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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동물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 물병자리
초부족은 초월적인 통제력을 필요로 한다근래의 인간 지도자들이 지배적인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분명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부족의 지도자는 집단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초부족의 지도자는 초지위라는 높은 위치 때문에 고립되어 있고, 권력 기구에만 열중하여 급속도로 집단 구성원들과 단절된다. 오늘날 성공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최소한의 정보로 주요한 결정을 내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초부족을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강력한 지도자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강력한 지도자는 옛날의 부족 시대에나 걸맞는 존재이니까 그가 속해 있는 과거로 쫓아보내고, 그 대신 서로 의존하는 전문가들이 컴퓨터로 관리되는 조직을 구성하여 초부족을 다스리는 것이 최상책이다. 사실 초부족은 초월적인 통제력을 필요로 한다. 한 사람이 통제하기가 벅찰 때는 강력한 조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백성들의 생물학적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들의 이성은 초부족적일 수 있지만, 그들의 감정은 아직도 부족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한 개인의 형태를 갖춘 진정한 지도자를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것은 인류의 근본적인 행동 유형이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 개인이 지도자의 지위에 앉을 수밖에 없다.지위 획득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다위에서 짓누르는 지배의 무게는 부자연스러울 만큼 무겁고, 이것은 초부족 상태의 불가피한 특징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 무게가 우리한테 어떤 희생을 요구했는가를 알 수 있다. 불과 몇 천 년 전만 해도 단순한 부족 사냥꾼이었던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초부족은 비정상적인 상태이고, 이 비정상은 비정상적인 행동양식을 낳았다. 우위 흉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 폭력 행위를 보고 흥분하는 것, 동물이나 어린이 같은 하위자들을 고의적으로 학대하는 것, 살인 행위,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두 실패했을 때 자학과 자살 행위로 치닫는 것 등이 모두 초부족 상태가 낳은 비정상적인 행동양식이다. 자연 서식지에 사는 야생동물의 경우, 오늘날 인간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극한까지 치닫는 일은 결코 없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한테서만 인간과 어느 정도 비슷한 상태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허덕이면서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여러 종류의 이상 행동이 존재한다는 것은 물론 놀랄 만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인구에 비해 그런 이상 행동이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더욱 놀랄 만하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엄청난 인내력과 유연성과 창의력을 입증해주는 놀라운 증거다.제3장 섹스와 초섹스'섹스'라는 생존의 기본적 메커니즘이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파멸의 메커니즘으로 바뀌고 있다.점점 격렬해지는 초섹스화우리가 음식을 입에 넣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 동물원에서는 먹고 마시는 행위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행동양식을 여러 기능에 활용하는 것은 동물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인간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독창적 기회주의가 이 과정을 연장하고 확대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초부족 생활의 이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서투르게 다루면 바람직하지 못한 점이 생길 수도 있다. 곤두선 신경을 달래기 위해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증에 걸려 건강을 해친다.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까닭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행위의 주된 기능인 영양 섭취와 영양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음식 섭취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당히 조심하면, 몸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는 먹고 마시는 행위의 다양한 기능에 탐닉할 수 있다. 성행동에 관해서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훨씬 복잡하고,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은 성행동의 기본 기능인 생식과 생식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성행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종종 있지만, 이 사실은 인간 동물원이 섹스를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초섹스(super-sex)로 바꾸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초섹스로 나아가는 추세에는 여러 가지 영향력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거대한 두뇌의 발달이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을 길게 연장시켰고, 길어진 자녀 양육기간은 다시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진 것을 의미했다. '짝짓기를 위한 섹스'와 '짝을 유지하기 위한 섹스'가 기본적인 '생식을 위한 섹스'에 추가되었다. 인간은 색다르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충동이 강해졌고 호기심과 창의성도 풍부해졌다. 이것이 '탐험적 섹스'를 크게 증가시켰다. 거대한 두뇌는 인간의 생활을 효율적으로 체계화했기 때문에 인간의 여가는 점점 늘어났고, 그리하여 '섹스를 위한 섹스'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남아도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직업적 섹스'가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초부족의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너무 강해지면, 언제든지 긴장을 풀어주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섹스'가 있었다. 초부족 생활은 더욱 복잡해져서 생산 활동과 상업이 더욱 세분되었고, 여기에도 성적 활동이 '상업적 섹스'의 형태로 관련되었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초부족 체계에서 지배와 지위 문제가 확대되자, 섹스는 어디에나 퍼져 있는 '지위 섹스'로서 성과는 관계없는 상황에도 점점 많이 차용되기 시작했다.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성적 문제는 주로 생식과 관련된 범주와 주로 생식과는 관계없는 범주의 충돌이었다. 피임약의 발명이 방종한 난교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성교는 여전히 기본적인 '짝짓기'의 성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인간은 진화 때문에 부모의 의무가 크게 늘어났고, 거기에서 남녀가 짝을 이루려는 강한 충동이 생겨났다. 앞으로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아무리 완벽한 피임법이 생겨난다 해도 지속적인 짝짓기 충동은 끈질기게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과학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성행동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으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것은 우리의 행동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피임법의 개선, 성병의 감소, 인구의 증가라는 세 가지 압력이 서로 협력하여, 생식과 관계없이 쾌락에 탐닉하는 비생산적 형태의 성교를 극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동물적 본성은 우리가 그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영원히 방해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리의 유전자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때까지는 그것을 방해할 것처럼 보인다. 초섹스는 인간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강렬한 보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일이 잘못되면 인간에게 최대의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인간은 초섹스를 확대하고 정교하게 다듬고 조종했듯이, 초섹스가 갖고 있는 상벌 양면의 잠재적 가능성도 확대했다. 우리는 인간 행동의 많은 분야에서 그와 똑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상이 아주 명백하게 드러나는 의료 분야에서도 벌이 존재한다. 의료 발달은 인구 과밀을 쉽게 초래할 수 있고, 인구 과밀은 새로운 스트레스 질병을 만연시킨다. 인구 과밀은 고통에 대한 과민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욱 민감해진 우리의 감수성이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아니, 우리 두뇌에 달려 있다. 유일한 장애는 부족이 초부족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우리의 생물학적 안전망을 빼앗았다는 것이다.제4장 내집단과 외집단"인간의 본성은 비슷하다. 서로를 멀찌감치 떼어놓는 것이 인간의 관습이다."텃세권을 두고 위협적인 폭력이 시작되다진화론적 주장에 따르면, 두 집단이 충돌하여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파멸시킨 경우에는 이긴 쪽이 진 쪽보다 생물학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 주장은 편협한 관점이다. 오히려 두 집단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했다면 인류 전체는 그만큼 더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보다 넓은 관점이다. 우리는 바로 이 넓은 시야를 갖도록 애써야 한다. 그런데 한 세기가 조금 넘는 기간(1830년부터 1945년까지)에 무려 6천만 명의 인간이 집단 사이의 충돌에서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이 살육을 두고 인간이 '짐승처럼' 행동했다고 묘사하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서 그런 동물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행동은 현대인을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독특한 동물로 만드는 또 하나의 기묘한 특성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세 가지 것 - 자신·가족·부족 - 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타고났다. 인간은 짝을 짓고 텃세권을 갖고 집단 생활을 하는 영장류로서 그 자신이나 가족 혹은 부족이 폭력으로 위협을 받으면 공격을 물리칠 가능성이 있는 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모조리 동원하여 반격을 시도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상대의 위협과 거의 같은 정도의 위협으로 응수하는 게 보통이다. 상대의 위협보다 더 폭력적인 동물은 모두 절멸해버린 것 같다. 이것은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교훈이다.



