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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탁석산 지음 | 웅진닷컴
탁석산 지음 웅진닷컴/2004년 2월/216쪽/10,000원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을까?




민족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민족에 도전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 지금의 분위기를 나는 의심한다. 왜 민족은 이런 이데올로기가 되었는가? 민족은 꼭 통일되어야 하는가? 민족이 개인의 행복에 우선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들 즈음 민족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민족이란 상상의 공동체이므로 이제는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이 그동안 개인을 억압하는 기제로 사용되었으므로 마땅히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 아래 국사의 해체까지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민족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품었던 진정성이 무시되거나 간과될 수는 없다. 민족은 구한말 이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민족 개념 해체와 민족에 대한 진정성, 어느 것이 옳은가?

이 책은 5회에 걸친 토크 쇼 형식으로 되어 있다. 토크 쇼 형식을 취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함이다. 이 시대는 토론의 시대이다. 누구에게 설득 당하고 배우고자 하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말을 하고자 하는 시대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거의 온 국민이 각자의 의견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문제에 대해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나는 다양한 의견을 토크 쇼라는 형식으로 일단 펼쳐 보이고 정리하고자 했다.

1. 상상의 민족, 현실의 민족주의



사회자 : 민족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민족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사학자 : 먼저 민족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쓰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이란 말은 1900년 이후에 만들어지거나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생각됩니다. 1896년에서 1899년까지의 「독립신문」에는 민족이란 말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905년에서 1910년까지에 나온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민족이란 용어가 177건 나옵니다. 즉 이 당시 민족이란 말이 꽤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요.

철학자 : 저는 『조선왕조실록』 국역 CD에서 민족이란 말을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 004 01/07/06(기유)을 보면 "섬에 있는 왜인은 우리나라 민족과 종류가 다르오니…"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원전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용어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있었다고 해도 많이 쓰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인 : 제가 알기로 일본에서 민족이란 말은 민(民)과 족(族)을 합쳐서 근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니시카와 나가오는 『국민이라는 괴물』에서 "민족에 관해서는, 이것도 민과 족을 합쳐 일본에서 만든 용어이기 때문에(본래의 한자에는 없습니다) 유럽 언어와의 대응이 어렵습니다만, 독일어 Volk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사학자 : 『상상의 공동체』를 쓴 베네딕트 앤더슨의 정의에 따르면 "민족은 본래 제한되고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되는 정치공동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민족이 상상된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즉 실재하지 않으며 단지 상상으로 만들어낸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철학자 :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는 주장은 이후 많은 파문을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민족이란 문화공동체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동료라는 의식이 생기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런 원인이나 이유 없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사회자 : 이제 민족의 정의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민족주의에 대해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든 실재하는 문화공동체든 어떤 주의가 붙으면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민족주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백과사전의 정의는 "민족에 기반을 둔 국가의 형성을 지상목표로 하고, 이것을 창건·유지·확대하려고 하는 민족의 정신상태나 정책원리 또는 그 활동"이군요.

사학자 : 민족주의가 결국 국가에 기반을 둔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문제는 민족주의가 지닌 부정적 측면입니다. 즉 정의에 나오는 것처럼 창건이나 유지에 그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확대를 시도한다면 침략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된다면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입니다. 즉 민족주의는 자민족 중심주의가 되기 쉽다는 말입니다.

철학자 : 민족주의가 무엇인가는 비교적 분명한 것 같습니다. 민족을 단위로 해서 독립된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서구의 민족주의 개념을 한국이나 일본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과 국가의 관계 정리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양의 통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양에서는 국가와 민족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절대 왕정이 붕괴되면서 인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이때 국가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민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가 건설은 서양에서는 보통 근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근대민족국가'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입니다.

