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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문화사

구드룬 슈리 지음 | 이마고
서문 - 인류 문화 속에 스며든 피의 흔적을 찾아서



이 책은 각 시대와 민족, 국가, 책과 영화, 미술 작품을 통해 생명의 원천이라 할 피의 흔적을 추적한다. 마피아든, 인디언이든, 드라큘라 백작이든 적십자든, 오페라의 무대든 공포영화든 간에 피는 아주 특별한 액체이며 물보다 진하다. 인간의 경우 피의 양은 약 4∼6리터이다.

'푸른 피'라는 표현은 스페인어 'sangreazul'에서 온 것이다. 스페인 카스티야의 귀족들이 자신들이 흑인이나 유대인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흰 피부 때문에 두드러지는 자신들의 푸른 혈관에 주목했던 것이다. 프랑스어에도 'sangbleu'라는 말이 있고, 독일에서도 1810년부터 '푸른 피'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영국에서는 '왕가'를 'blood royal' 혹은 간단하게 'the blood'라고 부른다. 곤충의 피는 무색이다. 그래서 인간과 더불어 살기가 쉽지 않다. 파리나 거미를 죽였을 때 붉은 피가 툭 튀어나온다면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파리채를 휘두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듯 피는 붉은 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힐데가르트폰 빙엔은 피는 원래 초록색인데, 유기체 안에서 혼합되어 붉은색을 띠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800년이 지난 지금 트레키(Trekky, 미국에서 30년 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TV 공상과학 시리즈 <스타트렉>의 열렬한 팬들)들은 불칸족의 피가 초록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냉혈한이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단순한 체액병리학적인 이론이 공상과학 드라마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하다.

체액 병리학은 미국에서만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코 말포이는 순수혈통이 아닌 마법사를 'mudblood', 즉 '진흙피'라고 부른다. 고대 중세의 4체액설과 『해리 포터』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점액질과 진흙피가 서로 어울린다. 하지만 늘 투덜대는 미르테, 모우닝 머틀은 피 색깔이 은빛이다.

「차이트(Zeit)」 지의 미하엘 베첼은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문화학의 문화사』를 계기로 지금이야 말로 문화학의 홍수시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마추어들이 기술사나 생활사와 사회사를 찔끔 건드리기만 하면 무조건 사회사를 썼다고 우기고 있다고 말이다. 나도 그의 말에 동감하는 바이다. 괴테 역시 딜레탕티슴(예술이나 학문을 정립된 입장 없이 그저 즐기려는 태도)의 원인을 "졸렬한" 서툰 솜씨, 기계적인 현학,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 싶다는 어리석은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괴테 역시 - 스케치에서 기상학, 고전학, 동양학을 거쳐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 다방면에 도전한 인물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그는 위대한 문화학자의 반열에 낄 수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책의 딜레탕티슴은 이런 의미로 이해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문화사의 시금석은 여러 특수 분야의 해박한 지식이나 수집열, 세부에 대한 집착보다는 철학적인 진리애, 탐정에 버금가는 예민한 감각, 과감한 발상이다.

피의 목소리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그럼 모두들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어떻게 생겼는지 그의 키와 목소리, 머리 색깔에 대해 물어보고, 성격이 소탈한지, 잘 웃는지, 일벌레는 아닌지 물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피에 대해 궁금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의 피가 탁한지, 색깔은 어떤지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는 사람을 가르는 범주도 규격도 아니다. 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별일이 없으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이어캔들(earcandle)과 풍수와 아유베다의 향료와 더불어 살고 있지만 과거 문화의 애니미즘적 사고와는 멀어진 지 오래다. 우리는 커피 찌꺼기나 동물의 내장으로 미래를 점치지도 않고 죽은 사람의 목소리나 피의 음성도 듣지 않는다. 하지만 토템과 터부의 시대에는 달랐다. 세상과 인간 그리고 죽음이 준비해 놓은 끔찍한 일들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자연히 기호를 읽고 신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피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삶과 죽음에 속한 일이었다. 『구약성서』의 카인과 아벨 부부뿐만 아니라 중세의 문헌을 훑어보면 거듭하여 하늘을 향해 외치는 죄 없는 피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으며, 『니벨룽겐의 노래』에도 피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지그프리트를 살해한 하겐이 관 옆에 서자 죽은 그의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흘러나온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권은 의지의 객관화된 표현을 다루고 있으며 2권의 20장은 개별 의지 행위가 신체의 가시성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자연 기능을 갖춘 동물의 생명을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현상으로 본다. 따라서 그로부터 전체 육체성의 목적론적 설명 가능성이 도출된다. 때문에 생명체의 각 부위들은 의지를 표현하는 기본 욕구에 완전히 부합해야 하며 그것의 가시적인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 나타난 피의 부활