지난 2천 년의 인류 역사는 우리가 진화를 통해 물려받은 유산에 지나친 부담을 주었다.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고 가족은 여전히 가족이지만 부족은 이제 초부족이 되었다. 국가간·이념간·민족간의 갈등이 보여주는 독특한 잔인성을 이해하려면 이 초부족 상태의 본질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내디딘 중요한 발걸음은 항구적인 주거지에 정착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지켜야 할 명확한 대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원숭이와 유인원은 대개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생활을 한다. 각 무리는 서로 마주쳐도 사태가 심각하게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초기 인간이 좀더 엄격한 텃세적 습성을 갖게 되자 방어 체계를 단단히 다져야 할 필요가 생겼다. 지도자들은 집단 사이의 싸움에 훨씬 직접적으로 가담했다.다른 집단과 뼛속까지 다르다고 느끼려는 본능공자는 2천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본성은 비슷하다. 서로를 멀찌감치 떼어놓는 것이 인간의 관습이다." 하지만 관습은 문화적 전통에 불과하기 때문에 쉽게 바뀔 수 있지만, 외집단을 배척하려는 내집단의 충동은 '놈들'과 '우리'를 좀더 영구적으로 갈라놓을 기본적인 차별성을 원한다. 우리는 창의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 차별성을 찾아내지 못하면 서슴없이 만들어낸다. 모든 인류는 광범위한 행동양식을 공유하고 있다. 개개인의 근본적인 유사성은 엄청나게 크다. 역설적인 일이지만, 이 유사성 가운데 하나는 뚜렷한 내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다. '우리는 타집단의 구성원들과는 정말 뼛속까지 다르다고 느끼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냥꾼이었던 조상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은 동물이다. 국적과는 관계없이 모두 그 줄기에서 갈라져 나왔다. 우리 모두는 '털없는 원숭이'이다. 우리는 내집단 게임을 시작할 때 초부족 생활의 엄청난 압력 밑에서 그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피를 흘리려 할 때 이 점을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현재의 징후로 보아 합리적 과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뿌리와 대결해야 한다. 문제의 뿌리는 그토록 효과적으로 우리를 집단 사이의 충돌에 대비시키고 있는 조건들이다. 그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① 인간의 세력권이 차츰 고정되었다.

