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왜?
마르코 라울란트 지음 | 프로네시스
1장 행복호르몬의 마술
왜 성공하면 행복감이 들까?
몇 주 동안 밤을 새워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다. 이제 시험을 치르고 초조해 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바로 그때! 우편으로 통지서가 도착한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고 통지서를 훑어 내려간다.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시험 결과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 있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합격'이라고 쓰여 있다! 기쁨에 차서 소리를 질러대고 흥분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래, 해냈어!"
누구나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시험에 합격했을 때만이 아니라 경기에서 이겼을 때, 자신의 컬렉션에 빠져 있던 수집품 하나를 벼룩시장에서 발견했을 때, 평소 좋아하던 사람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을 때도 이렇게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루려 했던 일을 성취했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의 뇌에서 뇌 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전달물질이 분비되면, 행복과 쾌감중추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신경호르몬인 도파민은, 중뇌의 작은 영역에 엘도파(L-dopa) 아미노산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뇌의 명령을 받아 분비된다. 성공을 거두면 여기에 있던 도파민이 자극을 받아 감정중추에서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과제를 수행한 원숭이에게 사과주스를 주자 원숭이의 뇌에서 도파민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원숭이에게는 물을 주었는데, 이때 원숭이의 도파민 수치는 변함이 없었다. 재미있게도 과제를 해결했을 때 주어지는 대가가 클수록 뇌의 도파민 분비량이 더 많아졌고, 기쁨도 더 컸다.
이런 결과는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연구진들은 도형 문제를 푸는 사람의 뇌 활동을 연구했다. 실험 결과, 답을 맞혔을 때 단순히 "맞았습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대신 돈을 받으면 확실히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기질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따뜻한 악수' 정도로 그치는 칭찬보다 물질적인 대가가 우리를 훨씬 더 자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성공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으면 마치 돈이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테니스 선수는 우승 때문에 기뻐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승 프리미엄 때문에 기뻐하는 것일까? 그러나 행복을 느끼는 이유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시험에 합격했을 때에도 로또에 당첨됐을 때처럼 다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의 '칭찬 사탕'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에 성공을 거두면 머릿속에서 칭찬 사탕인 도파민 스위치가 작동해 우리에게 행복과 만족감이라는 멋진 선물을 주는 것이다.
왜 사소한 일로도 기분이 상할까?
화창한 일요일, 가족 모두 푸른 들판으로 바람 쐬러 나갈 생각에 들떠 있다. 차에 도시락과 필요한 물건을 싣고 출발한다. 날아갈 듯 기분은 좋고 마냥 즐거워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호숫가에 가서 일광욕을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도로에서 옴짝달싹 못하자 차 안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진다. 정체된 도로를 뚫고 기껏 공원 근처까지 왔는데, 이번에는 호수로 접어드는 길을 지나치고 만다. 그때부터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고 급기야 싸움까지 일어난다. "그러게 내가 일찍 출발하자고 했잖아! 항상 이런 식이야! 야외 나온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왜 하필 오늘 아침에 건자재 상가에 가는데!"
이쯤 되면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껏 나왔는데, 그럴 수는 없다. 길을 지나친 바람에 돌고 돌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리를 깔고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즐긴다. 그러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한 감정의 기복은 우리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이라는 작은 분자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뇌 전달물질로 뇌에 정보와 소식을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은 체내에 10밀리그램 정도가 흐르는데 이 가운데 1퍼센트만이 신경전달물질로 뇌에 존재한다. 나머지는 위와 장에 머물며 소화를 돕는다.
세로토닌의 '공식'은 간단하다. 뇌에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도 좋아진다. 기분이 좋을 땐 세로토닌이 뇌의 기분 중추를 활성화시켜 편안한 기분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라는 '기압계'는 스트레스와 걱정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부싸움이나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또는 교통체증 등은 뇌의 세로토닌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즐거움이 싹 사라지고 불쾌감이 일게 된다. 그렇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뇌의 세로토닌 농도는 아름다운 일, 좋은 일을 겪으면 바로 다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변화처럼 뇌의 세로토닌 농도 변화가 항상 무해한 것은 아니다. 세로토닌 수치의 급격한 감소는 신경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병의 경우 세로토닌 농도가 정상치에 비해 50퍼센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일정한 행동을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균이나 오염물질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끊임없이 씻고, 문이 제대로 닫혀 있는지 서른 번 이상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기도 한다. 오늘날 이러한 강박장애는 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인위적으로 올려주는 약물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프로작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이 약은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행복 메이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약을 복용하면 성욕감퇴나 발기부전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엑스터시나 LSD 같은 환각제도 세로토닌 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어, 이러한 환각제를 복용하면 황홀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된다.
