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겨울나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 에코리브르
동물들의 겨울나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2003년 12월/399쪽/16,500원
불과 얼음
원시 생명체는 35억 년 전, 전체 지질 시대의 약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최초이자 가장 긴 시기인 선 캄브리아대에 생겨났다. 남조류나 박테리아 정도로 추정되는 초기 미생물은 태양광선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광합성이라는 방법을 발명했다. 이들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취하고 산소를 노폐물로 발생시킴으로써 대기의 성질을 바꿔놓았으며, 그에 따라 기후가 달라졌다. 이들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DNA를 만들었으며, 성을 구분하고, 자연 선택에 변이(생물학상 동종의 생물에서 볼 수 있는 형질의 차이)를 일으키면서 진화는 끝이 없고 예견할 수도 없는 대장정에 올라섰다.
지구의 열이 서서히 식으면서 새로운 환경이 펼쳐졌고, 세균이나 이와 유사한 종으로부터 새로운 단세포 유기체가 진화해 나왔다. 그러다가 차츰 다세포 유기체들이 전혀 새로운, 그리고 한결 신선한 환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공략하고, 그 환경이 생존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낸 후에는 그에 적응함으로써 조상 전래의 조건에서 탈출하기도 했다. 태양에너지를 포착하는 능력은 다세포 생명체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이 환상적인 생명의 다양성을 낳았다. 세포 침투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식물에서 산소가 발생하자 에너지와 산소를 먹어대는 박테리아가 생겨났고, 이 박테리아의 일부는 다른 세포 속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가 되는 한편, 그들의 숙주는 동물로 진화했다. 미토콘드리아를 원천으로 하는 물질대사의 불은 산소 공급에 따라 크게 일어날 수도 있고, 약하게 잦아들 수도 있다. 생명이란 바로 그 불을 관리하는 것, 더 나아가 조절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 불은 열을 발생시키고, 열은 때로 생명과 동의어가 된다.
우리가 아는 온도란 온도계의 눈금 측정에 따른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이다. 여기에 적용된 물리적인 원리는 분자 운동이다. 온도계로 온도를 잴 수 있는 것은 물질, 예를 들어 수은의 분자 운동이 활발할수록 그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자 운동은 생명 그 자체가 아니라 필수조건일 뿐이다. 반면에 열은 조직을 드나들면서 온도를 변화시키는 에너지이다. 어떤 물질의 경우 분자가 운동을 시작하려면, 먼저 더 많은 에너지(예를 들면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온도를 높여야 한다. 에너지 그 자체는 생명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며, 생명은 항상 에너지를 원한다. 그러므로 태양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한 겨울에도 생명이 존재하고, 심지어 번성하는 것은 기적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섭씨 온도계는 물 분자가 고체 구조에서 해체되어 액체가 되는 지점(0℃)부터 액체 상태의 물이 평지에서 끓기 시작하는 지점(100℃) 사이의 열에너지 함량에 인위적으로 100칸의 눈금을 그어놓은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을 원천으로 하는 활동적 유세포 생명은 물의 어는점과 녹는점 사이의 매우 작은 온도 범위 안에서 산다(이 범위는 압력과 용질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이 범위 안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포 내의 물이 얼어붙으면, 즉 얼음으로 변하면, 막이 파열되어 죽는다.
물은 세포뿐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 상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이 경험하는 물은 골짜기를 따라 흐르고 뭔가로 가둬야만 담을 수 있는 투명한 액체다. 북부의 겨울에는 눈이 오랜 시간 쌓여 빙하를 형성하면서 지형을 바꿔놓고, 산과 계곡의 모양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겨울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것의 운명이 궁극적으로 물의 결정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체가 결정이 되는 그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모든 유기체의 생리, 형태, 행동 등은 몇 백만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대단히 심원하게 변모했다.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물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온도에 따라 물의 밀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찬물은 더운물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가고 더운물은 위로 올라온다. 물은 4℃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 그 때문에 봄이 오고 호숫물이 녹아 0℃에서 4℃로 수온이 높아지면, 얼음은 녹고 표면의 물이 아래로 내려간다. 표면에 있던 높은 밀도의 물이 바닥에 있던 차가운 물을 밀어내면서 그 부근에 있던 영양분까지 함께 밀어내고, 이 영양분은 수면으로 떠올라 위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먹이가 된다.
