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리처드 헌터 지음 | 21세기북스
당신의 정보는 안전한가아마존닷컴 사이트에서 서평을 보면 이 책을 구매한 다른 고객들이 주로 어떤 책을 샀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 책을 사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처음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이러한 목록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목록은 상당히 정확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추천하는 책들 중 한 권 정도는 자신이 이미 읽었거나 단순히 읽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좋아했던 책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고객에 대해 어떻게 그리 많이 알고 있을까? 결코 고객은 그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한 적이 없다.
사물의 이름, 수량과 같은 데이터는 매우 정확하게 양을 계산할 수 있으며 구분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어느 한 고객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했다고 하자. 기업은 이러한 구매행위를 단순 명료한 정보로 전환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이 왜 그 상품을 샀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구매행위 기록을 분석하여 기업의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신경 쓸 뿐이다.
기업이 이처럼 고객의 구매행위 기록을 수집,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면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데이터가 더 많다면 아마존은 책을 구입한 고객의 또 다른 성향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 고객이 어떠한 비디오를 선호하는지, 커피는 어떤 종류를 좋아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으며, 고객의 이러한 선호도에 맞추어 더 많은 것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베이스에는 논리적 데이터베이스와 물리적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논리적 데이터베이스는 정보 자체의 특성에 의해 그 틀이 결정되는 반면, 물리적 데이터베이스는 이러한 논리적 설계도가 실제로 응용될 분야와 데이터베이스 설계자들이 사용할 기술적 사항에 의해 재구성되고 제약을 받는다. 건축물에 비교한다면 논리적 데이터베이스는 건축설계사가 그린 건축물의 스케치이고, 물리적 데이터베이스는 건축이 끝나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실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실생활에서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며 중요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키 중 하나는 신용카드 번호이다. 신용카드 번호를 활용하면 누가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자카드의 수는 10억 개에 이르고 있다. 비자카드 회사에서는 비자카드를 소지한 사람이 전 세계 어떤 곳에서 비자카드로 물건을 사더라도 그 거래는 카드번호로 구별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로 비자카드 소유자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몇 가지 정보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 사람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고, 물건을 산 상점의 이름과 결제방식을 알 수 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그 상점에 물어볼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용카드 번호를 통해 카드 소지자의 행동과 습관에 관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산업계는 고객에 관한 많은 정보를 보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에게 정보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아마존은 정보를 통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당신이 좋아할 책을 권해 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계속하여 통합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서 당신에 관한 정보가 모든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정보는 그것을 소유한 자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정보를 소유한 자가 윤리적인 사람이기만을 바라는 것뿐이다.
앞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나쁜 것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정보가 결합되어 커져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편리함과 위험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며, 그 두 가지를 저울질하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비밀 없는 거리2001년 7월, 플로리다 주의 탐파 시에서는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해 거리에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였다. 그리고는 36대의 카메라가 행인들의 모습을 찍어서는 당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범죄자들의 사진과 일일이 대조하였다. "다른 도시도 이제 곧 탐파와 마찬가지로 무인카메라를 거리에 설치할 것입니다." 무인카메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의 담당자의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탐파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실제 무인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사진을 가지고 정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들은 단순히 정부가 너무 심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만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자료를 가지고 얼마든지 정부가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일들은 미래에는 너무도 당연시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래가 얼마나 빨리 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본인의 인증을 위해 사용한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 본인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암호이다. 둘째, 본인만이 소지한 소유물로 스마트 카드나 비밀 해독 링과 같은 토큰이다. 셋째는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확인하는 것으로 지문 등의 생체인식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여 요즘에는 본인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이 등장했다.
한편, 본인임을 인증하는 방법은 안전해야 하고 또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러나 암호는 안전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를 입력할 때 옆 사람이 몰래 훔쳐볼 수도 있고,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생일이나 전호번호 등을 통해 암호를 추측해서 사용하여 알아내기도 한다.