쇼펜하우어의 이런 극단적 주장이 있기 전에도 이와 유사한 견해는 있어왔다. 체계가 없고 용어의 통일성도 떨어지며 경험적 직관에도 허점이 있었지만 그와 같은 견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사람들은 심장을 인체의 중심지로 보면서 심장이 촉진하는 생명의 힘에 담긴 힘을 강조했다. 혈관의 완벽한 순환 속에서 생명의 강물이 흐르고 고동친다는 사실을 삶의 원칙으로, 인간본성의 상징이자 대변인으로 이해했다. 피를 'via vitalis', 즉, 생명력이 자리한 곳으로 보는 견해는 18세기와 19세기에 형성되었다. 의사였던 크리스토프 빌헬름 후페란트는 심장을 "모든 생명의 자리"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이집트 사자의 서』(기원전 3세기)를 보면 두 신, 후와 사가 태양신 라의 상처 입은 팔루스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탄생했다고 되어 있다. 또 아스테크의 케찰 코아틀은 대지의 여신 치후아코아틀과 함께 페니스에서 떨어진 핏방울로 세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베네수엘라의 야노마미에 전해지는 신화를 보면 달의 정령 페리보리와스가 자신의 피를 대지에 뿌려 인류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는 바다가 피에서 탄생했다고 되어 있고, 인도네시아, 폴리네시아, 인도의 신화에서는 인간을 핏덩이로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도 머리와 거품 등의 여러 탄생 신화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피의 신화가 있다. 에리니에스는 (티탄족처럼) 거세당한 우라노스의 핏방울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근친상간을 복수하거나 가족의 원수를 갚을 때는 살아있는 상대의 몸에서 피를 빨아먹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피로 꽃을 탄생시켰고, 아폴론 역시 히아킨토스의 피로 꽃을 만들었다. 페르세우스가 고르고라는 마녀들 중 하나인 메두사의 머리를 잘랐을 때 솟구친 피에서는 무시무시한 뱀들이 튀어나왔고 잘린 자리에서는 페가수스가 태어났다.

그런 신화들은 한결같이 피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피를 마시지 말라.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레위기 17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기독교뿐 아니라 수많은 종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 피를 마시는 것을 금하는 내용의 구절이 세 번이나 연달아 반복되어 있어 마법의 주문 같은 느낌을 준다. 피는 아니마(anima, 영혼을 뜻하는 라틴어)의 장소이다. 그래서 피를 흘리는 자는 아니마를 상실하며 피를 먹는 자는 생명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남미의 미야, 잉카, 아스테크 문화권에서는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을 제물로 삼아 그 피로 신을 숭배하고 달래며 신의 힘을 북돋아 준다는 관념이 지배했다. 그리고 고고학계의 발굴을 통해 실제로 실행되었던 종교의례의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그에 따르면 마야족은 일년에 한번씩 신에게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

다신교인 아스테크의 경우 제물의 수가 마야를 훨씬 앞질렀다. 우이칠로포크틀리가 여동생인 달의 여신을 죽여 피의 관습을 만들었다고 한다. 좌와 벌, 사냥과 전쟁과 죽음의 신 테즈카 틀리포카에게도 매년 특별히 총명한 젊은 남자를 제물로 바쳤다. 이렇듯 토착민들과 특히 전쟁포로들을 제물로 삼았던 피의 의식은 일반적으로 남성을 제물로 삼았고, 사제가 피라미드 앞에서 돌칼로 제물의 심장을 꺼내어 태양신에게 바쳤다.

