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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헤어질 순 없잖아

율리아 온켄 지음 | 푸른숲
1부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지?



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 테레사의 결혼 생활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벌써 오래 전부터이다. 사소한 일들로 매일 되풀이되는 격렬한 말싸움에 이제 둘 다 지칠 대로 지쳤다. 양말은 냄새가 나니까 뚜껑 달린 플라스틱통에 집어넣으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매번 다른 빨래들과 섞어놓지를 않나, TV 앞 탁자 위에 항상 먹다 만 물잔이며 커피잔을 쌓아두지를 않나, 테레사는 지난 일 년 동안 매일 아침 거실에서 치운 커피잔이며 물잔의 개수가 정확하게 7백 30개라고 말했다. 그것말고도 테레사의 속을 뒤집는 행동은 수없이 많았다. 테레사는 아무래도 프란츠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에는 누구나 다 상대방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부풀리고 더하고 곱하면서, 그렇지 않은 점은 너그럽게 넘어간다. 아무나 붙들고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얼마나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인지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말 그대로 이성을 잃은 채,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이며 뛰어난 재능과 미모를 겸비했다고 만천하에 공표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화려한 환상 속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상태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마음도 시간 앞에선 무력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 사람의 다른 면모들을 알게 될 기회도 늘어난다. 내 말을 그렇게나 잘 들어주던 사람이 웬일인지 내 말은 안 듣고 딴 생각만 하고 있다. 당당하고 독립적이었던 그 사람이 자꾸만 결정을 미루며 내게 의존하려고 든다. 그러나 그건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만남에 규칙성이 생기고 안정된 관계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정확하게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까….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마음도 시간 앞에선 무력하다. 아무리 굳건한 믿음도 결국엔 색이 바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 사람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대가 딴사람이 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자.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상대를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한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른 별개의 존재이다. 아무리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도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려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도 자동차처럼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야" 한다. 사랑을 가꾸는 가장 좋은 비료는 처음 그 사람을 사랑했던 당시를 끝없이 되돌아보는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낸다면 더 좋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 보라. "나는 이 사람이 어디가 좋아서 사랑했을까? 그 당시 나는 왜 그토록 행복했고 활력이 넘쳤던가?" 내 마음을 앗아갔던, 한없는 애정을 불러일으켰던 그 사람의 특성을 기억해내자. 그렇게 지난 시절을 돌이키다 보면, 그 사람의 결점만 들춰내고 부풀리고 기록하는 어리석은 짓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어떤 측면에 더 주목할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몫이다. 나의 선택이다.



난 당신의 인형이 아니야 - 동거를 시작할 당시 레굴라와 하인츠는 확신이 있었다. 그 어떤 어려움도 사랑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이. 하지만 이런 확신에 물음표가 찍히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교사인 하인츠는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인데, 의외로 열렬한 권투 팬이다. 물론 레굴라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TV 앞에 앉아 권투 경기 중계를 보는 일이 잦다. 레굴라는 그런 하인츠가 너무 못마땅하다. 하인츠가 권투 경기 시청은 자신의 유일한 낙이요, 직장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라고 아무리 말해도 레굴라는 막무가내다. "권투는 당신하고 안 어울려. 너무 원시적이야." 이런 갈등은 언제나 격렬한 말싸움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레굴라는 하인츠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방해하는 그 '악취미'를 버리지 않는다면 집을 떠나겠다고 협박했다. 자기냐 권투 경기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레굴라는 권투 경기를 보지 말라며 싸우고 달래고 협박했지만 하인츠는 듣지 않았고, 결국 레굴라는 마음의 상처만 잔뜩 받은 채 집을 나와버렸다. 하인츠가 정말로 자기를 사랑했다면, 자기가 그렇게 싫어하는 권투 경기 시청을 포기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사귀거나 함께 살면, 그 사람이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줬으면 하고 구체적으로 바라게 된다. 그리고 이 바람이 통하지 않을 경우 상대를 바꾸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럴 때 최후의 수단으로 애용되는 방법이 "당신이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그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수학 공식처럼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무얼 하겠는가. 서로 전혀 상관없는 두 가지를 억지로 연결 지어서 생각하라니…. 도대체 사랑과 권투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누구를 좋아할 때 그것은 상대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고, 상대도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바꾸라니.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바꾸라는 것은 "지금의 네가 싫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그런 요구는 사랑하는 감정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사랑도 배워야 한다. 사랑에 빠질 때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애정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다. 상대를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사랑을 단 한 발의 총알로 쏘아 죽이는 완벽한 '사랑의 킬러'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 내가 할 일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영혼의 지도'를 탐색하는 것이다. 상대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나부터 먼저 바꾸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그 사람이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까지 체크하면서 보라 마라 간섭해서는 안 된다. 새벽 2시 35분에 권투 경기를 보는 것이 그의 자아 발전에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권투 경기를 같이 보자고 손목을 끌지도 않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래도 끝끝내 상대의 '나쁜' 점을 뜯어고쳐야 직성이 풀리겠다면, 돌아올 건 이별과 외로움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두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사랑은 그렇게 어렵다.



