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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이야기

이성기 지음 | 학민사
1. 생활 속에서



벨기에는 어떤 나라?




벨기에는 서쪽으로 대서양에 접하고 영국이 가까이 있으며, 남쪽에 프랑스, 북쪽에 네덜란드와 독일, 동쪽에 룩셈부르크와 접해 있다. 지형적으로 서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렸다. 로마 군이 진주하기 시작한 먼 옛날부터 독립하기까지 여러 차례 왕조가 바뀌거나, 주변국의 영향력을 받아야만 했다. 1815년 나폴레옹이 연합군에게 패배하면서 네덜란드는 프랑스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된다. 1815∼30년간 네덜란드 왕국에 속했던 벨기에는 1831년에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중세시대부터 길드 상을 중심으로 바다를 통해 세계를 대상으로 왕성하게 무역을 하였고, 오늘날에도 유럽의 물류와 유통의 중심지로서 경제활동이 활발하다. 그래서 작지만 잘 사는 벨기에다. 수도 브뤼셀에는 나토(NATO)와 EU의 본부가 있어 유럽의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벨기에(Belgie)는 네덜란드식 발음이다. 영어로는 벨지움(Belgium), 프랑스어로는 벨지크(Belgique)라 부른다. 면적은 약 3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고, 인구는 천만 명쯤 된다. 기후는 연중 온화한 편이고 겨울에도 비가 자주 내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와의 관계를 보면 1892에 최초로 접촉하여 파리주재 공사를 통해 외교 관계를 맺은 바 있고, 1948년 우리 정부가 수립되자 최초로 국가로서 승인하였으며, 한국전쟁 때에도 참전한 오랜 우방이다.

벨기에는 이질화된 집단이 모여 하나의 나라로 독립하였기 때문에 지역의 행정적 분할과 언어가 복잡하다. 네덜란드어와 불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쪽 일부 지역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고, 플란더런 지역에서는 네덜란드어와 비슷한 토속 프레미쉬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서양과 접해 있는 벨기에의 위쪽 지역을 플란더런(Vlaanderen)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플란더스(Flanders)라고 부른다.

중세시대부터 브뤼헤, 안트베르펜을 중심으로 해상무역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북쪽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까지 해상 무역권이 형성되었다. 플란더런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기 이전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독창적으로 발전했던 곳이다. 특히 건축, 회화, 조각, 공예 등이 발전하여 많은 예술가를 배출하였고, 프레미쉬 예술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대략 브뤼셀을 경계로 벨기에 아래쪽을 발로니아(Wallonia) 지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30%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옛부터 철과 석탄이 매장되어 중공업이 발달하였고, 오늘날에는 농업 등 1차산업을 근간으로 전기, 통신, 컴퓨터, 항공, 석유산업 등 첨단산업이 활발하다. 플란더런과 발로니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인종적인 측면에서 이질적인 집단이다. 플란더런 사람들은 게르만족으로 근면하게 일하고 외국인과의 비즈니스 협상에 뛰어나며 새로운 사람과 손을 잡고 함께 나가는 개방정신이 있다. 이들은 인구의 약 60%로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발로니아 지역은 라틴족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플란더런인에 비해 여유가 있고 낭만적이라고 한다. 집주인 안드리스에 의하면, 서쪽 사람은 부지런하고 경제적이며 일을 완결하는 의지가 강한 편이지만, 동쪽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도 다른 언어권끼리 결혼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잠재적 갈등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국왕을 중심으로 수상과 외무부장관을 제외한 다른 장관들은 각 언어권에서 동일한 비율로 선발되며, 과감한 지방분권형 자치제도를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 편이다. 그들은 지역 내의 이질화된 사항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국제화된 외부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 보였다. 어떻게 보면 국가 개념만큼이나 세계화 개념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생햄, 살마리를 아시나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주로 굽거나 조리하여 먹는 편이다. 고기가 주식인 서양에서는 고기 자체를 조리할 뿐 아니라 예전부터 가정에서도 가공 육제품을 만들어 먹어왔다. 요즈음 시판되는 육제품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육가공품이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육가공 제품의 원조는 유럽이다. 유럽에 와 보면 우리가 먹는 육가공 제품은 여러 제품 중에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통적으로 만들어 왔던 육가공 제품은 우리의 맥주나 김치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가정에서의 조리법도 가지각색이다. 생햄과 살라미는 생고기에 소금과 양념을 넣어 숙성시켜 그대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사먹는 햄, 소시지와는 다르다. 살라미의 경우 우선 맛이 시큼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약간 짭짤하며 일정 기간 건조시켰기 때문에 딱딱한 편이다. 잘라보면 붉은 고기 안에 쌀알 같은 것이 촘촘히 박혀있는데, 그것은 쌀알이 아니고 작은 지방 알갱이다. 이것 때문에 고기 향기가 더 나서 맛이 있다. 이 소시지를 살라미(Salami)라고 부른다. 고기에 젖산균을 접촉하여 발효시켰기 때문에 젖산이 생성되어 신맛이 난다. 제조 후 3주만에 어떤 것은 1년 동안 공장 저온실에 걸어놓고 김치를 익히듯이 숙성시킨 후 시판하고 있다.