우울증과 강박 노이로제 또는 마약 복용으로 세로토닌 대사를 제어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로토닌은 뇌에서 균형 있게 분비되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어차피 인생을 살다 보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니,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면 다시 기분을 좋게 만들면 된다. 우울한 기분을 맛본 적이 전혀 없다면 행복과 만족을 어찌 실감할 수 있겠는가? 세로토닌은 뇌에 "넌 이제 행복해. 편안하고, 걱정할 게 없어"라는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주는 화학전달물질이다. 다시 말해 뇌에서 세로토닌은 명상할 때의 만트라(석가의 깨달음이나 서원[誓願]을 나타내는 말로, 진실하여 거짓이 없는 불교의 신주[神呪]-옮긴이)이며 육체와 정신의 화학적인 '옴'인 셈이다. 다음번에 사소한 일로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면 이런 사실을 떠올려보자.
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음식 섭취는 영양분과 에너지 공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떤 경우에는 복권에 당첨되거나 갓 사랑에 빠졌을 때와 유사한 감정도 느끼게 해준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세로토닌이라는 전달물질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바나나, 파인애플, 딸기와 같은 과일에 순수한 형태로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참깨나 우유, 쌀, 초콜릿에도 들어 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세로토닌은 혈액순환을 통해 뇌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려면 조금 돌아가야 한다. 세로토닌의 전 단계는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인데, 이는 체내에서 자체 생산되지 않으므로 음식을 통해 규칙적으로 흡수되어야 한다. 트립토판은 생선이나 달걀, 치즈, 콩, 견과류, 우유와 같은 여러 제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트립토판 섭취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트립토판은 혈액뇌장벽(독성물질과 질병유발 인자들이 뇌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섭취한 모든 물질이 혈액을 통해 뇌로 무제한 전달되는 것을 막는 곳. 포도당과 같은 기초적인 '뇌 영양분'은 아무 문제없이 이 장벽을 통과하는데, 사고기관인 뇌는 항상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포도당을 공급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의 역할이 필요하다)을 문제없이 통과하여 쉽게 뇌까지 전달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뇌에 도착하면 작은 화학적 단계를 거쳐 '기분 좋은 분자'인 세로토닌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따라서 이미 공식처럼 되어버린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라는 얘기는 '트립토판을 많이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합성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트립토판이 함유된 음식을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트립토판이 뇌에 더 빨리 전달되어 음식을 먹은 후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면 트립토판이 풍부한 치즈와 탄수화물이 풍부한 감자를 같이 먹어보자. 자, 미식가들의 행복 공식이 나오지 않는가! '탄수화물 + 계란 흰자 = 유쾌함 + 행복' 당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통해 당이 생성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세로토닌 생산이 더 빨라진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을 때 초콜릿이나 쿠키 또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어떤 약을 먹는 것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통밀빵을 치즈와 함께 먹으면 딸기 초콜릿 케이크 세 조각을 먹는 것보다 살이 찌지 않으면서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왜 자기 전에 마신 우유 한 잔에 다음 날 아침 기분이 좋을까?