피의 정화력을 믿는 사람들



한 문명의 신앙에서 피가 큰 역할을 한다는 또 다른 증거로 헬레니즘 문명을 들 수 있다. 피와 관련된 그리스인들의 종교 관습은 다른 민족과 아주 상이했지만 고대 그리스 종교 역시 사자(死者) 숭배 사상이 존재했다. 아르코나우테스의 전설은 살인으로 가득하고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에는 살인과 제물, 피의 관습이 수없이 언급되고 있으며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 역시 잔혹한 부분이 적지 않다. 아르테미스의 인간 제물들도 슬픔을 토해내었으며 제물로는 처녀나 총각, 그리고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희생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그 중에는 아버지 탄탈로스가 죽여 신들의 식탁에 바쳤다는 티에스테스의 세 아들이 있다). 또한 피는 마력을 지닌 물질로 생각되어왔다. 메데이아의 마력은 프로메테우스의 피 때문에 생겼다고 하고,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사랑의 비방으로 잘못 알고 건네준 네소스의 피에 담근 옷을 입었기 때문에 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피의 의식은 명부를 바라보는 그리스인들의 관념과 관련이 있다. 그리스인들은 하데스의 혼령들이 피를 마시면 잠시 동안 다시 생명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오디세우스는 테이레시아스에게 예언을 듣기 위해 깊은 대양의 끝에 구덩이를 파고 우선 꿀과 우유, 포도주, 물, 밀가루로 구덩이를 채운다. 그런 다음 진짜 의식을 지냈다. "간청하며 사자의 무리를 처벌한 후 나는 양을 잡아 구덩이 위에서 목을 땄다. 검은 피가 솟구쳐 흘렀다. 그리고 에레보스(Erebos, 카오스의 자식으로 어둠을 뜻한다)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나와 칼에 베인 사자들 위로 달려들었다. … 영혼들은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에서 구덩이를 향해 달려들어 무시무시한 공포가 나를 덮쳤다."

오디세우스는 칼을 들어 피에 굶주린 혼령들을 물리쳤다. 어머니의 혼령도 뿌리쳤다. 그러자 테이레시아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검은 피를 들이키자마자 그 예언자는 말을 시작했다. "오, 온 세상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오디세우스여! 그대는 행복한 귀향길을 찾고 있구나. 하지만 한 신이 그대의 길을 가로막을 터이니, 그대는 결코 대지를 뒤흔드는 그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하데스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피에 굶주린 영혼들은 피를 들이켰고 『일리아드』는 황소와 양, 염소, 돼지 그리고 12명의 트로이 젊은이를 제물로 삼았던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제물의식을 받은 신들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었고 사자의 영혼들은 저승으로 인도되었다.

피를 사용한 이유는 피의 정화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피는 죄를 씻어주고 스틱스 강(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에 가기 위해 건너는 강)을 넘어가기 전 영혼들의 죄를 사해준다고 생각했다. 한편에서는 인간이 흘린 피가 자신이 짊어져야 할 큰 죄였다면(혹은 수난을 통해 하늘로 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단이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이나 인간의 피가 신들의 복수욕을 잠재워 주었다. 따라서 피는 카타르시스의 수단이었고 죄를 정화하고 벌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따라서 수많은 문화에서 피를 이용한 정화의식이 존재했던 것이다.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라고 믿었던 것이다.