유럽인이 먹는 전통 햄은 어떤가? 살라미와 비슷하게 발효를 시키되 김치나 메주처럼 자연 발효를 택한다. 깨끗한 돼지 뒷다리에 여러 차례 양념을 발라 침투시킨 다음 창고에 1년 이상, 심지어 몇 년 동안 걸어두고 숙성시킨다. 지중해 연안지역은 일년 내내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햄이 썩지 않고 자연 발효되며 숙성이 잘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생햄 가격은 당연히 일반 육제품보다 비싸다. 썰어보면 검붉은색인데, 육질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다. 빵과 함께 먹기도 하지만, 포도주나 꼬냑에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린다.

프레미쉬 파티 문화



벨기에 사람들의 일반 식사는 그야말로 간단하다. 그러나 저녁은 제대로 잘 먹는다고 한다.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이 학과 고참 대학원생이자 며칠 후면 박사 학위를 받는 까뜨린 이 스멧 교수와 나를 포함한 몇 명 대학원생을 집으로 초청했다. 이 나라는 어느 파티나 안주를 들고 권하는 풍습이 있다. 본 식사를 안하고 계속해서 빈 잔에 포도주를 채우고 접시에 새로운 음식을 담아 가져왔다. 취기가 가득해도 그들은 호탕한 웃음이나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밤 10시가 넘으니 술기운과 함께 서서히 졸리기 시작하였다. 그 때 자리를 옮기자는 것 아닌가? 비로소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된 것이다. 테이블에 앉아 본 식사 전에 들어오는 가벼운 음식을 먹어야 했다. 드디어 본 식사가 나왔다. 배가 불러 더 이상 안 먹어도 충분하겠지만, 사양하면 식사예절에도 벗어날 것이고, 또 외국에서 흔치 않은 경험이라 주는 대로 다 먹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다른 후식으로 말린 과일에 젤리를 싼 과자가 나왔다. 전공이 식품학 분야이니 새로운 음식을 접하게 되면 한번씩은 꼭 먹어 보는 습관이 있다. 직업과 관련해 버릇이 되다시피 한 프로정신이자 호기심이랄까. 여기 사람들은 동양에서 온 조그만 교수가 꽤나 먹는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끊임없이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주인은 커피와 차 중에서 어느 것을 마시겠느냐고 주문한다. 이제야 끝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데 주인은 간식을 또 가지고 나왔다. 이어서 포도주 병을 들고 다니면서 술을 권하기 시작하였다. 밤 12시가 지났다. 모두들 처음 앉았을 때의 그 분위기, 그 음성 크기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부터 또 다른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방인인 나에게는, 더구나 벨기에에 도착하여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파티는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것이 프레미쉬식 전통 파티란다. 대화는 음식의 풀코스보다 길었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과 함께 음성의 크기도 같고,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하고 조용하다는 점이다. 다음에 정식 만찬에 초대를 받으면 미리 낮잠을 자고 가야겠다. 벨기에식 만찬, 프레미쉬식 만찬 참석은 멋진 경험이었다.

2. 문화, 예술, 역사에 관하여



개방의 나라




벨기에의 주택은 창문이 많고 커서 외부에서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집안에서 컴퓨터를 치거나 책을 보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가옥구조와 달리 거실 천장 위에 유리창이 있어 낮에는 빛이 들어오고,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정원의 담장이 낮아 이웃집 사람과 언제나 대화할 수 있다. 이것이 이들의 가옥구조이자 생활방식이다. 벨기에의 개방성 또는 투명성은 내가 일하는 겐트 대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실을 구별하는 분리 벽은 전체가 통 유리로 되어 있다. 업무시간에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나 알 수가 있다. 아무튼 이곳에서 일하는 대학원생이나 직원들이 실험실 내에서 깔깔거리며 웃거나 잡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조용하면서도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사람들이 조직사회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사는지 여실히 나타내고 있는 광경이다. 교수실의 개방성도 말할 것 없다. 연구실이 교수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미국 대학에서도 느낀 바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나라 대학교의 교수실은 독립된 공간으로서 아늑한 편이다. 그들은 우리 교수실 면적보다 더 협소한 유리창 안 공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오, 불쌍한 겐트 대학교 교수여! 그들은 그 개방성 때문에 일찍부터 바다를 가로질러 무역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고, 투명한 사회구조가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시켜 결국 우리보다 더 잘살게 된 원동력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더치페이