지질학적으로 지구는 자전축 경사각과 관련된 천문학적 사이클에 따라 주기적으로 빙하기를 경험했다. ‘밀란코비치 사이클’에 따르면, 현재는 냉각기이고 이 시기에 접어든 지는 7,000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냉각기가 아니라 지구의 온난화이다. 지구 역사에 없었던 이 새로운 현상은 점진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진화하고 적응할 시간을 주는 천문학적인 주기에 비하면 갑작스럽기만 하다.
늦겨울 숲 속에서는
오늘은 2000년 3월 16일, 성패트릭 축일(아일랜드 수호성인을 기념하는 날) 하루 전. 버몬트는 여전히 겨울이다. 이제껏 만들어진 태양집전기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나뭇잎은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흘만 지나면 해가 천구의 적도를 지나는 춘분이다. 그러면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공식적으로 겨울은 끝이 난다. 하지만 진정한 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한 달이면 이곳에 맹위를 떨치던 얼음이 녹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솔잣새의 이상한 둥지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쓰려고 했다. 큰회색부엉이처럼 솔잣새도 북부에 서식하는 새이고, 북부의 동물들은 인간을 접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쉽게 길이 든다.
나는 지난 12월에 이 새들을 봤고, 얼마 전 2월에도 봤으며, 3월인 지금 다시 그들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 12월에는 아직 떼를 지어 움직이고 먹이를 먹었기 때문에 둥지를 꾸미는 일은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2월 중순이 되자 수컷들이 무리를 떠나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 암컷들은 가문비전나무 사이를 총총거리며 뛰어다녔다. 무리는 흩어졌고, 번식기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둥지를 짓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암컷이 둥지에서 나와 돌아다닌다는 것은 아직 알을 낳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둥지를 짓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리고, 서너 개의 알을 낳는 데 3~4일, 여기에 부화에 필요한 약 2주를 더하면, 지금이 3월 중순이니까 알을 품는 시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솔잣새는 가문비나무의 구과(毬果 : 침엽수의 과실. 예를 들어 솔방울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나무의 구과인 셈이다)나 솔방울을 가장 풍부하게 구할 수 있을 때 새끼를 기른다. 그러기 위해선 알을 겨울에 낳아야 할 때가 많다. 캐나다 뉴브런즈윅에선 1월 중순에 알이 담긴 둥지가 관측되었고, 메인 주 칼레 인근에선 그 시기가 2월이었다. 솔잣새는 서로 다른 종류의 구과를 주된 먹이로 삼으며, 그것이 열리는 시기에 따라 1년 중 어느 때라도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솔잣새와 함께 되새과에 속하는 금방울새는 자신들의 종자(엉겅퀴 씨앗)가 익는 8월까지 번식을 미뤘다가 가장 늦게 알을 낳는다.
솔잣새와 그 둥지를 보기 위해 겨울 산행을 고대했다. 그래서 밤중에 차를 몰고 메인으로 향했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산등성이뿐이었다. 나는 오두막에서 묵다가 해가 뜨기 직전에 일어나 숲으로 향했다. 붉은가문비나무 위로 햇살이 번졌다. 긴꼬리비둘기, 아메리카오색딱따구리, 붉은가슴동고비, 북미쇠박새, 갈가마귀 등을 보았으나 솔잣새는 없었다. 붉은가문비나무의 종자가 다 떨어지자 떠나버린 것일까? 얼마 전 세찬 눈보라에 둥지가 떨어지기라도 한 걸까?
걷다 보니 다람쥐들이 열매를 따먹은 가문비나무 두 그루를 더 발견했다. 나는 오두막으로 가 요기를 한 후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방금 지나간 듯한 말코손바닥사슴의 발자국이 나왔다. 그 뒤로는 붉은다람쥐와 토끼, 그리고 들꿩의 발자국이 이리저리 교차하는 일상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호저 한 마리가 보금자리인 바위틈과 밤에 가서 먹이를 먹는 아메리카솔송나무 사이에 깊은 홈 같은 길을 파놓았다. 코요테 두 마리는 나란히 걸어갔고, 살쾡이는 혼자 지나갔으며, 가문비 숲의 흥미로운 발자국 하나는 아마도 솔담비의 흔적일 것이다.
