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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버지니아 M. 액슬린 지음 | 샘터
상처받은 아이



딥스는 유치원을 다닌 지 2년이 되도록 선생님들이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혼자서 꼼짝 않고 웅크리고 숨어 있거나 교실의 가장자리를 따라 기어다니고 누군가가 강제로 뭔가를 시키면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질렀다. 책만은 유일하게 거절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책을 읽어줄 때조차도 가만히 있을 뿐 대답은커녕 고개를 들거나 하는 작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때는 정신지체아처럼 행동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일을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서 지능이 꽤 높아 보이는 딥스를 보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몹시 당황했고 정신과의사들조차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유명한 과학자 아버지와 부유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었지만, 딥스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똑똑한 여동생 도로시만 자랑스러워 할 뿐 딥스의 문제를 정면으로 풀어볼 태도를 갖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선생님들은 딥스가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자신 안의 감옥에서 뛰쳐나올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고 임상심리학자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딥스가 주변 친구들을 할퀴고 공격해서 다른 학부형들로부터 불만과 항의를 듣고 있을 즈음이었다. 나는 선생님들로부터 딥스에 관한 얘기를 들었고, 그들이 아이의 복잡다단한 성격을 명확하고 간명하게 이해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지만 딥스를 인간적으로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에 매우 감동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딥스의 놀이 치료를 맡기로 결심했다.



잠긴 문은 싫어요



다음날 아침 재잘거리는 아이들 사이로 무표정한 얼굴의 딥스가 나타났다. 여느 아이들처럼 자기 외투도 스스로 벗지 않고 가만히 서 있더니 놀자고 달려온 아이를 향해 할퀼 듯 달려들기도 했다. 벽에 붙어서 교실 안을 기어다니다가 마주치는 많은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딥스의 손길은 재치 있고 부드러워 보였다. 책들이 있는 곳에 다다르자 책을 한 권 집더니 구석으로 가서 벽을 보고 앉아 한 장씩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런 딥스의 모습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좋다고 바람을 잡아야 겨우 일어서는 딥스는 운동장에 나가서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채 소나무 조각과 땅만 바라보면서 외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딥스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데 내가 다가가서 놀이방에서 나와 놀겠냐고 물으며 손을 내밀자 딥스는 뜻밖에도 말없이 내 손을 잡고 따라나섰다.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방을 나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 딥스의 반응이 무척 흥미로웠다. 내 손을 꽉 잡은 아이의 손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는 놀이치료를 위해 놀잇감이 가득 찬 방으로 딥스를 데려가 뭐든지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하고 그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동안 방 한가운데 서 있기만 하던 딥스가 이내 지루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주위의 물건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인형집 가구들을 아주 천천히 들어올리며 물건 하나하나에 대고 낮고 둔탁한 목소리로 나무라듯 중얼거렸다. '침대? 의자? 책상? ……'



인형들을 만지는 동안 딥스의 중얼거림에서 나는 아이가 인형들을 '엄마, 아빠, 누이동생……'이라고 생각하며 가족 속에 자신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통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 고양이? 토끼?' 작은 동물 인형들을 골라내서 이름을 말할 때마다 내가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래, 정말 토끼 같이 생겼네"라고 한마디씩 대꾸해주었다. 물건의 이름을 대고 내가 다양하게 대답해주는 것이 우리의 첫 대화방식이었다.



갑자기 딥스가 "싫어, 잠긴 문 싫어. 잠긴 문!" 하고 아주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문을 닫는 것이나 잠그는 것에 대해 불행한 경험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더니 벽을 하나씩 뜯어냈다. 딥스는 이런 방식으로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놀았다. 놀이 시간이 끝난 후 손 흔들어 인사하는 나를 보는 딥스의 표정은 미묘했다. 놀란 듯했지만 기뻐하는 것 같았다. 딥스와 첫 시간을 보낸 나는 선생님들이 딥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듯이 딥스의 내적 힘과 가능성에 대해 깊이 신뢰하게 되었다.



회색빛 여인



딥스네는 뉴욕 동북쪽의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거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외관의 벽돌집이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정돈된 거실에서 딥스의 어머니는 우아하지만 심각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그녀는 매우 과학적인 태도로 자신의 아이를 내게 연구자료로 제공하겠다는 말을 했다. 자기 자식에 대해 무서울 정도의 자제력을 보이며 희망을 일찌감치 단념해버린 그녀의 냉정한 태도는 슬프고도 놀라웠다. 나는 그녀가 딥스보다 더 심한 두려움과 불안, 공포를 갖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집을 나서면서 이 가정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느껴졌다. 딥스와 온갖 물건이 다 마련되어 있을 딥스의 놀이방도 생각해보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다 있겠지만, 그 문은 너무 자주 잠겨 있을 것이다. 딥스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인 딥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이의 어린 시절에 어떤 역할을 했기에 스스로가 어머니로서 면접받거나 질문받는 것을 그다지도 두려워한단 말인가?



