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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

데브라 데이비스 지음 | 에코리브르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

데브라 데이비스 지음/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2004년 7월/488쪽/19,500원



머리말

1980년대 초 나는 불안하고 불쾌한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그때 국립과학원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연구는 나중에 기내 공기에 대한 4년간의 연구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사실 이 문제를 조사하는 데 4년씩이나 필요하지는 않았다. 아니, 1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니얼 k. 이누예상원의원이 호놀룰루에서 워싱턴까지 8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나면 왜 항상 몸이 아픈지 이유를 밝혀달라며 연방항공국에 50만 달러를 주어 국립과학원에 위원회를 만들게 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나는 상원의원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우선 환경보호청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피에조밸런스라는 이름의 꼴사나운 기계를 빌렸다. 이 기계는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물질처럼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작은 공기 중 입자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었다. 나는 누가 봐도 폭탄처럼 보이는 이 4.5킬로그램짜리 금속 상자를 할머니의 낡은 밍크코트 속에 감추고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답을 찾았다. 흡연석과 비흡연석의 공기 중 입자의 수준이 똑같았던 것이다. 이누예 상원의원의 몸이 항상 아팠던 것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동안 내내 골초들과 함께 앉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50만 달러의 돈과 4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간 국립과학원의 공식 연구결과는 내가 단 한 번의 비행에서 발견했던 사실을 그대로 확인해주었다. 얼마 후, 비행기에서 흡연석이 사실상 폐지되었다. 담배 연기는 좌석의 위치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비행기 안의 기계들을 망쳐놓았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비행기와 그 밖의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담배 연기에서 발견되는 많은 유독성 화합물을 일상적으로 호흡하고 있지만, 과거의 비행기 승객들처럼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이 이런 물질들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 중에는 전 세계의 전자혁명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른바 청정실도 포함된다. 첨단 제품 공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40여 종의 화학물질들이 근무자들의 피부, 허파, 혈액 속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물질들 중에는 벤젠, 석면, 염소 유기 용매 등 1980년대 초에 이미 동물과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다. 내가 도달한 불안하고 불쾌한 결론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런 유독물질들이 여럿 모여 있는 환경에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들 중에서 암 발병률이 점점 증가하리라는 것. 마치 무시무시한 자연의 실험이 내 눈앞에서 막 펼쳐지려는 광경을 목격한 듯한 기분이었다.



제1부 - 옛날에는

내 고향

펜실베이니아 주의 도노라는 내 남동생 마티처럼 모험심 넘치는 세 살짜리 아이가 집에서 8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을 헤매고 다녀도 절대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곳이었다. 도노라의 사람들은 모두 ‘세계 최대의 못 공장(이건 공장 정문의 간판 위에 씌어 있는 문구였다)’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공장 사람들을 위해 음식, 옷, 연료 등을 팔았다. 도노라의 아이들은 모두 강철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었다. 강철을 만들려면 석회석, 석탄, 철광석이 필요했다. 도노라의 아메리칸 스틸 & 와이어 워크스사 1년에 한 번씩 공장을 개방하는 연례행사에서 나눠준 소책자에는 보통 하루에 화물차 45대분의 철광석, 40대분의 코크스, 6대분의 석회석, 6대분의 각종 원료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츠버그의 전체 가정에서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양만큼의 석탄을 그 공장에서는 매일 사용했다.

1915년에 세워진 새로운 아연 공장은 당시 세계 최대의 공장 중 하나였다. 아연은 우리 몸에 소량으로 필요한 원소들 중 하나지만, 우리 몸에서 사용될 때와 다른 형태의 아연이 대량으로 존재하면 유독성을 띤다. 당분과 결합한 미량의 아연은 감기의 병원체인 리노바이러스를 죽임으로써 감기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황, 탄소, 불화물, 질소 등의 기체와 결합한 아연은 대단히 위험하다. 게다가 아연 공장의 오븐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연을 제련하는 작업과 강철 제조 공정에는 모두 불소와 칼슘이 결합한 결정체로 만들어진 형석이 많이 사용된다. 제련작업 도중 형석은 찌르듯이 지독한 부식성의 불소 기체를 만들어내는데, 불소 기체는 전구의 광택을 사라지게 하고, 일반 유리를 부식시키며, 아이들의 치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한 학자는 불소 중독의 특징인 치아 반점이 도노라에서 흔하게 발견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아버지의 치아에도 그런 반점이 있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우리는 아버지가 이를 제대로 닦지 않아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1948년 10월 26일, 차가운 공기가 거대한 담요처럼 모논가헬라 계곡 전체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도노라의 제철소, 용광로, 화덕에서 나온 온갖 기체들은 산꼭대기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대신 석탄, 코크스, 금속의 증기 등이 섞인 짙은 안개가 되어 사람들의 집과 거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처음에 자동차의 전조등을 켜고 기듯이 느릿느릿 움직여보려 했지만, 한낮이 되었을 때에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이 정지해버리고 말았다. 안개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일요일에 도노라의 장의사에는 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브라우니, 컵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등이 대개 회합 장소로 이용하던 마을 회관 지하실은 임시 시신 안치소로 변했다.「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지는 “주민들이 겉으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젊은이들은 거리 여기저기에서 터치풋볼 게임을 계속하거나 자전거를 탔다”고 보도했다. 11월 1일 아침 일찍 내린 비가 이 마을을 강타했던 것들을 하늘에서 씻어가버렸다. 도노라에서 일어난 일은 이상 기후가 아니었고, 공장의 증기가 석인 바람과 날씨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도노라의 재앙이 50주년을 맞던 1998년에 ‘저스틴 숄리’라는 열성적인 고교생의 노력으로 기념비가 세워졌다. 펜실베이니아 역사 및 박물관 위원회가 사망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예전의 철강 공장 중심부 근처에 약 0.5평방미터 크기의 동판을 세운 것이다. 동판에 새겨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948년 도노라 스모그 대기오염에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킨 이 환경 재앙은 연방정부 차원의 주요 청정 공기법들을 유산으로 남겼다. 1948년 10월 말, 두꺼운 안개가 이 계곡을 담요처럼 무겁게 덮었으며, 날이 갈수록 안개가 더 짙어졌다. 이 지독한 스모그로 약 20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명이 병에 걸렸다. 도노라의 아연 공장은 10월 31일에야 용광로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내린 비가 마침내 스모그를 흩어놓았다. ― 이 동관은 감동적인 기념비다. 그러나 스모그가 발생한 후 한 달 동안 숨을 거둔 50명은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 후 10년 동안 세상을 떠난 수천 명의 사람들 역시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스모그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인정받기까지