오후가 되자 바람은 잦아들고, 긴꼬리비둘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언덕으로 돌아가는데 숲 속에서 갈가마귀 소리가 들렸다. 시원하게 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입에 먹이를 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 추위에 얼어죽은 먹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나무 그루터기가 나왔다. 그루터기 부근으로 눈이 어지러이 헤쳐져 있었다. 그 자리를 파봤더니 사슴털이 군데군데 묻은 신선한 붉은 고기 한 덩어리가 나왔다. 갈가마귀의 은닉처였다. 나는 사슴의 시체가 있을 만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시체의 대부분은 눈더미 속에 묻혀 있었는데, 사방 1~1.5미터의 눈을 앞발로 긁어모은 흔적이 역력했다. 주변엔 커다란 고양이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눈 속에 묻힌 사슴을 파냈더니 머리와 목 뒤에 출혈 흔적이 있었다. 목을 물렸을 때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곳을 떠나 울창한 가문비전나무 숲속 바위더미 아래에 있는 호저의 굴에 들렀다. 호저는 붉은가문비와 백송의 껍질을 벗겨 먹었는데 그 때문에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껍질이 둥글게 벗겨져 속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동사한 시체가 근처에 하나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 관목 숲을 구석구석 뒤졌다. 죽은 사슴 한 마리를 더 발견했는데, 갈가마귀와 코요테가 얼마 전까지 그것을 먹었다. 여기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없고, 눈을 긁어모아 시체를 덮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두막으로 가려니 솔잣새가 거의 다 떠나고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유독 거셌던 눈보라에 둥지가 부서졌는지도 몰랐다. 솔잣새는 급증과 폭락의 주기에서 먹이가 고갈되면 새끼를 내버려두고서라도 둥지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새만이 남았을 텐데,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솔잣새 한 마리가 캠프 안으로 들어왔다. 흰죽지솔잣새는 1분도 채 안 돼 갑작스레 떠나버렸는데, 우리는 한동안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동면하는 새들
새가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주한다는 현상이 알려졌을 때는 새들의 동면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바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새도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이 여러 권위 있는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1902년 10월 중순, W. L. 매커티는 인디애나에서 거의 죽은 것처럼 보이던 굴뚝칼새(원래는 철새이다)를 따뜻한 방에 옮겨놓자 금세 깨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수집한 자료 중에는 무리의 대부분이 사라진 겨울에 빈 나무 구멍이나 굴뚝, 바위틈 따위에서 발견한 휴면상태의 칼새와 다른 ‘제비’들에 대한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호피 인디언이 ‘잠자는 것’이라고 불렀다는 쏙독새는 이주보다는 동면을 하는 게 분명하다. 이 새는 나바호 부족과도 친숙했는데, 조류생리학자 에드문드 C. 예이거가 인디언 소년에게 “이 새는 겨울이 오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을 때 소년은 “저 위의 바위틈”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예이거가 그 새를 집어들자 손 안에서 몸을 움직이더니 의식을 완전히 되찾고는 날아가 버렸다. 예이거의 연구에 따르면 그 새는 85일 동안 혼수 상태 같은 휴면에 빠져 있었고, 그 시기는 콜로라도 사막에서 날벌레를 전혀 찾을 수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극히 드문 철이었다.
예이거는 앞선 85일 가운데 닷새 동안 아침에 찾아가 새의 배설강에 온도침을 꽂아 체내 온도를 측정했다. 그때마다 온도계가 가리킨 눈금은 대기온도와 비슷했는데, 보통 죽은 동물의 경우가 그렇다. 청진기를 동원해도 심장박동 소리를 감지할 수 없었고, 숨을 쉬느라 가슴을 오르내리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의 콧구멍 앞에 거울을 갖다 댔을 때도 김이 서리지 않았다. 거의 뜬 새의 오른쪽 눈에 1분 동안 손전등을 비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런 노력 끝에 예이거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이 새의 물질대사가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것, 동면 중인 포유류의 물질대사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그 비슷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예이거의 뒤를 이어 쏟아져 나온 연구들에서 밝혀졌지만, 쏙독새의 그런 습성은 후에 수없이 발표된 다른 새들의 습성과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쏙독새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체온을 높이는 일 없이 며칠씩 휴면 상태를 유지할 때가 있고, 그에 따라 생리학적으로 동면과 일일 휴면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었다.