토큰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토큰은 복제하기는 어렵지만 도난당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인증방법으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지문 등 신체적 특징을 사용하여 신분확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체인식을 사용하는 데도 문제점은 있다. 우선 인프라의 구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또한 생체인식을 위해서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체인식 방법은 그 동안 예외적인 사람에 대해서만 실시하였다. 미국에서는 오직 범죄를 저질렀거나 군에 입대할 때, 그리고 특수정부기관에서 일할 때에만 지문을 등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시카메라는 이러한 지문 등록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이제는 더 이상 예외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시카메라의 설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는 어떤 비밀도 없는 그런 사회가 되고 만 것이다.
현재는 탐파 시에만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만, 향후 모든 지역에 카메라가 설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거리를 걷는 시민 모두가 도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사진 촬영되어 컴퓨터에 저장되고 분석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컴퓨터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이 지문만큼이나 정확하게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
앞으로 5년 내지 10년 내에 거의 모든 사람이 하루에도 서너 차례 이상 카메라에 스캔될 것이다. 사무실 정문에서, 책상에서, 집 현관에서 또는 자동차 안에서 말이다. 고객이나 파트너 또는 자신들의 적들조차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파악되는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을 인식하는 어떤 수단이 필요할 것이며, 그 수단으로 생체인식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첨단기술과 장비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욱 편리해지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사생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데이터가 잘못 악용되면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시스템에는 버그가 있게 마련이다. 데이터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이다. 따라서 이제는 환경오염을 걱정하듯이 정보에 따르는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네트워크 군대, N 정당이 온다1999년,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반대 시위가 있었다. 이 시위에는 프랑스의 농민들, 환경운동가, 동물애호가 등 여러 작은 집단이 참여하였다. 이 시위는 WTO가 주장하는 범 세계무역을 반대하였다. 그들에게는 공식적인 지도자나 조직도 없었으며 장기적인 전략 또한 없었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시애틀에서 열린 WTO 회의를 대중적 화제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또한 2001년의 제노바 서방 8개국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야말로 네트워크 군대의 힘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많은 정보가 전 지역에 걸쳐 공개적으로 전파되는 비밀 없는 세계에서는 이처럼 네트워크 군대가 신속히 결성되어 전형적인 정치·사회적 단체로 발전한다. 네트워크 군대의 의사소통은 매우 공개적이며, 조직은 개인과 작은 단체로 구성되는데 어떠한 비밀도 없이 투명하다. 시애틀 경찰, 각국 대표자, 그리고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이 이 시위에서 터져 나온 네트워크 군대의 힘에 놀라워했다.
네트워크 군대는 빠르게 그리고 국제적으로 형성된다. 우리는 예전에 정치판에서 네트워크 군대를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빠르게 형성되는 네트워크 군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다른 분야에서 네트워크 군대의 모델이 채용되고 있다. 개인, 정부, 기업 그리고 모든 종류의 체제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네트워크 군대에 합류해서 각자가 원하는 바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네트워크 군대의 초기 성과 중 하나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벌어진 베트남 반전운동이었다. 이 시대에 네트워크 군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텔레비전과 복사기 때문이었다. 다니엘 엘즈버그는 모뎀이 달린 컴퓨터가 아닌 제록스 기계로 국방성 문서를 복사했다. 그리고 반전운동은 가치체계가 상이한 여러 단체들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가치 하나만을 공유하고는 모여서 추진했다.
반전 네트워크 군대에 참가한 단체 중 그 어느 곳도 자체적으로는 반대세력이 될만한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결집하자, 그들의 힘은 베트남 전을 발생시킨 냉전 가치체계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네트워크 군대는 아예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기존의 정당에 자기 편 후보자를 내보낼 정도로 주류 정치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반전운동은 끝을 맺었고, 반전운동 참가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고유 목적을 위해 각자의 가치체계로 무장한 채 떠나고 말았다.
