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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솔로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

하세가와 마리코 지음 | 뿌리와이파리
생물 중에는 성염색체 없이, 태어난 후의 환경 요인에 의해 이른바 후천적으로 성이 결정되는 것이 있다. 성염색체에 의해 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화 온도에 따라 성이 결정되는 것은 파충류인 도마뱀, 거북, 악어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지상에서 알을 낳는 종류다. 이러한 종에서는 어떤 때는 전원이 수컷이 되고, 어떤 때는 전원이 암컷이 되는 성비의 극단적인 변동이 일상으로 일어난다. 대부분의 거북 종류는 온도가 높으면 암컷, 온도가 낮으면 수컷으로 부화한다. 도마뱀이나 악어에서는 이와 반대다. 온도에 따른 성 결정은 물고기 중에서도 대서양실버사이드라는 물고기가 그러한데, 온도가 낮으면 암컷, 온도가 높으면 수컷이 된다.



부화 온도 말고 다른 요인에 의해 따른 환경 성 결정의 예는 바닷속 모래진흙 속에 사는 보넬리아라는 작은 생물이 있다. 암컷의 크기가 수컷의 500배나 되어 보넬리아는 암수의 크기 차이가 극단적인 동물로 유명하다. 부유성 플랑크톤인 보넬리아의 유충은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데, 이 단계에서는 암수가 따로 없다. 그러다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성이 결정된다. 이때 암컷이 될지 수컷이 될지는 어디에 정착하느냐로 갈린다. 성숙한 암컷 위에 붙으면 수컷이 되고,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정착하면 암컷이 되는 것이다.



환경 요인에 의한 성 결정 양식은 생물 중에서도 특이한 형태인데, 어떤 상황에서 환경 요인에 의한 성 결정 양식이 출현할까?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첫째, 수정란이 어떤 장소에서 부화할지 임의적이고 둘째, 그 장소의 환경 요인에 상당한 변동이 있고 셋째, 그 환경 요인으로 부화 후의 개체 성장이 영향을 받고 넷째, 수컷 새끼와 암컷 새끼 간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를 때 환경에 따른 성 결정이 유리해진다. 바다 거북이 알을 낳는 장소 중에는 온도가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어서 그 장소의 온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온도가 높으면 부화가 빠르고, 새끼는 크게 자란다. 거북의 경우에는 몸집이 큰 암컷은 알을 많이 낳을 수 있어서 몸집이 클수록 번식 성공도가 높아지므로 덩치가 클 경우에는 암컷으로 태어나는 편이 이득이다. 부화 장소가 임의적이고 그 장소의 온도에 따라 어떤 개체가 크게 성장할지 말지 결정된다면, 애초에 성염색체로 성이 결정되는 것보다 부화 장소의 온도에 따라 유리한 성으로 발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환경 요인에 의한 성 결정이 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진화란 종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의 유전자 빈도가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고기에서 육상동물이 생겨나고 공룡에서 새의 조상이 출현하는 것을 'OO에서 진화했다.'라고 말하는데, 이 같은 사건도 어떤 집단에 생겨난 유전자 빈도 변화로 야기된 것이다. 이전 집단과 유전자 구성이 다른 새로운 집단이 생겨나게 되면, 즉 집단 내 유전자 빈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생물의 체제에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유형의 생물이 생겨나는 것을 대진화라고 한다.



목이 긴 동물 집단에 '목이 긴' 유전자가 확산된 것에 대해 '생존에 유리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존율과 함께 번식률이다. 자연선택이란 더 유리한 유전자가 집단 내에서 확산되어가는 과정인데, 집단 내로 확산되려면 유전자는 복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은 그 유전자가 속한 개체가 생존과 동시에 번식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생존하는 것과 번식하는 것은 그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별개다. 그러므로 특정 유전자의 집단 내 확산은 생존율과 번식률의 곱에 의존한다.



여기서 적응도란 말을 도입해보자. 생존율에다 번식률을 곱한 값을 순증식률이라고 한다. 각각의 유형에 대해 이 값을 계산해서 집단 전체의 순증식률로 상대화한 것이 적응도다. 적응도가 높다는 것은 어떤 환경 요인에 대해 다른 유형보다 잘 대처하며 번식률이 높다는 뜻이다. 적응도가 높은 유전자는 환경 요인을 극복하는 우수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고, 적응도가 높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그러한 환경에서 생존·번식하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적응'이라고 한다.



