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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머신

데릭 젠슨, 조지 드래펀 지음 | 한겨레출판
도처에 파고든 팬옵티콘의 망령



어린 시절 나는 근본주의 기독교도로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받았다. 악마가 내 마음을 읽을 순 없지만, 신체나 표현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나의 생각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고. 악마가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나에 관해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악마가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하느님 -하느님 역시 나를 지켜보았고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처럼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유혹해서 조종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더 이상 악마나 신을 믿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배운 것도 믿지 않는다. 그 대신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권력이 소유한 정보와, 그 권력에 의한 통제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이런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관계이기도 하다. 외부세계 못지않게 내면세계에서도 완벽하고 철저하게 파괴하는 식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기업의 대리인 -경찰관일 수도 있는데, 가끔 당신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 판독기를 흘끗 쳐다보고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이한다. 당신은 그를 생판 처음 본다. 하지만 상대방은 당신을 알고 있다. 당신이 입고 있는 셔츠를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알고 있다. 바지, 양말, 신발, 배낭, 자동차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다. 어쩌면 신용 내역, 건강상태, 체포기록까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이 아니다. 경찰관이나 대기업 대표들처럼 당신의 두뇌를 판독하는 대신, 그는 옷을 비롯해 당신이 걸치고 있는 모든 대량생산된 제품과 현금을 읽는다. 제품에는 눈에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컴퓨터 칩이 붙어 있다. 칩은 깨알만큼 작다. 한 조각에 가격이 5센트인 칩은 머지않아 1센트대로 하락할 것이다. 이 칩은 수신기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카메라들이 눈에 띌 것이다. 처음에는 카지노와 세븐일레븐 같은 장소에만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차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호텔 복도, 학교 등 어디서든 카메라를 목격할 수 있다. 공항은 물론, 심지어 슈퍼볼 경기장에도 카메라가 있다. 어디에 있든 누군가는 당신을 관찰하고, 당신의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다. 관찰자들은 가끔 컴퓨터를 이용하여 당신의 얼굴을 스캔한 후 데이터베이스상의 다른 얼굴들과 비교한다. 비교 대상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쓰는 자, 혹은 그들의 물건을 구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이미 '고객이 제품이나 메시지에 반응할 때의 두뇌활동 패턴을 분석하여 무의식적인 선호도를 측정하는 용도'로 MRI(자기공명영상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은 그렇다고 쳐도, 설마 경찰관과 미국연방수사국(FBI), 미국중앙정보국(CIA)까지 MRI를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연구가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다. 당신은 침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다.



오늘 나는 오하이오 주 에이크런의 학생들이 구내식당에 들어갈 때 지문 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은 무척 불합리해 보인다. 학교 식당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서도 아이들을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지문이나 사진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지문 확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유색인종이라면 나중에 경찰이 그들을 감옥에 보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인종에 관계없이 이 사회의 모든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매일같이 아이들을 강제로 줄지어 앉히는 것은 그들의 의지를 꺾어놓고, 지성을 파괴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성인 사회에서 적당한 자리를 선택하고, 고된 작업, 순응, 권태, 눈에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점철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처럼 강압적인 지문 확인도 성인이 되었을 때 끊임없는 감시에 순종하게 되는 삶을 위한 아이들의 준비과정인 것이다.



현대적 감시 시스템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은, 18세기 공리주의 철학자이자 팬옵티콘(Panopticon)의 설계자인 제레미 벤담이다. 팬옵티콘은 원형으로 설계된 감옥의 청사진으로, 독방들이 중앙의 경비소를 중심으로 방사선 모양으로 뻗어 있다. 죄수들은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독방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는 반면, 경비소는 칠흑같이 깜깜하다. 죄수들은 누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 순간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팬옵티콘은 오늘날 캘리포니아 주 크레센트 시의 펠리칸 베이와 같은 초대형 감옥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벤담의 아이디어가 미친 영향은 그 이상이다. 1970년대에 미셸 푸코가 주장한 것처럼 팬옵티콘은 실제로 문화 전반의 모델이 되고 있다. 팬옵티콘은 '단순한 건축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대문명을 뒷받침하는 권력 관계의 모델이기도 하다.