근친상간을 경고하는 피의 목소리



피는 아직도 터부이다. 경고성 색깔에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이상한 맛이 나며 수천 년 동안 자연법칙보다는 비합리적인 법칙에 귀를 기울여온 존재이다. 피를 바라보는 의례화된 시각도, 터부시하는 시각도 모두 마찬가지로 지나친 은유화와 도덕적인 범주화를 낳았다. 대표적인 예가 '혈연'과 관련된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함께 민족 감정 속에 녹아 있는 도덕적 범주일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혈연관계가 그 외의 어떤 관계보다 더 확고하며 혈연은 국경과 난관과 고난을 넘어선다는 의미 이상이 아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소녀에게 1948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영국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녀의 아버지라고 말한다면 피의 목소리가 "맞아!" 하고 속삭일까? 남북이 분단되기 직전 딱 한번 만나본 할머니를 지금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당장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낯선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훗날 그 사람이 아버지나 남자 형제나 아들이었다고 한다면 피의 목소리가 그 사실을 알기 전부터 "하지 마!"라고 경고했을까? 왜 우리는 어머니와 침대로 가서는 안 되며, 여동생과 성관계를 가지면 안 되며, 삼촌과 사랑을 나누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우리 문화권의 근친상간 금지는 원래 동종교배의 금지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혼합되는 유전 형질은 지나치게 동일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척추동물의 상황을 볼 때 이런 주장의 타당성은 절대적이지 않다. 혈연관계가 아닌 짝과 교배를 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직계와 교배를 하는 종도 있다. 아버지와 딸이, 남매가 결합했다고 해서 유전적 결함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동물을 키우면서 의도적으로 동종교배를 시켜 종족의 특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인간만은 이런 행위를 거부하고 이를 퇴폐라고 부른다.

15세대를 이어 왔던 유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아랫입술이나 프랑스 왕가의 혈우병이 자주 등장한 것은 세대를 이어 가까운 친척들이 함께 비단침대를 나누어 썼기 때문이라고들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이런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특정한 열성·질환성 변이는 실제 친척간의 결합에서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결합의 경우 상황에 따라 늘 열성 유전자가 억압된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 사육에서도 그렇듯 이런 결함들 역시 동일한 친척계열이 몇 세대에 걸쳐 계속 짝짓기를 했을 경우이다. 그러므로 한 세대만의 동종교배는 근친상간의 금기를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이집트나 잉카의 경우 가까운 친척 간의 결혼을 국시로 정하기도 했다. 유럽의 왕가가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어느 정도의 근친상간을 당연시했다는 것은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그런 짓을 하면 근친상간이라고 비난을 했다.

오늘날에도 근친상간의 금지는 설득력이 있는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방법이 우연이나 미신밖에 없었던 시대에는 근친상간의 금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어떤가? 성행위가 곧 임신을 의미하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배가 불러 와야 근친상간 관계가 탄로 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가가호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이 많다.

독일의 형법 전 173조는 '12장 혼인관계·결혼·가족에 위배되는 범행'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항 친자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자는 3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애 처한다. 2항 직계 가족과 잠자리를 같이 한 자는 2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이는 친척관계가 소멸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친남매 역시 잠자리를 같이 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3항 같은 범행을 저질렀더라도 범행 시점의 연령이 18세 미만의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성인은 근친상간을 해서는 안 된다. 성인이 그런 했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층 침대에서 18세 미만의 남매 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처벌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성인이 이 근친상간을 도와주거나 방관했다면 173조 1항에 규정된 형량이 최고 4분의 3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7세인 헨젤과 15세인 그레텔이 재미로 그런 짓을 했다면 벌을 받지 않지만, 부모가 비디오테이프를 포르노상인에게 팔려고 카메라 앞에서 섹스를 하라고 시켰다면 나무꾼 부부는 27개월 동안 징역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입법자는 혈연관계와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구약성서』에 뿌리를 둔 채 수백 년 동안 기독교 전통에서 자라온 도덕적인 상식이라는 말로 대충 넘어간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의 금지와 동족 외 결혼의 선호를 "자연에서 문화로의 이행을 완수하는 결정적인 걸음"으로 보고 있다. "근친상간 금지는 자연이 스스로를 극복하는 방법이며 더 복잡한 새 구조를 탄생시키는 불꽃이다. … 그것은 새 질서의 등장을 초래하며 새 질서의 등장 그 자체이다." 이런 문화적 의미를 제외한다면 의학적으로나 사회심리학적으로 볼 때 한 세대 내의 근친상간은 금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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