진화과정에서 적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자연선택뿐이며, 여러 유형의 유전자 빈도 변화 중에서 우연에 의한 것은 적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유전자 빈도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지 단순한 우연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에서는 어떤 환경 조건 하의 유전자 복제율 차이에 근거해 복제의 효율성이 높은 유형이 남겨지고, 이로써 집단은 효율이 높고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즉 적응적인 방향으로 움직여 나간다. 이토록 정교한 생물의 메커니즘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 덕분이다. 진화는 유전자 복제율 차이에 근거해 일어나는 것이지 해당 유전자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동물은 종의 보존을 위해 행동한다', 'OO는 종의 이익이 되므로 진화했다.'란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는 유전자의 적응도가 아닌 집단의 적응도를 높이는 성질이 진화한다는 생각으로 집단선택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진화를 생각할 때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은 유전자지 집단이 아니다. 복제하는 것은 유전자며, 종을 비롯한 집단은 직접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화가 종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어난다는 생각을 집단선택의 오류라고 하는데, 1970년대 중반까지도 생태학자나 행동학자 같은 전문가들조차 진화가 종의 이익을 위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릇된 생각이며, 그로 인해 동물행동학은 크게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적응도가 높은 유전자가 증가하면서 집단 내 개체는 적응을 익혀 나간다. 이 과정은 유전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집단 전체에 유리한 유전자가 선택되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복제하는 실체는 유전자고, 어떤 유전자의 적응도는 그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지로 결정된다. 집단이란 하나의 격리된 집합으로서 복제 단위가 될 수 없다. 물론 인간이 임의로 경계를 정한 집단에 대해 증식률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집단 안에는 다양한 개체가 있고, 그 개체 안에는 다양한 변이가 있으며, 개체의 드나듦도 있다.1장 세상에 암수가 있는 까닭 - 성의 기원

유성생식은 왜 출현했을까?2장 어떻게 암컷이 되고 수컷이 될까? - 성의 결정 기구



환경 요인에 의한 성 결정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의 기원은 현대 생물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생물이란 정의상 자기 복제가 가능한 존재다. 지구상에 처음 생명이 나타났을 때의 자기 복제 방법은 분열이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성이 없었다. 분열에 한하지 않고 성 없이 증식하는 방법, 즉 무성생식이 최초의 번식 방법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생물은 유성적으로 번식한다. 성의 기원을 고찰하려면 무성적으로 증식하던 조상 중에서 왜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이 출현하고 번식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유성생식의 불편한 점은 하나의 자손을 만드는 데 부모 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본질적으로 절반의 효과로 번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유성생식의 두 배의 비용'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성은 번식 수단으로서 진화해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번식 수단이었다면 '유성생식의 두 배의 비용'으로 인해 기존의 무성생식 생물 집단에서 경쟁에 이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성은 진화했을까?



성의 본질은 암컷과 수컷 두 개체가 서로 유전자를 섞는 것이다. 유성생식의 경우 자식은 부모 어느 쪽의 온전한 복제도 아니다. 이 유전자 혼합을 '재조합'이라고 부르는데, 성의 본질은 재조합에 있다. 무성생식에서는 부모의 몸 일부에서 그대로 자식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의 복제다.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자식의 유전자 구성은 부모의 것과 똑같다. 그래서 성이 왜 생겨났느냐는 의문은 유전자 재조합이 왜 중요하냐는 의문이 되고, 유성생식이 왜 번성하느냐는 의문은 유전적으로 다른 자식을 두는 것이 '유성생식의 두 배의 비용'을 넘어서는 어떤 이익을 가져왔느냐는 의문이 된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몇 가지 학설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세대마다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것의 이점은 기본적으로 첫째, 유해한 유전자의 축적을 피할 수 있고, 둘째, 유리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유리한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무성적으로 번식하는 생물은 부모와 똑같은 복제 자식을 만들므로 일단 생겨난 돌연변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축적되어 갈 것이다. 한편 유성생식을 하는 경우에는 같은 장소에 똑같이 나쁜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는 좀처럼 없다. 그래서 나쁜 영향을 끼치는 돌연변이가 확실히 축적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 집단에 속한 어떤 개체에 유리한 돌연변이 A, B, C가 생겼다고 가정하면, 무성생식에서 이 돌연변이는 다른 개체에는 퍼지지 않는다. 이 유리한 변이 셋을 모두 가진 개체는 대단히 유리하겠지만 변이 A를 가진 개체에서 변이 B가 일어나고, 다시 변이 C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개체는 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유성생식이라면 개체들 간에 유전자가 섞이면서 쉽사리 변이 A, B, C를 가진 개체가 출현할 것이다. 불리한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에서 유리한 돌연변이가 생겼을 경우, 무성생식에서는 이 유리한 유전자가 개체의 몸을 빠져나가서 불리한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다른 개체의 몸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성생식을 하는 경우에는 유전자 혼합에 의해 유리한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를 다른 개체 속에 쉽게 집어넣을 수 있다.



최근에 크게 주목받는 가설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성은 기생자에 대항하는 수단이라는 설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가설에서는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주는 유전자와 '불리한'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가정하는데, 성은 세대마다 유전자를 뒤섞어버리기 때문에 일단 생겨난 유리한 유전자 조합도 해체하고 만다. 이것은 패러독스다. 하지만 최근에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 불리며 주목받는 이 가설은 특히 '유리한' 조합도, '불리한' 조합도 없으며, 꾸준히 유전자 구성을 바꿔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의 본질이라고 본다.