중세부터 발휘되어 온 벨기에와 네덜란드인의 상인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두 나라는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돈에 인색하다기보다는 돈 거래에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고받는 것이 정확하다는 이야기다. 안드리스는 겐트 대학교에서 정밀기계를 취급하는 철물재료공학연구소의 연구원이다. 그가 일하는 연구소가 시내로 가는 길목에 있어 한번 들리라고 했다. 그곳을 방문하자 그는 반갑게 맞이하였고 주위 사람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이야기가 길어져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당으로 안내하여 음식을 택하는 법, 음식값을 지불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니, 나더러 앞장서서 음식을 주문하라고 하였다. 음식을 받고 계산대에 이르러 조금 망설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서구의 관행은 더치페이가 일반적이라는 생각에 내 음식값만 내려고 카운터에 돈을 내밀었다. 이때 뒤에 서서 기다리던 안드리스가 어깨를 치더니 자기 카드로 내겠다는 것이다. 난 속으로 '이 친구들도 인간이 정서는 같구나'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들고 기분 좋게 탁자에 앉았다. 그런데 나를 보는 안드리스의 눈빛이 달랐다. 그래서 물어보니 자기에게 내 음식 대금을 주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으로 3.23유로의 음식값으로 5유로 지폐를 건네 주었다. 그는 나의 불룩한 앞주머니를 보더니 동전으로 주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는 "카드로 내면 할인해 준다. 결국 당신에게도 이익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자기에게 동전을 주면 내 주머니도 가벼워질 테니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나를 위해 베푸는 친절이다.

후에 안드리스에게 더치페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여럿이 음식을 시키고 각자 자기가 먹은 음식값을 지불할 때 쓰는 말이라고 설명하여도 이해를 못하는 눈치다.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동물처럼. 당연히 자기 몫은 자기가 내야지 누가 대신 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눈치이다. 원래 더치페이는 영국인이 네덜란드인을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유래가 어떻든 여기 사람들은 돈에 관한 한 영국인마저 놀라울 정도로 철두철미하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친절과 돈 거래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돈을 주고받는 것이 정확하고 경제 개념이 강한 국민이다.

언어의 다양성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지만 서부 벨기에 지역에서는 영어는 푸대접을 받는다. 벨기에의 공식 언어는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이다. 대서양이 접해 있는 위쪽 지역은 네덜란드어를, 룩셈부르크와 인접한 아래쪽 지역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서쪽 대서양과 접한 플란더런에서는 토속어(프레미쉬어)도 쓴다. 벨기에에서는 정상 교육을 받은 젊은이라면 누구나 영어회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토속어 외에 적어도 4개 언어를 대부분 구사할 수 있다. 벨기에인들이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우선 그들은 사통팔방 트인 환경에서 살아왔다. 반면 우리는 지형적으로 바다 건너 일본, 북쪽은 중국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세계 여러 인종과 접할 기회가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강조되어 왔다. 그래서 남과 다르다는 차이에 대한 관용성,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벨기에인들은 수세기 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여 프랑코 시대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시는 독일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전시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주변국가와 상호 교류하며 살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EU는 경제를 넘어서서 통합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아직 정치·외교적인 통합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하나의 국민처럼 살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실험실에도 여러 종류의 언어로 작동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벨기에에서 영어밖에 모르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장을 복사하고 붙여쓰는 것 등 평상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언어 장벽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남의 특수성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외국인이 이야기하면 알아들으려고 노력을 하되 발음 자체를 가지고 농담하거나 이야기거리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필연적으로 세계화가 요구되고, 따라서 다양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언어의 세계화, 개방화가 늦은 이유는 사회에서 너무 주눅이 들 정도로 완벽한 언어 구사를 요구해 왔고, 또 그렇게 교육 받아왔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벨기에 맥주



포도주 하면 프랑스산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맥주는 벨기에산이 유명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벨기에는 맥주를 1천여 종 이상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오랜 동안 전수되어 온 맥주 제조 비법이다.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우선 자체 소비량을 남겨두고 남는 것을 일반인에게 특정기간에 소량 판매하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만이 살 수가 있단다. 지역에 따라 독특한 맥주가 많다. 예를 들면 워털루에 가면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패한 곳이어서인지 나폴레옹 맥주가 있다.

벨기에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맥주에 대한 기념품이 많다. 예를 들면 병따개나 열쇠고리에도 맥주병이나 생맥주잔을 장식하여 판다. 벨기에의 선술집 간판은 그 집에서 파는 대표 맥주 이름을 함께 걸어둔다. 술꾼들이 어느 맥주를 마실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여러 가지 맥주를 조금씩 살 수가 없다. 한정된 맥주를 박스 단위로 팔기 때문이다. 내가 맥주를 좋아한다고 하니 안드리스가 시골의 작은 슈퍼를 돌아다니면서 30여 종을 각각 한 병씩 사 가지고 왔다. 선물이란다. 안드리스 덕분에 벨기에산 맥주를 다양하게 마셔보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에 따라 맛을 인지하는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맥주의 특징을 경험에 의해 분류해 보면 우선 색깔에서 차이가 난다. 대략 보기에도 붉은색, 붉은 황색, 황색, 어두운 황색, 흑색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특징은 맥주병을 열기 전에 전혀 흔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거품이 많이 나는 것과 적게 나는 것이 있다. 내가 느끼는 맥주의 기본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카메라 향이 나는 맛이다. 대부분의 맥주는 이 4가지 맛과 향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지배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맛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농후한 맛이 난다. 맥주의 알코올 농도를 보면 4도부터 14도 맥주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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