"일어나! 자명종이 벌써 세 번이나 울렸어!" 당신은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편인가?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착 가라앉는 편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른 아침 시간대에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는 유형의 사람이다. 뇌에 있는 송과선은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생성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밝은 낮에는 세로토닌 스위치를 켜고 멜라토닌 스위치는 끈다. 그리고 어두워지면 세로토닌 스위치를 끄고 멜라토닌 스위치는 켠다. 세로토닌은 밤에 많이 분해되기 때문에 세로토닌 농도는 아침에 특히 낮다. 따라서 세로토닌이 감소하는 밤이 지나고 햇빛을 통해 세로토닌 생산을 활성화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침에 일어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기운을 차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침이면 축 처지는 기분을 띄워주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자기 전에 우유나 쇠고기 스프와 같이 트립토판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아침도 더욱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밤마다 우유나 치즈와 같이 트립토판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한 후 잠을 자면 많은 양의 트립토판이 뇌에 전달된다. 트립토판의 잔여 분은 뇌에서 세로토닌 중간 생산을 거쳐 밤에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그래서 더 빨리 잠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이른 아침에는 이 과정이 반대로 바뀌는데, 멜라토닌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분자인 세로토닌으로 다시 바뀌기 때문에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깨도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할머니의 처방인 '꿀을 탄 우유'는 이상적인 수면제일 뿐만 아니라 아침에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묘약인 것이다. 이 우유를 마시면 뇌 전달을 가속화하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꿀과 우유 형태의 트립토판 잔여분과 결합하여, 밤에는 더 빨리 피곤해지고 다음 날 아침에는 더욱 상쾌해진다. 아침이면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조언은, 아침에 트립토판이 함유된 뮈슬리(죽같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서양식 아침식사)를 먹으라는 것이다. 뮈슬리도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아울러 아침식사는 우리의 반응과 이해력도 촉진시켜 주는데, 연구 결과 아침을 먹었을 때가 빈속으로 하루를 시작했을 때보다 머리가 더 맑은 것으로 나타났다.
2장 불안과 통증의 두 얼굴
왜 두려움은 때로 분노를 일으키는 걸까?
공포에 떨거나 위기를 느낄 때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지배를 받는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면 이 호르몬들이 분비되면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공격을 해야 할까? 도망을 쳐야 할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밤에 집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물체가 덤불 속에서 튀어나와 코앞에 칼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겠지만, 이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가지 방법을 가늠해볼 것이다. 강도가 운동선수처럼 건장하다면 조금도 머뭇거릴 새 없이 돈을 주거나 도망갈 것이다. 그러나 강도가 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20킬로그램 정도 덜 나가는 것 같아 보인다면 싸울 생각을 할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뇌의 사고영역이 담당한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전력을 다해 도망을 칠 것이다. 반대로 상황을 보고 상대를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면돌파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공격하기로 결정했다면 용기를 내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게 된다. 공격할 때는 미친 듯이 광분하는데, 이것도 바로 아드레날린 때문이다. 아드레날린은 체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람을 광분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두렵거나 긴장될 때 바지에 오줌을 지리게도 하지만 분노로 눈멀게 만들기도 하는 상반된 감정에 관여한다. 축구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이 광분하여 폭력을 휘두르거나 난동을 부리는 장면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경기 중에 생성된 긴장감이 공격적인 행동과 거친 몸싸움을 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
분노와 공격은 긴장감과 잉여 아드레날린을 생성시키는 촉매제이다. 급격히 올라간 아드레날린 수치는 폭력이 아닌 다른 신체활동을 통해 낮추는 게 좋다. 가령 골치 아프고 힘든 업무에 시달린 한 주가 끝나면, 주말에 트래킹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잉여 아드레날린을 연소시키는 것이 좋다. 꼭 힘을 써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면 펀치를 날려도 다치지 않을 샌드백을 쳐보는 것은 어떨까?
왜 생리작용이 없는 약이 통증을 완화시킬까?
통증은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상이 있으면 신체의 해당 부위는 이 소식을 전달하고 뇌는 그 통증 발생지가 어디인지 분석하게 된다. 여러 통각이 뇌에서 동시에 수용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뇌는 어떤 자극에 더 신경을 쓸지 결정을 내린다. 물론 더 강한 통각 신호가 이긴다. 두통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베였다면 두통은 순간 잊혀진다. 베인 통증이 두통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뇌는 더 심각한 통증을 극복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두통을 없애기 위해 망치로 손가락을 찧지는 말자.
실생활에서는 이러한 '통증 인지'를 속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기 전에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것도 그에 해당한다. 그러면 뇌는, 우선 찰싹 때려서 생긴 통증에 신경을 쓴다. 침술의 경우도 이러한 교란 작전을 사용한다. 작은 침으로 찔러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되도록 자극하는데, 이는 두통을 느끼는 '통증 인지'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 인지'를 막는 또 다른 방법은 위약을 쓰는 것이다. 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인 약품을 사용한 플라세보 효과는 오랫동안 학계의 수수께끼였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약을 복용했는데도, 어떻게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날까? 이 답은 미국 학자들이 찾아냈다. 아무 효과도 없는 약이지만 진통제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이라고 말해주면, 그 믿음이 뇌를 자극하여 엔도르핀(체내에서 분비되는 모르핀)을 생산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