기생자란 다른 생물을 먹이 삼아 살아가는 생물로서, 기생충뿐만 아니라 온갖 병원균이나 원충류, 바이러스 등도 이에 포함된다.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들은 숙주의 세포를 부수고 침입해서 스스로를 복제한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생물은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면역계도 그러한 대항책의 하나다. 보통 숙주에 비해 훨씬 작은 기생자는 숙주보다 훨씬 더 수명이 짧고 진화 속도가 빠르다. 그러므로 어떤 기생자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데다 최강의 방어라고 해서 만든 것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어김없이 파괴된다면 숙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딱 하나, 끊임없이 자기 구조를 변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성의 의미라는 것이다.4장 성비의 쏠림과 다양한 경쟁



국소적 자원 확충5장 포유류의 성비 쏠림



트리버스-윌러드의 가설3장 성비도 유전자로 진화한다성비의 진화XX은 암컷, XY는 수컷인 포유류의 성 결정 기구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면 암컷과 수컷이 절반씩 태어난다는 논리가 나온다. 모든 것이 우연에 맡겨진다고 생각하는 한 그럴 것이다.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X정자와 Y정자의 생산율이나 각각의 생존율, 수정률, 수정란의 생존율 등이 모두 우연에 맡겨지고, 그 어느 하나를 쏠리게 하려는 적응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완전히 우연에 맡겨지는 것이 적응이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성비를 논할 때에는 어느 단계의 성비를 대상으로 삼는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암수의 수는 수정 때나 출생 때 그리고 출생 후의 다양한 연령 단계에서 측정할 수 있는데, 태어나서 얼마 지나면 성비의 쏠림이 보이더라도 출생 성비가 쏠려서 그런 것인지, 출생 성비는 같지만 출생 직후의 사망률 차이로 그렇게 된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3차 성비는 영아 살해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편의를 보일 수 있다. 성비의 진화를 생각할 때에는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자연선택이 있을 수 있는지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윈이 성비 문제를 거론한 지 60년 정도 지난 1930년에 피셔가 성비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진화적인 설명을 시도했다. 피셔의 설명에 따르면 성비가 암컷에 쏠린 집단 내에 '수컷을 낳는' 유전자가 나타난 경우, 이 유전자의 적응도는 '암컷을 낳는' 유전자의 적응도보다 높다. 그러므로 최초의 성비가 암컷에 쏠려 있을수록 '수컷을 낳는' 유전자의 적응도는 높아지고, 이에 따라 '수컷을 낳는' 유전자는 집단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시작되는 순간, '수컷을 낳는' 유전자가 늘면 집단 내의 수컷 새끼 숫자가 늘어난다. 수컷 새끼 숫자가 늘어나면 성비 쏠림이 수정되어 1대 1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되면 수컷 새끼 한 마리가 교미할 수 있는 암컷 수도 줄어들어 '수컷을 낳는' 유전자의 적응도도 빠르게 떨어진다.



그러면 이 시소게임 같은 부침은 어디서 멈출까? 바로 '수컷을 낳는' 유전자와 '암컷을 낳는' 유전자의 적응도가 같아지는 시점이다. 그것은 암컷의 수와 수컷의 수가 같아지는 지점이다. 요컨대 암컷이나 수컷만 낳는 성비의 편의를 초래하는 유전자는 극단적인 성비의 쏠림이 존재할 때는 유리하다.

이와 같이 피셔의 이론은 많은 생물에서 성비가 1대 1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유명한데, 이 이론이 훌륭한 점은 어떤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에 숫자상의 1대 1 성비가 실현되는지 명확히 한 데 있다. 그 조건이란 어떤 생물 집단이 충분히 큰 집단이고, 교배가 임의로 이루어지며, 수컷 새끼와 암컷 새끼에 대해 부모가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같을 때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1대 1에서 벗어난 성비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생물계에서는 그 같은 상황이 많이 발견된다.국소적 자원경쟁은 부모와 어느 한쪽 성의 새끼 간에 생기는 경쟁이므로 경쟁 상대가 되는 성의 새끼가 적게 태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이때 성비를 결정하는 열쇠는 어느 성의 새끼가 부모 곁에 남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새 중에는 새끼가 성적 성숙에 이르러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 번식하지 않으면서 부모의 번식을 돕는 도우미를 두는 종류가 있다. 대개 도우미는 먼저 태어난 새끼가 맡는데, 부모 곁에서 나중에 태어난 동생들 양육을 돕는다. 이때 암수 어느 쪽의 새끼가 도우미가 되느냐는 종에 따라 다르다.



무슨 이유로 제때 독립해서 스스로 번식하지 않고 부모 곁에 남아서 도우미 구실을 하는지는 예전부터 수수께끼였다. 자연선택의 작용 방식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스스로 번식하지 않는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본 결과 서식지가 포화 상태여서 새로 독립하는 젊은 개체에게 돌아갈 세력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종에서 도우미를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때 둥지를 떠나더라도 스스로 번식할 만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다 보니 부모 곁에 남아서 동생들을 돌보는 편이 나은 것이다. 이렇게 도우미로 지내다 보면 번식조가 죽는 등의 기회가 생겼을 때 세력권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서식하는 붉은관머리딱따구리는 수컷 새끼가 도우미 구실을 한다. 연구 결과로는 암컷 새끼가 수컷 새끼보다 덩치가 크거나 양육에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었다. 양육 기간 중 사망률에서도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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