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좋은 글
황소웅 지음 | 랜덤하우스중앙
글쓰기 훈련 방법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들은 대개 '글쓰기는 어렵다'는 선입견과 아울러 '글은 어렵게 써야 한다'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복음이 될 만한 충고를 빌자면 볼테르의 말을 인용할 수 있다. 볼테르는 그의 저서 『철학사전』에서 "말을 하듯 글을 쓰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화하고 말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언제나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일상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편안한 마음과 부담 없는 자세에서 자유롭게 써야 한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1) 많이 읽는다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가능한 좋은 글을 골라서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을 골라 먹듯, 명작(名作), 명언(名言), 명구(名句)를 정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잡지 등에 나오는 평론이나 칼럼, 사설 등을 정기적으로 매일 읽는 것도 아주 좋은 훈련 방법이다. 이때 유의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를 갖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는가, 구성과 흐름은 어떤가, 문장은 정확하게 씌어졌는가 등을 점검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잘된 글, 인상 깊게 읽은 기사 등을 오려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2) 많이 쓴다끊임없는 연습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따라서 많이 써봐야 한다. 원고 청탁이 없고, 특별히 써야 할 이유도 없는데 임의로 특정 주제를 정해 글을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 일기를 쓴다든지 편지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연애편지는 글쓰기 연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상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좋은 글을 쓰려고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매체에 독자 투고를 해보는 것도 훌륭한 글쓰기 연습 방법이다.
3) 많이 생각한다독창적인 창의력을 기르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산하는 것은 글쓰기에 매우 중요하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전 세계 독서계를 휘어잡은 「해리포터」는 모두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4) 주의 깊게 관찰한다같은 사물이라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다독(多讀) 못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보다 생생한 현장 묘사를 할 경우 예리한 관찰력은 필수적이다.
5) 많이 경험한다경험이 다양하고 풍부하면 좋은 글을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같은 주제로 글을 쓸 경우, 그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가진 사람은 보다 실감나게 그릴 수 있다. 기자와 작가들이 현장 취재, 현장 체험을 중시하는 이유도 독자들에게 생생한 감동의 글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글의 종류1) 설명문(exposition), 묘사문(description)설명문은 독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물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글이다. 사물의 성질, 가치, 배경 등을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신문의 뉴스 해설, 기계나 장치의 사용법, 제품 설명서, 안내문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묘사문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그리는 글을 말한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글인데, 여기에는 객관적 시각을 필요로 한다. 사건 사고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전하는 신문의 스케치 기사, 신문·잡지·방송의 현지 보고(reportage)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글이다.
설악산이라는 동일 주제를 다룬 글을 예로 들어 설명문과 묘사문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설명문의 예>
「설악은 산이라기보다 위대한 인격에 접하는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억만 년의 세월 속에서 바람과 비와 이슬과 햇빛에 바래고 씻긴 자만이 간직할 수 있는 표백된 정결성과 그것을 참고 이겨낸 자의 강인한 정신성, 차고 준엄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풍모, 설악산의 바위는 결마다 이와 같이 표백되고 마멸되고 씻긴 것의 신비스러운 숭엄성과 정결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또한 그것이 설악산의 그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그를 '만나뵈려면' 손발을 씻는 상면의 절차쯤은 당연하게 치러야 하며, 그와 같은 마음가짐에서만 설악산은 설악산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박목월 「설악과의 만남」)」
<묘사문의 예>
「산 찾아 물 따라 나선 걸음이 어느새 설악산 안으로 들어섰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조국의 강산이다. 얼른 보니 '옥녀탕'이라 새겨 놓은 표석이 서 있다. 허둥지둥 너럭바위를 타고 조그마한 폭포를 향해 기어오르니, 폭포 아래 통반석이 확처럼 팬 곳이 있다. '못'이라 하지 않고 '탕'이라 부르는데, 다시 보아도 기묘하고 반갑다. 더구나 '하늘 색시 목욕한 곳'이라는 전설을 듣고 나니 탕에 괸 물에서 향기가 풍겨 나오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더 가니 '하늘벽'이라 새겨놓은 표석이 또 하나 서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민족의 오랜 신앙을 그대로 전해주는 '신령한 곳'이 아니고 무엇이랴! 어느덧 깊은 산중에 황혼이 접어든다. (이은상 「산 찾아 물 따라」) 」
3) 서사문(narrative)사건의 진행 상황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씌어지는 글이 서사문이다. 사건이 발생해서 끝날 때까지, 그 중간 과정을 포함하여 시말(始末)을 서술하는 것이다. 신문의 사건 기사, 스트레이트 뉴스기사, 역사적 사실을 적은 글, 소설 등이 서사문에 들어간다. 서사문은 인물, 행동, 배경,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뤄지는데 사건 기사는 육하원칙에 따라야 한다.