몸집이 작을수록 몸이 빠르게 식는 것은 물리적인 현상이고, 그런 만큼 차라리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 소비 차원에서는 이익이다. 크기가 칠면조만한 동물은 밤에 휴면 상태에 빠질 만큼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지만, 벌새나 일부 박쥐, 그리고 몇몇 종류의 쥐나 온혈곤충처럼 몸무게가 3그램 정도밖에 안 나가는 작은 새와 포유류는 정기적으로, 적극적으로, 그리고 적응 반응의 일환으로 체온을 낮춘다. 그들은 하루 단위로 동면을 한다. 나무에 사는 작은 새 중 무게가 50그램이 넘는 종류들은 일반적으로 밤에 완전한 휴면에 빠지지는 않지만, 체온을 최소한 섭씨 몇 도쯤 낮춤으로써 약간의 에너지를 절약하기는 한다.
이런 휴면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겨울새들이 활용하는 널리 알려진 에너지 보존 전략이다. 수전 버드 채플린은 0℃부터 30℃의 대기온도에서 주간 활동 시의 정상적인 체온인 42℃를 유지할 때 북미쇠박새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부터 조사했다. 그리고 그것과 체지방 상태로 저장한 칼로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따져보았다. 지방은 단위 무게당 칼로리 함량이 탄수화물(당분이나 글리코겐)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므로 장거리 이동이나 잠자는 새가 밤새 몸을 떠는 것처럼 오래 지속되는 활동에 소모되는 칼로리원으로 지방을 능가하는 게 없다. 저녁에 7퍼센트이던 북미쇠박새의 체지방은 이른 아침에는 3퍼센트로 떨어졌다. 낮 동안 열심히 먹어 지방을 축적한 뒤 밤에는 그것을 연소해 발생시킨 열로 체온을 유지한다. 겨울새들은 물질대사율이 높고, 가을이나 봄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은 체지방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겨울 북미쇠박새에게서 주목해볼 또 하나의 전략은 비슷한 몸집의 다른 새들보다 훨씬 촘촘한 깃털이다. 열 손실은 주로 눈과 부리 근처에서 발생하는데, 깃털을 부풀려 공처럼 몸을 말고 잠잘 때 머리를 날갯죽지에 파묻으면 열이 빠져나가는 부위가 줄어든다.
상모솔새는 북미쇠박새 몸집의 절반이고, 두 배는 더 추운 겨울을 경험하는 경우도 잦은데 어떻게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금관상모솔새도 북미쇠박새처럼 낮 동안 체지방을 늘려 오전 8시에 0.25그램이던 것이 오후 5시가 되면 0.60그램으로 증가했다. 몸집의 비례치로 보면 상모솔새는 매일 북미쇠박새의 두 배에 달하는 지방을 저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대기온도가 0℃라 해도 15시간씩 이어지는 북부의 겨울밤을 견디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상모솔새는 체온을 낮추는 방법을 쓸 확률이 높다. 기운이 영하 30℃로 떨어지고 밤은 15시간씩 계속되는 야생 상태에서라면 저체온이 되어야만 한다.
지나치게 저체온으로 떨어질 경우 동사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몸이 지나치게 차가워지면 반응 능력을 상실할 수 있고, 몸떨기를 할 수 없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얼음 덩어리로 변할지도 모른다. 체온을 떨어뜨릴 경우 열을 발생시키는 생리적 통제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비결은 북극땅다람쥐처럼 기술적으로는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지만, 필요에 따라 반응하고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생리적 상태를 확보하는 데 있다.
금관상모솔새가 특정 지역의 구체적인 조건 하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휴면을 활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주 깊은 휴면은 하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이다.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영하 30℃의 겨울밤에 상모솔새는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 몇 분 만이라도 몸 떨기를 멈춘다면 한 숟가락의 물처럼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