돈에 관해서라면 어린 시절 1달러짜리 지폐 뒷면을 보고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신을 믿는다 IN GOD WE TRUST'(악의 근원에 이런 구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라는 문장 왼쪽으로 끝이 잘린 피라미드와 '만물을 보는 눈'(all-seeing eye)이 들어간 미국의 국새(國璽)가 보인다.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나의 이해와, 악마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연결지어보라. 왜 내가 잠들기 전에 나이트스탠드 위에 놓인 1달러짜리 지폐를 절대로 뒤집지 않았는지 납득이 갈 것이다. 그 후 나는 만물을 보는 눈이 악마가 아닌 신의 눈, 아니 미 국무부의 세속적인 표현을 빌리면 '섭리의 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 위에 적힌 라틴어 구절 ANNUIT CCEPTIS는 '신(섭리의 눈)은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시니라'라는 의미다. 지폐 앞면의 조지 워싱턴은 취임연설에서 이 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인간사를 관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인정하고 숭상하는 데 그 어떤 국민도 미국 국민을 따라갈 수 없다."



우리는 누가 '섭리'의 행위와 섭리가 아닌 행위를 결정하는지 알고 있다. 섭리의 행위를 정하는 것은 신의 '만물을 보는 눈'이며, 섭리가 아닌 행위를 정하는 것은 팬옵티콘 중심부에 있는 감시자의 '만물을 보는 눈'이다. 이렇게 해서 팬옵티콘의 통치자는 신 또는 신과 비슷한 존재가 된다. 전지전능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 접근할 수 없는 불가지의 신, 권력자가 중재하고 대표하는 신이 되는 것이다. 권력이 곧 신이다. 통치는 곧 신이 행하는 방식이다. 통치하는 자가 곧 신이다. 예전에는 신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사람들을 따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싫든 좋든 간에 좀더 세속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독방은 더 작아지고, 조명은 더 밝아지고, 독방의 바깥쪽은 한층 더 어두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은 희망인가, 재앙인가?



이미 오래 전에 군 과학자들은 쥐의 두뇌에 전자기기를 삽입한 후 컴퓨터 키보드로 쥐를 앞뒤,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법을 알아냈다. 최근 연구는 쥐의 의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 맞춰져 있다. 쥐가 아닌 인간 두뇌의 쾌락 영역에 전극을 넣는다고 상상해보라. 본성에 반하는 행동으로 쾌락을 얻는다고 상상해보라. 과학자들이 여성의 두뇌에 전극을 삽입한 후 '올바른 행동'에 대한 쾌락을 느끼게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들은 이미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오래 전에 과학자들은 정신병원 환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여성의 두뇌에 전극을 삽입하면 기분이 우울한 여성들도 '반복적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으로 여성들은 가정용으로 전극 세트를 주문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지금 원격 조종되는 쥐들이나 걱정할 때가 아닌지도 모른다.



몇 해 전부터 미국 정부는 통합정보인식(TIA)이라는 방대한 감시 네트워크상의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TIA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기업설명회를 열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즉 페타바이트로 측정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게 될 겁니다." 이것은 미 국회도서관에 있는 모든 도서의 50배, 또는 10억 권의 도서와 맞먹는 양이다. 이런 정보에는 재정, 건강, 쇼핑, 전화, 고용, 도서관 기록, 지문, DNA 샘플, 걸음걸이 분석, 두뇌 단층촬영, 감시 사진, 연인에 관한 정보(은밀한 순간의 오디오와 비디오 기록 포함), 전화상의 대화 녹음, 이메일 사본, 인터넷 이용 상황, 착취 가능한 다른 약점들까지 정상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온갖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이 일자 미국정부는 통합정보인식이라는 명칭을 테러정보인식(Terrorism Information Awareness)으로 바꾸었다. 짐작컨대, 프로그램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의 신상조사도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미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정보원들과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에서 근무하는 공익 옹호론자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보안과 자유를 모두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보안과 자유 똑같이 우리의 관심사인 반면, 권력자들은 지속적으로 통제권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군수산업단지는 '우리의 적들'에 대한 첩보 활동이 마치 우리 개인과 세상 전체를 더욱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처럼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 변호사들은 더 많은 규제가 공격적 기술과 문화의 상업화라는 높은 파고를 막아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종교적 신념이나 되는 것처럼 집착하고 있다. 스파이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믿음도 눈에 보이지 않긴 마찬가지다.