② 부족이 커져서 인구가 과밀한 초부족이 되었다.

③ 멀리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발명되었다.

④ 지도자들은 전투의 최전선에서 안전한 후방으로 이동했다.

⑤ 직업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전문가 계층이 생겨났다.

⑥ 여러 집단간에 과학기술의 발전수준이 불균형을 보이게 되었다.

⑦ 집단 내부의 지위 경쟁이 치열해져 좌절당한 공격성이 늘어났다.

⑧ 지도자들은 타집단과의 지위 경쟁을 필요로 한다.

⑨ 초부족 내부에서 사회적 동질성이 사라졌다.

⑩ 공격받는 친구를 도우려는 협조적 충동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당한다.



이 열 가지 목록은 인간이 앞으로도 영원히 전쟁 상태에 있으리라는 것을 확고부동하게 보장해줄 것이다.제5장 각인과 잘못된 각인잘못 각인된 세계는 이상야릇하고 놀라운 세계다. 이것은 '심리적 튀기'를 만들어낸다.각인, 순식간에 그리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학습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닥치는 경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 잠시 노출되었을 뿐인데도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쉽게 잊을 수 있는 가벼운 인상만 받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외상성(外傷性, traumatic)학습이라고 부를 수 있고, 두 번째 경우는 정상적 학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빠르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학습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외상성 경험은 이 동전의 한 면일 뿐이다. 그 뒷면에는 '각인(刻印)'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정신적 외상은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각인은 긍정적인 과정이다. 외상성 경험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은 순식간에 끝나고, 거의 수정할 수 없으며, 반복을 통해 강화해줄 필요도 없다. '사랑'이라는 낱말은 각인 과정에 수반되는 감정적 느낌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병아리나 오리새끼가 알에서 깨었을 때 처음 눈에 띄는 움직이는 커다란 물체가 자동적으로 '어미'가 된다. 부화기에서 깬 병아리가 처음 본 커다란 물체가 우연히 기다란 끈에 묶여 끌려가는 노란색 풍선이라면, 병아리는 그 풍선을 따라다닐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노출 학습'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초기 각인의 영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각인은 다른 종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종의 동물 중에서 짝을 고르도록 도와준다. 사로잡힌 동물의 경우, 자기와는 다른 무리의 동물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기 쉬운 이 성향은 기괴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동물원의 거북 우리에서 혼자 자란 공작은 새로 들어온 암컷과는 관계하기를 거부한 채 거북한테 끈질기게 구애 행위를 하여, 파충류인 거북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현상을 '잘못된 각인'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널리 일어난다. 어떤 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무리와 떨어진 상태에서 사람 손에서 자라면, 나중에 그들한테 먹이를 준 손을 물어뜯는 대신 그 손과 교미하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특히 비둘기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자주 발견되었다.인위적인 사회화가 만들어낸 ' 유대 혼란'인간이라는 동물로 눈길을 돌리면, 각인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아기는 태어난 뒤 몇 달 동안 민감한 사회화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아기는 같은 인간 - 특히 어머니 - 에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깊은 애착을 갖게 된다. 동물의 각인과 마찬가지로, 이 애착은 어머니한테서 얻은 물질적 보상 - 예를 들면 젖을 주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것 - 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각인 특유의 노출 학습도 이루어진다. 아기는 오리새끼처럼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님으로써 어머니 곁에 항상 붙어 있을 수는 없지만, 미소짓는 행동을 이용하여 똑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아기가 웃는 것을 보면 어머니는 아기 옆에 남아서 함께 놀고 싶어진다. 이 간주곡은 아기와 어머니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태어난 뒤 1년 동안 굳어진 강한 유대는 그 후 평생 동안 남들과 강한 유대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음의 애착 형성 단계로 넘어가면, 우리는 짝짓기라는 성적 현상에 부딪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각인 형성 과정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사람에게는 이런 일이 가장 일어나기 쉬운 민감한 시기(사춘기)가 있다. 사춘기에는 남녀 사이에 진지한 유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고, 이것이 성숙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느린 성숙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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