미국에서 동성애는 30년 전만 해도 끔찍한 죄악이나 정신병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처럼 길을 잃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곧바로 네트워크 군대로 발전해 나간다. 이들은 비밀 없는 세계의 원활한 정보를 통해 가치체계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는 네트워크 자체의 증폭성 때문에 자신들도 스스로 놀랄 만한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다. 1969년 뉴욕에서 동성애자들이 일으킨 스톤월 사건('스톤월 인'이라는 동성애자 술집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항쟁 시위)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네트워크 군대의 의사소통에 대한 가장 놀라운 측면은 그 구조가 매우 평등하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운동의 경우 6명의 영향권자, 6∼8명으로 이루어진 배포자, 200명의 프로젝트 리더, 그리고 75만 명의 개발자 및 직접 배포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도자와 추종자의 비율은 보통의 기준으로 보아 천문학적으로 높은데 이처럼 지도자의 수가 추종자에 비해 극도로 적은 원인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 때문이다.
당파성을 띤 저널리즘 자체는 새롭지 않다. 새로운 것은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새로운 네트워크 군대를 형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이러한 생각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교류된다는 사실이다. 영어의 국제적인 사용은 인터넷과 함께 네트워크 군대를 가속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자동화된 넷 기반의 고속언어 번역이 현실화된다면 네트워크 군대는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한편, 네트워크 군대는 비밀 없는 세계의 필연적인 사회·정치적 구조물이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무제한의 정보 흐름이 초래한 결과이다. 네트워크 군대는 또한 제어하기 어려운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구조물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에 편입되는 현실에서, 네트워크 군대는 조지 오웰과 다윈의 차이만큼이나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비밀이 없는 세계, 이면의 진실1995년 4월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파사건은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 중 하나이다. 이 사건의 범인 티모시 멕베이가 2001년 6월 사형된 후에도 몇 개월간이나 이 사건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이 사건에 숨겨진 비밀은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대충 매체를 통해 그 사건을 알았고 대중 매체는 FBI의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FBI는 그 사건을 면밀히 조사함으로써 그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유심히 관찰하면, 이 사건의 발표된 내용이 거짓이거나 조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정부가 어떤 공공의 범죄를 범인의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또한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일어났다는 정보의 보도를 당시 미국인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 오랫동안 그런 정부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인의 대다수는 오스왈드 단독범행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미국 정부는 멕베이에 대해 판결하기를, 1993년 4월 텍사스 주 와코에서 발생한 다윗교 사건(사교집단인 다윗교 신도들이 FBI와 대치하다 화재로 80여 명이 사망한 사고)에 보복하기 위해 단독으로 저지른 폭파사건이라고 했다. 그리고 「타임스」는 '시시한 음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커다란 음모도, 고도로 계획된 범죄도 아니었다. 단지 미치광이 건달 두 명이 사제 폭탄과 렌트한 트럭으로 저지른 어수룩한 범죄였다."
모든 미국인들이 별 생각 없이 그 사건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우리 모두는 폭탄이 어떤 물건인지 안다. 또한 미치광이가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여기에서 신중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의문을 가질만한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멕베이가 직접 만든 폭탄이 강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는가?
사실 세상에는 멕베이를 제외하고도 더 많은 미치광이들이 폭탄을 제조해 건물을 폭파하려는 음모를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멕베이의 폭파사건도 실은 수많은 공범자들이 개입된 계획된 범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두려울 만큼 너무도 쉽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타임스」조차 사건의 전말에 대해 FBI의 발표만을 되풀이 발표했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라고 묻는 것보다는 우리 모두가 이 무서운 사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조사위원회에 관한 가장 유명한 책은 『섣부른 판결』이다. 멕베이의 경우에도 이렇게 섣부른 판결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비밀 없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항상 조급함을 보인다. 그리고 조급할 때 사람들은 분별 없는 소비자처럼 행동한다. 또한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제거하는 데 매스컴에 의존한다. 하지만 매스컴이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또 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국민에게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어떡하겠는가?
이것은 멕베이가 실제로 범행을 단독으로 저질렀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멕베이는 사형 집행 직전에 FBI의 조사결과가 사실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가 사실을 말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단지 몇 사람만이 그 폭파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멕베이는 죽었다. 「타임스」와 같은 멘텟(멘텟이란 프랑크 허버트의 공상과학소설 『모래행성』에 나오는 용어로 인간이지만, 사고하는 기계의 역할을 하여 대량의 정보를 흡수하고 그것을 빠르게 분석하는 존재를 말한다)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