A선생님, 도와주세요



상담소의 놀이방에 들어선 딥스는 유치원 놀이방에서 만났을 때처럼 묻는 듯한 말투로 이름을 붙였다. '모래상자? 화판? 의자? 물감? 자동차? 인형? 인형집?' 혼자서 돌아다니며 탐색해볼 시간을 주고 싶어 나는 딥스를 재촉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주위를 살펴보고 탐색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방 한가운데 우뚝 멈춰 선 딥스를 지켜본 후 모자와 외투를 벗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딥스는 "그래요. 네 외투와 모자를 벗어라. 딥스야! 넌 모자를 벗어야 해. 외투를 벗어야 해. 딥스!" 하고 자신을 2인칭으로 지칭하며 명령했다. 그러면서도 딥스는 꼼짝도 않고 서있었다.

딥스에게 내가 도와주는 걸 원하느냐고 묻자, 딥스는 울먹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도움을 원한다면 나에게로 몇 걸음 더 다가오도록 유도하고 외투와 모자, 신발, 장갑을 벗겨 문고리에 걸어주었다. 천천히 방안을 탐색한 딥스는 물감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상표를 읽었고 크레용으로 색깔이름을 적기도 했다. 나는 이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딥스가 주도하기를 바라며 우리 사이에서 함께 하는 경험을 쌍방향으로 대화함으로써 딥스의 노력을 내가 인정할 것임을 처음부터 알려주고자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주도권이 주어지면 최고로 자신 있는 일부터 한다. 칭찬이나 경탄 등은 자신이 나갈 방향을 결정할 때 참고할 것이다. 칭찬부터 하면 자신에게 더 중요한 부분을 탐사하려는 노력을 아예 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딥스는 가끔 날 바라보았지만, 내가 마주 바라보면 얼른 눈길을 돌렸다. 그것은 자신의 울타리를 기웃거릴 뿐만 아니라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는 신호였다.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딥스가 부모가 생각하는 대로 정신지체일 가능성은 확실히 희박했다. 집짓기 블록으로 탑을 쌓다 와르르 무너지자 딥스가 새로운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A선생님. 도와주세요."

집엔 가기 싫어



두 번째 시간엔 자기 자신에게 '너' 아닌 '나'라고 지칭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나는 의도적으로 '내가 너를'이라고 인칭을 정확히 붙여가며 말했다. 딥스는 내가 외투를 벗겨주자 첫날 내가 했던 대로 외투와 모자를 문고리에 걸었다. 인형집의 가구들을 다시 배치하던 딥스는 문 모양의 조각을 찾아 문을 닫으려고 애썼다. 딥스는 모든 방과 지하실에도 문을 붙이고 문고리를 그려 넣으며 꼭 잠겨져 있어야 안심이 된 듯 보였다. 또 병정들을 갖고 놀다가 하나를 총살시키기도 하고 모래에 묻기도 하며 꼬박꼬박 그 과정을 말로 설명하였다.



끝나기 5분 전, 나는 약속과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려 하는 딥스에게 5분밖에 남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딥스는 내 말을 무시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감통에 있는 색깔을 모두 사용해서 집과 나무, 하늘, 잔디, 꽃, 해를 그린 그 그림은 구조, 형태, 의미를 다 지닌 멋진 작품이었다. 딥스는 'A선생님 집'이라며 그림을 나에게 선물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나 칭찬 대신 "이것을 나에게 주고 싶구나. 그렇지?" 하며 관계를 진척시키는 것보다는 의사소통의 통로를 좀더 열어두고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택했다. 급작스레 칭찬한다든지, 나의 가치관이나 기준을 드러낸다면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딥스에게 약속된 1시간이 지났으니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딥스는 잔디를 더 그려야 한다던가 인형집을 고쳐야 한다는 등 좀더 있을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해내었다. 딥스는 다시는 집에 가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떼를 썼다. 나는 딥스가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이 방에 있을 수 있으며 다음 주면 또 올 수 있다고 설득했다. 지금은 아이가 힘들어할지라도 아이들은 예측할 수 있고 일관되며 현실적인 한계를 세웠을 때 안정감을 얻는다. 나는 딥스에게 감정과 행동은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딥스도 조금은 깨달은 것 같았다. 대기실로 간 딥스는 첫째 날과 달리 어머니께 귀찮게 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젖병을 빨래요



딥스는 자주 자기는 읽을 줄 알고, 셈할 줄도 알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실제로 딥스는 언어나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정서적인 문제를 건드릴 때마다 늘 읽는 능력을 보이는 것은 드러내기에 어려운 감정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지적 개념을 건드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은 딥스가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 자아를 찾으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음을 말해준다. 어떤 때는 매우 똑똑한가 하면 어떤 때는 아주 아기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딥스가 유치원이나 집에서 그 능력을 숨기는 이유는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자신이 지닌 모든 능력을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 아닐까?