4) 논증문(argument)논증문은 특정 쟁점이나 문제, 사물에 대해 자기의 견해와 주장을 펴고 독자의 동의와 공감을 사기 위해 쓰는 글이다. 설득을 위한 정연한 논리 전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글이다. 신문의 사설, 논평, 칼럼 등의 의견문과 학술적 전문성을 띤 논문 등이 이에 속한다.
왕도는 있다1)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전문) - 개요 작성집을 지을 때 건축자가 설계도를 미리 만들어 그 청사진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듯 글쓰기 작업도 사전에 구상해서 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즉 개요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무턱대고 쓰기에 착수한다면 옆길로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면 기본 줄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여기에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가) 주제 선정 :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주제와 전하고자 하는 내용, 메시지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이것이 결정되면 그에 관한 참고 자료들을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수집된 자료 중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나) 양과 순서 결정 : 글의 전체 분량은 몇 천 자로 할 것인지, 원고지 혹은 A4용지 몇 장으로 할 것인지의 양을 먼저 정해야 한다. 그 다음은 서론, 본론, 결론을 얼마의 분량으로 배분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평 등의 짧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양을 배분하고 나면 순서를 정해야 한다. 대개는 서론, 본론, 결론의 차례를 지키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결론부터 먼저 쓰기도 한다. 독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서는 그것이 더욱 효과적이기도 하다.
다) 문체 선택 : 문체는 글의 양식과 형식을 일컫는다. 앞서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했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문체에는 산문체, 운문체, 문어체, 구어체, 논문체, 수필체 등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는데 '왜 이 글을 쓰는지'의 목적에 따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 평가하기 위함이라면 사설이나 논평의 형식을 빌려야 할 것이다. 자기주장을 펴거나 다른 사람의 주장을 비판,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의견문 스타일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개요 청사진은 반드시 메모로 작성 : 이 같은 사전 개요 구상은 반드시 메모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글을 써내려 가는 동안 내내 그 메모를 앞에 놓고 보면서 차례대로 엮어 가면 글쓰기가 훨씬 편해진다.
2) 개요 작성의 실례요즘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테러'에 대해 2천자(2백자 원고지 10장) 정도의 글을 쓰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치자.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차례대로 살펴보자.
테러의 의미, 기원 등 서론 : 200자~300자
오늘날의 테러 실태 : 300자
9 · 11 테러 영향 : 300자
테러와 국제정치 : 300자
테러와 종교 : 300자
한국도 테러 사정권 : 300자
테러방지 대책 등 결론 : 200~300자
이처럼 선후 배열순서와 분량이 잡혔으면 각 항목마다 담을 구체적인 내용, 사실, 사건, 의견 등을 보다 세밀하게 메모한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참고할 자료도 알아보고 어떤 견해와 태도로 임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구상한다. 한편 이 방대한 문제를 총론적으로 2천자 정도의 제한된 지면에서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자신 있는 한 국면을 떼어서 다루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즉 위에 분류한 7개 항목 중 하나를 잡아 다루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도 테러 사정권'이라는 주제로 쓴다고 했을 경우 다음과 같이 배열할 수 있다.