사학자 : 한국은 일본과 달리 근대국가를 건설하는 데 구심점이 없었습니다. 준비도 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강점기를 거치게 됩니다. 강점기를 통해 국가보다는 민족이란 말이 일반 백성에게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연유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국가주의는 약했지만, 민족주의는 강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회자 : 첫 시간인데 내용이 좀 무겁지 않나 걱정되는군요. 다음은 민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죠.

철학자 : 최근 박노자 씨가 한국에는 민족주의는 있으나 국가주의는 없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즉 한국에는 민족주의가 만연해 있지만 국가를 이루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경우는 반대로 국가는 강력하게 구성되었고 민족은 사라진 느낌입니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내면으로는 강한 민족주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학자 :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한국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은 같은 민족, 즉, 같은 핏줄이 아니면 적응하기 매우 어려운 나라입니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바탕에는 같은 피를 나눈 우리 민족만의 국가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나라라는 오명을 지닌 나라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분명히 민족주의가 넘치는 나라입니다.

일본인 : 저도 그런 것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애국심인데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국가를 사랑한다기보다 민족을 사랑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민족은 근대 이후 우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확산된 엔티티(entity)이다. 엔티티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가 존재한다고 여긴다는 뜻에서 붙여본 것이다. 민족을 규정할 만한 요소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강렬하게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민족의 이름으로 통일이든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이 시대를 덮고 있다. 하지만 따져보면 민족은 만들어진 것이고 시한을 갖는 임시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임시적이고 도구적인 민족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가? 그것은 국가 건설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란 통일된 독립국가이다. 남북으로 갈라져있고, 북한은 중국, 남한은 미국의 영향에 있는 한반도는 통일과 독립 두 가지 어떤 요건도 갖추기 못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한데 민족이 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장 우리말 없어지면 민족정신 없어지는가



사회자 : 시청자 여러분, 한 주일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번 주에는 역사 문제를 다룬 후 통일 문제, 그리고 월드컵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사학자 윤돈영 씨께서 먼저 하시지요.

사학자 : 얼마 전에 서울에서 고구려 전이 열렸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모여 연장 전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장사가 됩니다. 제 생각에는 고구려가 넓은 영역을 차지했고 중국과 당당히 맞섰으며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역사에서 남성적 이미지를 지닌 나라는 고구려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철학자 : 우리 민족도 잘났다. 우리 민족도 한때 전성기가 있었다는 욕구에서 고구려가 강조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이란 하나의 공동체가 있는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면 자랑스런 역사가 필요하지요. 문제는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다보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구려 전을 보면서 잃어버린 만주를 떠올리고 만주를 언젠가 우리가 회복해야 할 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일본인 : 일본에도 민족 우월감을 불어넣는 현상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불리한 역사적 사실은 되도록 감추고 좋은 것을 주로 기술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광대토대왕비 비문 해석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자 : 자민족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 역사 기술을 자국 중심으로 하는 것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사학자 : 역사 서술 주체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을 '우리 민족'이 극복했다가 아니라 '조선'이 극복했다고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족이란 근대 이후의 개념이고 우리 민족이든 우리나라든 역사적 실재가 아닌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역사 기술의 주체로 알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민족을 주체로 기술합니까?



일본인 : 글쎄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고 국정 한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대외적으로 일본을 칭할 때에는 언제나 '일본'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특별히 민족이라든가 조국이라고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이란 국호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졌고 그 후 변함 없이 쓰였으니까요.

사학자 : 민족주의 과잉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 왜곡은 현실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잘못된 역사 인식은 지금의 우리 모습도 제대로 못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철학자 : 몇 년 전에 김한규 교수의『한중관계사』에서, 민족주의 과잉으로 인해 한국의 교과서는 원과 고려의 관계를 '간섭'이라고 표현했지만 이것은 한국사에서 가장 심각하게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당했던 시기의 양국 관계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말이 아니라는 주장을 읽었습니다.

사회자 : 자 그럼 이번에는 지난 월드컵을 통해 민족주의 과잉 현상을 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먼저 일본인의 눈으로 본 월드컵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실까요?