1969년 12월 어느 날 로스엔젤레스에서 죽은 사람이 삼촌만은 아니었다. 공기 중에는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일부 사람들은 실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지만 평소 운동에 열심인 렌 삼촌은 아니었다. 로스엔젤레스의 대기가 오염되어 있던 이 기간 동안 인구 200만 명 이상의 이 도시에서 매일 약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만성적인 기침 증세가 나타난 사람은 사망자의 수백 배였고, 과학자들의 표현대로 ‘활동이 제한된 날’을 경험한 사람은 수천 배에 달했다. 활동이 제한된 날이란 도저히 평소처럼 활동할 수 없는 날을 뜻한다. 사람들은 눈이 따갑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오는 증세를 경험했으며, 머리가 무거워서 시야도 뚜렷하지 않고 생각도 분명하게 할 수 없었다. 우리 삼촌은 활동이 제한된 날의 증세 중에서도 그런 점들이 적혀 있었다.

로스엔젤레스 분지의 면적은 약 2,600평방킬러미터로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특히 공기가 정체되기 쉽다. 주위의 산 높이가 모두 300미터 내외이긴 해도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대개 부드럽고 변화무쌍하다. 1955년에 이 분지에는 500만 명이 살고 있었고, 그들 중 절반이 자동차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약 5만 8,000톤의 천연가스, 석유, 휘발유, 쓰레기 등을 태웠으며 여기서 3,000톤 이상의 대기 오염물질이 배출되어 남부 캘리포니아의 산들을 담요처럼 둘러쌌다. 질소화물의 농도가 1평방미터당 최고 2.24그램까지 이를 정도였다. 이 질소화물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된 질소 때문에 개울들이 질소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 개울들의 질산염 농도는 당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수준보다 50퍼센트 더 높았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자동차, 휘발유, 타이어 회사들은 경쟁자인 전차를 밀어냄과 동시에 연료 시장과 관련된 여러 계획들도 가동했다. 에틸 사는 휘발유의 효율을 높이는 첨가제로서 납을 선전하고 생산하는 회사로 1923년에 닻을 올렸다. 이 공장에서 납 중독에 걸린 노동자들은 심한 독성을 지닌 액체, 즉 휘발유 첨가제인 4에틸납을 수백 갤런이나 생산하고 있었다. 최초의 이 대량생산 시도는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 액체 속에 들어 있는 납이 몇 방울만 피부 속으로 뚫고 들어가도, 혈관을 따라 온몸을 돌아다니며 결국 신경과 뇌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재앙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간 후, 국민들이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는 것에 불만을 느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는 에틸 휘발유의 판매를 중단했고, 공중보건 담당 관리들도 이 첨가제에 반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에틸 사는 1924년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거둬들인 다음, 휴 S. 커밍스 공중위생국 장관에게 대책을 권고해줄 과학자 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기오염의 약 98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미세먼지 등 다섯 가지다. 이 오염물질들은 애당초 어떻게 해서 공기 중으로 들어가게 되는 걸까? 이들 중 대부분은 자연 발생적이며, 심지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화석 연료가 연소될 때에는 질병은 물론, 심지어 사망까지 야기할 수 있을 만큼 이 화합물들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일산화탄소를 생각해보자. 나무든, 석탄이든, 휘발유든, 쓰레기든 탄소가 연소할 때에는 항상 산소와 결합한다. 탄소가 산소 원자 하나와 결합하면 일산화탄소가 생긴다. 그리고 탄소 원자 하나와 산소 원자 2개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두 가지 모두 눈에 보이지 않으며 냄새도 나지 않는다. 또한 두 가지 모두에 사람이 대량으로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일산화탄소의 치사량이 이산화탄소의 치사량보다 훨씬 더 적다. 성인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었을 때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독감 증세에 비해 심하지 않다. 몸이 무기력해지고, 속이 메스껍고, 몸이 쿡쿡 쑤시는 정도니까 말이다. 때로는 배탈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임신부가 대기오염이나 담배 연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50ppm 이상인 공기를 일상적으로 호흡하는 경우에는 정상 체중에 미달하는 아기를 낳게 된다. 렌 삼촌과 숙모가 도노라의 더러운 공기로부터 도망쳐 옮겨간 도시에는 그런 증거가 이미 오래 전부터 분명히 나타나 있었다. 1967년 무렵, 로스엔젤레스의 자동차들은 매일 약 90억 7,000여 그램의 일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했다.