당신, 자동차가 나보다 더 중요해? - 산드라와 빌리는 행복한 커플이었다. 빌리는 화학자이고, 산드라는 기업 사보실에 근무했다.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차를 갖고 있었다. 산드라가 출산을 한 지 몇 달 후, 산드라는 집 근처 신문사로 직장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10년 가까이 탄 그녀의 소형차를 폐차시켰다. 그런데 빌리의 스포츠카는 온 가족이 타기엔 너무 작았다. 자동차를 바꾸기로 한 두 사람은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면서부터 싸우기 시작했다. 산드라는 실용적인 모델만 찾고, 빌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멋진 모델에만 정신을 팔았다. 주말이면 근처 자동차 판매 대리점을 돌아보러 다녔는데, 집을 나서면서부터 두 사람은 다퉜다. 산드라가 접이식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나 없나 트렁크 크기를 재고 있는 동안, 빌리는 차량 항법장치를 달 궁리부터 했다. 어차피 매일 똑같은 길만 다니는데 그런 게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산드라는 빌리한테 도대체 현실성이 없다고 비난했고, 빌리는 산드라에게 남편은 안중에도 없고 아기만 생각한다고 욕을 퍼부었다.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 여자에게 자동차는 목표 지점으로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에 불과하지만, 남자들에겐 신분의 상징이자 경제적 능력의 표현이다. 자동차가 비싸 보이고 번쩍거릴수록 남자의 자의식도 커진다. 남자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외양을 가장 중시한다. 또 가능한 한 최첨단 장치가 많이 장착돼 있을수록 좋다. 자동차 값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일단 마음에 드는 모델을 정하면 그 모델만 생각하니까 말이다. 여자들은 다르다. 여자들은 자동차가 고장 없이 안전하게 움직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새 차를 구입할 때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꼼꼼히 따진다. 차 값, 보험료, 연비, 유지비…. 그 다음으로 기능을 살펴보고, 겉모양은 맨 나중에 살핀다. 운전 스타일도 남녀가 엄청나게 다르다. 남자들은 남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걸핏하면 훈계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누가 조금만 운전을 서툴게 해도 당장 욕설을 퍼붓는다. 속도위반으로 면허 정지를 당해 부인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서도, 남자들은 3분에 한 번 꼴로 부인이 얼마나 운전을 못하는지 잔소리를 해댄다. 앞차에 바짝 붙어 달리는 것도 대부분 남자들이다. 옆에 앉은 여자가 놀라 "그렇게 바짝 붙이지 마!"라고 소리쳐도 그 말을 듣는 남자는 별로 없다. 오히려 도로 상황과 교통 흐름을 주제로 몇 시간씩 연설을 하려고 든다. 경찰들은 왜 빨리 달리는 차만 단속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느리게 달려 교통 흐름을 끊는 차는 왜 처벌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그러고는 자기의 탁월한 논리에 도취되어 자꾸만 앞차와의 간격을 좁힌다. 조수석에 앉은 여자는 두려움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운전 중에 잔소리를 해봤자 역효과만 날 것이 뻔하므로 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참는다.