[서론] 국제 테러 어디까지 왔나 : 300자
[본론] 테러와 한 · 미 동맹 관계 : 300자
한국군 이라크 파병 : 300자
김선일 피살 사건 : 300자
한국 - 이슬람 관계 : 300자
국내 정치의 파장 : 300자
[결론] 한국 안보외교의 파장 : 300자
위와 같이 한 국면에 대해 세부 항목과 분량, 순서를 정하는 것이 총론식 접근 방식보다는 훨씬 구체적이다. 그리고 설득력도 더 커진다. 총론을 다루든지, 각론을 다루든지 글자 수를 처음부터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2천자 정도를 써야 할 경우 우선 2천 2백자 내지 2천4백자 정도로 여유 있게 썼다가 나중 마지막 손질 단계에서 덜 중요한 부분을 골라 2백~4백자를 덜어내는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
왕도 10조 (본문)기본 개요 구상을 상세히 적은 메모를 앞에 놓고, 문장을 만들어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지켜야 할 사항으로 왕도 10조가 있다. 왕도 10조는 이 책이 강조하는 글쓰기 요령의 핵심이며,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풀어 쓴 일반 원칙이다. 그래서 편의상 왕도(王道) 10조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물론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지키면 반드시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런 취지에서 하나씩 음미해 주었으면 한다.
1) 제1조 - 짧게 쓴다문장이 길면 어려워진다. 글은 대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글이라면 쓰나마나 아닌가. 신문이나 잡지 등 기사 문장의 경우 단숨에 읽기가 벅찬 문장은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글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수식어도 가급적 줄인다. 주어와 술어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의미가 실종되기 쉽다. 두세 개로 쪼개서 독립된 문장을 만들면 글도 힘이 있고 읽기에도 편할 것이다. 이러한 절제를 통해 문장 구조를 단순화 하는 것은 곧 글의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기도 하다.
2) 제2조 - 쉽게 쓴다글을 쓸 때 가져야 할 기본 개념은 가능한 순수한 우리말을 가려서 쉽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자, 고사성어(故事成語), 영어, 한자, 외래어 등을 쓰게 되면 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없게 한다. 유식(有識)을 과시하기 위해 어렵게 쓰는 경우, 저속한 느낌을 주게 될 수 있다. 여러 계층의 다양한 독자를 상대로 하는 기사 문장은 쉽게 쓰는 것이 필수적인데, 요즘 신문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어렵게만 씌어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직업적으로 해온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글을 쉽게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3) 제3조 - 담백하게 쓴다담백하게 쓰라는 말은 형용사, 부사 등 수식어를 많이 사용하지 말고 절제하라는 뜻이다. 미사여구의 동원이나 극찬, 극언의 사용은 문장이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나 그 때문에 의미 전달이 부정확해질 우려가 있다. 또한 흥분, 격정 등의 지나친 감정도 배제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독단을 피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요건임을 잊지 말자.
4) 제4조 - 정확하게 쓴다어떤 사물에 맞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맥의 전후로 보아 꼭 알맞은 용어와 낱말을 찾아 써야 문장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아한 여인'은 올바른 표현이나 '우아한 소녀'는 어색하다. '귀여운 소녀'가 어울린다. 단어의 정의를 정확하게 익히고, 동의어·반의어·유사어를 잘 분별해서 사용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5) 제5조 - 명료하게 쓴다문장에 담긴 뜻이 명료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같은 대목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글이다. 단숨에 거침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라야 한다. 그리고 어순(語順)을 지켜야 한다. 특히 수식어의 위치는 피수식어의 바로 앞이 좋다는 것을 명심하자. 맞춤법, 띄어쓰기, 구두점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6) 제6조 - 구체적으로 쓴다추상적 표현을 피하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의미가 너무 넓으면 정확한 의사 전달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뜻이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원수처럼 으르렁대던 두 나라는 드디어 평화적 해결을 보았다."라는 문장을 보자. "평화적 해결"이란 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만 더해줄 뿐이다. 상호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기로 합의했는지, 아니면 화해 평화 사절을 서로 교환하기로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7) 제7조 - 같은 말 반복 사용 피한다한 문장에서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독자가 지루해하고 싫증을 낸다. 이는 어휘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가 된다. 굳이 동일 용어를 써야할 상황이라면 동의어(同義語)로 바꾸는 게 좋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드라마가 시작되기 직전 자막으로 이런 안내문이 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절하므로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문장에는 프로그램이란 말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시청 지도를 필요로 합니다.'로 고치는 게 낫다.
8) 제8조 - 논리적으로 쓴다글은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 견해 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럼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사고 동의를 얻기 위함이다. 즉 남을 설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