일본인 : 놀랐습니다. 일본도 월드컵 열기가 대단했지만 한국처럼 광장을 가득 메우거나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일본 팀이 이기는 것을 바라고 이기면 좋아합니다만 그 수는 적은 편입니다. 일본인이 축구나 월드컵을 좋아할 때는 팀보다는 개인 기술을 더 좋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카를루스가 왼발로 어떻게 프리킥을 차는가, 프랑스의 지단은 어떻게 드리블을 하는가, 이런 것들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월드컵 때의 한국인의 열정은 사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공포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학자 : 저는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한국민의 열광은 국가 건설기에 들어선 한국의 모습이라고 여깁니다. 민족이나 국가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족국가 건설을 완성하려는 시기에 월드컵이 열렸기 때문에 열광의 도가 높았다고 봅니다.

철학자 : 우리의 국가 의식이 축구를 통해 폭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잘 놀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른 말로는 신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면이 월드컵이란 축제의 장을 통해 신명나게 펼쳐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면보다는 한국 사회가 아직은 국가 형성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핏줄을 기반으로 하는 민족주의 과잉의 가장 좋은 예는 국사 교과서이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주체가 '우리 민족'인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같은 핏줄은 한 민족이라는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같은' 핏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번도 의심해보거나 따져보지 않은 무신경이 놀랍기도 하지만 따져보아야 별 소득이 없을 것을 직감하고 구호처럼 외치기로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언어는 핏줄에 비해 상황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핏줄이 섞이는 것은 노력으로는 막기 어려워 보이지만 언어는 그보다는 통제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이고, 우리말을 잃으면 민족혼을 잃는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뛰어난 언어인지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그럼 우리말이 없어지면 민족정신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참인가? 나는 민족정신이 실체가 있는 어떤 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민족정신이 실체가 있다고 해도 민족정신과 언어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어를 말살하려 한 역사적 사실과 이에 목숨을 바쳐 저항한 사례로서 우리는 우리말 수호를 곧 민족정신 내지 민족정기의 수호하고 여긴다. 그러나 영어를 사용하는 싱가포르에서 보듯이 언어가 사라지면 동시에 민족의식도 사라진다는 명제는 증명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어가 사라지면 민족의식도 사라진다고 주장하는가? 그 이유는 국가를 건설하려면 민족주의가 필요하기는 한데 민족주의는 내용이 없는 텅 빈 구호에 불과하므로 민족주의를 이루는 요소의 하나로 여기는 언어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해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말을 지키기만 하면 민족정신이 지켜진다고 믿게 된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말과 민족정신의 완고한 결속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우리의 민족주의가 텅 빈 구호라고 해서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민족에 대한 진실한 마음과 열정을 의심할 수는 없다. 이에 민족주의는 '겸손한 장례식'을 치루어야 한다. 진정성은 존중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3장 민족주의는 사다리이다



사회자 : 안녕 못하시죠? 어떻게 이런 시대에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알아야 하는 것은 날로 늘어나고 판단해야 할 일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만 전문가나 권위자가 없기에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민족주의를 주제로 한 세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민족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민족주의가 이 땅에서 어떤 상황과 어떤 구조를 배경으로 탄생하고 성장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함께 토론해보겠습니다.

사학자 : 1860년 영국과 프랑스군의 북경 점거 소식을 들은 조선은 인심이 매우 흉흉해졌습니다. 하지만 서양에 대한 경계심만 높아졌을 뿐 중국에서 독립하는 일이나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세계정세에 둔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 일본은 준비를 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중국과 조선의 관계입니다. 정신적으로 조선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받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중국도 당연히 조선을 중국의 일부, 즉 자치국 정도로 여겼습니다. 조선은 한때 자신을 소중화(小中華)로 자처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인지 당시는 근대민족국가 건설이 시급할 때였는데도 조선은 중국과 떨어진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라는 개념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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