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한국에서 주부로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정을 재생산의 공간으로 안락하게 꾸리고 철철이,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잘 기르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어른 노릇을 해야 한다. 돈을 관리하고 시간을 쪼개 내 발전도 꽤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닥치는 대로 잘해내는 주부들을 보면 참으로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참 용하다, 생각해보면 정말 잘살아왔다. 8년 전 15년 동안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나 자신에게 상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냈으니 뭔가 좋은 선물을 내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주알 열한 개로 만든 나무 모양 브로치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 살림 운동 10주년을 기념하고 11년을 향해 나아가는 내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3장 아이 마음을 읽으면 육아가 즐거워요



방석에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과 해탈, 자기승화의 상징인 연꽃만 그려 넣었다. 아이를 기르며 날마다 온갖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은 기쁨을 맛보라는 뜻으로 모란을 택했다. 또 아이를 기르다 보면 참을성을 기르고 용기를 배우며 대범해지니, 득도의 길이 따로 없다 생각했다. 그 과정을 잘 겪으면 해탈에 이르게 된다는 뜻에서 연꽃 문양을 골랐다.



엄마학교 방석 가운데 똑같은 방석은 하나도 없다. 비슷한 것은 있어도 똑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때로 '나 같으면 이랬을 텐데…….'하며 다른 사람을 타박한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닌데,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터무니없는 일이다. 만일 우리가 나처럼 생기고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해보라. 기겁할 일이고, 끔찍한 일일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를 들여다보라. 곳곳에 숨어 있던 아름다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내 아이가 아닌가. 내 입장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아이의 행동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가게 될 것이다.



꽃방석을 뒤집어보면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어떤 것에는 봉오리, 어떤 것에는 연밥, 개구리,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나는 그저 각기 좀 다른 모양의 봉오리를 원했는데,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린 작가가 머리를 싸매더니 새로운 창조를 해낸 것이다. 덕분에 활짝 핀 꽃의 뒷면에 상상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나타나게 되었다. 엄마학교 엄마들에게 꽃방석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안내한다. 버럭 화내는 아이의 이면에 작은 봉오리 같은 여린 마음이 숨어 있음을 읽자는 제언이다. 그 마음을 읽으면 화가 나지 않게 되고,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다는 '화 참기'가 된다. 컴퓨터에 몰두하는 아이의 이면을 읽으면 학교생활이 힘들거나, 친구관계가 복잡하거나 하는 말 못할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치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의 이면에는 유치원 선생님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다. 때로는 입으로 하는 말보다 몸으로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간혹 아빠가 엄마학교 학생으로 오기도 한다. 늦둥이 아들의 아빠, 손자를 돌보게 된 60대 할아버지,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한 아빠, 신혼의 예비 아빠도 있다. 그래도 엄마학교는 대부분 여자들만의 공간이다. 그런데 여인 천하에 다른 성이 하나 끼어 있다. 바로 화장실 세면대 위에 놓인 비눗갑이다. 욕조에 여우가 홀딱 벗고 누워 있는 모양인데, 손을 씻으려 비누를 드는 순간 엄마들은 배꼽을 잡는다. 기겁할 정도는 아니고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간혹 "늑대가 남자지 무슨 여우가 남자예요?"라고 묻는 엄마도 있다. "아니 왜 여우는 수컷이 없나? 피노키오의 여우는 남성인 것 같은데……." 여하튼 홀딱 벗은 여우 덕분에 엄마학교에서는 자주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라도 자주 웃으니 좋다. 웃음만 한 묘약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엄마학교' 지하실 한편에 푸른 담쟁이 벽이 있다. 지하 공간을 좀 생기 있게 보이려 천으로 만든 담쟁이를 벽에 붙였는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쟁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담쟁이덩굴 한 가운데에는 이렇게 써 넣었다. 담쟁이에게 물었다. "그렇게 작은 손으로 어떻게 높은 벽을 타니?" 담쟁이가 말했다. "날마다 할 수 있는 만큼 올라가. 조금씩, 조금씩." 뭐든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다. 담쟁이처럼 하루하루 쉬지 않고 노력할 때 높이 오르게 된다. 걸음이 너무 느리다고, 넘어야 할 담이 높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욕심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점을 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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