개인을 신분증 번호로 인지하는 세상



신문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본 사람이라면 최근 몇 년 동안 들려오는 섬뜩한 뉴스를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사회보장번호나 신용카드번호 등을 입수한 뒤 당신을 사칭해서 (금융) ID를 훔친다는 내용이다. 이후의 수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은행계좌는 텅 비고, 신용카드 사용대금이 최고한도에 이르고, 신용등급은 바닥을 칠 것이다. 부도수표 유통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즈음 카드회사 직원들이 아침 7시부터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한다. 분석가의 주장을 들어보자. "식당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몇 명의 신용카드 영수증을 훔치는 정도라면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범죄자들이 한꺼번에 수천 명의 신용정보를 훔칠 수 있다. 게다가 제3의 범죄자에게 정보를 팔아먹을 수도 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런 범죄가 흔해졌다. 암시장에서는 완벽한 디지털 자료가 건당 단돈 30달러에 팔리고 있다."



미 법무장관의 사회보장번호를 알고 싶은가? 그의 집주소도 알고 싶은가? 각각 26달러만 지불하면 살 수 있다. 예금잔고의 경우에는 이보다 많은 약 300달러의 돈이 들어간다.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해온 것처럼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연방통상위원회(FTC)에 따르면 2002년 한 해에만 1,000만 명,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2,500만 명의 미국인이 금융정보를 도난당했다. 신원정보 도난은 피해자에게 50억 달러, 여러 산업에 480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FTC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3분의 2가 신용카드 악용, 19퍼센트가 은행계좌 도난, 12퍼센트가 전화 또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갈취였다. 피해자의 절반은 자신의 신원정보가 어떻게 도난당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머지는 지갑을 분실하거나 우편을 통해, 또는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동안 도난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신용정보의 도난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확실히 해둘 일이 있다. 사회보장번호를 함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은행예금 내역서와 신용카드 전표를 꼼꼼히 살피고, 그 위에 적힌 모든 금융계좌 번호를 찢어 없애야 한다.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더 이상은 딱히 할 일이 없다. 한 프라이버시 컨설턴트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선의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보면 더 이상 그들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조만간 나쁜 사건들이 벌어질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버시 옹호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신원정보 도난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대기업 계열사들 간의 정보교류를 막아야 한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독특하다. 그 어떤 존재도 동일하지 않다. 모든 폰데로사 소나무는 서로 다르다. 모든 애벌레, 잠자리, 돌풍도 나름의 정체성과 속성과 실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분 확인 번호가 아니라,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번호는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독특하면서도 의지를 가진 존재는 그럴 수 없다. 타인을 신분확인 번호를 가진 대상으로 인식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통제하기 위해서다. 하드드라이브상의 전자 표시는 인간(혹은 인간 이외의 존재) 자체보다 훨씬 통제하기 쉽다. 만약 팬옵티콘의 중심부에 있는 권력자가 우리의 복잡한 정체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훔쳐가게 놔둔다면, 또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신체나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체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가 아니라, 그들이 정한 번호로 인식하게 놔둔다면 통제는 더없이 용이해질 것이다. 우리는 감옥 안에서 공범자가 되고 있다.



진화하는 감시 기계



1990년대에 오스카 갠디는 푸코가 빠뜨린 '팬옵티콘식 분류'(Panoptic sort)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팬옵티콘식 분류는 권력자가 개인적 혹은 집단적으로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방식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다. 팬옵티콘식 분류의 기본은 개인적 특성을 원거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기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분류를 통제하는 경제적ㆍ정치적 엘리트들의 판단을 토대로, 훈련이나 갱생 또는 제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을 집단으로 평가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가장 높이 평가받는 집단은 부자와 통치자들이다. 그들은 등급분류 시스템에서 제일 먼저 재정적 혜택을 받는다. 방대한 정보조직을 이해할 수 있는 전략가들도 계층 조직의 상위에 있다. 그 밑에는 감시 기계를 통해 수집된 자료에 관여하는 기술자들이 있다. 그 밑에는 결코 최상위에 도달할 수 없다는 고통스런 느낌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특권을 누리는 중산층이 있다. 시스템의 가장 밑에는 시스템의 혜택에 동참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 수렵ㆍ채집인, 자기 땅을 갖고 있는 자급자족 농민, 집시, 주택융자와 급여에 만족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시스템의 노예들에게 대안적 비전과 삶의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스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 이상의 피해를 입힌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들의 불신을 막기 위해 이들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거나, 한꺼번에 파멸시켜야 한다.



나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수백만 유대인과 기타 바람직하지 않은 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IBM의 홀러리스(Hollerith, 카드 천공기)에 의존했다. 1933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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