딥스와 가족들 사이에 두꺼운 장벽이 가로막혀 있는 이유는 예측할 수 없고 매우 복잡할 것이다. 놀이방에서 젖병을 빨며 어린 아기처럼 행동하는가 하면, 정확하고 집요하게 지적인 표현을 하는 딥스를 보면서 떠오르는 여러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오늘 딥스는 집과 놀잇감 병정들을 가지고 논 뒤 '안녕!' 하고 아무 말썽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 놀라운 아이에게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자신의 내적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책임감 있는 자유 의식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라고 발달한다는 두 가지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놀이 치료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였다.

우리에 갇힌 토끼



놀이방으로 들어선 딥스는 물건들이 전에 자기가 해놓은 대로 놓여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난 듯했다. 지난주에 딥스는 집에 가기 전에 놀잇감을 옮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약속을 안 했고 설명도 안 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이 세상 어떤 것도 안정되어 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하고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 딥스는 세상은 쉴 새 없이 변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그것에 어떻게 적응해 가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했다.



딥스가 처음으로 유치원 얘기를 했다. 유치원에 사는 토끼에 관한 것이었는데 딥스가 아이들과 활발히 어울려 놀지는 않아도 여기저기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관찰하고 배우고 생각하며 어떤 결론을 궁리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딥스는 우리에 갇힌 토끼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남몰래 토끼집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다. 밝고 행복해 보이는 딥스의 눈은 유치원 생활이 자기에게 퍽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이 날은 딥스의 아버지가 딥스를 데리러 왔다. "오늘은 독립기념일이 아닌 거 알아요?" 하고 묻는 딥스를 아빠는 너무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듣기나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 의미 없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딥스가 계속 얘기를 하자 아빠는 딥스를 문 밖으로 밀쳐내며 이를 악물고 아이를 저지시켰다. 놀이시간 동안 녹음된 딥스의 말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거기에 그렇게 뻣뻣하고 꼿꼿이 서 있다니, 쇠로 만든 울타리의 쇠막대기 같아." 얼마나 감지력이 예민한 아이인가. 바로 아빠 이야기였던 것이다. 아버지와 이야기하려 애를 쓰는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노골적인 모독을 받고서도 딥스는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내적인 강인함을 길러왔음에 틀림없다.



엄마도 외로웠어요



면담을 요청한 딥스의 어머니가 딥스가 너무나 걱정이 된다며 울기 시작했다. 딥스가 이젠 예전과 달리 자기 방에서 자주 나오는데도 그녀는 더 불행해 보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녀가 예전보다 딥스의 불행을 더 느끼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딥스가 집에서 자신의 느낌을 더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들 부부는 계획에 없었던 임신으로 절망했었고 더구나 정상이 아닌 아이를 낳자 모욕감에 일체의 사회 활동을 끊어버렸다. 유명한 과학자였던 아버지는 유능한 외과의인 아내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딥스의 출생 이후 딥스의 어머니는 자신감을 잃고 의사라는 일도 포기해버렸다. 그들은 남들에게 딥스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정신과 치료를 시도했다가도 곧 포기해버렸다.

원래 다정했던 남편은 가정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고 그녀는 집안에서만 딥스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한다. 딥스의 방은 놀잇감은 물론, 음반, 책 등으로 가득 채워놓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보처럼 굴어서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더 이상 딥스에게 희망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놀이치료를 받고부터 딥스가 아주 불행해 보인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딥스를 데려갔던 날, 아버지는 바보같이 지껄이는 아들에게 화를 냈는데, 그러자 딥스도 화를 내며, 바보처럼 소리를 지르기만 하던 예전과는 달리 "난 아빠를 미워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들의 말에 슬프게 우는 남편을 보고 그녀는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이다.



자신들의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끊임없이 경계했던 그녀나 그녀의 남편은 어린 시절에 명석한 지능만이 자신을 방어해준다고 느꼈던 사람들일 것이다. 지능을 방패로 삼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건설적으로 해소해내는 법을 전혀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딥스도 역시 이것을 배웠다. 불안을 느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읽음으로써 감정적인 것과 직접 맞서는 기회를 묘하게 빠져나갔다. 딥스의 부모 역시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피해자였던 것이다.

다시 아기가 될 거예요



딥스가 물감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거울벽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쪽엔 다른 사람의 방이 있어요. 전에는 어떤 사람들이 캄캄한 방에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없네요." 나는 깜짝 놀랐다. 관찰자들이 우리를 볼 수 있도록 장치된 그 거울은 이쪽 방에서는 옆방이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는 비록 그때그때 얘기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하여 민감하게 인식한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배우는 경험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며 살 것이다.



딥스는 이제 곧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크게도 부른다. 이 날은 아름다운 선율의 멜로디를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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