1958년 패트 브라운이 대기오염의 연구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과 싸우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나서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브라운은 1959년의 취임 연설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대기오염은 우리 주 전체에 대한 위협입니다. 대기오염은 로스엔젤레스뿐만 아니라 인구가 많이 몰려 있는 우리 주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모그를 공격할 때 카운티 경계선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저의 행정부가 우리 주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모든 관련 기업과 관련자들에게 통보합니다.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정치가들은 유산을 남겼다. 과학은 원래 불확실한 것이다. 그래서 항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중보건과 경제성장이라는 이슈가 상충하므로 불확실한 점들이 있음에도 어디에 어떤 도로와 집을 지을 것인지, 사람들을 어떻게 이주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당대의 정치적 요구들에 밀려 여러 분야에서 최초로 전선에 나선 주가 되었다. 대기오염 통제 지구와 자동차 엔진을 정기적으로 시험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그램, 크랭크실에서 배출되는 물질들을 재활용하기 위해 ‘블로바이(Blow-by)식’(배기가스를 태워 오염을 더는 방식―옮긴이) 밸브를 달아야 한다고 규정한 자동차 배기량 기준, 중요한 대기 오염물질의 기준을 설정하고 바꾸기 위한 절차 모두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으로 만든 것이었다.



제2부 - 최고의 선의

유방암을 매개로 한 새로운 여성들의 모임

1993년의 어느 일요일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을 때 나는 틀림없이 뭔가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화이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벨라예요. 내 친구들이 파리처럼 죽어가고 있어요. 시청에서 유방암과 환경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할 겁니다. 3월 20일이에요. 당신도 와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벨라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 특유의 친숙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목소리는 알고 있었다. 벨라 아브주그가 왜 나한테 전화를 걸어 유방암 얘기를 한 걸까? 1970년부터 1976년까지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현대 여성운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벨라는 미국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물이다. 제랄딘 페라로는 1998년에 벨라의 장례식에서 그녀가 문을 열어준 덕분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틀림없이 환경 때문일 겁니다. 도대체 롱아일랜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왜 그곳 여자들이 다른 지역의 여자들보다 4배나 더 유방암에 걸리는 거죠? 그 핵심을 한번 찾아봅시다. 뭔가 관련성이 있는 것을 찾아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녀 자신도 2년 후 암 때문에 가슴 한쪽을 잃었다. 지역에 따라 종류별 암 발생률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뉴욕, 코네티컷, 뉴저지, 캘리포니아에서 유방암에 걸리는 여성이 왜 그렇게 많은 걸까? 롱아일랜드에서 40년간 살았던 여성이 그곳에서 10년밖에 살지 않은 여성에 비해 4배나 더 유방암에 잘 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밥을 너무 많이 먹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여자들이 많아서일까? 수십 년 전에 매주 각 가정과 학교, 정원 등에 살포된 화학약품 때문일까? 여드름이나 척추만곡에 대한 방사선 치료법이나 결핵 진단을 위해 지나치게 자주 엑스선 사진을 찍은 것이 문제일까? 젊을 때부터 오랫동안 피임약을 대량으로 복용한 것은 또 어떤가? 이런 질문들에 대답을 해줘야 하는 책임을 진 사람은 누구인가?

한 줄로 놓인, 등받이가 높은 마호가니 의자들 한가운데에 앉은 벨라는 강력한 선언으로 시청 청문회의 막을 열었다. 전직 패션모델인 조앤 모티치카(그녀는 당시 ‘마투시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가 먹이를 노리는 표범 같은 모습으로 이 놀라운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마른 몸에 키가 180센티미터나 되며 윤기 나는 피부와 카메라맨들이 사랑하는 몸매를 지닌 그녀는 유방암이 남긴 파괴의 흔적을 보여주는 포스터의 모델로서 대중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마투시카는 어렸을 때 해변에서 놀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린 시절에 나는 여름이 되면 저지(Jersey)의 해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곳에는 항상 엄청난 농약이 뿌려졌죠. 옛날 우리 동네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지금 암에 걸려 있습니다. 부모님의 유전자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어머니와 내가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게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화학약품들이 잔뜩 뿌려지는 환경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차고에 엄청난 농약을 보관해두던 것이며, 트럭에서 농약이 안개처럼 살포될 때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 그 뒤를 좇아 달리던 것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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