남자들은 일단 자동차 이야기만 나오면 이성을 잃기 때문에, 새 차를 장만할 땐 여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일단 시간을 갖고 물망에 오른 모델들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좋다. 이 기간 동안 각자 원하는 차를 검토하고, 서로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장점들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세 가지씩만 적어보자고 하자. 이제 마주 앉아 각 항목마다 그 점이 왜 중요한지 함께 이야기한다. 산드라와 빌리의 경우, 항법장치를 갖춘 날렵한 모양의 자동차를 갖고 싶다는 빌리의 소망과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트렁크가 큰 자동차를 원하는 산드라의 바람을 모두 만족시키는 모델을 찾으면 된다. 물론 그러자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 수 있겠지만…. 하지만 남자 쪽의 감정이 너무 격해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을 땐 아이들을 달랠 때 흔히 사용하는 '진정 전략'을 구사해볼 수 있다. 차근차근 설명하여 마음을 달래준 뒤, 진정이 되었다 싶으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정신을 팔게 만드는 전략이다. 남자가 평소에 갖고 싶어했던 다른 물건, 가령 게임기나 프라모델 등을 사준 뒤, 남자가 거기에 빠져 있는 동안 얼른 결정을 내려 가족형 모델로 주문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합리적인 의사소통 전략이 아니므로, 끝까지 타협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좀 치사하지만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밖에선 참 재미있는 사람인데 - "밖에 나가면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회사에선 잘 웃기기로 소문이 났을 정도라는데, 집에만 들어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돼.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 해." 서른여섯 살의 클라우디아는 전화기만 붙들면 친구한테 신세타령을 했다. 처음 야콥을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에는 과묵한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8년을 함께 산 지금, 클라우디아는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야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클라우디아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클라우디아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고 야콥이 돌아오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야콥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TV부터 켰고, 클라우디아가 말을 걸면 귀찮다는 반응만 보였다. 클라우디아는 외로웠다. "사실 난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야. 하지만 야콥과 같은 방에서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있으면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아. 사람을 곁에 두고 느껴야 하는 그 외로움이 말할 수 없이 괴로워."



클라우디아와 야콥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지나치게 '과묵한' 남편으로 인해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적으로 봐도 남성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언어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여성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남김없이 털어놓는 친밀한 대화에 익숙하다. 상대에게 이해 받고 싶어하고, 상대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녀 관계에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관계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 바람을 상대방에게 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도 이해 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져 결국 타인과 다를 바 없이 된다. 혼자 잇는 것도 참기 힘들지만, 두 사람이 같이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죽어도 말하기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들이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나쁜 의도라기보다,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무능'때문이다. 여기다 대고 여자들이 매일같이 "얘기 좀 해봐!"라고 다그치거나,"당신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미칠 것 같아!"라고 소리쳐봤자 아무 소용없다. 차라리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여 상대방의 침묵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려주는 편이 낫다. 구체적으로 이런 말로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당신하고 있으면 같이 있는데도 너무 외로워. 그래서 아주 슬퍼. 당신한테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당신이 어떤 마음인지, 요즘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어."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한 사람이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은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역할을 바꾼다. 그리고 처음부터 비난이나 충고, 경고나 훈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2부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그 여자야 나야? 결정을 해! - 홀거와 아니타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둔, 결혼한 지 15년 된 부부이다. 남보기에는 부족할 게 없는, 그야말로 화목한 가정이다. 그러나 아니타는 행복하지 못하다. 홀거가 결혼 이후 계속 이 여자 저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다니기 때문이다. 홀거의 바람기는 결혼 초부터 시작되었다. 일 년 가까이 비서와 놀아나더니, 그 다음엔 여상사하고 한동안 관계를 가졌고, 그 이후에도 계속 주변 여자들과 바람을 피웠다. 사실 홀거의 바람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본인도 굳이 남들한테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바람기를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 하지만 아니타는 몇 년 전부터 이제 그만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사실 홀거는 아주 잘생기고 다정다감한 데다 카리스마가 넘치며, 부드럽고 다정한 남편이요 자식에겐 끔찍한 아빠이다. 홀거의 바람기가 잠시 잠잠해지면, 아니타는 이젠 다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사건이 벌어진다. 남편한테 "그 여자야 나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추호의 망설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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